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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13화 (113/225)

제113화

113. 마해단魔海(1)

“날씨 한 번 기가 막히게 좋네!”

“대장, 수영하기 딱 좋은 날씨 아닙니까?”

“흐흐, 그렇지! 자네도 얼른 물 안으로 들어오게!”

“저는 괜찮습니다. 속이 별로 안 좋아……. 우욱!”

수영장에 들어간 이들과 다르게 밖에서 헛구역질을 반복하는 강수호.

7일 차에 접어드는 기나긴 여행.

7일 동안 크게 잘못되거나, 다치는 큰일은 없었지만…….

“우웩!!”

“허허, 뱃멀미가 아주 심하군.”

강수호는 지독한 뱃멀미를 겪고 있었다. 그것도 어제 아침부터.

‘멀미약을 먹었는데도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네.’

출렁이는 배.

멀미약을 먹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멀미 안 하게 해 주는 물약 같은 건 없습니까?”

“우리는 멀미를 안 해서 안 챙겨왔지. 자네도 그럴 것 같았지만…….”

멀미약 물약도 없단다.

이렇게 된 이상…….

“저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우리가 있으니 의뢰인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화장실로 가서 곧장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레릴 아줌마에게 달려가 멀미용 물약을 받아왔다.

“뉴비다!!”

“헤헥! 뉴비다! 뉴비!”

“오늘은 물약만 받으려고 온 거예요! 좀 떨어지세요!”

그 때문에 스승님들에게 잡힐 뻔했지만, 간신히 도망쳐 다시 돌아와 물약을 들이켰다.

“후우, 진짜 죽을 뻔했네.”

물약을 마시자 울렁거리는 속이 진정되어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다시는 배 안 타.”

이렇게까지 뱃멀미가 심한지는 처음 알았다.

아무리 좋은 배라도 출렁거리게 마련.

되도록 배를 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후후! 내 수영 실력 어때? 이 정도면 국가대표 할 만하지?”

“흐하하하! 수영 실력은 제가 더 좋습니다!”

“…….”

바다 한가운데에서 수영을 즐기는 이들.

그들의 표정은 들뜬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이제 막 중국의 중반쯤에 도착했다.

‘이제 해적 출몰 지역 근처인데,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네.’

곧 있으면 도착하는 해적 출몰 지역.

S급 헌터가 배에 두 명이나 타고 있어 위험은 하지 않겠지만.

‘미리 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강수호는 무장하고 계속해서 근처를 돌아다니며 가볍게 순찰하기로 했다. 아직 멀미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기도 했고.

“푸른 바다밖에 볼 게 없구나.”

배 주변을 채우고 있는 푸른 바다. 저번 주에 봤던 돌고래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는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하니.”

아쉬움을 표출한 채 크루즈선 한 바퀴를 돌고 있자.

“여기서 뭐 해?”

“별거 아닙니다. 이상한 거 없나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었습니다.”

칵테일 한 잔을 든 멜리아를 마주칠 수 있었다.

수용복 차림으로 크루즈선을 활보하는 그녀.

‘나도 이런 크루즈선 하나 가지고 싶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부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너는 왜 안 놀고 여기 있어?”

“별로 놀고 싶지 않아서요. 저번만 해도 너무 많이 쉬었고. 나태해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녀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번만 해도 너무 많은 휴식 기간을 가졌다. 나태해질 수는 없으니, 이렇게라도 일을 할 수밖에.

“그래, 나야 뭐 상관없으니까…….”

“재밌게 노십시오.”

칵테일을 들고 지나가는 그녀.

그사이 강수호는 탐지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변 탐색도 하고 숙련도도 올리고 좋네.’

일거양득인 상황.

수영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간식이나 먹어야겠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일주일 동안 친해진 요리사 아줌마.

“치킨 한 마리만 튀겨 주실 수 있나요?”

“아이고, 그럼요! 금방 튀겨 드릴게요!”

간식으로는 치킨이 제격이다.

새 기름으로 치킨을 튀기기 시작하는 요리사.

“냄새 하나는 끝내주네.”

튀김 냄새가 코끝을 달갑게 찌른다. 냄새가 어찌나 좋은지 잠시 멍하니 맡고 있을 정도였다.

“여기 치킨 나왔습니다!”

“오오! 맛있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삭한 치킨이 자태를 들어냈다.

한입 베어 물자 느껴지는 바삭함.

“이 맛에 살지.”

아마 치킨이 없었으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을 거다.

바삭함과 촉촉함을 느끼며 한 입 더 베어 물자.

“저도 치킨 한 마리만 튀겨 주세요.”

어느새 멜리아가 나타나 치킨을 주문했다.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라 곧바로 식당에서 벗어나려는데…….

“야, 잠시만.”

“……?”

그녀가 강수호를 붙잡았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손은 이미 강수호가 들고 있던 접시에 도달해 있었다.

“네가 다시 받아.”

“…….”

멜리아는 수호가 들고 있던 접시를 빼앗았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냥 새로 받으면 될 것을.

“어휴, 그래도 있던 닭 다리 하나는 먹었으니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미 접시에 있던 닭 다리 하나를 먹었다는 점. 그 덕분에 닭 다리 세 개나 먹을 수 있었다

“여기 새로운 후라이드 치킨.”

“감사합니다!”

이제 진짜 치킨을 들고 식당을 나가려던 그때.

쾅쾅!!

“……?”

귀가 울릴 정도의 거대한 소음과 함께 크루즈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흔들려?’

폭풍우가 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흔들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마법 폭격?’

그 생각과 동시에 탐지 마법이 발동되었다.

근처에 강대한 마나가 느껴질 때 발동하는 마법.

“엎드려!”

의뢰인에게 소리쳤다.

마법 폭격은 처음에 배가 흔들리는 정도의 공격으로 시작되고.

콰르르르릉!!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력한 마법으로 공격해 온다.

쉴드와 여러 마법으로 주변을 보호한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마법 폭격은 무한하지 않다. 몇 분 정도만 버티면 되는 일.

“마법 폭격이 끝날 때까지 잠시만 이대로 있죠.”

“…….”

조금은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까지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럴 일은 없어서 다행이네.’

우려한 일은 발생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마나 물약을 마시면서 마법 폭격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 * *

쾅! 쾅!

거칠게 울려대는 바다.

마법 폭격 때문에 바다는 전보다 몇 배는 출렁거리고 있었다.

“반쯤 부서지기 전까지는 마법만 날려.”

“알겠습니다.”

대장으로 보이는 이의 말에 마법사들이 손을 들어 마법을 사용한다.

모두 고위급 이상의 마법사들.

‘찾았다.’

무차별적인 폭격을 하는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 아니었다.

“간부님이 말씀하신 구슬을 찾았군.”

은행 사건 때 빼앗긴 구슬, 그것을 찾기 위해 그들이 이곳까지 온 것이다.

중형 배 네 척과 20명의 마법사.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다들 멈춰라.”

약 5분간 이어진 마법 폭격. 이 정도 마법 폭격이면 충분했기에 더 공격하려던 부하들을 제지했다.

“배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지. 마법을 쓰기 귀찮군.”

“알겠습니다. 사다리 준비하고, 배 가까이 붙여라!”

명령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 배를 가까이 붙여 사다리를 설치했다.

부하들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사다리를 올라타는 그들.

“구슬부터 찾아라. 이곳 승객들을 죽여도 상관없다.”

“예.”

대답과 동시에 사라지는 그들.

그도 검을 들고 갑판 위로 천천히 나아갔다.

‘이쯤이군.’

그의 목적은 다른 이들과 달리 구슬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최상위 강자를 상대하기 위함.

갑판 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감.

간부들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강한 힘이 느껴졌다.

“찾았군.”

“술래잡기냐? 개자식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영복 차림의 최용두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비속어부터 내뱉는 그.

행복한 수영장을 개판으로 만들었으니, 욕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네가 여기 강자인가?”

“알아서 뭐 하게. 너 나 아냐?”

“그래, 나는 자네를 알 것 같군.”

그가 최용두를 보자 인상을 찡그렸다. 용병 일에서는 최용두만큼 유명한 헌터가 없으니까.

“최용두 헌터군. 자네가 이 배에 타 있을 줄이야.”

“왜? 쫄리냐?”

최용두를 알아보았지만, 크게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처럼.

“자네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한 말일세.”

“아놔, 마인한테 존댓말 듣는 것도 역겨운데,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비웃음을 날렸다.

스킬은 S급 헌터만도 못하지만, 스탯은 그보다 몇 배는 뛰어났다.

“빨리 싸우기나 하지. 자네 정도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날카로운 검을 최용두의 목 앞에 들이대었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휘두른 검.

“쓸데없이 빠르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이군.”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검격.

최용두가 잠시 멈춰 방금 공격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렸다.

‘강하다.’

뛰어난 실력자는 검격 한 번으로 알 수 있었다.

간부까지는 아니지만, S급 헌터의 힘을 뛰어넘고 있다. 자신을 이길 수 있을 만큼.

“힘의 차이를 알았나 보군.”

“힘의 차이는 개뿔. 네 얼굴 차이다.”

“자네한테 그 말을 들으니 상당히 기분이 나쁘군. 얼굴은 내가 더 잘생겼는데 말이지.”

동료들은 전부 마법 폭격으로 인해 중상인 상태. 나설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강수호 헌터는 잘 있나 걱정되는군. 의뢰인도 지켜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의 생존. 저 검날이 목을 지나가면 걱정 따위는 소용없어진다.

“무슨 이유로 마기를 품은 해적이 왔는지 모르겠지만, 죽여주지.”

신체의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거대한 압박감이 배 전체에 느껴진다.

“마기를 품은 해적이라…….”

최용두의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마인.

검날을 날카롭게 세운 그가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마기를 품은 바다의 괴물을 뭐라고 말하는 줄 아나?”

“……닥치고 싸우기나 하지.”

“우리를 마해단(魔海)이라 부르더군. 해적이랑 비교하지 말거라.”

검을 들어 올려 휘둘렀다.

검기와 비슷하게 날아오는 검붉은 무언가.

그것이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 * *

쾅! 쾅!

거칠게 울려대는 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단 위험하니 갑판 위로 이동하죠.”

그녀를 붙잡고 식당에서 나가려 했지만.

“다,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

큰일이 나도 제대로 큰일이 났다.

“업히세요.”

“업혀?”

“그럼, 잔해에 파묻혀 죽을 작정이십니까?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업히기나 하세요.”

“하지만…….”

이러다가 같이 죽게 생겼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지금 이게 무슨……!”

“죽고 싶으세요?”

“…….”

“그게 아니라면 조용히 좀 갑시다. 저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잔해를 해치고 이제 막 식당에서 나가려던 그때.

“여기 근처인데?”

“대장께서 말씀하신 곳이다. 샅샅이 뒤져!”

들려오는 목소리.

처음에는 구조자인 줄 알았으나…….

‘마인이다.’

역겨운 오물 같은 냄새가 식당 가득 퍼졌다.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찾았다. 구슬.”

“빌어먹을.”

그들의 손에 쥐어진 탐지기.

20명의 마인이 강수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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