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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82화 (82/225)

제82화

82. 칼춤(3)

“내가 미안하구나.”

“하하하하.”

스승님의 사과에도 헛웃음만 나왔다. 그만큼 스승님들에게 저리 치이고 이리 치이고 말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면 저, 오늘은 쉬어도 되나요?”

그 틈을 타 물었다.

벌써 검을 휘두른 지 5시간이 지났다.

몸을 씻고 자고 싶었지만.

“음? 내가 잘못 들었나? 방금 뭐라고?”

“…….”

당연하게도 강수호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아직 1억5천만의 횟수가 남아 있었으니까.

“1억도 못 채웠는데 가면 안 되지.”

스르릉.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리춤에서 서서히 꺼내는 검.

“어디 훈련한 성과 좀 볼까?”

“…….”

훈련했다면 훈련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검을 꺼낸 그가 순한 맛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허--억!!”

폐가 쪼그라들 정도로 숨쉬기 힘들다.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만 해도 효과가 있는지 2시간이나 버텼지만 한계다.

“제대로 훈련했나 본데? 조금씩 여유를 갖는 것 보면?”

“이제 그만…….”

“오늘 훈련은 끝났으니까 이제 자야지. 쉬는 것도 훈련이다~”

다행히도 순한 맛 칼춤을 끝으로 훈련을 끝낼 수 있었다.

“……여기서 자라고요?”

“응! 시간도 무제한이니까 좋은 거 아니야? 우리가 공짜로 훈련해 주고.”

“…….”

공짜로 훈련하는 건 좋았다. 문제는 그 공짜 훈련이 너무 가혹하다는 거다. 군대에 간 것처럼.

“일단 자고 내일 훈련하자~ 일주일간 풀코스로 훈련시켜 줄게.”

“하하하하.”

이러다 정신병이라도 안 걸리면 다행일 거다.

남은 베기 횟수는 1억5천만. 적어도 오늘까지 합하면 4일이 걸린다.

“4일까지는 꼼짝없이 갇혀서 훈련해야겠네.”

그래도 이 정도 훈련장이면 나쁘지만은 않다. 훈련 방식이 무식하고 잔인해서 그렇지.

“그럼 자 볼까.”

이틀 정도만 더 버티면 된다. 강해지기 위해서 그 정도야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어느새 깜깜한 어둠으로 잠긴 세상.

강수호도 그에 맞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똑똑-!

“또 누구야? TV 보게 방해 좀 하지 말라니까. 들어와.”

누군가 강수호의 방을 두드린다.

샬런의 대답에 문을 연다.

“접니다. 이구호요.”

“또 왜 왔어?”

“샬런 님 제자 보러 왔습니다. 오늘 온다고 해서…….”

“아하.”

패왕 길드 마스터가 왜 굳이 강수호의 방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어제 온다고 약속했으니까.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뭐 하고 계십니까?”

“아, 이거? 그냥 운동.”

“…….”

강수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샬런이 1m 되는 덤벨 하나를 들고 있었으니까.

“그거 얼마나 됩니까?”

“무게 말하는 거지? 정확한 무게는 모르겠고 대략 산 하나 정도 무게라는데?”

“…….”

“무게 걱정하는 거라면 괜찮아. 드는 사람한테만 무게가 가게 되어 있거든. 우리 제자가 맨날 차고 다니는 그것처럼.”

1m 덤벨 무게가 산 하나 무게와 비슷하단다. 아무리 무거워도 10t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하하하하.”

헛웃음을 지었다.

샬런을 계속 봐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잠시 멍하니 그를 보다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훈련하고 있겠지.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리는 모양이다.”

“나중에 오면 말해 주십시오.”

“그래그래.”

전달 내용이 끝나자 이구호가 떠난다.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운동을 반복하는 그.

“제자에게 더 무거운 걸 가져와 달라고 해야겠군. 이건 땀 흘리는 용밖에 되지 않으니.”

아쉬움을 뒤로한 그가 샤워실로 향했다. 헬창인 그도 TV 앞에서는 패배한 것이다.

그렇게 막 샤워하고 침대에 눕자 드는 생각.

“이렇게 늦는 것 보니…….”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그 사람밖에 없었다.

“아힐런이겠군.”

근육과 검이 비슷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노력과 무식함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지 말이다.

“알아서 하겠지. 난 TV나 봐야겠군.”

어차피 이곳에서 매일 가르칠 수 있었다.

크게 관심 가지지 않고 재밌는 예능 프로에 시선을 집중했다.

“으하하! 이거 재밌군!”

* * *

“일억…….”

일억 번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를 반복했다.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다.

“밥이 필요해…….”

뼈가 없는 사람이 된 듯 바닥을 기어 다니며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로 향하자마자 손질이 되어 있는 금계를 꺼냈다.

“오늘은 너다!”

식칼을 들고 힘겹게 도마 앞에 섰다.

장인이 빚은 듯이 아름다운 금계. 구운 다음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극한의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치킨이 국룰이지.”

물론 그것도 좋지만, 구운 닭은 치킨을 이기지 못한다.

구운 닭은 잘못 만들면 퍽퍽하기만 할 테고.

“그럼 치킨을…….”

금계를 조각낸 다음 염지를 하기 위해 썰려던 그때.

“우리 뉴비 밥 먹게?”

“……!!”

인기척 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몸이 들썩였다. PTSD가 돌았으니까.

“워워, 진정해. 납치하거나 다음 스승님을 나로 정하라고 협박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다행이네요.”

물론 그럴 생각은 없는 듯 두 손을 올렸다.

정말 오랜만에 나타난 정상적인 스승님.

“그것보다 무슨 일이세요?”

납치나 협박을 하지 않는다면 여기 올 이유는 없었다. 일주일에 스승님은 단 한 명으로 정해져 있었으니까.

“어, 그게 말이지…….”

“……?”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정말 순수한 마음이긴 하나, 뉴비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일 수도 있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스승님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치킨 해 줄까?”

“스승님이 치킨을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가르쳐 주는 스승님은 있었으나, 맛있는 걸 만들어 주는 스승님은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치킨을 만들어 준다니 생각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주민들의 99인분 밥을 챙겨 주시는 분이 있다고 하셨지?’

많은 말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99인분의 밥을 만들어 주던 스승님!

“설마, 앨런 님?”

“히히. 나를 아는구나?”

“촌장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이곳 사람들의 밥을 챙겨 주신다면서요?!”

“별거 아니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했을 뿐이니까.”

죽었지만 먹어야 배고픔을 견뎌낼 수 있는 이들에게 음식은 필요가 아니라 필수였다.

“저도 해 주세요! 아직 요리는 계란밥이나 볶음밥밖에 못 해서…….”

“그래도 돼?!”

“그럼요! 저야 영광인걸요? 금손이 만든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아름다운 장발의 금색 머릿결. 쏙 들어간 보조개를 가진 볼이 강수호의 말에 붉게 변한다.

“그럼 지금 당장 만들어 줄게! 뭐 먹고 싶어?”

“치킨이요! 치킨!”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법. 모든 실력을 발휘할 것 같은 미소를 지은 그녀가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먹은 치킨 중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을 만들어 주지.”

비장한 눈빛으로 다짐하며.

* * *

촤르륵!

“미친…….”

세상 전체에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았다. 치킨을 튀기는 소리가 그만큼 매혹적이었다.

“자, 다 됐다.”

“와……. 그 치느님 맞아요? 금가루라도 뿌린 거 아니에요?”

“흐흐. 한 번 먹어봐. 금가루 수준이 아닐걸?”

그뿐만이 아니었다. 금가루가 뿌려진 듯한 후라이드 치킨의 비주얼.

“잘 먹겠습니다!!”

역시 치킨은 손이다.

양손으로 다리 부분을 집었다.

꿀꺽.

입에서 침이 가득 고인다.

가득 고인 침을 꿀꺽 삼키며 그와 동시에 닭 다리를 거칠게 베어 물었다.

바삭!

처음에 느껴지는 건 겉바.

바삭하고 느끼하지 않은 기름이 입맛을 돋워주고.

물컹!

“아…….”

안으로 들어가자 느껴지는 속촉. 촉촉한 살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씹힌다.

겉바속촉을 뛰어넘는 환상의 하모니.

“정말, 정말 맛있어요.”

“진짜?”

“진짜요. 지금껏 먹어 본 치킨 중에서 가장!!”

어떤 치킨집도 이렇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런 귀한 재료를 줘도.

바삭!

물컹!

그다음부터는 먹방의 시작이었다.

다리 살부터 시작해서 가슴살까지 맛없는 부위가 없었다. 퍽퍽 살도 부드러웠고 담백하니 맛있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먹고 나서야…….

“그 정도면 충분해?”

“네! 이제 훈련도 해야 하니까요!”

행복한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접시에는 튀김 한 조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뼈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제가 설거지할까요?”

“하하! 아니야. 요리사의 일은 두 가지. 하나는 요리, 하나는 설거지!”

설거지하려던 강수호를 말렸다. 요리사는 요리부터 정리까지 모두 자신의 몫이었으니까.

설거지하러 간 사이, 소화도 시킬 겸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대략 삼 일이 흘렀다.

* * *

“오늘은 떡볶이예요~”

“우와!!”

“우와!!”

냄비에 담긴 떡볶이. 밀떡과 쌀떡의 조화에 고춧가루 베이스로 만든 소스. 이번 요리는 평범한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맛있어…….”

여전히 그녀의 음식은 맛있었다.

“흠흠. 앨런의 요리는 여전히 맛있군.”

“고마워~”

옆에 있던 아힐런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맛이 항상 똑같지는 않으니까.

먹방이 시작되고 5분도 안 돼서 떡볶이를 모두 비울 수 있었다.

“후우, 다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는 처음이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는가? 고된 훈련을 마치고 먹는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은 없을 거다.

“이제 테스트해 볼까?”

“넵!”

어느 정도 소화를 시키고 아힐런과 훈련장으로 향했다.

4일 만에 모두 채운 2억 번의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 오늘이 드디어 훈련 성과를 보여 주는 날이다.

“보통 맛이지?”

“넵!”

아직 매운맛을 버티기에는 부족한 실력이다.

지금은 보통 맛 정도가 딱 적당하다. 그것도 1시간 정도만.

“시작한다?”

“시작하시죠.”

검을 든 아힐런. 피할 준비를 시작하는 강수호.

둘만의 긴장이 오고 가고 있을 때.

“시작.”

“……!!”

아힐런이 먼저 검을 휘둘렀다.

빠르면서 간결한 동작을 가진 검격. 그뿐만이라면 순한 맛과 다를 바 없겠지만.

‘페이크!’

그 동작 안에 페이크가 숨겨져 있었다.

순한 맛과 보통 맛의 차이점. 공격 속도와 자세는 똑같았지만, 보통 맛에는 속임수가 있었다. 고블린과의 훈련으로 경험이 많은 강수호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속임수가.

“으윽!”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한다.

속임수인 걸 알아차린 덕에 베이는 건 피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아까보다 몇 배는 날카롭게 세운 검을 미친 듯이 찌르기 시작했다.

‘빠르지만 피할 수 있어.’

눈에 보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피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한 효과.

틈틈이 페이크도 있었지만.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충분해.’

체력이 버텨주는 한 1시간은 버틸 수 있다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강수호는 그의 검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1시간 끝…….”

“가도 좋다.”

“차원 이동.”

1시간이 지나서야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곧장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기숙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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