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98. 낚시(3)
“긴장돼서 죽는 줄 알았네.”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데 탈모약은 스승님이 만든 거야?”
“응. 연금술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직접 개발하신 거야. 효과 테스트도 해서 부작용도 없어.”
펜트하우스를 나오니 벌써 밖은 어두웠다.
탈모약은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나누고.
“먼저 들어가. 아빠랑 이야기 좀 할게.”
“어, 빨리 와. 안 자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강수호가 먼저 리무진을 타고 기숙사로 향했다.
이야기할 게 아직 남았나 보다.
부르릉.
강수호가 먼저 떠나고.
“흠흠.”
“아빠!”
헛기침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아직 다듬지 않은 풍성한 머리를 가진 그가 뒤에 있었다.
* * *
“으아!”
기지개를 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며칠 훈련도 하고 연애도 하느라 잠을 못 자서 몸이 피곤했다.
‘이 몸도 피곤은 하구나.’
하긴, 하루에 3시간밖에 자지 않았으니.
대충 스트레칭 하며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강수호]
레벨 : Lv. 84
체력 – 264 민첩 – 244 힘 – 265 마나 – 247 감각 – 252 친화력 - 100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MAX], [절대정신 방벽(S급) : Lv. MAX]…… 등.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체력 스탯 1 획득했습니다.
-힘 스탯 1 획득했습니다.
3시간밖에 안 잔 거치고는 큰 소득은 없었다. 아마 오리하르콘 캐고 망치만 잡아서 그런 듯하다.
충분한 숙면을 위해 비행기에서 잠을 청하자.
“비행기는 역시 잠이 잘 온다니까.”
깨어나 보니 벌써 뉴욕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두 번째로 와 봤기에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나가지는 않았다.
“어디로 가면 돼요?”
“나 따라오면 돼. 어린아이들처럼 놓치지 말고.”
이번에 같이 온 신하림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나타난 던전이 오픈형 던전이야. 던전 등급도 높지 않아 쉽게 갈 수 있지.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굳이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너희와 같은 나이대의 헌터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거지.”
“예?”
농담 따먹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19살의 나이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라고? 그런 거라면 다른 헌터들도 많지 않나?
“B급 이상 던전이야. 전 세계를 뒤져봐도 클리어할 수 있는 게 너희밖에 없거든. 그리고…….”
신하림 표정을 보니 뭔가 불안했다. 아직 알려 주지 않은 게 있다는 듯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sky 길드, 이수현도 오거든.”
“…….”
양유혁과 강수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명의 인재라도 더 온다면 던전은 빨리 클리어될 테니까. 하지만 최서현은 아닌 듯하다.
‘그 X이…….’
그들이 보이지 않게 인상을 찌푸렸다. 여우처럼 꼬리 치는 그녀가 싫었으니까.
‘보물인가 뭔가 하는 건 아닌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시스템 관리자가 말한 던전은 아닌 모양이다.
‘아쉽네.’
생각이 끝나자 이미 신하림의 설명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하는 기간이 대략 이틀이야. 아무리 너희라도 쉽게 클리어하지 못할 거니까.”
“그럼, 오늘은 바로 숙소로 가는 거예요?”
“아니, 오픈형 던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와야지. 잠시 탐험도 해 보고.”
“아하.”
세계 최초로 나타난 오픈형 던전. 더군다나 그들은 아직 베테랑이 아니기에 무조건 들어가 봐야 한다.
“위험한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야기가 끝나자 오픈형 던전에 도착했다.
“잠시 멈추십시오. 여기는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입니다. 다른 곳으로 돌아가…….”
“접니다, 마커스.”
“음?”
마커스가 신하림을 발견하고 놀란 눈치를 보였다.
“자네 길드에서 데리고 온다고 했지? 잠시 깜빡하고 있었네.”
“괜찮습니다. 까먹을 수도 있죠.”
대충 안부 인사하자 신하림이 밴에 탄 그들을 불렀다. 그리고 막아 놓은 던전을 확인시켜 주었다.
“여기가 오픈형 던전. 나도 처음 봐서 신기하긴 하네. 꼭 도시가 던전이 된 것 같구나.”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른 세계관 하나가 도시로 옮겨진 듯한 풍경.
“여기가 오픈형 던전이구나.”
“진짜 예쁘네.”
겉으로 보기에는 예쁘고 아름다웠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정도로.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취이익.”
“오크?”
사냥하고 어디론가 돌아가는 한 오크.
바깥에서는 그들이 보이지 않았는지 목적지로 향하고 있던 그때.
“끼에에엑!”
“취이익?!”
익룡이 오크에게 다가가 거대한 부리로 머리를 꿰뚫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잔인한지 미소 지었던 입꼬리가 바로 내려갔다.
“뭐, 던전이니까 그렇죠. 오픈형 던전은 신기하게도 포식자라는 게 존재하더라고요.”
“…….”
“하하하.”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다들 헌터라는 걸 증명하듯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려운 몬스터도 없는 것 같으니 힘들지는 않을 것 같네요.”
난이도 높은 몬스터는 없었다. 있어도 날아다니는 익룡 몇 마리. 안에 들어가 봐도 오우거가 전부일 터.
“그래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몬스터도 있으니 조심해서 탐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sky 길드는 아직 안 왔나요?”
“아, 그러고 보니 아직 sky 길드는 오지 않은 것 같군요. 오실 때까지 근처 벤치에 앉아 잠시 기다리시겠습니까?”
“넵.”
기다림쯤이야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곧 있으면 올 것도 같고.
“저희는 따로 카페 가서 이야기 나누고 있을게요.”
“아, 넵. 오시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는 마일런과 다르게 후배 헌터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 모습에 같은 헌터가 맞냐고 물어볼 정도로 의문이 들었다.
“근처에 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오자.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강수호가 먼저 서문을 열자 커피 한 잔을 위해 카페로 향했다.
오늘은 간단하게 탐사만 할 것이니 너무 빡빡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 * *
“네가 왜 여기 있어?”
“전달 못 받았어? 나 분명히 여기 온다고 했었는데.”
“…….”
카페에 들어오자 이수현과 마주쳤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아무도 없잖아?”
“…….”
식당 주변에 손님이라고는 그녀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수상해…….”
최서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수현을 봤지만.
“수호야! 왔어?”
“어…….”
무시하고 그에게 집중한다.
“에라이, 더러운 세상.”
혼자 남은 양유혁. 한숨을 내쉬며 대충 아메리카노를 시켜 자리에 앉는다.
싸움 구경도 재밌긴 하다.
‘사랑싸움이 개꿀잼이지.’
사랑싸움보다 재밌는 건 없을 거다.
의자에 앉아 시킨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자.
“그거 놓지?”
“어머, 지금 질투하는 거니? 나는 그냥 만나서 기쁠 뿐인데?”
“장난쳐?”
“장난? 친구끼리 장난 좀 칠 수 있긴 하지.”
“…….”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
지금 당장에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 같아 강수호가 나섰다.
“일단 다들 진정해. 너는 좀 떨어지고. 친구 사이라도 이건 불편해.”
“……알겠어.”
눈빛은 여전했지만, 싸움은 한 차례 소등되었다.
“이수현도 있고 마침 잘됐네. 던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좋아. 난 찬성.”
“아쉽네. 더 싸우지.”
양유혁의 말을 무시하며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픈형 던전에 대해서 아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
강수호의 질문에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세계 최초로 처음 나타난 오픈형 던전.
‘시스템 관리자가 말한 보물일까?’
보물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것도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져 있을 거라 예상했다.
‘아닐 수도 있고.’
헛걸음할 수도 있겠지만.
‘다 경험이라 생각하자고.’
해서 안 좋은 일은 세상에 없다.
모든 일에는 가르침이 있게 마련이니까.
“일단 오픈형 던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것 같으니까……. 들은 정보는 있어?”
“다양한 몬스터가 산다고 했던 것 같아.”
“그다음은?”
“흠……. 들은 건 그것밖에 없어.”
이수현의 답에 고개를 저었다. 이미 들은 정보였으니까.
“다른 사람은?”
“…….”
“없네.”
침묵으로 답했다.
오픈형 던전. 정보가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러면 일단 가 보자. 던전 정보도 없이 움직이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아무 정보도 없을 때는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오늘은 잠시 둘러보기만 하는 거니까.
카페를 나와 곧장 오픈형 던전으로 향했다.
“저희 왔어요.”
“아직 sky 길드가…… 음? 왔네?”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반가워하며 그들을 오픈형 던전으로 보냈다.
“위험한 게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달려오고.”
“넵.”
걱정이 가득한 마커스.
던전을 막고 있는 결계를 빠져나가자 풀 내음이 진동한다.
‘피 냄새 같은 건 안 나네.’
독한 혈향은 나지 않는다.
꼭 숲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감각을 최대로 올려야겠네.’
감각을 최대로 올려 주변을 살폈다.
그들을 노리는 E급 몬스터 몇 마리와 날아다니는 몬스터.
‘특이한 건 없는데…….’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었다. 던전이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것과 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것 말고는.
“일단 몬스터부터 정리하고 생각하자.”
“오케이.”
“다들 보이지?”
“그럼! 내가 먼저 갈게!”
“내가 먼저!”
몬스터부터 정리하고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빠르게 몸을 움직여 몬스터를 죽이기 시작했다.
“너무 쉬운데…….”
방망이를 휘두르는 오크.
느려터진 공격에 답답할 지경이다.
고개를 숙여 피하는 것과 동시에 힘 조절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쾅!!
“이 정도밖에?”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나면서 쓰러지는 오크.
“키에에엑!”
“느려.”
하늘을 나는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하강하는 몬스터의 입을 잡았다.
“키, 키에?”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콰직!
“키에에에!”
강한 악력으로 인해 순식간에 박살 난다.
쉬워도 너무 쉬웠다. 오픈형 던전치고는.
‘B급인 걸로 알고 있는데?’
최소 B급 던전. 그런 던전이 너무 쉬우니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의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B급 던전이라 말할 만한 몬스터가 나타났으니까.
“크롸롸롸!”
“오우거?”
울음소리가 꼭 오우거였다. 아니, 오우거가 확실했다.
나머지 잡몹들을 죽이고 진형을 갖췄다.
“서현아, 너도 뒤로 빠져 있어. 오우거면 너 혼자 탱킹 안 돼.”
“응.”
그녀를 뒤로 두고 강수호가 앞으로 뛰어나갔다. ‘음속의 발걸음’, ‘정령술’, ‘기본 보법’을 통해 스피드를 올리고.
“찾았다.”
“크롸롸롸!”
울음소리를 내뱉는 오우거를 찾을 수 있었다.
“어? 그런데 뭔가…….”
하지만 생각하던 것과 다른 오우거. 다리 빼고는 모든 것이 세 개인 오우거가 눈앞에 있었다.
“우욱.”
“뭐야?”
“너는 언제 왔냐?”
오우거 냄새에 헛구역질을 반복하자 양유혁이 도착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외의 답변을 늘어놓았다.
“마(魔)석이 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