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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87화 (87/225)

제87화

87. 등급 측정(2)

“자, 여기 아메리카노. 너 이것만 마시지?”

“이것만 마시는 게 아니라, 이것밖에 못 마신다. 그것보다 데이트는 잘했냐?”

“데이트라니?”

“어휴, 너는 커플이 아니라, 그냥 솔로나 해라. 눈치 없는 놈.”

“…….”

마실 걸 줬는데 오히려 욕을 먹었다.

장난삼아 양유혁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쳤다.

“아악! 왜 때려?”

“더러운 게 묻어서. 마기 비슷한 거.”

“…….”

서로 극딜을 넣어서 그런지 그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인상을 쓰며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하는 양유혁.

“배 아프냐?”

“머리가 아파서 인상 쓰는 거야. 상관 쓰지 마.”

“오늘 왜 이리 성질이래.”

“원래 이랬다.”

그의 말을 무시하고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2시. 이제 시작하겠다.”

“정말?”

몇 분 뒤면 등급 심사가 시작된다. 관중들에게는 고작 몇 분밖에 흐르지 않을 시간이지만.

“긴장되네.”

등급을 부여받는 헌터들에게는 제일 긴장되는 시간.

‘적어도 B 이상은 나와야 할 텐데.’

지금 가진 힘은 적어도 B다. 그것보다 적게 나온다면 다시 태어나는 게 나을 것이다.

산 하나를 가볍게 부수는 스승님을 가지고도 그 정도밖에 못 나온 거니까.

“헌터분들, 기자 들어옵니다. 모두 한 줄로 서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들이 공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언어가 남발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익숙한 여자도 보였다.

“안녕! 또 보네?”

“이수현?”

“내 이름 기억하나 보네? 반가워!”

세 개의 재능을 가진 헌터. 이수현이 반갑게 인사하며 강수호에게 달려들었다.

품에 안기자 방금 막 들어온 기자들이 사진을 미친 듯이 찍어대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Are they lovers? (애인 사이인가?)”

“No way. I thought you were dating the same guild member, King Paewang? (에이, 설마. 같은 길드 소속인 패왕 길드랑 사귀는 줄 알았는데?)”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고 강수호와 이수현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잠시만. 이거 좀 놓아줄래?”

“싫어?”

“응.”

“칫.”

단호한 대답에 품에서 떨어진다.

이제야 뜨는 신입 헌터인데 벌써부터 열애설 나는 건 원치 않았다.

“Everyone, please stand looking here. (모두 여기를 바라본 채 서 주시기 바랍니다.)”

한 기자의 말에 정돈된 자세로 차례대로 섰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여자친구는 계신가요?”

“어……. 아직은 없습니다.”

질문 대부분이 강수호에게 행한다. 사적이면서 별거 아닌 질문부터 시작해서.

“Do you think you can be a new world hunter? (새로운 세계 헌터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까?)”

“Maybe. I think it`s possible. (아마도요.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무모한 질문까지 서슴없이 물어왔다.

한참 질문에 답을 하자.

“기자들은 잠시 뒤로 가 주시기 바랍니다. 차례대로 등급 측정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등급 측정이 시작되었다.

첫 타자는 당연하게도 sky 길드의 신입 헌터들.

“빨리 가자.”

“……응.”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이수현 빼고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는 것.

‘별거 아니겠지.’

큰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소심한 이들이라 등급에 시선을 돌렸다.

“sky 길드 신입생 1번. 등급 심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시작되는 등급 심사.

손을 가져다 대자 등급이 측정되기 시작했다.

“흠. 역시 sky 길드라서 그런지 S급 헌터가 될 수 있겠군요.”

“또 다른 S급 헌터군.”

진하고 푸른 마나 색. 누가 봐도 S급 헌터가 되기에 충분한 재능이었다.

“그럼, 이제 힘의 등급을 매기겠습니다.”

그다음으로 시작되는 등급 측정.

이번에는 재능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강한지 알아내는 심사.

“오호. C급은 된다는 건가.”

“역시 sky 길드야. 신입 헌터 주제 벌써 C급이라니.”

곧이어 터지는 옅은 푸른색. 재능이 아닌, 지금의 힘을 측정하는 색이다. C급 정도면 신입 헌터치고는 평균 이상이다.

“그다음…….”

계속되는 등급 측정.

세 명 정도의 sky 길드의 신입 헌터들이 C급이나, 꽤나 강한 축에 속하면 B급을 받았다.

“재능은 세계 헌터 급이군요.”

“……!!”

“이 정도쯤이야.”

이수현은 무려 세계 헌터 급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A급입니다.”

“S급은 받을 줄 알았는데, 아쉽네요.”

지금의 힘은 A급을 받았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재능.

까득.

“음? 어디 안 좋아?”

“아니야.”

옆에서 모든 걸 지켜 보고 있던 최서현이 이를 갈았다. 몸 상태를 살펴봤지만, 아픈 건 아닌 모양.

“그다음으로는 패왕 길드 신입 헌터들의 등급 측정이 있겠습니다.”

sky 길드가 끝나자 패왕 길드의 등급 심사가 시작되었다.

찰칵!

찰칵!

찰칵!

“드디어 시작이네.”

“오우 쉣! 마지막이 강수호 헌터라면서? 이건 봐야지.”

많은 인재가 있었지만, 집중되는 건 오로지 강수호뿐.

“세계 헌터…….”

“음? 진짜요?”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재능에서 세계 헌터 급을 받았다.

샬런과 며칠 훈련하면서 양유혁도 뭔가를 깨우쳤을 터.

“S급.”

“오호. 역시 저 학생도 무난히 S급을 넘는군.”

양유혁은 마기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재능 S급을 받았고, 힘은 A급을 받았다.

“드디어 강수호 헌터 차례군.”

“이거 입술이 바짝 마르는데?”

드디어 강수호 차례가 왔다.

S급 재능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의 재능은 그리 뛰어난 게 아니었으니까.

재능을 측정하기 위해 측정석에 손을 얹자.

“재능 측정이 있겠습…….”

쩌적!

“으, 음? 갑자기 이게 왜 이러지?”

멀쩡하던 측정석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측정석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파삭!

“…….”

순식간에 측정석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측정석을 관리하던 관리자도 입을 쩍 벌린 채 당황했다.

‘어떤 짓을 해도 부서지지 않던 측정석이…….’

마석을 가공해서 만든 측정석. 말도 안 되게 강함 힘이 아닌 이상 부서지지 않는다.

그런데 부서졌다는 것은?

“세계 헌터 급을 넘어섰다?”

측정석이 재능의 양을 전부 견디지 못했다는 것.

“흠흠. 일단 다른 측정석을 사용해 보도록 하죠.”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건 아니었다.

관리자가 아까보다 더욱 거대한 측정석을 가져왔다.

“이걸로 한 번 더 해 보죠.”

“아, 넵.”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강수호도 측정석이 깨질지는 몰랐으니까.

다시 한번 측정석에 손을 대자.

쩌적.

“……!!”

다시 한번 측정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재빨리 손을 뗐지만.

파삭!

“…….”

측정석은 어느새 가루가 되었다.

* * *

“세계 최초로 측정석을 부순 헌터가 됐네. 지금 힘도 등급으로 S급이고. 축하.”

“그런 거로 축하 안 해 줘도 돼.”

호텔에 돌아오자 양유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제대로 된 재능도 측정하지 못하고 부서진 측정석. 그래도 오히려 측정석 부서진 게 좋았다.

‘재능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으니까.’

그것도 무려 두 개나.

말도 안 되는 재능.

강수호는 처음으로 세계 헌터 급을 뛰어넘는 괴물로 찬송받았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음? 뭐라고?”

“아닙니다.”

그렇게 만든 스승이란 자는 언제 울었냐는 듯 미국 예능을 보고 있었지만…….

“저거 재밌네. 제자야, 한국도 재밌었는데, 미국도 볼 만하구나.”

저러다가 심심하면 예능이라도 찍을 기세다.

‘저게 더 낫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TV 앞에 가만히 있는 게 사고 치는 것보다 백 배는 나았으니까.

“그럼 일단 간단하게 디저트라도 먹을까요? 출출한데.”

“같이 사러 가자!”

“난 달달한 거 싫어.”

“스승님은 달달한 게 먹고 싶구나. 잔뜩 사 오너라.”

마침 배가 고팠기에 법인 카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뉴욕에는 맛있는 디저트 집이 많았으니까.

최서현과 함께 밖을 나가 뭘 살지 고르기 시작했다.

이제 약 한 달간 뉴욕을 여행하면서 쉬면 된다. 오늘은 등급 측정도 했으니 쉬는 날.

“저거 어때?”

“도넛? 도넛 좋지. 내일 아침에도 도넛 먹자. 갓 구운 도넛이 제일 맛있거든.”

최서현이 가리킨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SNS에서도 유명한 도넛 맛집. 도넛에 다양한 토핑을 뿌리는 거로 유명한 맛집이다.

“음……. 스승님이랑 양유혁도 먹을 거니까…….”

일단 달지 않은 도넛도 몇 개 샀다.

“그리고 여기 도넛 전부 주세요.”

“what the…….”

강수호의 대답에 가게 주인이 놀랐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집이라 그런지 진열된 도넛만 해도 대략 200개.

“정말 다 드려요?”

“넵. 그리고 아메리카노랑……. 너는 뭐 마실래?”

“나는…….”

도넛을 포장할 동안 목을 축이기 위해 음료수를 마셨다.

“덥네, 더워. 여름은 안 지나가려나.”

“그러게. 사람도 많은 뉴욕이라 그런지 더 더운 것 같네.”

간단한 잡담을 나누며 음료를 마셨다.

그렇게 한참을 쉬다가 최서현이 갑작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스승님들이 나를 너무 좋아하셔서 미치겠어. 아직 많이…….”

“수호야.”

“음?”

긴장한 그녀가 강수호의 이름을 불렀다. 뭔가를 결정한 것처럼.

“왜?”

“수호야, 너 나랑 만나 볼 생각 없어?”

“만나 볼 생각 없냐고?”

처음으로 제대로 이루어진 고백.

최서현의 돌직구에 조금은 망설여졌다.

‘뭐라 대답해야 하지.’

평생을 모솔로 살았기에 연애에 관해 알 리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강수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만나 보자.”

“그래, 아직 만난 지 별로 안…… 음? 뭐라고?”

“만나 보자고. 나쁘지 않은 것 같고.”

“…….”

만나자는 말에 최서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거절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면 지금부터 1일…….”

해맑게 미소 지으며 이제 막 1일이라고 말하려던 그때.

쾅!!

“……?”

“꺄아아악!”

도넛 가게 바로 옆에서 뭔가 떨어지더니 자욱한 먼지를 만들었다.

‘뭐야?’

처음에는 당황이었지만.

“던전?”

헌터답게 길거리에 떨어진 던전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상태창.”

던전에 손을 대 상태창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던전의 정보.

[던전]

이름 : 종족의 번영

등급 : S

내용 : 용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드레이크. 하지만 결국에는 용이 되지 못하고 자신만의 종족을 ‘드레이크’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다. 용보다는 약하지만, 어떤 몬스터와도 비교할 수 없는 괴물. 들어갈 거라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거다.

던전 브레이크 : 2달

“……S, S급? 괴물들이 나오는 S급이라고?”

“말도 안 되는…….”

처음으로 본 S급 던전에 저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한 달간 뉴욕의 맛집을 탐방하며, 여행을 다닐 계획이 산산이 부서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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