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106. 검이 좀 강합니다(1)
“빨리 와!”
“금방 갈 테니까 먼저 가 있어!”
시간은 충분했다. 아직 사태가 일어난 건 아니었으니까.
빠르게 몸을 놀려 한강으로 향했다.
“이쯤에 떨어트린 것 같았는데.”
오늘 그 검을 사용하기로 했다. 새로 산 장비를 사용하지도 않고 한강 물에 버려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으니까.
“흐아아아앙!”
“찾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울음소리가 들린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염력.”
염력을 사용하여 검을 위로 올렸다.
“어, 어?! 드디어 나왔…….”
“반갑다.”
“…….”
물론 자신의 힘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강수호가 끌어 올려 주어 강에서 나올 수 있던 것뿐.
“하하, 안녕하세요?”
“반갑긴 한데, 지금은 좀 바빠서. 용서해 줄 테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정말입니까?”
그의 행동을 용서하기로 했다. 크게 짜증 나는 것도 없었고.
검을 들고 곧장 일이 일어난 장소로 달렸다.
“검집에 들어가 있어. 부르면 나오고.”
“네!!”
우렁차게 대답하는 코코를 검집에 넣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쯤인데.’
매일 하던 달리기여서 그런지 이제는 익숙했다.
몇 분 정도 달리자 도착한 곳.
‘말이 아니네.’
이미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고.
“다 꺼져! 이 자식 죽기 싫으면!”
“사, 살려주세요!!”
“이런 제기랄.”
은행에 진을 친 헌터들. 평범한 은행 강도라면 쉽게 잡을 수 있을 테지만…….
“잠시만 대화…….”
“꺼져!!”
푸화화!
평범한 은행 강도가 아니었다.
헌터들은 괴성과 함께 쏘아지는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었다.
“내가 원하는 걸 줄 때까지 여기서 절대 안 나가!”
“…….”
그러고는 닫아 버리는 문.
헌터들이 침입해서 다 잡아 버리고 싶었지만.
“몇 명인 거야?”
“대략 열 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면, 은행 강도들이 마인이라는 겁니다.”
평범한 인간들이 아니었다. 모두 악마의 피를 마시거나, 마기를 받아들인 마인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앞에 마독까지 있어서 쉽게 다가갈 수도 없습니다.”
“들어가다가는 우리 헌터들도 다칠뿐더러, 인질들도…….”
모두가 위험했다.
이렇게 된다면 시간을 가지고 생각할 수밖에.
‘음? 마독?’
이구호와 신하림이 말하는 걸 듣고 입구를 쳐다봤다.
입구 근처에 잔뜩 깔린 마독. 헌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
‘마독은 어떠한 치명적인 독과 비교되지 않으니까.’
치료제도 통하지 않는다. 엘릭서도 치료 불가능한 것이 마독이다.
하지만 강수호는 저 검은 마독이 뭔가 익숙한 느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저번에 마독을 봐서 그런 게 아니었다.
“어? 수호야, 언제 왔어? 저기 다 모였는데 같이…….”
“서현아, 잠시만. 나 스승님들한테 좀 갔다 올게!”
“어, 어?!”
그들을 보는 건 잠시 미뤄 두기로 했다. 생각나는 그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슈아아악.
파란빛이 터지며 마을에 도착했다.
“오오! 벌써 왔어?”
차원 이동하자 보이는 포런. 그는 실험실에서 여러 독을 다루고 있었다.
몇만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실험할 게 남아 있다니.
‘대단하네.’
감탄을 뒤로하고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벌써 독 내성…….”
“독 내성은 나중에요. 독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독의 종류!!”
“아, 네…….”
어찌 더 밝아진 표정이었다.
진한 다크 서클이 올라와 있어 무서웠지만, 이건 익숙하다.
“어떤 독 말하는 거니?”
“마독이요.”
“마독?”
자신이 구현해 내지 못한 독이 아니었다. 의외의 독에 신기한 것뿐.
“오호, 마독이라.”
“아직 구현하기 힘든 독인가요?”
“아니, 그 독은 이미 몇천 년 전에 구현했는데?”
“예?”
이미 마독은 만들어졌다.
“저거잖아.”
“…….”
그가 가리킨 플라스크 병에는 초록색과 다른 검붉은 독이 들어 있었다.
“어? 그런데…….”
한창 마독을 살펴보던 강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보았던 독 같았으니까.
“맞아, 어제 최하급 내성 가지고 그다음에 내가 부었던 독이 바로 저 독이야.”
“…….”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점이 있다면.
“저게 하급 독이라고요?”
“음? 어,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나한테는 하급,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거든.”
“…….”
마독이 하급 독이라니.
그 위의 것들은 얼마나 독할지 궁금할 정도다.
이제야 기억할 수 있었다. 상급 독 한 방울이 떨어지고 미친 듯이 아팠으니까.
“그러면 지금 하급 독 내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일단 지금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최하급 독 내성을 얻었으나, 하급 독 내성은 얻지 못했다. 마독이 워낙 강한 독성을 지닌 터였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잠시만.”
“넵.”
포런이 실험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10분 있다가 누군가와 함께 다시 실험실로 들어왔다.
“나는 왜 부른 겁니까?”
“일이 다 있으니까 불렀지~ 제자 강하게 키우려고 그러는 거니까 봉사한다고 생각해~”
“…….”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서현을 직접 치료해 준 이.
“오랜만이구나.”
“테, 테일런 님?”
대사제 테일런. 그가 직접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뭔 상황인가 싶었다.
‘대사제가 여기를 왜 온 거지?’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마독은 워낙 독해서 오래 맞고 있으면 바로 죽거든.”
“…….”
“그래서 내가 왔지.”
제자를 죽이지 않기 위해 테일런을 불렀다. 마독에 계속 노출되어 있어도 죽지 않기 위해서.
“흐흐. 일단, 테일런.”
“음?”
“우리 제자를 꽉 잡아야지.”
“오케이.”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스승님 둘이 강수호의 몸을 잡고 밧줄로 묶기 시작했다.
강수호의 몸이 워낙 강해졌기에 제작 계열 스승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했지만…….
“힘이 무슨……?”
“치료하고, 생산직이라 해서 약한 법은 아니지.”
웹소설에 보면 있지 않은가? 힐도 하면서 검도 사용하고 마법도 사용하는 놈.
마법은 모르겠지만, 테일런의 힘은 S급 헌터는 기본적으로 뛰어넘는다.
“다 묶었다.”
“저기, 살살 좀 부탁합니다…….”
하급 독 내성을 얻고 싶었으나.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니야?’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독에 감염되어 죽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 불길한 표정 짓지 마. 숨이 끊어져 있어도 심장은 몇 분 동안 뛰거든? 그때도 살릴 수 있으니까.”
“…….”
마독을 든 포런. 양손에 힐을 준비하는 테일런이 포런이 붓는 타이밍에 맞춰.
“들어갑니다~”
“힐!”
힐을 시전했다.
* * *
“강수호는 언제 오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스승님 만나러 간다면서…….”
양유혁이 짜증 내며 물었다.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강수호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어차피 강수호라도 마독은 못 뚫고 갈 테니까.”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에 뿌려진 마독은 다가가지 못할 테니까.
“안 오든 오든 별 상관은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있으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몰라, 난 쉬고 있을래.”
어제 일 때문에 피곤했는지 눈을 감았다.
최서현과 강수호는 길드에 있었지만, 양유혁은 달랐다.
‘왜 꼭 나냐고.’
마석을 잘 알기 때문에 오픈형 던전을 클리어하라는 임무가 주어진 것.
좀 힘들긴 했지만, 어찌어찌 클리어하여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나 잠 좀 잘게. 강수호 오면 깨워 주고. 비행기에서도 제대로 잠을 못 자서.”
“……그래.”
여기서 신입 헌터들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이 상황에 익숙한 베테랑 헌터들이 많았으니까.
“얘들아, 좀 도와줄래?”
“음? 이종식 님?”
쉬고 있던 그때, 천을 걷고 들어오는 이종식. 그가 밖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계시면 위험하시거든요. 그래서 통제 좀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할 것도 없고.”
이번 일은 그들이 나설 거 없었다. 사람들 통제만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다. 패왕 길드원을 모두 부른 이유도 처음에 마인들 때문에 그럴 터.
몇몇 헌터들은 길드로 다시 향했다.
“수호 오면 말 좀 해 줘. 아니면 메시지라도 좀 넣어주든가.”
“응응.”
양유혁은 간단한 대답과 함께 눈을 감았다.
최서현은 구경꾼들을 통제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고.
“이제 제대로 된 잠 좀…….”
이제 막 양유혁도 잠을 청하려 했다. 쉬는 시간 없이 헌터 일을 하려니 너무 피곤했으니까.
눈을 감고 잠이 빠지려던 그때.
슈아악!
“음? 왔냐?”
“…….”
파란빛을 내뿜으며 강수호가 도착했다.
텔레포트 모습을 본 적 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벌써 왔냐?”
“…….”
“야, 왜 말이 없어?”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강수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거다.
“이놈, 왜 이러는 거야? 스승님들이 고문이라도 했냐?”
혹시 몰라 물었다. 얼굴만 보면 정말 고문을 당한 것 같았으니까.
“아, 아파…….”
“몸 상태가 왜 이래?”
양유혁의 예상대로 강수호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
“으, 이게 뭔 냄새야?”
더군다나 양유혁조차 인상을 찡그릴 정도의 악취가 코끝을 찌르고 있었다. 며칠 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지독한 냄새.
“몇 시간 사이에 뭘 하고 온 거냐?”
“……나도 모르겠다. 내가 도대체 뭘 한 건지.”
“…….”
강수호는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버틸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면 사람이 정신이 나간다고 한다. 지금이 딱 그런 기분이었다.
‘온몸이 쑤시네.’
몸 전체가 지끈거린다. 하급 독 내성을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이번 스승님은 잘못 골라도 한참이나 잘못 골랐다. 어떤 미친 스승이 제자에게 독을 뿌리고, 마시고 다시 치료를 시켜주나.
‘이게 병 주고 약 주고네…….’
이 말보다 맞는 말은 없을 거다.
그 병이란 게 말도 안 되게 아프고 약이 미치도록 달긴 하지만.
-하급 독 내성을 획득했습니다.
“얻을 건 얻었으니까 다행이네.”
“괜찮냐?”
“응.”
간단한 대답과 함께 그곳을 나왔다.
‘이구호 님이…….’
그러고는 곧장 그를 찾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쯤 회의를 하고 있을 거다.
“여기네.”
다른 곳과 다르게 거대한 천막이 쳐진 장소. 경비까지 있는 것 보니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만요. 지금 회의 중이시라 나중에 들어가…….”
“제게 방법이 있어서 그럽니다.”
“그래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
물론 방법이 있더라도 막무가내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난장판을 부려볼까? 아니면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까?
‘그냥 들어가지 뭐.’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존재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해결할 방법.
“실례하겠습니다.”
“아니, 잠시만요. 못 들어가신다고…….”
말을 잇기도 전에.
“음속의 발걸음.”
“……!!”
극으로 단련된 음속의 발걸음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