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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93화 (93/225)

제93화

93. 클론(2)

“청소는 대충 끝났고…….”

1시간 정도 지나자 청소는 대충 끝났다.

뽀삐도 배부른지 자고 있었고.

“짐까지 싸야 하네……. 원래라면 쉬려 했는데.”

원래라면 편히 쉬고 싶었다. 뉴욕에서 거의 놀다가 왔다 해도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갔다 왔으니까.

“그래도 오늘 안에 하는 게 낫겠지.”

시간은 밤 10시. 내일이 되려면 아직 2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충분히 도전 가능한 시간.

“차원 이동.”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원 이동을 사용해 동굴로 이동했다.

“음? 왔나?”

“계속 이곳에 계셨어요?”

“그래. 원래 이런 건 정성과 공을 들여 가르쳐야 한단 말씀!”

도착하자마자 클론이 먼저 보인다.

올 동안 기다려서 심심했는지 뭔가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건 뭐예요?”

“아, 이건 내가 이동했을 때도 대장간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간이 대장간이지.”

“아하…….”

“지금은 그냥 심심해서 두드리고 있어.”

간이 대장간이란 말에 꽤나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간이 대장간은 대장간의 모든 조건을 맞춰 제작해야 한다.

불 온도를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는지. 열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빼낼 수 있는지.

‘제작 길드도 하지 못하는 일이잖아…….’

이제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여기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만한 일이니까.

“흠흠, 그러면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안에 끝내서 클론 님에게 검을 받도록 하죠.”

“오호! 기대하도록 하지. 이제부터 시작하지. 2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남은 시간은 2시간 남짓.

작은 공간에 자리를 잡아 다시 노가다를 시작했다.

* * *

“씁……. 후. 그래서?”

“지금은 너무 빠릅니다. 적어도 한 달은 더 필요합니다.”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

“……넵.”

시스템 관리자가 강수호를 옮길 때와 비슷한 장소. 다른 점이 있다면 주변이 온통 붉은색이라는 것.

천마라는 작자가 무릎을 꿇고 거대한 의자에 앉은 그에게 부탁했다.

커다란 계획은 시간이 필요한 법. 그것은 1년이나 준비한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지금 키우고 계신 악마와 마인, 지금 진격한다면 계획 성공률은 고작 20%입니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습니다. 전력도 많이 잃고 본진도 인간에게 들킬 수도 있습니다.”

“흠…….”

천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잘못한다면 오히려 그들이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을 테니까.

“천마의 생각은 어떤가?”

“일단은…….”

잠시 고민하던 천마가 거대한 수정 구슬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군단의 진격을 중지시켜 주시죠.”

“흠, 좋다. 병력만 잃는 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니.”

뉴욕으로 가는 악마와 마인의 군단. 지금 가 봤자 성공하지 못한다.

인간들은 마인과 악마의 침공에 항상 준비된 상태. 1년 동안 준비했다고 해서 바로 침략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 계획이 첫 번째 계획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실패한다면 다음 계획을 이행해야 하니.”

“두 번째 계획까지 간다면 피해가 심각할 것입니다. 마왕님께서도.”

피해 없이 마무리되어야 했다. 이 지구를 지배하고 다른 행성에 가려면.

“좋다, 이만 물러가도록 하거라.”

“옙.”

이야기를 전달한 천마를 물린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였다.

“잠시만.”

“예?”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그러더니 손을 내밀어 무엇을 건넸다.

처음에는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천마, 그걸 주도록.”

“알겠습니다.”

천마의 품에서 수정 구슬이 나왔다.

아름다운 수정 구슬이 마왕의 손에 향하더니.

“이상하군…….”

“무엇이 말입니까?”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마왕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있어야 할 것이 없어 이리저리 만져보았지만.

“천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혹시 전에 수정 구슬을 떨어트렸나?”

“……한 번 떨어트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빛이 터진 적이 없나?!”

“…….”

빛이 터진 적이 없냐는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있었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

말이 끝나자 우악스럽게 멱살을 잡았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처럼.

“그 구슬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멍청한 놈. 그래, 너 때문에 아주 큰 일이 발생했어. 그놈을 밖으로 내보내다니.”

“…….”

뜻을 정확히 모르겠으나, 뭔가 잘못된 것이 확실했다.

한숨을 내쉰 마왕이 다시 천마에게 수정 구슬을 던져 주었다.

“다시는 떨어트리지 말도록. 아직은 괜찮은 것 같으니. 그때 말고는 피해도 없는 것 같고.”

“예, 알겠습니다.”

화가 풀린 듯 인상을 풀었다. 살기가 어찌나 강한지 천마조차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 보거라. 그리고…….”

가려던 그의 발목을 다시 한번 붙잡았다.

잠시 말을 멈춘 마왕이 사진 하나를 보여 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만약 이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를 만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죽이도록.”

“예? 알겠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대답.

그럼에도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을 그를 위해 살기로 했으니까.

붉은 결계 안에서 나오자 살던 집 풍경이 드러난다.

“또 달라졌군.”

이제는 익숙해진 집의 풍경.

유리창 밖에는 황토색 모래가 바람과 함께 날아다니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사막을 풍경으로 하고 있는 집.

사막처럼 그의 마음도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천마님.”

“인기척은 내보이고 다니지. 누가 보면 귀신인 줄 알겠군.”

그때 마침 그의 옆으로 다가오는 한 여자가 걱정 가득한 투로 천마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많이 아파 보이십니다. 혹시 제가 도움을…….”

“됐으니까 그만 좀 오지. 불쾌하구나.”

“……죄송합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 초절정 미인. 그러나 천마는 그녀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협회장은?”

“한국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래, 되도록 빨리 일을 처리해 줬으면 좋겠군. 그것들은 빨리 처리해야 하니까.”

오직 일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초절정 미인? 아름다운 몸매? 그에게는 그런 것 따위 필요 없었다.

아직도 그 추억 속에 갇혀 있었으니까.

“외람된 말씀이 오나, 이제 천마께서도 연인을…….”

“외람된 말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나? 한예림, 네가 완수해야 할 임무나 하거라.”

“……죄송합니다.”

그 이상의 말이 이어지려 하자 선을 그었다. 애초에 연인을 원했던 거라면 처음부터 그녀와 사귀었을 테니까.

“이만 가도록 하지. 할 일이 많다. 쉬기도 해야 하고.”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파란빛을 내뿜고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후, 천마는 조용히 황토색 모래알만 쳐다볼 뿐이었다.

* * *

“검을 만들어 주기는 힘들 것 같군.”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많던 태양 석탄들이 고작 한 송이밖에 없었다.

마지막 기회.

손을 가져다 대어 마지막 기회를 사용했다.

‘제발……. 제발…….’

지금껏 실패하면서 얻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대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나도 1만 송이부터 가능했다고.”

클론도 불가능하다 설명했다. 그렇기에 무기를 만들어 준다는 내기를 했고.

하지만 강수호는 불가능을 해내 왔다.

‘후우…….’

힘을 빼고 태양 석탄을 만졌다.

딱딱하면서도 코끝을 달콤하게 찌르는 향기. 천을 만지듯 단단한 꽃을 쓰다듬는다.

원래라면 먼지가 되어 사라져야 할 것이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

“됐습니다.”

어두운 동굴에서 유일하게 밝게 빛나는 태양 석탄 한 송이.

드디어 성공했다. 8,000송이가 넘어가는 태양 석탄을 부숴가며.

“아, 아름답게 빛나는군.”

“예쁘죠? 이게 제 실력입니다! 8,000개 중의 한 개밖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

태양 석탄은 성공하기 무척이나 힘들지만, 한 번 성공하면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흠흠. 그러면 지금 당장 대장간으로 이동하도록 하지. 약속한 건 지켜야 하지 않겠나?”

“오호! 진짜 무기 만들어 주시는 거예요? 저야 영광이죠!”

무기를 만들어 준다는 말에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건X 같이 생긴 것을 보고 나서 미친 듯이 기대되었으니까.

동굴을 나와 태양 석탄을 챙겨 대장간으로 들어왔다.

“여기는 아직도 뜨겁네요.”

“내가 죽지 않는 이상 평생 뜨거울 예정이지.”

불 저항 옷을 입었음에도 대장간에 들어오자 몸이 후끈거린다. 이 티셔츠가 없었더라면 여기 서 있지도 못했을 거다.

“여기에 태양 석탄 한 송이를 넣어라. 화력이 향상할 것이야.”

“넵.”

식지도 않은 마그마에 태양 석탄 한 송이를 던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르륵!

“아, 뜨거워!!”

“뒤로 물러나지. 보는 것도 가르침이니 잘 보도록. 아직 제자가 하지 못하는 것이니.”

클론이 망치를 들었다. 작은 몸집에 듬직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내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주마.”

망치를 들고 거대한 불 앞에선 모습이 마치 영웅 같았다. 용암에 들어가는 영웅.

그 모습이 묘하게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흐흐. 내가 예전에 드워프 마을에서 꽤나 인기가 많았다고.”

“…….”

선을 넘는 발언까지 했지만, 스승님이기에 이해했다.

강수호는 다시 클론의 망치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때론 보는 것만으로도 훈련됐으니까.

“일단 오리하르콘과 미스릴 같은 희귀 광물을 녹여야겠지?”

첫 단계는 제련의 단계. 뜨거운 불에 오리하르콘 같은 다양한 희귀 금속을 집어넣었다.

‘저런 게 가능해?’

솔직히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희귀 금속을 여러 개 섞어 사용하다니.

불가능하다 생각했지만.

“대장장이, 클론의 앞에서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지.”

“……!!”

불가능이란 단어는 영화 제목에서나 사용한다. 그의 앞에서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가뿐하지.”

어울리지 않은 여러 금속을 섞었다.

그리고 열을 차단해 금속을 단단하게 만들더니.

“이제부터 담금질 시작이군.”

노가다의 시작이었다.

클론의 팔뚝만 한 망치를 들고 열을 가하고 두드리고 다시 물에 넣고 수천 번을 반복했다.

그 시간이 지겹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고 기뻤다. 너무나도 정직했으니까.

담금질을 반복할수록 점점 형태를 갖춰나갔다.

“검을 만들 때는 정성을 쏟아부어야지 만들 수 있지. 대장장이의 좋은 점이 이거야. 정성을 쏟아부은 대로 만들어진다는 거.”

노력한 만큼 보인다. 그것이 대장장이의 장점.

쇠를 두드릴 때만큼은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는다.

12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후우! 한참 남은 것 같으니 오늘은 쉬고 오도록. 내일은 희귀 광석을 캘 테니.”

“아, 넵!”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승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쉴 때는 쉬어줘야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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