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102. 검을 길들이겠습니다(2)
에고 소드가 고통에 빠져 있는 사이.
“취이익. 드디어 왔군!”
“오랜만입니다.”
강수호는 차원 이동으로 고블린 부락에 들어왔다.
지금껏 고생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를 만나지 않은 지도 오래되기도 하였고.
“취이익. 얼마나 강해졌는지 기대가 되는군.”
“긴장하십시오. 지금 마법은 4서클 정도에 도달했으니까.”
“취이익. 오호, 벌써 그 정도까지?”
마법은 벌써 4서클에 도달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성장. 이 모든 것이 스승님들 덕분이었다.
“취이익. 빨리 싸웠으면 좋겠군. 준비는 되었나?”
“당연한 말씀을.”
자세를 갖추었다.
검을 사용해도 간부5는 뭐라 하지 않았다. 무기를 가진 건 실력이고, 그 사람의 힘이니까.
“취이익. 검까지 배웠다니. 좋다. 제대로 된 싸움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
겉으로만 봐서는 잘 만들어진 보급형 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검이지만, 검이란 누가 잡느냐에 따라 강함이 정해진다.
“제가 먼저 들어가도록 하죠.”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때와는 다른 힘. 간부5도 다름을 느낀 것인지 긴장한 티가 났다.
“취이익. 과연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까?”
달려드는 강수호에 맞춰 간부5가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취이익. 라이데인!”
한 곳에 집중적으로 벼락을 떨어트리는 마법.
마나를 이용해 구름을 만들어 내고, 달려와 도착할 자리를 예측해 벼락을 소환했다.
콰르릉!
콰르릉!
“취이익. 빠르군.”
벼락이 내려칠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다.
그 모습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라웠다.
‘취이익.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다니.’
검을 들고 보법을 밟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강수호는 벼락 한 대도 맞지 않고 간부5에게 달려든다.
“취이익. 역시 그때와는 달라졌구나!”
“혹시 마법만 사용하는 건 아니죠?”
“취이익. 흐흐. 나를 물로 보다니! 제대로 상대해 주지.”
도발에 처음으로 마법이 아닌, 육체를 사용해 공격했다.
앞으로 내질러지는 간부5의 주먹.
강수호는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깡!!
“취이익. 아프구나.”
“제대로 하셔할 겁니다.”
휘두른 검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는 간부5.
강수호가 말하는 사이, 몸에 마나를 두르고 마법을 캐스팅했다.
“취이익. 메모라이즈.”
“음?”
하지만 지금껏 보았던 마법과는 달랐다.
미리 주문을 외워두고 말 한마디로 마법을 사용했다.
“취이익. 파이어 볼, 아이스 볼, 아이스 미사일, 윈드 커터.”
약 네 개가 넘어가는 마법들이 전부 강수호에게로 향해졌다.
‘뭐가 저렇게 빨라?’
어찌나 많은지 다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음속의 발걸음.”
스피드를 더욱 상승시켰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겠지만.
“기본 보법.”
다른 스킬까지 사용한다. 네 개의 마법이 몸에 닿기도 전에.
“취이익. 대단하군.”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간다.
그 모습에 간부5의 얼굴이 점점 밝게 빛나고 있었다.
‘강해지고 있군.’
강수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지금 힘으로 보아 최소 간부3까지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정령술.”
“취이익, 오호. 정령술까지?”
더군다나 여기서 정령술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하지만 아직 다 보여준 건 아니었다.
“바람의 정령.”
바람의 정령으로 속도를 더욱 증가시켰다. 마치 자신이 바람이 된 것처럼 빨라진 속도.
하지만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으로는 간부5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반용살자.”
드레이크를 죽이고 얻은 반용살자 스킬.
그것을 사용하자 눈앞에 스킬창이 떠올랐다.
‘이 중에 골라야 되는 건가?’
수없이 많은 스킬들. 모두 드레이크들이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었다.
고를 시간도 없었기에 그중에서 가장 강해 보이는 스킬 하나를 골랐다.
‘누클리어 블라스트?’
알 수 없는 스킬.
그것을 눌러 발동시키자.
위이이이잉!!
“……?!”
마나가 미친 듯이 소모되기 시작했다. 강해진 강수호조차 쉽게 견딜 수 없을 만큼 마나가 빠진다.
“취이익. 무슨 마법이…….”
간부5도 놀랐는지 빠르게 뒤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저 마법에 맞는다면 형체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것 같았으니까.
뭔가 말하기도 전에 커진 마법.
“취이익…….”
입을 쩍 벌리며 고블린 소리를 내었다.
바닥을 향해 빠르게 떨어지는 구의 마법은…….
쿠르르릉!
쾅!!
동굴 전체를 무너트리는 데 충분했다.
* * *
“쿨럭! 쿨럭!”
입 안에 들어온 먼지를 뱉어내며 정신을 차렸다.
동굴 전체가 무너졌다.
“아야…….”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취이익. 방금 어떻게 그런 마법을 사용한 거지?”
“음? 고블린?”
그때 마침 나타난 고블린 간부5.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어차피 죽지 않는 이들이다.
“아, 제 스킬이에요. 그런데 엄청 세네요…….”
의외의 성능에 놀랐다.
드레이크가 드래곤보다 약하다는 건 알았으나.
‘드래곤보다 약한 거였어.’
드래곤보다 약한 거지, 자신보다 약한 건 절대 아니었다.
“취이익, 더럽게 아프군.”
“그런데 괜찮으세요?”
“취이익. 몸이라면 괜찮…….”
“아니, 집이요.”
“취이익. 아, 아하…….”
몸이 다친 게 문제가 아니었다. 죽은 상태이기에 몸은 언제든지 치료할 수 있다.
지금 문제는 무너진 동굴. 그들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취이익. 괜찮아. 여기 오래 살아서 이제 이사나 갈까 생각했거든.”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오랜 시간 살아 왔던 터전을 한순간에 부숴 버렸다.
“취이익. 정말 괜찮아. 족장님이 조금 화난 것 같지만.”
“…….”
화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편히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굴이 무너졌으니.
“취이익. 네가 동굴을 무너트린 것이냐?”
“아, 아, 네.”
그때 마침 나타난 덩치 큰 고블린. 지금껏 봐온 어떤 고블린들보다 거대한 덩치를 가졌다.
‘오크 같네.’
겉으로만 봐서는 오크 같았다. 그것도 헬스와 마법을 미치도록 한 오크.
“취이익.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우리 집을 이 정도로 만들었는지…….”
“하, 하하. 죄송합니다.”
“취이익. 몇 명 빼고는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
다행히도 족장은 쿨하게 넘어갔다.
“취이익. 어차피 동굴도 많이 낡아서 드래곤 레어 근처로 옮길 예정이었거든.”
“오! 잘됐네요!”
“취이익.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의 잘못을 넘기진 않을 거다. 뉴비.”
“…….”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 지금껏 봐 왔던 고블린과는 격이 다른 기세를 뿜어댔다.
‘역시 족장이라는 건가…….’
한 부족의 왕은 역시나 다르다. 저 정도의 위압감을 표출해 내다니.
“취이익. 우리를 도와줬으면 하는데?”
“당연하죠! 당연히 도와 드려야지요!”
난장판을 만들었으니 도와야 하는 법. 그 정도쯤이야 쉽게 할 수 있었다.
작은 문제가 있다면…….
“취이익. 이걸 다 옮겨 주게나.”
“…….”
옮겨야 할 양이 많든 적든 크게 상관없었다. 그 무게가 문제지.
“취이익. 인벤토리에 넣고 가면 되겠지?”
“……아마도요.”
살짝 들어봤는데 안 들린다.
인벤토리에 넣으려고 시도도 해 봤지만, 무용지물.
‘고생 좀 하겠네.’
잔뜩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근육통 좀 생기겠다고.
* * *
“피곤해…….”
파란빛을 내뿜으며 도착한 방.
오랜만에 근육통을 느껴 도착하자마자 씻고 침대에 누웠다.
“그래도 일단은…….”
눈을 감으려던 강수호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해 당장에라도 자고 싶었지만.
“오늘도 가야겠지.”
에고 소드의 상태를 보러 가야 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반쯤 정신이 나가 있으리라.
근육통을 풀기 위해 한강까지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한강.
에고 소드를 떨어트린 자리에서 그를 불렀다.
“야.”
“드, 드디어 왔군요. 제발 여기서 절 꺼내주십시오!”
신을 영접한 것 같은 목소리. 애처로운 목소리가 흐느끼면서 들려온다.
대략 5일은 갇혀 있었으니,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 갔다.
“염력.”
염력을 통해 안에 있던 에고 소드를 꺼내 주었다.
어느 정도 반성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 감사합니다! 흐흑!”
“그렇다고 진짜 울진 말고.”
에고 소드 전체가 거칠게 진동한다.
정말 무서웠긴 한가 보다.
“그러니까 처음 만날 때 그런 말은 왜 했냐?”
“너, 너무 재능도 없고 약골……. 아, 아니! 그게 아닙니다! 저에게는 너무 과분하여서.”
“…….”
이번에는 바다에 던질 뻔했다. 맞는 말인데도 인정하기 싫었으니까.
“흠흠. 하여튼 벌은 적당히 받았으니까 그만 울어. 이상한 짓 하지 않는 이상 벌은 안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대충 안정이 되자 근처 벤치에 앉아 잡담을 나눈다.
“동굴 안에 있었다고?”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서 살 만은 했습니다.”
광물끼리는 말을 할 수 있단다. 평범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클론 스승님이 아는 것처럼.
“심심하지는 않았겠네.”
“그렇죠! 그것보다…….”
“음? 왜?”
망설이는 모습에 의문을 표했다.
뭘 말하려고 이렇게까지 망설이는지.
“별거 아니긴 합니다. 저한테 평생 에고 소드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 이름 지어 달라고?”
“……네.”
평생 에고 소드라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이름을 지어 달란 말이다.
‘나야 좋지.’
나중에 또 지성을 지닌 장비가 나타나면 복잡해지기만 할 거다.
‘이름이라…….’
이름은 세상에 넘쳐났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어야 한다.
나중에 이 사태가 다 끝나면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지낼 거다. 아이가 쉽게 부르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어야겠다.
‘되도록 친근한 이름으로 지어야 해. 그래야 외우기도 쉽고 친하게 지낼 수도 있지.’
생각하는 동상처럼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뭐가 좋을까.’
뽀삐처럼 그런 친근한 이름. 부르면 누구나 알 법한 이름으로 지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름을 벌써 지으신 겁니까?”
에고 소드는 기대가 가득했다. 어떤 이름을 받게 될까 하고.
하지만 그 기대가 먼지처럼 사라질 일은 얼마 남지 않았다.
“코코 어떠냐?”
“코코 저는 좋습……. 예?”
“별로야?”
“…….”
보통 강아지 이름으로도 많이 쓰이는 코코. 많은 이름 중에 그런 개 이름을 에고 소드한테 쓰다니.
‘자, 장난치시는 건가?’
처음에는 장난이라 생각했다. 세상에는 멋진 이름이 많았으니까.
‘예를 들면 엑소사이즈 소드라고 하든가…….’
명검에 어울리는 멋진 이름은 널리고 널렸다. 그런 이름 중에 고작 ‘코코’라니.
“제,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무슨 소리야? 코코야.”
“…….”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귀는 없었지만, 자신이 코코라는 건 정확히 들었다.
‘아아아악!!’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외쳤다. 뭔가 잘못됐다.
‘애초에 약골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름이 코코라니. 그럴 수는 없다 생각했지만…….
“뭐라고?”
“…….”
코코의 속마음까지 강수호에게 들린다.
“방금 계약해서 다 들리는데.”
“그, 그게 아니라…….”
방금 에고 소드 몰래 클론 스승님께서 주신 계약서에 계약까지 마친 상황. 속마음이 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벌을 좀 더 받아야겠네.”
“그게 아니라……!”
다시 강에 넣어 버렸다. 어차피 지금은 크게 쓸 일도 없어서 나중에 가지러 와도 된다.
“오늘 스승님도 다시 정해야 하고, 애들 밥도 챙겨 줘야 하네.”
용용이의 밥을 챙겨 주기 위해 곧장 패왕 길드 기숙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