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108. 검이 좀 강합니다(3)
“야, 이 미친X들아! 여기서 싸우지 마라…….”
쾅!!
조구현의 말을 무시하고 휘두르는 주먹.
용병의 왕답게 기본 능력치는 사기라 할 정도로 뛰어났다.
‘기본 능력치는 쓸 만하네.’
주먹을 피한 강수호가 내린 평가였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여럿이랑 싸울 때만 전 세계 랭커라 논할 수 있겠어.’
지금 실력으로 마인 간부 두 명을 상대하는 건 오만일 것이다.
‘재능 덕분이네.’
재능 덕분이라 생각하며 음속의 발걸음을 사용했다.
극에 도달한 음속의 발걸음. 정말 음속의 이동속도와 맞먹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
그도 꽤나 놀란 것인지 방어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실수였다.
“정령술.”
“정령……?!”
“어둠.”
방어 자세를 취하는 그에게 공격보다는 상태 이상을 걸었다.
어둠을 소환해 그의 눈앞에 놓았다.
“눈을 먼저 멀게 하겠다는 건가? 경험 하나만큼은 끝내주는군.”
“방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이런 말 뭐하지만, 지금부터 방심하면 안 될 것이다. 능력치는 그리 뛰어난 것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강수호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펼칠 수 있는 재능이 많았다. 그것도 재능마다 무조건 한 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등급이 높은 헌터라 해도 많아 봤자 스킬 열 개가 전부인데.
“흐하하! 그런데 아직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있는 것 같군?”
“그게 무슨…….”
하지만 그건 최용두도 마찬가지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패가 있었다.
“나한테는 상태 이상이 통하지 않지. 어둠의 정령을 얼굴에 뒤집어쓴 것도 말이야.”
“…….”
“내 재능 중 하나야. 알아두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상태 이상을…….’
상태 이상에 면역이 있을 줄이야.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스킬로 이겨야 한다.
“반용살자.”
“반용살자? 그건 또 무엇……?”
“브레스.”
마나 소모가 큰 반용살자를 사용했다.
브레스의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마나.
‘이건 또 뭉텅이로 빠져나가네.’
최대한 위력을 조절했다. 주변에 시민들도 있으니까.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입으로 브레스를 뿜어댔다.
푸화화화!
“이런 미친X들!”
불이 새어 나가지 않기 위해서 베리어를 주변에 펼치는 조구현의 호통에도 그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
‘아직은 부족해.’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할 유일한 기회.
그 덕분에 아직 신체 능력이 약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스킬 의존이 너무 커. 단련은 매일 하고 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나.’
매일 훈련은 하고 있으나, 신체 능력이 한참 부족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방어 자세를 잡았다.
‘위험하다.’
가까스로 브레스를 막아낸 최용두.
강수호의 공격이 끝나자마자 최용두의 공격이 들어왔다.
스킬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콰직!
“크윽!”
아직 S급이라 칭하기 한참이나 부족한 신체. 그의 주먹을 버텨 낼 리 없었다.
그에 심하게 뒤로 밀려났다.
‘무슨 힘이……!’
스킬의 부작용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처음과는 공격력이 다르다.
‘이게 필사즉생인가.’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는 그 재능이 발동된 거다.
굳이 여러 명을 상대하지 않아도 발동되는 스킬.
그 능력치가 여럿을 상대할 때보다 낮지만…….
“흐하하! 아직 신입이긴 하구나!!”
강수호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아슬아슬하게 막아낼 정도.
S급 헌터에게도 순위라는 게 존재한다. 강수호는 밑바닥일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건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른 이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까.
스르릉.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제가 스승님 하나는 잘 둬서.”
“오호, 대단한 검이군. 그건 또 어디서 얻었지?”
“스승님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달빛과 태양에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밝게 빛나는 검을 꺼내자 주변을 압도하는 기세를 뿜어댔다.
“주인님!”
코코가 말을 걸어왔다.
드디어 휘둘러진다는 생각에 기쁠 것이다.
“조용히 있어.”
“네…….”
코코를 조용히 시키고 ‘급이 다른 강타’를 검에 불어넣었다.
그에 검엔 푸른 검기가 넘실거렸고, 강수호는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이것도 한번 막아 보시죠.”
“……!!”
육안으로만 봐도 강력한 절단력.
막을 수 없다. 막는다면 두 팔이 절단될 것이다.
스걱!
허공을 베며 날아가는 검기.
날아간 검기는 천막을 정확히 베었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마무리하려 했지만.
“그만!”
“…….”
크게 소리치는 조구현. 마나를 이용해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 주변을 침묵으로 만들었다.
조용해진 틈에 조구현이 말했다.
“안 보이냐?”
“흠흠, 미안하군.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싸우던 모습을 관람하던 시민들. 이 이상 나간다면 큰일이 일어날 거다.
“최용두랑 싸운 거야?”
“그런 것 같은데? S급 헌터인데, 벌써 최용두랑 막상막하로 붙는다니…….”
“SNS에 올려도 될까?”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
동영상을 찍어둔 사람들은 벌써 SNS에 올렸다.
“적당히들 좀 하지? 더 싸우다가는 하루아침에 인싸가 되겠어, 둘 다.”
“흐흐. 이런 상대는 처음이라 오랜만에 흥분 좀 했네.”
“좋은 승부였습니다.”
웃으며 서로 악수한다.
감정 없는 싸움. 그저 상대방의 실력이 궁금해서 나눈 주먹이었으니까.
“그러면 용병 일, 할 수 있나요?”
“흐하하! 당연하지! 어려운 임무야 차고 넘친다고!”
“감사합니다. 그거면 보상으로 됐습니다.”
“지금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가?”
“조구현 님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이겼겠죠.”
“그 패기…… 마음에 드는군!”
강수호가 굳이 그와 싸운 이유가 있었다.
힘을 알아보기 위함과 용병의 일을 받기 위함.
‘용병 임무 중에는 S급 헌터도 힘들어하는 것들이 많으니까.’
예를 들어 재벌 집 도련님을 호위하는 일 같은 거.
이구호 님도 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눈치였다.
“내가 조만간 임무 하나를 주도록 하지. 아마 꽤나 힘들 거야. 호위 임무니까.”
“저야 좋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부서진 천막을 수리했다.
그리고 곧장 은행 주변에 뿌려진 마독에 다가갔다.
그 모습에 모든 시선이 강수호에게로 집중되었다.
* * *
위이이잉!
“거의 다 됐다.”
전동 공구 소리로 가득한 은행 금고 안.
이제 마지막으로 땅만 파면 이 일도 끝난다.
“드가자~ 이것만 파면 성에 가서 만찬을 즐길 수 있다고.”
“예!”
마인 여럿이 그를 보좌하며 공구를 만지작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공구를 작동시켜 땅을 파려던 그때.
“대, 대장!!”
“음? 무슨 일이야? 이제 이것만 파면 끝나는데.”
한 마인 부하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혹시 몰라 망을 보기 위해 세워둔 놈.
뭔가 싶어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입구가 뚫렸습니다.”
“……뭐?!”
말도 안 되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입구가 뚫렸다니. 어떤 헌터가 와도 뚫을 수 없는 마독의 늪을 뚫다니?
“장난치는 건가?”
“제가 미쳤다고 대장님 앞에서 장난치겠습니까? 한 번 보십시오!”
“바로 가도록 하지.”
부하의 다급한 모습에 전동 공구를 내려놓고 입구로 이동했다.
‘말도 안 되는…….’
마독을 없앨 방법은 없다. 마인들이 직접 빼내지 않는 이상.
‘설마.’
설마 싶었다.
마인도 만지기 꺼리는 것이 마독이었다. 특수 처리된 삽으로 만져도 몸이 저릿한데…….
생각을 끝마치자 도착한 입구 앞.
“뭐야? 왜 마독이 다 사라진 거야?”
입구에 존재하던 마독 대부분이 사라져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
“보고해.”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인지 알아야 했다.
그의 질문에 부하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게, 제가 보고도 이걸 말해야 하나 고민이 좀…….”
“빨리!”
“넵! 이번에 S급 헌터가 된 강수호가 마독을 모두 빨아들였습니다!”
“뭐, 뭐?!”
머뭇거리는 부하가 답답해 소리를 지르자 말도 안 되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상상도 하지 못한 대답.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말했지 않습니까? 저도 믿기지 않는다고요.”
“…….”
거짓말이 아니었다. 입구 앞에 존재하던 마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다는 건…….”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3분 전부터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모두 전투 준비!!”
“예! 전투 준비!”
위험한 상황이란 거다.
당장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마인은 대략 열 명.
아마 지금쯤이면 안에 진입했을 거다.
“꽤나 빨리 눈치챘네?”
“칫. 조구현.”
그의 예상대로 이미 조구현이 내부에 진입해 있었다.
마독이 사라진 덕에 마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그 엿 같은 마독 때문에 마나가 꼬여 텔레포트도 사용하지 못해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위험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는다면 인질들을 죽이…….”
따악.
“그건 안 되지.”
인질의 생존을 위해서.
은행을 들어가지 못한 이유엔 마독도 있었지만, 인질도 있었으니까.
“으하하! 한국 마법사의 빛이라 할 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녔군.”
“……마인한테 칭찬을 듣는 건 역겹군.”
그들을 방해하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너희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일하고 있잖아? 그 값은 제대로 치러야겠어.”
잔뜩 화가 난 조구현이 양손 가득 마나를 모아 마법을 캐스팅하려던 그때.
“그거 하나는 알아줬으면 좋겠군.”
긴팔을 접으며 앞으로 나서는 마인.
처음에는 무시하고 마법이나 캐스팅하려 했지만.
“내가 마법사랑은 천적이라서 말이지.”
“그게 무슨……?!”
마인의 두 손에 다른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블랙홀처럼 빨려가는 마나.
착각한 거라 생각했지만.
“흐흐흐.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한테 덤비는 마법사 대부분이 죽었다고.”
“…….”
양손에 담긴 마나가 전부 사라졌다. 마인의 두 손에 의해.
쾅!!
“이번에는 또 뭐야?”
당황하는 조구현을 뒤로 문이 강하게 열린다.
자욱한 먼지와 함께 누군가 은행 안으로 들어온다.
‘최용두인 건가?’
이번에 같이 온 길드 마스터 세 명인 이구호나 최용두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대비를 다 해 놓은 상황.
시간을 벌고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생각했지만.
“후우, 힘들다.”
“음?”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예상외의 남자가 은행 안으로 들어왔다.
“네가 왜…….”
“빨리하고 가자. 이구호 님이 초밥 사주신다고 했거든.”
“…….”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검을 드는 한 남자. 예상과 다르게 그의 앞에는 강수호가 서 있었다.
‘예상과는 다르긴 하지만…….’
계획이 일그러졌다.
거의 다 캐내긴 했지만, 잘못하면 실패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오히려 그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의외로 쉽겠네.’
이제 S급 헌터가 된 강수호. 철저히 준비한 그들보다 처리하기 쉬울 테니까.
“주인님, 저 새끼 웃는데요?”
“내버려 둬, 자기가 이기는 상상이라도 하나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