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88. 용용이(1)
“기분도 꿀꿀하니, 한잔해야겠어.”
sky 길드 마스터, 마일런이 위스키와 잔을 잡았다.
등급 심사 일이 떠올라 취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내가 고작 신입 헌터에게 거절당하다니. 거의 처음 있는 일이군.”
위스키를 잡아 한잔하려던 그때.
“안주도 없이 술을 먹는 건 오랜만…….”
“마스터!!”
“음? 무슨 일이야? 노크도 없이.”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다급하게 뉴욕 한복판에 발생한 던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던전? 던전이라면 2팀 헌터들 출동시켜. A급이 아니라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잖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등급이 문제라고요! 무려 S급!”
“…….”
S급이란 말에 위스키를 내려놓았다.
뉴욕 한복판에 S급 던전이라니?
“지금 당장 간다. 차 준비시켜.”
“넵!”
어떤 상황보다 위급한 상황이었으니까.
* * *
“이게 대체 무슨 개 같은 경우야? 뉴욕 한복판에 S급 던전이 나타나다니.”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뉴욕 한복판에 던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S급…….”
재앙급이라 분류되는 S급의 던전이 나온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두 달. 너무 짧은 시간이야.”
재앙급치고는 너무 짧은 브레이크 시간. 짧은 브레이크 시간 때문에 미쳐 돌아갈 것 같았다.
“일단 주변 S급 헌터들은 다 모아야겠군.”
휴대폰을 들어 유명 헌터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세계 1위 헌터라 해도 S급 던전을 솔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비행 몬스터라면 더더욱.
“뉴욕 이야기 들었지? 지금 와 줬으면 좋겠…….”
한참 통화를 끝내고 던전 최초 발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친 곳은 없니?”
“네,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S급 던전을 처음 봐서 놀란 것 빼고는요.”
“다행이네요.”
걱정하는 척하며 그들을 돌봐준다.
솔직히 걱정해야 하는 건 그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옆에 분은 스승님?”
“아, 넵.”
“재능은?”
“보통 주먹을 사용하죠. 아, 그리고 먹을 거 뺏으시거나, 시비 걸면 안 돼요. 알겠죠?”
“그래.”
식은땀을 흘리며 던전을 지키는 마일런.
스승님보다 약할 게 뻔하다.
“이 도넛 정말 맛있구나.”
“인제 그만 좀 드세요. 그러다가 당뇨병 걸리겠어요.”
더 이상 도넛을 먹지 못하도록 뺏는다.
다행히 충분히 먹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
“간식도 다 먹은 것 같으니까 던전이나 해결해 볼까요?”
“그래, 드레이크라면 날 수 있겠네.”
간식 시간도 끝났으니 던전을 클리어해야 했다.
“S급 던전을?”
누가 보면 미쳤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희 먼저 들어가 있을게요. 아마 그분들이 도착하기 전에 클리어되어 있을 거예요.”
S급 던전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샬런이 떡 하니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던전으로 들어가려 하자.
띠링!
-던전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샬런의 던전 출입을 일시적으로 통제합니다.
“…….”
“하하하하.”
시스템 관리자가 샬런의 던전 입장 자체를 막아 버렸다. 샬런이 안에 들어가서 드레이크들을 다 잡을 수도 없는 노릇.
“이거 큰일이네.”
스승님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방법이 없다.
국가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재앙급 던전은 클리어하더라도 막대한 손실이 뒤따른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다시 벤치에 앉아 고민했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자.
“일단 스승님들 계신 데로 가 볼게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그놈들이라면 방법을 알겠지.”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스승님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파란빛이 그를 감싸자 어느새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호! 뉴비다! 뉴비!”
“아니야, 아니야. 이제는 제자 아니야? 뉴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이 컸다고!”
“그렇지? 이제 뉴비 티는 벗어났다고 보면 되지.”
“왜 다들 여기 계셔요?”
차원 이동을 사용하자마자 볼 수 있는 스승님들. 처음에는 소름이 돋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스승님을 고르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었으니까.
“그럼 오늘은 내가 제자를 탐하겠…….”
“아니요! 오늘은 훈련하러 온 게 아니에요!”
“에이…….”
그 말에 스승님들이 저마다 아쉬운 티를 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두 달 뒤에 던전이 터져 미국 전체가 쑥대밭이 될 수 있는 노릇.
“오늘 제가 온 이유는 스승님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궁금해서 온 겁니다.”
“아하. 그렇군.”
대충 상황을 설명하자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보다 샬런이 있는데도 안 되는 거야?”
스승님 중 한 명이 궁금함에 물었다.
샬런이 무식하게 주먹을 사용한다고는 하나 무력에서는 괴물. 그가 해결하지 못하는 건 없었으니까.
“시스템이 막아 버리더군요.”
“…….”
시스템이란 말에 그들의 표정이 처참히 구겨진다.
“그럼, 일단 방법 있으세요? 몬스터는 드레이크인데 저의 세계 헌터들도 클리어 못 할 것 같아서요.”
“흠…….”
“좋은 수가 없으려나. 그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만한 좋은 수가.”
아무리 생각해도 막상 떠오르는 수가 없었다.
열정적인 토의를 펼쳐도 마찬가지.
“아쉽네요. 그래도 생각나는 거 있으면 말해 주세요.”
좋은 의견이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가려던 그때.
“이만 가 볼게…….”
“제자야! 잠시만 기다리거라!”
“음? 드워프 아저씨?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
클론이 그를 붙잡았다.
뭔가 싶어 잠시 기다리자.
“이걸 가져가라.”
“음?”
티셔츠 한 장을 주었다.
뭔가 싶어 상태창을 열자.
[붉은 티셔츠]
제한 레벨 : 0
방어력 : 1/1
효과 : 불 저항력 + &
처음에는 뭔가 싶었다. ‘불 저항력만 높은 티셔츠를 왜 주는 거지?’하고.
하지만 티셔츠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그걸 입고 그때 갔던 레드 드래곤 동굴로 가거라. 그때는 우리가 있어서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그걸 입고 들어가야 할 것 같구나.”
“아하!”
불 속성인 레드 드래곤을 만나라는 것.
바쁜 스승님들을 위해 혼자 레드 드래곤 동굴까지 향했다.
“이쯤인 거로 아는데.”
몇 시간 정도 걷자 도착할 수 있는 거대한 동굴. 그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드래곤님 있나요?”
“…….”
“저기요~”
그가 들을 때까지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몇 시간이나 반복되었고.
“뉴비구나.”
“히익! 놀랐잖아요!”
어둠 속에서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는 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레드 드래곤에게 물었다.
“혹시 드레이크 아세요?”
“드레이크? 흐하하하하!”
드레이크라는 단어에 그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마치 같잖은 바퀴벌레를 보는 듯.
“나의 반의반도 닮지 않은 그 드레이크 말하는 건가?”
“옙.”
“당연히 알고말고! 우리 종족에게 덤비려고 하길래 브레스로 한 번에 쓸어 버린 기억이 있지.”
잘 알고 있으니 이야기도 잘 통할 것 같았다. 서로 사이도 좋지 않은 것 같고.
드래곤이기에 방법이 있을까 싶어 물었다.
“드레이크 약점 있어요?”
“드레이크 약점?”
드래곤을 옮길 수는 없었다. 약점이라도 알아내 어떻게든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레드 드래곤의 대답은 강수호가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없는데?”
“엥?”
“애초에 용과 비슷한 드레이크가 약점이 있다는 게 신기한 거지. 딱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그놈들도 드레이크 하트가 있다는 것. 그걸 부숴야 죽거든.”
“…….”
약점은 없었다. 있다 해도 외피를 뚫고 드레이크 하트를 부수는 건 불가능한 일.
“진짜 답이 없네요.”
아무리 찾아봐도 답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하던데.
‘그런 것조차 없네.’
하지만 아직 레드 드래곤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흠흠. 약점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들에게만 통하는 약점이 하나 있다.”
드레이크들에게만 통한다는 약점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바로…….”
드래곤 레어로 가 애지중지하던 알을 강수호에게 전해 주었다.
“드래곤을 만나게 하는 거지.”
“……엥?”
다시 한번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드래곤이라 한들 지금 태어나도 고작 신생아다. 헤츨링이 성인 드레이크를 이기는 건 불가에 가까운 일.
“워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드레이크의 최대의 적은 드래곤이야.”
“왜요?”
“그냥 드래곤만 보면 쫄더라고. 그리고 헤츨링이라고 다 약한 것만은 아니다?”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은 그의 말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내 아이는 알에서 몇만 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러니 평범한 헤츨링이 나올 수 없다 이 말이지.”
거대한 알을 그가 망설임 없이 건네준다.
“정말 제가 부화시켜도 돼요?”
드래곤을 기른다는 것. 뭔가 매우 부담스럽고 무서웠다. 강아지와 고양이면 모를까, 드래곤 알은 생각 못 해 봤으니까.
“그럼, 당연한 이야기를. 나는 너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
“그래, 네 덕분에 샬런이 나갈 수 있었지. 나는 그것을 믿고 투자할 뿐이다.”
레드 드래곤이 워낙 알 관리를 잘했으니, 99.9% 부화한다.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부화해. 그 대신 네가 아빠하는 거지.”
“아빠요? 그럼 레드 드래곤님은…….”
“나는 당연히 엄마지. 암컷이니까 걱정하지 마.”
“…….”
헛기침을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으니까.
“이만 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게? 이제 부부가 될 사이인데?”
“흠흠. 저 여자친구 있습니다. 임자 있는 몸이니 이곳으로 돌아오시면 다른 드래곤 찾으십시오.”
“알겠다. 장난 한번 쳐본 건데 쫄기는.”
간단한 작별 인사와 함께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 * *
다시 돌아온 벤치 앞.
“음? 왔냐? 방법은?”
“제가 직접 찾아왔죠.”
돌아오자마자 알을 건네주었다.
아마 샬런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거다. 매번 먹으려고 시도했었으니까.
“레, 레드 드래곤 알?”
샬런 몸뚱이만큼 커다란 드래곤 알.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
그 모습에 침을 흘리던 샬런에게 알을 뺏어 호텔로 들어가 천천히 부화시키려던 그때.
-레드 드래곤 알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알의 부화 시간 - 00 : 00 : 00
-알이 부화됩니다!
들고 오자마자 시작되는 레드 드래곤 알의 부화.
껍질이 깨지기 시작하더니.
“음? 아빠?!”
곧이어 레드 헤츨링이 튀어나왔다.
강수호에게 달려드는 헤츨링. 원래라면 여기서 강수호도 함께 안으면서 웃고 있어야 하지만.
쾅!!
“아빠!!”
“커헉!”
헤츨링 주제 몸집이 너무 컸다. 대략 3m 정도 크기. 아무리 커도 70cm가 최대인데 말이다.
그런 거대 헤츨링이 강수호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