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109. 검이 좀 강합니다(4)
‘그다지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음흉하게 웃는 마인을 보고 내린 강수호의 평가였다. 겉으로만 봐서 그는 크게 강하지 않아 보였다.
“코코야, 검기.”
“넵!”
그래도 얼마나 강한지 봐야 하지 않겠나?
급이 다른 강타를 생성해 그를 향해 휘둘렀다.
휘잉!
날카롭게 날아가는 검기.
마인의 목을 스쳐 지나가야 했지만.
“이딴 공격은 안 통해.”
“……뭔 능력이야?”
마인이 검기를 빨아들였다.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흐하하! 놀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단 말이야!”
“…….”
뭔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나로 만든 검기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사라지다니.
‘뭔 능력인 거야?’
마나를 빨아들인다는 능력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애초에 그런 재능이 있었으면 마인이 되지도 않았을 터.
“당황하는 게 당연하다! 저기 옆에 있는 조구현도 꽤나 놀랐으니!”
“…….”
대부분의 스킬이 마나를 주체로 사용된다.
저 재능을 가진 것만으로도 뛰어난 헌터가 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건 헌터였을 때의 이야기다.
“이 재능은 간부 한 분께서 직접 내려주신 재능이지.”
“뭔 재능인데?”
“마나 흡수자라는 A급 재능이다! 흐하하하!”
“……A급?”
A급 재능이란 말에 눈을 찡그렸다. 저런 사기 재능이 고작 A급이라니.
“놀랍지? 나도 A급 재능이란 말을 들었을 때 놀랐다고! 이런 재능이 고작 A급이라니!”
“…….”
흥분된 얼굴. 평소에는 밟히기만 하다가, 자신이 밟으니 흥분할 수밖에.
“이제 너희만 죽이면 나도 간부로 승격시켜 주실 거야! 흐하하하!”
그가 미친 듯이 웃으며 날붙이를 들었다.
‘뭘 또 묻힌 거야?’
칠칠치 못하게 검은 마독을 묻혀 날붙이를 휘둘렀다.
“네가 마독을 다 빨아들였다면서? 대단한데?!”
평범한 헌터에서 마인이 된 그. 날붙이를 휘두를 때마다 거친 바람이 생긴다.
“이구호랑 최용두는 어디 가고, 왜 너만 왔냐?”
강수호를 만만하게 보는 마인.
오만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으니까.
“너는 내 상대가 아니란 말이야. 그 정도 실력으로는 나를…….”
“잡담 나눌 시간은 없을 텐데?”
아직 10분의 1도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마인의 말에 잔뜩 화가 나 그의 말을 끊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이 멍청한 놈. 처음과 다를 게 없다니…….”
처음과 다를 리 없는 휘두름.
그저 그런 검이라 생각했지만…….
“끄아악!”
스걱.
그 생각은 팔이 베어지자마자 단숨에 사라졌다.
눈 한 번 깜빡이자 팔에 검이 다가왔고.
‘무슨 속도가……!’
한 번 더 깜빡이자 오른쪽 팔이 허공을 날랐다.
‘스킬을 사용한 게 아니야?’
마나를 흡수해 봤자 소용없었다. 마나를 사용해 공격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로지 실력. 물론 그 실력이 강수호의 실력은 아니었다.
“너 좀 쓸모 있다?”
“에헴, 제가 좀 잘나긴 했죠.”
코코의 실력.
역시 들고 오길 잘했다. 이런 일에도 쓰이고.
“진짜 실력인 건가?”
“실력이지 그럼, 내가 게임처럼 치트키라도 사용하는 것 같냐?”
치트키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가 알 리는 없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뒤로 물러나는 그.
그 행동에 발걸음을 움직여 검을 휘둘렀지만.
깡!
“우리도 있다고?”
“바퀴벌레 같은 것들.”
이곳에 마인은 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약 열 명으로 이루어진 마인들. 한 명이 치명상을 입자 나머지가 그를 둘러싼다.
“일단 나도 도와야겠군.”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여기서 그의 마법을 막을 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거라.”
그가 마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 * *
“알아서들 잘 버텨라!”
“예!”
소리치며 은행 금고로 달려가는 그.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은 상황. 그 작업만 끝나면 여기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귀환석이 있으니까 빨리 끝내면 돼.’
걱정하지 않고 전동 공구를 잡았다.
위이이잉!
굉음과 함께 남은 바닥을 뚫어낸다.
‘거의 다 됐다! 이제 이것만 더!!’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반짝이는 무언가.
그곳에는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다운 보석이 박혀 있었다.
“와…….”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
임무를 완수했으니, 이제 귀환석을 사용해 도망가기만 하면 되는 일.
“찾았다.”
주머니에서 찾아낸 귀환석을 꺼내 곧장 사용하려 했지만.
깡!!
“아악!”
“그렇게 도망가는 건 안 되지.”
“…….”
어느새 이곳까지 온 강수호가 손에 쥐고 있던 귀환석을 쳐냈다.
허무하게 날아가는 귀환석.
“내 귀환석이……!”
스걱!
줍기 전에 그의 팔을 잘랐다.
“가만히 있어. 머리 베어 버리기 전에.”
“…….”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바로 목 밑에 날카로운 검이 닿아 있었으니까.
“친구들 다 죽었으니까 도망칠 생각은 애초에 꿈도 꾸지 말고.”
“……괴물.”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아직 뒤에서 마인들을 정리하는 조구현.
하지만 3분이면 충분하다. 벅찬 상대들도 아니었고.
강수호가 먼저 이곳에 온 이유가 있었다.
“그 보석은 뭐냐?”
“……!!”
돈이나 얻으려고 은행을 터는 마인은 없을 거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터.
“이건 안 돼!”
강수호가 작은 구슬 보석에 대해 묻자마자 입 안에 집어넣으려 했다.
마치 보석을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스걱.
“으아악!”
“워워, 왜 이래?”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는다.
코코로 다리 하나를 잘랐다.
“도대체 뭐길래 지키려고 하는 건지.”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다운 둥근 보석을 살폈다.
“예쁘긴 예쁘네.”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유심히 살펴봤다. 하지만 뭔가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간부 중에 보석을 좋아하는 녀석도 있나?’
그저 다이아몬드급으로 아름답다는 것. 그것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보물 같은 게 있는 줄 알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를 끌고 가려던 그때.
-1차 시련의 보물을 하나 획득했습니다.
“역시…….”
평범한 보석이 아니었다.
1차 시련의 보물. 세 개 중 한 개를 획득했다.
“이건 인벤토리에 넣어놔야겠네.”
손톱보다 작은 구슬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여기에 넣어 두면 잃어버릴 일은 없을 거다.
‘그러면…….’
의외의 이득을 획득했으니, 그다음 걸 살펴볼 차례였다.
“너희가 이걸 어떻게 아는 거냐?”
“…….”
강수호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문다. 절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될 내용인 것처럼.
“말하면 죽기라도 하냐?”
“…….”
“그렇네.”
그의 표정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보석에 대해서 말을 한다면 머리가 터져 죽을 것이다.
“뭐, 일단 너희도 시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
이런 놈이 이것에 대해 알고 있을 리도 없을 거고.
“귀환석도 부서져서 추격도 못 하겠네.”
추격할 수는 없어도 마인들을 잡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혹시 이런 것도 가르쳐 줄 수 있나? 너희가 이런 힘을 어떻게 얻을 수 있냐는…….”
“커, 커헉!”
“……?”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몸을 비틀어대며 힘겹게 숨을 내뱉는다.
‘뭐야?’
인상이 구겨졌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 것 같았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인에게선 미약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죽었어?”
죽음의 징조는 없었다. 그저 갑작스레 숨이 멎은 것만은 확실했다.
“능력을 주는 대신 명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건가.”
마인이 되려고 마음먹은 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도 마인이 될 것이다. 그만큼 간절한 이들이니까.
“대충 이 정도로 하고…….”
그의 눈을 감겨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건이 끝났으니 이제 마무리할 때다.
* * *
“상태창.”
침대에 누워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90
체력 – 281 민첩 – 262 힘 – 283 마나 – 266 감각 – 268 친화력 – 110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 (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 (S급) : Lv. MAX], [절대정신 방벽 (S급) : Lv. MAX]…… 등.
-체력 스탯 5 상승했습니다.
-민첩 스탯 6 상승했습니다.
-마나 스탯 7 상승했습니다.
-감각 스탯 4 상승했습니다.
-힘 스탯 6 상승했습니다.
-친화력 10 상승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많이 오르긴 올랐네.”
상태창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스탯은 많이 오르긴 올랐다. 스킬 레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하지만 부족해.’
하지만 최용두와 싸우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높은 등급의 스킬과 다르게 부족한 신체 스탯. 문제는 알고 있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건 알고 있지만…….’
빨리 강해지고 싶었다. 신체 능력을 빨리 상승시키고 싶었다.
“되도록 스승님과의 훈련은 자제해야겠네.”
방법은 스승님들을 만나지 않는 거다. 여기서 스킬을 더 얻으면 복잡해지기만 할 거다.
“샬런 스승님한테 가서 몸이나 더 키워야겠네.”
결국 샬런 스승님에게 가기로 정했다. 신체 능력을 키우는 데 샬런 스승님보다 좋은 스승님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던전 토벌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
물론 스승님에게 간다 해서 헌터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단 짐을 싸야겠네.”
대충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일이 없다면 몇 달 정도 부산에 있을 테니까.
“이거랑 이거랑…….”
대충 짐을 싸고 있던 그때였다.
띠리링!
“음?”
오랜만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싶어 휴대폰을 보니.
“누구지?”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끊기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오호! 패왕 길드 헌터, 강수호 맞나요?
“음? 맞는데요. 혹시…….”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것도 얼마 전에.
-나 누군지 모르겠어? 최용두잖아, 최용두. 용병의 전설.
“아하! 최용두 님!”
그가 직접 강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뭔 일인가 싶어 물었다.
“그때 일이라면 정산까지 확실히 받았는데요?”
전화할 이유는 없었다.
궁금함에 물어보자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답했다.
-벌써 까먹은 건가? 자네가 일 좀 달라고 하지 않았나?
“아!”
그때 그 말이 드디어 기억났다.
능력 상승을 위해서 어려운 임무를 원했던.
“벌써 일이 생겼어요? 이제 이틀 정도밖에 안 됐는데?”
-전 세계가 우리 일 처리 속도에 놀라워한다고. 우리 용병 길드가 성공률도 높아서 많이 의뢰하고.
“아, 아하.”
그러고 보니 용병 길드가 임무 클리어로 유명하긴 하다. 고작 4위 길드인데 신기할 정도로.
“그러면 언제 갈까요?”
-내일 오는 게 좋겠지. 점심 먹고 천천히 와. 아니면 와서 시켜 먹든가.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스승님과의 훈련은 미뤄야 할 듯하다. 난이도 높은 용병 임무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짐은 다시 싸는 게 좋겠네.”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호위하는 일이라면 배나 비행기를 탈 테니까.
“일단 스승님들한테 말해 놔야겠네.”
그전에 며칠 오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