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89. 용용이(2)
“아빠다! 아빠!”
“잠시만……. 아악!”
거대한 몸집으로 달려드는 헤츨링. 어찌나 큰지 모든 시선이 강수호에게로 집중되었다.
“저 빨간 건 뭐지?”
“레드 드래곤 헤츨링 아니야?”
“아니, 드래곤이 있는 걸 떠나서 헤츨링이 저렇게 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꼬리와 모습을 보고 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관심은 시작에 불과했다.
“드래곤? 여기에 왜 드래곤이…….”
“전에 클리어했던 던전의 드래곤 알도 무정란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당황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거다. 눈앞에 보이는 레드 드래곤 헤츨링.
“또 저 녀석인가.”
“스승님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순간적으로 모든 시선이 샬런에게 향해졌다.
샬런이 저 알을 가져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생과일주스는 먹을 만하구나. 어서 엘런이 와야 이것보다 더 맛있는 걸 먹을 텐데.”
“…….”
샬런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차원 이동을 사용하자마자 부화하는 게 조금 신기하긴 했지만.
“좀 더 먹어야겠구나. 아직 맛있는지 모르겠다.”
큰 관심은 없었다.
계속해서 달려드는 헤츨링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품에 안겨서 숨을 못 쉬다 죽을 것 같으니까.
“진정해. 우리 용용이.”
“용용이? 그게 내 이름이야?”
“그래, 아빠 말 잘 들어야겠지?”
“웅! 아빠 말 잘 들을 거야!”
다행히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날갯짓을 하며 허공에 떴다.
심호흡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
“그런데 엄마는 어디 있어?”
“아, 엄마는…….”
잠시 멀리 떠나 있다고 말하려던 그때.
“엄마!”
“어, 엄마?”
최서현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 모습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을 느꼈으나.
“용용아! 아빠한테 와야지. 오늘 소풍 갈 거야.”
“소풍?! 진짜?”
소풍이란 말은 아이의 관심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용용이 드레이크라고 들어봤어요?”
“웅! 알에 있을 때, 누가 가르쳐줬어! 내 먹잇감이라는데?”
먹잇감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헤츨링이더라도 드레이크 정도는 가뿐하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더군다나 레드 드래곤에게 듣기로 드레이크는 좋은 영양분이라 들었다.
“오늘 맛있게 먹을 텐데 할 수 있겠어요?”
“웅! 많이 굶어서 배고파! 다 먹어 치울 거야!”
꼬르륵 소리가 들려오는 것 보니 확실했다. 용용이는 이 S급 던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럼 소풍 가 볼까?”
“응!”
S급 던전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마일런이 다가가 말리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강수호 헌터군.”
“왜 그러시죠?”
“아무리 용이 강하더라도 이건 무려 S급 던전입니다. 지금껏 봤던 던전이랑 차원이 다르다고요.”
마이런의 말에 틀린 내용은 없었다.
평소에 보던 던전과는 차원이 다른 등급의 던전. 세계 헌터들도 두려워하는 던전이지만.
“괜찮아요. 용용이가 있으니까.”
“맞아! 아빠는 내가 지켜 줄 거야!”
드래곤이 있다.
그리고 강수호가 바보처럼 확인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용용이]
레벨 : Lv. 1,000
체력 – 1,000 민첩 – 1,000 힘 – 1,000 마나 – 1,000 감각 – 1,000
스탯 포인트 : 0
재능 : 레드 드래곤(??????급)
스킬 : [브레스(SSS급) : Lv. MAX], [10서클 마법(SSS급) : Lv. MAX]…… 등.
‘괴물이야.’
말도 안 되는 스탯과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드레이크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힘.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용은 우리가 상대해 봤다. 그리 강하지 않아.”
“……강하지 않다고요?”
“그래, 브레스랑 마법 몇 번 사용하면 별거 아닌 존재들이다. 특히 헤츨링이라면 더욱.”
방금 갓 태어난 헤츨링을 그리 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마일런이 강수호의 손목을 붙잡고 던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려고 했지만.
“우리 아빠한테 손대지 마!!”
“…….”
위험하다고 생각한 용용이가 브레스를 내뱉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어, 어. 용용아?”
“아빠! 나 잘했지?”
“잘하긴 했는데…….”
반경 100m 안을 모두 재로 만들었다.
샬런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가게까지 전부 태워 먹을 뻔했다.
“그 드래곤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군. 맛있는 가게를 태워 먹을 뻔했어.”
스승님의 충고를 듣고 다시 마일런을 쳐다봤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죠?”
“…….”
침묵은 긍정의 대답.
강수호와 용용이는 곧장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던전에 진입하셨습니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 메시지를 옆으로 치우며 주변을 둘러봤다.
“산악지대네.”
지형 전체가 울퉁불퉁한 산악 지형.
하늘에 드레이크가 날지 않는 것 보니 동굴에 있나 보다.
“용용아, 근처에 드레이크가 어디 있는지 알겠어?”
“잠시만! 킁킁!”
커다란 코를 벌름거리며 드레이크를 찾기 시작했다. 벌렁거리던 코가 점점 산꼭대기로 향하더니.
“아빠! 아빠! 저기 있어!”
“산 정상 말하는 거지?”
“어! 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나!”
드레이크를 맛있다고 표현하는 건 용용이밖에 없을 거다.
용용이의 대답에 산에 올라가려던 그때.
“아빠? 뭐해?”
“정상에 도착하려면 위로 가야지.”
“날면 되잖아?”
용용이가 등을 내주었다. 평범한 헤츨링이 아니다 보니 등에도 탈 수 있었다.
“내가 아빠 태울 수 있어! 저기까지 가뿐하게 올라갈 수 있다고!”
“정말? 그럼 등 좀 빌릴게.”
용용이의 등에 올라탔다. 정상이 그렇게 높지 않기에 금방 도착할 것이다.
“날아갈게!!”
“응!”
용용이의 등에 올라타자 하늘을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
“용용아?”
“음? 왜 그래 아빠?”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잠시만 내려줘. 지금 토할 것 같아…….”
“알겠어!”
승차감이 좋지 않아 1시간 정도 타자 속이 안 좋아진다는 점.
잠시 쉬기 위해 근처 절벽에 걸터앉았다.
“방금 먹은 거 다 토할 뻔했네.”
속을 진정시키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무섭네.”
스승님들에게 훈련받은 강수호조차도 무서울 높이. 아마 여기서 싸운다면 무조건 전멸할 것이다.
“그래도 경치 하나는 끝내준다.”
광활한 대지. 평야는 아니지만, 넓은 산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그런데 아빠, 엄마는 왜 같이 안 왔어? 엄마랑 싸웠어?”
“아니, 엄마는 잠시 어디 간다고 해서 못 왔어.”
“진짜 엄마랑 싸운 거 아니지?”
“그래, 그리고 그 누나는 엄마가 아니라 친구야. 알겠지?”
“응!”
방금 태어난 것치고 말기를 잘 알아듣는다. 그 덕분에 언어를 가르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제 가 볼까?”
“응!”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속이 괜찮아졌다.
다시 용용이의 등을 타고 날기 시작했다.
* * *
“지겹군.”
“몇천 년 동안 밥을 못 먹으니 이제 이것도 익숙해지는군.”
“조용! 모두 조용히 하거라! 회의를 시작해야 하니까.”
드레이크 동굴.
장로 드레이크가 잡담을 나누던 드레이크들을 조용히 시켰다. 이제부터 회의를 시작해야 하니까.
“회의? 장로님. 이곳에 인간도 어떤 생명체도 안 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회의를…….”
“저 드레이크 말이 맞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몇천 년 동안 회의를 하시는 겁니까?”
젊은 드레이크들은 장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몇천 년 동안 드레이크를 제외한 다른 종족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바보같이 회의 같은 거나 하고 있다니.
“혹시 몰라서 준비하는 거다. 우리는 늙어가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그러니…….”
“또 시작이네. 그래도 다행이야. 오늘 회의는 끝난 것 같으니까…….”
“저 말이 시작되면 대충 2시간은 지나 있으니.”
장로가 꺼낸 이야기에 기뻐하는 젊은 드레이크들.
2시간 동안 회의를 하는 이유를 듣다가 회의가 끝났다.
“나가서 바람이라도 맞고 오자. 2시간 동안 저 이야기를 들으니까 머리가 아프네.”
“오키. 가자.”
고무줄처럼 끈질긴 이야기.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날개를 펼치고 날았다.
“비행은 할 때마다 매번 재밌단 말이야.”
정상에서 높이 날기 시작하는 그들. 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히는데…….
“음? 야, 저거 사람 아니야?”
“뭔 개소리야. 드레이크 작게 보인 게 사람으로 보이는 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저거 사람 맞는데…….”
“개소리 좀 하지 마라.”
옆에서 날던 드레이크가 작게 움직이던 무언가를 가리켰다.
언뜻 보면 인간이긴 하나, 드레이크라고 확신했다. 이곳에 인간이 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그런가?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렇겠지. 바람을 너무 쐐서 머리 아픈 거 아니야? 이제 들어가자.”
“그래.”
자신의 눈이 이상하다 생각하고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먹잇감이다…….”
“휴우. 들킬 뻔했네.”
그 모습을 모두 보고 있던 그들. 재빠르게 몸을 숨긴 덕분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용용이가 강하다 해도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아빠, 왜 숨는 거야? 먹으면 안 돼?”
“너무 많잖아. 우리 용용이 다칠 수도 있어.”
“그래? 조금 강해 보이기는 하는데…….”
“다시 움직여 볼까?”
다시 용용이 등을 타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도착한 드레이크 동굴.
‘아무도 없나?’
동굴 안에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인기척이 느껴졌는데…….
‘다 빠져나간 건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엄청 오래된 동굴 같네. 필요한 생필품 같은 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고.’
거대한 동굴에 사는 데 필요한 대부분이 갖춰져 있었다.
“방이랑, 침대, 탁자. 먹을 거는 없지만. 일단 다른 곳도…….”
“참. 피곤하군.”
“……!!”
한참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들리는 목소리.
용용이와 함께 아무도 없는 방으로 숨어들었다. 목소리로 봐서는 처음 봤던 드레이크들보다 많이 늙은 듯했으니까.
“잠을 좀 자야겠어.”
“…….”
조용히 눈을 감는 드레이크.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잠을 자는데 왜 손톱을 꺼냈지?’
평소에는 꺼내지 않던 공격 수단인 손톱을 꺼내 놓고 잔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눈을 뜨는 드레이크.
방을 뒤지는 모습에 입을 틀어막았다. 잘못하면 여기서 바로 들킬 수 있을 테니까.
저벅. 저벅.
침묵이 내린 방에 들리는 발걸음 소리.
입을 다물고 인기척을 내고 있지 않았음에도.
“분명히 인간의 냄새가 났는데. 오랜만에 맡은 맛있는 냄새가…….”
코를 벌렁거리며 주변을 살피며 방 하나하나 모두 뒤지기 시작하더니.
“여기서 제일 진하게 나는군.”
“…….”
강수호와 용용이가 있는 방까지 도착했다.
침대 밑에 숨었기에 되도록 걸릴 일은 없겠지만.
“음식을 먹지 못한 내 착각인가? 분명히 지금도 인간의 냄새가 짙게…….”
“애취!!”
“…….”
용용이가 주변에 있던 먼지를 마시자 크게 기침을 했다.
정적이 된 방.
잠시 멈춰 있던 드레이크가 침대 밑을 살펴보더니.
“찾았다!”
“아놔.”
들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