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90화 (90/225)

제90화

90. 용용이(3)

“오랜만에 보는 인간이구나!”

쾅!

돌침대를 바닥에 냅다 던져 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먹잇감 때문에 벌써 입 안에 침이 고였으니까.

“그럼 즐겨보도록 할까?”

날카로운 손톱을 지닌 손으로 강수호를 집으려 할 때였다.

“얼마나 맛있…….”

“우리 아빠 건들지 마!!”

콰직!

“끄아아악!”

강수호의 품에 숨어 있던 용용이가 드레이크의 손을 물었다.

살갗이 파이면서 피가 뚝뚝 흐르기 시작하는 드레이크.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는 것도 잠시.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손톱으로 그 입을 찢어…….”

“우왕. 맛있다.”

“…….”

피가 흐르는 생살을 씹으며 음미하는 용용이.

불그스레 변한 볼. 누가 봐도 드레이크의 살점이 맛있다고 먹고 있었다.

“너는……!!”

“맛있당! 더 줘! 더 줘!”

용용이를 확인한 장로 드레이크가 놀라 자빠졌다.

드레이크 최대의 적.

“레드 드래곤이 왜 여기에?!”

“더 달라니까!!”

드래곤이 있었으니까.

힘을 뿜어대기 시작하는 레드 헤츨링.

“배고파!”

“끄아악!”

용용이의 뜨거운 브레스와 다양한 마법들을 장로 드레이크답게 아슬아슬하게 막아낸다.

‘이러다가 죽는다.’

하지만 고작 막을 정도뿐.

헤츨링임에도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당장 다른 드레이크들에게 알려야 한다.’

싸우는 것보다 알리는 걸 택했다.

“이번에는 다리!”

다리를 씹으려던 용용이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절대 잡혀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는.

‘도망칠 수 있어.’

언제나 싸움을 준비하던 그 장소. 출구 겸 입구로 미친 듯이 달리며 괴성을 질렀다.

“드래곤이 나타났다!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거…….”

콰직!

그 말이 장로 드레이크의 끝이었다.

용용이가 그의 목으로 달려들자 말이 끊기고 식은 시체로 변했다.

“행. 맛있어.”

“뭐? 드레이크 동굴에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드레이크들도 장로의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무시하고 평소 하던 일이나 하려 했지만.

“킁킁. 이건 드래곤 냄새?”

“레드 드래곤이잖아! 드래곤이 왜 여기에?!”

냄새가 느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장로 드레이크를 씹는 드래곤을 볼 수 있었다.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왔어!”

“당장 전투태세를 갖춰라!”

그 모습에 드레이크들이 빠르게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몇천 년을 살았다지만, 죽기는 싫은 모양.

“모두 제대로 진영을 갖추거라! 죽고 싶지 않다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드레이크가 그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드레이크들을 이리저리 통솔하며 공격을 하는 듯싶었지만.

“모두 공…….”

푸화화화화!!

공격조차 하지 못하고 브레스에 모두 녹아 버린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

……

그 덕분에 무수히 떠오르는 레벨업 메시지.

강수호는 뒤에서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거 진짜 헤츨링 맞아?’

먹성은 뒤로하고 힘이 장난 아니었다.

브레스를 내뿜을 때마다 드레이크들이 통구이가 된다.

“제대로 막아!! 계속 뚫리잖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레드 드래곤 브레스는 저희 힘으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으아아악!”

젖 먹던 힘까지 짜서 버티는 그들. 하지만 드래곤의 브레스를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압도적인 싸움 끝에.

“아빠! 이제 나 배불러. 더 이상은 못 먹겠어.”

“…….”

클리어할 수 있었다.

던전 안에는 드레이크들의 뼈만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불쌍한지.

‘밥 먹여야 할 놈이 더 늘었네.’

미쳐 돌아갈 지경이다. 모든 사태가 끝나고 조용히 살기는 그른 것 같다.

“그럼 이제 가 볼까?”

“응! 용용이 이제 배불러서 더 이상 먹기 싫어! 집에 가고 싶어!”

“그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배가 불룩 튀어나온 용용이를 안아 들고 던전 출구로 향했다. 막 빠져나가려던 그때.

-시스템 관리자가 당신들을 초대합니다.

-이동합니다.

“시스템 관리자? 또 무슨 일이야?”

시스템 관리자가 그를 초대했다.

이유를 생각해 보기도 전에 파란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 * *

“정말 돌아버릴 것 같군. 그 둘이서 뭘 하겠다고 들어간 건지. 마커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나도 너랑 같지. 그것보다 진짜냐? 레드 드래곤 헤츨링이 있다는 거?”

“내가 거짓말을 하는 성격인가? 확실히 봤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어느새 도착한 세계급 헌터들.

마일런은 그들이 도착하자 강수호에 관해 알리기 시작했다. 그가 했던 말과 행동까지 전부.

“뭐, 알아서 하겠지. S급 던전을 클리어하면 우리야 좋고.”

“그건 그렇긴 하지.”

하지만 큰 신경은 쓰지 않은 듯하다. 클리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저분은 누구신가?”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사람 말하는 건가?”

“응. 어디서 많이 봤는데.”

잡담을 나누고 있던 도중 마커스가 샬런에 대해 물었다.

마일런은 별거 아닌 듯 말했다.

“강수호 헌터 스승이라던데? 딱 봐도 별거 아닌 것처럼 생겼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런가.”

하지만 마커스 생각은 달랐다.

검으로 세계를 제패한 그는 절대 감각 재능 덕분에 사람의 강함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특히 마일런 같은 사람은 근처에 가도 강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보다 강한 것 같은데? 아닌가, 약한데 강하다고 해야 하나?”

“풉. 흐하하하!”

자신보다 강한 것 같다는 말에 박장대소했다. 세계 1위 헌터에게 약하다는 건 말도 안 되었으니까.

세계 1위라고 몇 번이나 기사가 난 헌터인데 말이다.

하지만 마커스는 꽤나 진지했다.

“정말이야. 내가 언제 이런 거에 농담한 적 있나?”

“그럼 무엇이 느껴지는가?”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마커스가 말했다.

“아무것도.”

“보거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느냐? 너조차도 느끼지 못한 강…….”

“그런 약함이 아니야.”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런 약함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거대한 괴물을 몸속에 억지로 구겨 넣은 것 같았다. 일부로 자신을 숨기는 것처럼.

“되도록 시비는 걸지 마. 강수호 헌터 스승, 뭔가 느낌이 안 좋으니까.”

“…….”

마커스의 충고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절대 감각이란 재능을 가진 그는 어떤 상황이든지 대부분 정답을 말했으니까.

“내 말이 90%는 맞아도 안 맞는 것도 있으니까 너무 새겨듣지는 말고.”

“알고 있으니까 일단 주변 정찰이나 좀 하지. 악마나 마인이 벌인 일일 수도 있으니.”

“오케이.”

그 둘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정찰을 나섰고.

“한 입만!”

“아악! 꺼지십시오!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거 한 입만 달라! 쓰고 달달하니 맛있단 말이다!”

“아니, 당신 쪽에 음식 널렸잖아!”

“그 도넛은 없단 말이다!”

양유혁과 샬런은 도넛 하나 가지고 난투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도 따라가는 거였는데.”

최서현은 한숨을 내쉬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 * *

“이번에는 또 왜 불렀어요?”

“하아.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네요.”

머리를 짚으며 곤란함을 표현하는 시스템 관리자.

그녀가 이렇게까지 곤란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샬런이 나왔을 때조차도.

한참 주변을 서성이며 중얼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그 레드 드래곤 헤츨링은 어디서 났어요?”

“레드 드래곤이 줬죠.”

“…….”

강수호의 대답에 관리자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물을 필요도 없었으니까.

“괜히 물어봤군요.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저 용용이 하나 때문에 벨런스 자체가 무너졌으니까.

“그 용용이라는 드래곤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나요?”

“음. 잠시만요.”

시스템 관리자 말에 망설임 없이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차원 이동.”

“…….”

“차원 이동.”

“돌겠네요.”

“안 되는데요?”

차원 이동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전에는 조금이라도 됐었는데.

“아마 안 될 거예요. 알 상태에서 가져왔잖아요?”

“아, 넵.”

“그때는 물건 취급받아서 페널티를 안 받는데, 지금은 생명체 취급을 받아 안 되는 겁니다. 특히 그 생명체가 드래곤이라면 더욱.”

“아하.”

드래곤을 옮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스승님들도 옮길 수 있었으리라.

“정말 당신은……. 하아…….”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요. 당신 때문에.”

관리자가 한숨을 잔뜩 내쉬며 피곤한 표정을 짓는다.

레드 드래곤이 몇만 년 동안 품던 알이 지구라는 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제가 오늘 강수호, 당신을 부른 이유가 바로 저 드래곤 때문입니다.”

“용용이요?”

“나? 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레드 드래곤 헤츨링일 뿐인 용용이. 이제 갓 태어났기에 크게 벨런스 해칠 것도 없다 생각했지만.

“오늘 클리어한 던전, 원래는 뉴욕이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그 말에 용용이가 얼마나 벨붕인지 알 수 있었다.

드레이크의 천적, 드래곤. 심지어 평범한 드래곤도 아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그 도마뱀 새끼를 데리고 와서……! 흐아아앙!”

“아, 저기…….”

결국에 그녀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3일 밤 연속 야근. 퇴근도 없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일만하고 있었으니까.

“저기 좀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3일 밤 연속으로 잠도 못 잤다고요!”

“…….”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엄연히 자신의 잘못이었으니까.

“그리고 가기 전에 당신에게 이야기해 줄 게 있습니다.”

눈물을 훔친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전했다.

“지금 던전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편법을 사용하여 재앙을 막는다면 더 큰 것이 온다는 건 알고 계십시오.”

“…….”

원래는 세계 헌터 여럿 잃으면서 클리어해야 할 던전.

그 던전을 용용이를 통해서 클리어했으니까.

“일단 용용이는 보디가드로만 들고 다니십시오. 권왕과 용용이의 던전 출입 권한을 잠깐 폐쇄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따악!

파란빛을 내뿜으며 원래 자리로 향했다.

‘더 큰 재앙…….’

시스템 관리자의 말을 곱씹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게 마련.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힘으로 던전을 클리어해야 한다.

‘훈련 강도를 올려야겠네.’

결심하자 뉴욕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던전 게이트가 있던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직 사람들은 안 다니나 보네.”

하지만 아직은 통제 중이었다. 안전하다고 판정 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도 해결되었으니 호텔로 가려던 그때.

“지금 어디에 손을 대는 거지?”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도넛이 먹고 싶어서.”

“그렇다고 남의 것을 마음대로 갈취해 가면 되나?”

“하하. 갈취라뇨? 여기 돈 있습니다. 정당하게 가져갔으니 신경 쓰지 마시죠.”

“…….”

도넛 가지고 다투고 있는 샬런과 마일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싸울 것 같았다.

뻔뻔한 마일런의 모습에 샬런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 도넛, 뱉어라.”

“싫은데요?”

샬런의 인상이 구겨지기 시작한다.

강수호가 말리려고 달려들었을 때는 이미.

“뱉어라.”

“싫다니까?”

“뱉어라!”

“아니, 싫다니…….”

콰직!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한쪽으로 압도적인 싸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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