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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85화 (85/225)

제85화

85. 밥 먹으러 왔다(3)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두고 온…….

“하암~ 잘 잤다.”

기나긴 훈련 때문인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쭉 자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편한 의자 덕분에 10시간 이상 자도 목이 아프지 않았다.

“일어났냐?”

“음? 어, 그런데 스승님은 어디 있어?”

그때 마침 양유혁이 옆자리에서 말을 걸어왔다.

별거 아닌 듯 물어보자 그가 고개를 휘휘 젓는다.

“왜 또?”

“아니다. 나중에 한번 네 스승한테 물어봐.”

“음?”

원인을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뭐, 물어보면 되지.”

장난이라 생각하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착륙할 때는 일어나 있으면 안 되니까.

쿵!

짧은 진동과 함께 공항에 착륙했다.

캐리어와 짐은 수화물로 부쳤기에 휴대폰과 지갑을 챙겨 내린다.

“일어났어?”

“어. 오랜만에 푹 잘 잤어.”

비행기 입구 쪽 자리에 앉아 있는 최서현.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마치 잠을 못 잠 사람처럼.

“그저께도 훈련 때문에 못 자지 않았어? 비행기에서 좀 자지.”

“그게 말이야…….”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눈치를 본다.

“스승님?”

“음? 왜 그러냐, 제자야.”

빵빵한 배를 두드리는 샬런을.

뭔가 싶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자.

“좋은 여행 되십시오…….”

“…….”

며칠 굶은 사람처럼 안색이 좋지 않은 승무원들.

그들을 봐도 뭔 상황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설마 스승님이 승무원분들 괴롭히셨어요?”

“정당하게 돈을 내고 밥을 먹었을 뿐이다.”

“…….”

그제야 뭐가 어떻게 됐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내에 가득한 라면 냄새. 손님들이 나가자 환기부터 시키는 승무원들.

“몇 그릇 드셨어요?”

“음……. 30그릇부터는 세지 않아서 모르겠구나. 도시락하고 컵라면도 먹은 것 같으니. 아, 그리고 법인 카드인가 뭔가로 결제했으니 돈은 걱정하지 말거라.”

“…….”

지금 법인 카드 문제가 아니었다.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스승님. 먹어도 된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많이 먹으라고는…….”

“하하. 미안하구나. 하지만 승무원분들이 너무 잘 가져다주기에 그랬다!”

“…….”

어디 해외 갈 때 있으면 절대 스승님은 데려오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다른 일은 안 일으켰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유명 헌터를 패지 않은 이상 문제 될 건 없었으니까. 패왕 길드가 먹는 거로 쪼잔하게 그러지는 않을 거고.

“일단 짐부터 챙기고 호텔부터 갑시다.”

더 이상의 잔소리는 무의미하다 생각한 강수호가 곧장 버스에 올랐다.

“다 나가신 것…….”

“으어억.”

“음?”

아무도 없는 기내를 살펴보던 승무원이 발견한 한 사내.

곧장 911를 불렀다.

“거, 거기 911죠! 여기…….”

아직 더 큰 파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호텔로 향했다.

* * *

“으챠!”

“시설은 좋구나.”

“그럼요! 만다린 오리헨탈 호텔! 뉴욕에서 비싼 호텔이거든요.”

이번 등급 심사를 잘 보라는 의미에서 묵게 된 호텔이다.

평범하지 않은 외관과 넓은 방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평생 있고 싶다.”

그중에서 최서현의 눈에는 레이저 빔이 쏘아지는 것 같았다. 그만큼 방 안의 풍경과 호텔 밖의 풍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단 쉬자 얘들아. 등급 심사는 다음 주 금요일부터니까.”

“흠흠. 편하게 쉴 수 있겠네.”

하지만 지금 풍경을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오늘만큼은 쉬고 싶었다. 한 달간 뉴욕에 머무를 거라 시차 적응도 해야 했고.

“자자!”

“그렇게 잤는데 또 자게?”

“아니면 밥 먹으러 갈까? 마침 배도 고픈데.”

잠은 왔지만, 딱히 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내식도 먹지 않았으니 이쯤이면 배고플 거라 생각했다.

“그럼 밥부터 먹자!”

“좋지!”

마침 시간도 저녁. 호텔에서도 먹어 보고 싶었지만, 길거리 뉴욕 음식이 더 궁금했다.

“밖에서 나가서 먹자. 내가 맛집 리스트들 다 정리해 놓았어!”

맛집도 알고 있겠다 망설임 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스승님은요?”

“배가 불러서 잠시 쉬고 있겠다. 운동도 해야 해서.”

“넵~”

샬런은 당연히 먹으러 가지 않았다. 라면과 기내식으로 배도 찼고 하루 정도 운동을 안 했다고 벌써 근육들이 처졌으니까.

“지금 당장 운동을 해야겠군.”

인벤토리에 헬스 기구들과 프로틴을 꺼냈다.

“좋아.”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아령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 * *

“으악!”

“아이고, 형님. 이게 무슨 길드 망신입니까? 한 방에 당했다면서요?”

“닥쳐! 잠시 방심했을 뿐이다!”

“꼭 진 사람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방심했다~”

“시끄럽다!”

“네네~”

병원에서 나오는 그들. 김 하나 뺏어 먹었다가 기내에서 피떡이 된 채 발견된 사람이었다.

“김 하나 먹었다고 이렇게 날 만들어 놓다니.”

오른쪽 눈의 흉터. 험악한 얼굴. 그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은 한 톨도 없는 전형적인 머머리.

“그래서 어떻게 할 겁니까? 형님을 한 방에 보냈다면 꽤나 강자일 텐데.”

“한 방은 아니다! 방심했을 뿐. 그리고 복수할 것이다.”

“복수요?”

머머리에 무서운 얼굴을 지녔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아니, 이건 우리 길드의 위상이 떨어지는 사건이다.”

“부마스터님이 피떡이 된 건 저희밖에 모르는데요.”

“블랙 길드의 미래를 위해…….”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블랙 길드. 하지만 이 길드는 다른 길드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사냥꾼들 모두 모이라고 해. 나까지 갈 테니까.”

“예? 장난하시는 거죠?”

“장난 같냐?”

“어휴, 길드장님한테 혼날 텐데.”

헌터들을 사냥하는 헌터. 그것이 바로 블랙 길드이다.

헌터를 사냥한다고 해서 법으로 문제 될 건 없었다. 오히려 협회에서는 그런 전문 분야들이 있길 원했으니까.

더군다나 이쪽 분야에 들어가려고 힘을 기르는 헌터들도 몇몇 존재했다.

머머리의 말에 부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사냥꾼들을 모두 모은다는 건 길드를 위협하는 큰일이 아니고서야 없었던 일이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 마스터가 없으면 나, 케서린이 이 길드의 대표니까.”

“예, 알겠습니다.”

더 이상 말해 봤자 그에게는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케서린이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시작한다.

“사냥 시작이다. 위치는 문자로 보내놨으니까 알아서들 모여. 밤 12시까지. 이상.”

간단한 통보. 그와 동시에 그들도 움직였다. 강자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수가 제일 중요하니까.

* * *

“후욱! 하나, 둘…….”

아무것도 모른 채 아령을 드는 샬런.

“부족해. 너무 부족하단 말이야.”

그가 팼던 남자의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아령만으로 운동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을 뿐.

“유산소 운동을 해야 되는데…….”

근육 운동만 하다 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당장 평야처럼 넓은 곳을 한없이 뛰고 싶었다.

“세린에게 부탁해서 얼음이 가득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차올랐다.

운동하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보내주는 세린. 유일한 운동 파트너인 할튼.

“그곳에서 빠져나와서 좋을 줄 알았는데, 그립군.”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오면 좋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좋지만은 않았다. 익숙한 것들이 모두 사라졌으니까.

“길에서라도 뛰어야겠군.”

길거리라도 뛰어야 그들의 생각이 사라질 것 같았다.

“문자라는 것을 보내고 갔다 와야겠군.”

개통해 준 휴대폰을 이용해 강수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호텔 방을 나가려던 그때.

“적어도 뉴욕 한 바퀴는 달려야겠…….”

“목표를 찾았…….”

“…….”

온몸에 검은 천에 감싼 한 사람이 문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

“젠장! 들켰…….”

들킨 그가 빠르게 몸을 움직여 샬런에게 달려들려던 그때였다.

“요리사냐?”

“네?!”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암살자라고 생각하기는커녕 요리사라고 생각했던 거다.

“맞네, 맞아! 빨리 들어오세요! 운동 가기 전에 맛있는 걸 먹어야지.”

“아, 넵…….”

샬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으로 진입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별짓을 다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끝나겠군.’

멍청한 놈 하나 잡는 것이니 큰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 부마스터란 놈이 방심한 것 같았으니까.

“밥은요?”

거실에 도착하자 샬런이 물었다.

그에게서 음식으로 보이는 어떠한 것도 없었으니까.

그 대신…….

휙.

“음?”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물병.

뭔가 싶어 날아오는 물병을 잡자.

취이익!

“속았군.”

물병 사이로 연기가 퍼진다.

하얀 연기는 주변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하더니.

-샬런……. 우리 운동해야지. 너 어제 상체를 빼 먹었잖아.

“어? 할튼?”

-운동을 빼 먹었다고? 먹기 위해서? 너는 운동인이 아니야!

“…….”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없어야 할 할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할튼. 그게 아니야. 어제는 비행기라는 걸 타서 이유가…….”

-너는 이제 운동인 박탈이야! 헬창 타이틀은 이제 완전히 내 거라고!

“아, 아. 헬창 타이틀만은…….”

누구든지 아픔 기억이 있게 마련. 그건 샬런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 지금 뭐라는 거야?”

“헬창? 저 말이 왜 저기서 나오는 건데?”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별거 아닌 것이겠지만.

“뭐, 잡는 데 더 편하겠네.”

그들에게는 오히려 좋았다.

패닉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그 덕분에 사냥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다.

“모두 집중 사격.”

“라저.”

마법사는 마법을, 검사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단일 공격을 펼쳤다.

“죽어라!”

“검은빛이여, 모든 걸 태우소서. 헬 파이어!”

“라이트닝 에로우!”

무수히 많은 공격이 샬런에게 향해졌다.

그런 공격이 모여 하얀 먼지를 만들어내었고.

“끝났군. 부마스터한테 보고하고 이만 가도록 하지.”

“드디어 끝이다~ 밥 먹으러 가자고.”

인기척이 사라져 끝났다고 생각한 그들이 복면을 벗고 몰래 방을 나오려던 찰나.

“헬창이란 타이틀은 뺏길 수 없어……. 안 돼……. 안 돼!!”

“……!!”

갑작스레 나타난 인기척.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았던 살기가 느껴졌던 것.

다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샬런. 너는 몸이 부족하진 않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기에는 나보다 못해.

“나도 가르칠 수 있어!”

“아악!”

손목이 잡혔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악력이 그들을 붙잡아 놓았고.

“너희들을 훈련시켜 주지.”

“…….”

샬런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해져 있었다.

처음 강수호를 봤을 때의 그 미소. 호기심이 가득하고 행복해하던 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희를 위해 제자에게도 가르쳐 주었던 노하우를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억지로 허리를 펴고 자세를 잡아 준다. 스쿼드 자세의 완성.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거대한 파도는 웅장한 철벽에 가로막혀 쪽도 못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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