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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96화 (96/225)

제96화

96. 낚시(1)

“우욱…….”

“으으, 속이 안 좋아요.”

“점차 익숙해질 거야.”

어느새 도착한 던전.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죽을 것 같았다.

몇 분간 속을 진정시키며 던전을 살폈다.

“상태창.”

[던전]

이름 : 붉은빛의 던전

등급 : C급

내용 : ???

던전 브레이크 : 1시간

말하자 떠오르는 상태창.

던전의 상태창은 지금까지 보던 것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다.

“내용이 왜 없지?”

내용도 없을뿐더러, 던전 브레이크가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적어도 C급 이상 던전부터는 하루라는 시간 동안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짐작이 가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또 마인 던전이네.”

“마인 던전이요?”

“그래, 요즘 들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계속 나타나는 마기를 품은 던전이거든.”

“…….”

마기를 품은 던전이란 말에 양유혁을 쳐다봤다.

전혀 모른다는 표정.

양유혁은 아니었다.

마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몰래, 은밀하게.

예전에도 한 번씩 이런 일이 있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

“언제부터 이런 던전이 나타났어요?”

“요 근래? 아마 한 달 전부터였을 거야. 요즘에는 더 빠르게 나타나거든.”

뉴욕에 갔을 때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일단 던전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빨리 클리어하고 가는 게 좋겠지. 들어가자.”

일단 던전부터 클리어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무기를 대충 챙긴 그들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들어갔다.

* * *

피와 살갗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고 던전을 클리어해야 할 정도다.

몬스터와 질이 다른 더러운 피 냄새에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마인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

“별놈들이 다 있네.”

털썩 쓰러진 헌터들이 짜증 내며 말했다.

던전에 마인이 나타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몬스터도 마기에 잔뜩 감염되어서 죽이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넌 왜 이리 괜찮냐?”

“아, 의외로 쉬워서요.”

“그 정도야? 힘들어 죽겠던데.”

“서현아, 그렇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난 조금?”

하지만 강수호만큼은 아니었다.

강수호는 황금 사과를 먹으며 별거 아닌 듯 말했다.

잘난 척이 아니었다. 정말 힘들지 않았다. 스승님과 훈련하는 게 몇 배는 힘들 터.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일단 잠시 쉬자고. 던전도 클리어됐으니까.”

던전도 마침 클리어되었다.

잠시 쉬기 위해 던전을 나가 패왕 길드로 향한다.

“넌 점점 괴물이 되는 것 같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던데?”

양유혁의 칭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왜 칭찬하냐? 어색하게.”

기숙사로 들어왔다.

피를 뒤집었으니 한바탕 씻고 난 후에.

“차원 이동.”

차원 이동을 사용해 클론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 * *

“후욱! 후욱!”

“안녕하세요!”

“음? 늦었군.”

“할 일이 너무 많아서요.”

도착하자마자 볼 수 있는 건 망치를 두드리는 클론이었다.

땀도 흐르지 않고 망치질을 하는 것 보니 강수호가 가고 난 후에도 계속 휘둘렀음이 분명했다.

“스승님, 여기 물 좀 드시고 쉬세요. 그러다 과로사로 먼저 쓰러지겠습니다?”

“오늘은 쉬어줘야겠구나. 마침 제자도 왔으니.”

클론이 망치를 놓으며 강수호가 준 물을 들이켰다.

그사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해 보자.

‘아직도 두드리고 있네?’

무기가 만들어지려면 한참 먼 것 같았다. 아직도 검날을 두드리며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냥 대충 만드셔도 되는데…….”

“씁! 대충이라니. 대장장이에게 대충이란 없다. 모든 일에 정성을 쏟아부어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놔야 진정한 대장장이지.”

그에게 대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삶을 갈아 넣어 만든다.

“그리고 매번 하는 일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리고 오늘은 곡괭이질을 배우도록 하겠다.”

다 쉬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곡괭이 하나를 던져 주었다.

그때 들고 갔었던 곡괭이.

오늘은 희귀 광물을 채취할 게 분명했다.

“일단 동굴로 이동하도록 하지.”

거대한 로봇을 통해 곧장 동굴로 향했다.

그사이에 고블린들과도 만날 수 있었는데.

“아, 맞다.”

“우리 간부님과는 언제 싸울 거지? 이제 충분히 강해졌다 생각하는데.”

요새 너무 바쁜지라 잠시 까먹고 있었다.

고블린 간부5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시간 내서 들를게! 나 엄청 강해졌거든!”

“말만 하지 말고 빨리 오기나 해라. 간부5 님이 심심해하신다!”

“알겠어!”

대답을 간단히 하고 동굴 근처로 향했다.

“캐보도록.”

동굴 옆에 자리한 오리하르콘.

처음 왔을 때는 실패할 게 뻔했지만.

“으합!”

지금은 다르다.

강수호가 곡괭이로 오리하르콘을 내려쳤다.

* * *

“근육통이…….”

파란빛을 내뿜으며 나타나는 강수호.

온몸이 전기에 지진 듯 저릿하다.

‘말도 안 되는…….’

침대에 누우며 인상을 찡그렸다.

오리하르콘 곡괭이라면 충분히 될 줄 알았다. 그때는 장비가 너무 안 좋았던 탓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내 탓이었어.’

장비 탓이 아니었다.

애초에 힘이 부족한 그의 탓이었다.

‘고작 한 번 휘두르는데 1,000밖에 안 깎일 줄이야.’

힘을 잔뜩 실었는데도 아직 그 정도다. 아니면 요령이 부족하거나.

‘한참이나 부족한 걸 알았으니까…….’

던전도 갔다 와서 그런지 몸 전체가 피곤했다.

지금 당장 잠이 들 수 있겠지만.

삐리리링!

삐리리링!

“또…….”

던전이 그의 숙면을 방해했다.

24시간, 언제 던전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돈은 잘 벌더라도 몬스터에 죽는 것보다 피곤함에 찌들어 죽을 수 있다.

“일단 일어나야겠지.”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전투 복장을 갖춰 입었다. 아마 몇 주간은 쉬지도 못할 만큼 바쁠 테니까.

방문을 열고 나가자 이미 몇몇 헌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호야, 빨리 와.”

“오케이. 이번에는 무슨 던전이래?”

“나도 아직 못 들었어. 밴에 타서 듣자.”

토벌 단은 네 명. 이종식과 양유혁, 최서현, 강수호 이렇게 정해져 있었다.

“꽉 잡아라.”

이석현의 밴에 오르자 던전에 관해 물었다.

“이번 던전은 어떻게 된 거예요?”

“던전은 아니야. 정확히 말하자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거지.”

“던전 브레이크요?”

던전 브레이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면 몰라도 한국에는 헌터 체계가 잘 잡혀 있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전에 대부분의 던전이 헌터들로 인해 클리어되니까.

“이번 던전은 좀 달라. 나타나자마자 던전 브레이크 현상을 일으켰거든.”

“…….”

나타나자마자 던전 브레이크가 되다니.

밴은 미친 듯이 달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

던전 브레이크의 풍경을 보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꺄아아악!”

“크르르르.”

몬스터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사람의 살갗과 피를 탐하며 어슬렁거리는 몬스터까지.

“끔찍하네요.”

“더 끔찍한 건 동료가 죽을 때지.”

하지만 이것이 첫 시작일 뿐이었다.

이종식은 꽤나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지옥과 같은 풍경이.

“일단 다 잡아 족치자고.”

“네.”

그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던전을 클리어할 때는 무조건 몬스터를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동료들이 덜 다치고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던전 브레이크 때는 다르다.

“크르르라랑!”

“살려주세요!”

사람을 먼저 구하는 게 우선이다.

붉은 안광을 띤 늑대가 날카로운 이빨을 빛내며 달려든다.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서운지 평범한 사람은 다리에 힘이 풀려 꼼짝도 못 한다.

스걱!

“어?”

“일어나시죠. 여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강수호는 아니었다.

‘급이 다른 강타로’ 늑대형 몬스터의 목을 깔끔하게 베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이제 막 빠져나가려던 그때.

“크……. 크왕…….”

“왜 살아 있는 거야?!”

목 없이 달려오는 몬스터.

말도 안 되는 경우다. 목이 없는데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정령술.”

지금껏 쌓아온 것들을 사용했다.

정령으로 불을 만들어 위협을 가하고.

“기본 보법.”

아힐런에게 배운 보법으로 가볍게 피해 준다.

B급 몬스터 주제 꽤나 재빨랐지만, 털끝 하나 닿지도 않았다.

피한 사이 틈을 이용해.

푸욱!

심장을 가볍게 찔러 주었다.

평범한 보검이라도 강수호가 들고 있는 검이었다. 심장이 터져 그 자리에서 즉사.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익숙한 듯 생존자를 들었다.

몬스터 토벌이 1순위가 아니었다. 던전 브레이크에서는 생존자가 살아남아야 한다.

“여기라면 안전할 겁니다. 저기 마침 힐러도 오고요.”

“감사합니다.”

안전한 곳에 그녀를 놓아주었다. 힐러들도 막 도착한 터라 생존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 사람 좀 봐주세요. 방금 구한 생존자입니다.”

“다리를 다치셨군요. 어서 치료해! 혹시 모르니까 다리는 응급처치하고 곧바로 병원에 옮기고.”

“예!”

생존자를 치료하는 그녀를 놓아두고 다시 들어갔다.

‘처참하네.’

처음 왔던 것과 다르게 생존자는 대부분 구해졌다. 그 덕분에 망가진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던전 브레이크. 그 광경은 처참했다.

“피 냄새…….”

주변에 뿌려진 짙은 혈향.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잘린 신체 부위들까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힘드네.”

마치 전쟁터에 온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

그제야 현실과 훈련은 다르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인가.”

한참을 걷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이루어진 던전까지 다가왔다. 정상적인 푸른 던전과 다르게 붉게 물든 던전.

“더 이상 몬스터는 없나?”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몬스터가 없음을 확인했다.

몬스터가 다 토벌된다면 던전은 사라진다.

-보스가 처치되었습니다.

“일단 가 볼…….”

그때 마침 떠오르는 시스템의 메시지.

보스도 클리어되었으니 이제 막 떠나려던 그때.

“음? 왜 던전이…….”

아직 강수호의 눈에는 붉은 던전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관심을 받고 싶은 아이처럼.

뭔가 싶어 사라지지 않은 던전에 손을 대자.

-1층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던전이 사라진다.

그 덕분에 마나와 마기가 가득한 던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제는 ‘1층의 시련’이 도대체 무슨 뜻이냔 것.

“일단 돌아가야겠지.”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다. 아마 동료들이 강수호를 찾고 있을 거다.

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강수호를 보고 있던 시스템의 관리자.

“드디어 시작이군요.”

한숨을 내쉬며 그를 쳐다봤다.

드디어 1층의 시련이 시작되었으니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영웅이 죽는 걸 원치 않았다.

처음에는 악마와 함께 멸망하는 걸 원했지만…….

“뭐, 알아서 하겠지요. 시련은 어려운 게 아니니까. 문제는 악마들이지.”

달리는 강수호에게 시선을 둔 그녀가 곧이어 사라졌다.

시스템 관리자인 그녀가 할 일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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