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94화 (94/225)

제94화

94. 집들이(1)

“하암~ 잘 잤다.”

“용용이도 잘 잤어!”

깊은 잠에 빠진 덕분에 피곤함 없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용용이도 잘 잤는지 기지개를 켜며 짐을 챙긴다.

“아빠, 어디가?”

“아빠의 엄마 보러.”

“진짜?!”

“그럼, 진짜지.”

그러고는 곧바로 어제 싸 두었던 케리어를 들고 밖을 나갔다. 뽀삐도 함께.

“흠흠, 나 왔다.”

“빨리 나와 계셨네요?”

“휴게소 음식이 맛있다기에…….”

스승님도 그곳에 데려다 놓기로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바빠서 분 단위의 시간을 쪼개서 사용할 정도로.

“어휴, 스승님 때문에 일단은 텔레포트 안 사용하고 버스 타고 갈게요.”

“우효!!”

그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바로 스승님과 함께 휴게소 탐방이다.

“그렇게 먹고 싶었어요?”

“그럼! TV에서 휴게소 음식이 얼마나 맛있다고 나오던지.”

예능에서 휴게소 먹방을 보더니 며칠 전부터 저 상태다.

마침 주말도 되었기에 고속버스를 타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 * *

“백만 원…….”

“정말 배부르구나. TV 말대로 휴게소 음식은 정말 맛있군!”

“…….”

저녁 7시. 늦어도 점심까지는 도착했어야 했는데……. 그보다 더 늦은 이유는 샬런의 손에 든 음식들 때문이었다.

“어떻게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지…….”

더 신기한 것은 저렇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

한숨을 내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나 왔어요.”

문을 열며 들어가자.

“수호, 왔니?”

“엄마? 거기서 뭐 해?”

마당에서 벤치프레스를 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잔근육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돌겠네.’

엄마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오오! 지금 벤치프레스 중이었습니까?”

“아, 네. 혹시 수호가 말한 스승님이니?”

“……네.”

“호호. 근육이 남다르구나.”

“…….”

헛웃음이 나왔다.

휴게소에서 들고 온 음식들을 한입에 삼키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일단 만나서 반갑습니다. 수호의 스승, 샬런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수호의 엄마입니다. 그것보다…….”

그들에게는 자기소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벤치프레스 하는 그녀를 보며 자세를 잡아 주기 시작했다.

“제가 몇만 년 동안 쇠질만 해 봐서 잘 아는데, 이 자세는 이렇게가 아닌…….”

“그렇네요! 이게 더 안정적이고 편해요!”

“…….”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러다가 엄마까지 괴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스승님! 일단 밥부터 먹죠!”

“아! 그래!”

밥이란 단어에 운동하는 걸 멈추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운동보다 중요한 것이 밥. 절대자라는 위치에 도달한 그가 하는 운동은 이제 지겨울 법도 하다.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란다!”

“…….”

“오호! 역시 수호의 어머니시군요! 통이 크십니다!”

“호호. 많이 드시고 가세요. 수호, 너도.”

“……네.”

식탁에 얹어진 거대한 냄비. 그냥 거대한 것도 아니었다. 식탁을 가득 채운 냄비 때문에 반찬은 다른 식탁에 두어야 할 정도.

“엄마. 이거 다 어떻게 먹…….”

다 먹지 못할 것이다.

많이 먹는 강수호도 그것만큼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맛있다……. 맛있어!!”

“…….”

샬런을 보자마자 그 생각이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하는 샬런.

강수호도 질세라 그에 맞춰 숟가락을 움직였다.

* * *

“배불러.”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더 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어 바닥에 엎어졌다.

“오랜만의 집밥이었군.”

“잘 드셨어요?”

“아주 맛있더구나.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어.”

“…….”

그냥 텔레포트 타고 갈 걸 그랬다.

저녁 먹는 것 때문에 버스도 놓치고 패왕 길드 차를 타고 가야 했으니까.

“하여튼, 이제 슬슬 움직여 보죠.”

통통한 배를 소화 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사는 내일이지만, 짐은 오늘 싸야 했다.

샬런도 있기에 짐 정리는 금방 끝날 터.

“건물 많은 데로 간다며? 그러면 저 황금 사과나무는 어떻게 하냐?”

“그건 고민하고 있는데, 마땅한 답이 안 나오네요.”

문제는 짐 정리가 아니었다. 이사를 하면서 놓아두고 가야 하는 황금 사과나무.

차원 이동을 사용해서 옮길 수 있다지만…….

‘다시 돌아온단 말이야…….’

황금 사과나무가 생명체 판정을 받으면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여기서 직접 키워야 한다는 건데.

‘도대체 그 아파트에서 거대한 나무를 어떻게 키우냐고.’

더군다나 황금색이다.

그냥 나무도 아파트에 들이면 눈에 띌 텐데 무려 황금 나무다.

‘무슨 방법이 없으려나…….’

황금 사과나무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 이 정도 크기라면 국가가 분명히 내놓으라고 할 테니까.

“그것만은 안 돼. 내 황금 사과나무니까 끝까지 책임져야지. 그리고 내 아들이나, 딸에게도 보여 줄 거란 말이야!”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황금 사과를 따서 먹는 일. 그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이 근처에 몰래 심어 두고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을 마친 끝에 황금 사과나무를 옮기려 하자.

“잠시만.”

“음? 왜요?”

샬런이 그를 말렸다.

뭔가 방법이 있는 듯 황금 사과나무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흠흠. 좋아. 자연인을 보니 산에도 몸에 좋고 맛있는 게 많다고 하던데.”

“……설마?”

샬런의 말에 뭘 말할지 대충 예상이 갔다.

“여기서 사는 것도 괜찮겠네.”

“진짜요? 여기는 스승님이 좋아하는 치킨이나 피자가 없는데도요?”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프랜차이즈점 하나 없는 구석진 마을. 좋아하는 걸 못 먹을 것이 분명했는데도…….

“괜찮다. 먹고 싶을 때는 걸어가서 사 오면 되니.”

“…….”

괜한 망상에 빠져 있었다.

사람을 넘어 초월적인 인간으로 변한 샬런이 달리기 시작한다면 금방 도시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큰 상관은 없겠네요?”

“그럼! 내가 여기 오면서 부산 맛집까지 알아 놓았지. 돼지국밥이 유명하다면서? 뽀얀 국물이 맛있어 보이니 당장 그곳에 가자꾸나.”

“…….”

여기에 있겠다는 이유가 있었다.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는 부산에는 먹거리와 축제는 항상 가득했으니까.

“뭐, 스승님이 좋다면야.”

마침 식비도 너무 많이 드는 참이다. 이구호가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얼마나 놀라던지.

‘어떻게 사람이 먹는 데만 1,000만 원을 쓸 수 있냐 했지.’

이제 샬런이 혼자 돈을 벌고 먹을 때가 되었다. 평생 같이 있을 수도 없고.

“던전은 못 다니는데…….”

문제는 던전을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

시스템이 벨붕으로 인해서 막아 놓았다.

“용용이도 그렇고.”

“응! 용용이 이제 던전 못 들어가!”

보디가드밖에 되지 않는다.

패왕 길드 마스터도 보디가드는 굳이 필요 없고.

‘봉사는 힘들 것 같으니까…….’

봉사해서 먹을 것은 얻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샬런이 원하는 건 얻지 못한다.

‘그러면…….’

한참 생각하고 있자.

“허허, 수호가 잘 돼서 다행이야. 가더라도 우리는 잊지 말렴.”

“어? 촌장님?”

문을 열고 마을 촌장님이 들어왔다.

숙면을 취해야 하는 이 늦은 시간에.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어차피 내일 가서 내일 작별 인사하시면 되는데.”

“허허, 오랜만에 수호가 보고 싶어서 그렇지. 그것보다 옆에 있는 사람은 뉘슈?”

마을의 촌장이 늦은 시간에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인사를 하던 도중 외국인처럼 생긴 샬런이 궁금했는지 답해 주려던 찰나.

“저분은 제 스승님……. 어?!”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르는 생각. 샬런에게도 좋고, 마을 주민들에게 좋은 생각이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자 망설임 없이 촌장님에게 물었다.

“혹시 마을에 젊은 사람 있나요?”

“흠, 젊은 사람은 없지. 헌터도 마땅히 없고.”

“그러면 제 스승님한테 부탁해도 될까요?”

“마을을?”

마침 샬런도 여기서 산다고 하니 딱 되었다. 마을을 지키기도 하면서 돈도 조금 받고 밥도 먹는.

‘좋은 것 같은데?’

그냥 좋은 것이 아니었다.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지, 몬스터를 죽이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돈 같은 건 많이 안 주셔도 돼요. 그냥 밥만 제때 챙겨 주시면 될 거 같아요.”

“정말인가?”

“그리고 웬만한 헌터들보다 강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웬만한 헌터들보다 강한 것도 아니었다. 너무 압도적으로 강해서 문제지.

“스승님, 인사하세요. 이분이 마을 촌장님이세요.”

“우리 마을을 잘 부탁합니다. 허허.”

“저야말로 밥만 제대로 차려주신다면 위험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죠.”

이보다 좋은 계약은 없을 거다. 산도 꽤나 넓기 때문에 운동도 하기 쉽고, 밥도 먹을 수 있다.

“난 먼저 들어가겠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오도록 하지.”

“네! 안녕히 주무세요!”

피곤하셨는지 먼저 떠난 촌장님.

촌장님이 떠나시자마자 황금 사과나무 곁으로 다가갔다.

“이건 여기 놓을까?”

황금 사과나무의 위치는 이곳 그대로가 좋겠지만, 들킬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몰라도 외부인이 올 수도 있으니까.

“산 구석에 놓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아무도 다니지 않은 산 구석이라면 아마 평생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 더욱 나무가 잘 자라기도 하고.

“그럼 이제 마지막 정리해 볼까요?”

“빨리 끝내도록 하지. 배도 불러 잠이 오는구나.”

시간은 벌써 밤 12시.

얼마 지나지 않아 짐 정리를 마치고 곧바로 잠을 청했다. 내일이 빨리 오길 기대하면서.

* * *

“와우…….”

서울 강남 50평대 아파트.

조선 시대에 사용할 법한 초가집이 아니었다. 깔끔한 디자인에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듯한 인테리어.

“진짜 샀네.”

평생 사지 못할 것 같던 아파트를 진짜 샀다. 물론 30억만 가지고 산 건 아니었다.

“S급 던전 클리어 보상이 짭짤하긴 하네.”

솔로로 S급 던전을 클리어해서 그런지 얻은 게 많았다. 무려 50억을 받았으니까.

“진짜 넓구나.”

“제가 여기로 이사하게 해 드린다고 말했잖아요.”

“그러게, 우리 수호 덕분이네.”

엄마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었다.

엄마의 미소를 보다가 다시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바쁘게 집을 꾸미고 있자.

띵동.

“음? 아직 짐 정리도 안 끝났는데, 누군 거지?”

누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사하는데 시끄러웠나 싶어 문을 열자.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사 오신 분인가 봐요?”

“아. 넵.”

보석들을 치렁치렁 단 아주머니를 마주칠 수 있었다.

인사를 하자 아주머니가 강수호의 몸을 두리번거린다.

아주머니의 시선을 참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참, 여기 집값도 내려갔다니까. 이런 거지가 오다니.”

“……?”

갑작스러운 시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말은 누가 들어도 명백히 갑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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