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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78화 (78/225)

제78화

78. 나랑 한판 뜨실?(1)

“여기 30만 원이요.”

“고마워, 학생.”

다행히 지구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단 1초도 흐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라면값을 계산할 수 있었고.

“흠…….”

“스승님, 이제 가죠.”

“그래.”

그들은 곧장 분식집을 나섰다.

거리를 지나가는 동안 샬런은 한참 생각에 빠졌다.

그런 그를 보다 시스템이 했던 말이 궁금해져 질문을 던졌다.

“권왕이 뭐예요? 예전에 다른 곳에서 살아 계실 때 붙은 별명 같은 건가요?”

“주먹 좀 사용해서 붙은 별명이지. 결국 악마 놈들한테 죽었지만.”

마을에 오기 이전에 붙은 별명. 전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어디 가는 거지?”

생각을 끝마친 샬런이 물었다.

난생처음 보는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디로 갈지 궁금했으니까.

“목적지는 항상 정해져 있죠.”

당연히 지금 갈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인터뷰도 하지 않고 도망쳤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지만.

“제가 다니고 있는 길드 본사입니다!”

“호호. 우리 제자가 다니는 길드라…….”

패왕 길드 본사.

“아, 그런데 제일 궁금한 게 있어요.”

버스를 기다리던 중 한 가지 궁금한 점을 더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샬런은 죽은 자들의 차원에서 한 번 더 죽음을 경험했다. 죽었어야 할 사람이 여기 있으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그건…….”

잠시 망설이던 샬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도 몰라.”

“예? 모르신다고요? 보스 방에 떡 하니 나타났는데? 그것도 저희가 위험해 빠졌을 때에 맞춰서.”

“응…….”

이곳으로 이동한 당사자도 모른단다. 치매에 걸린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직 말이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시스템을 한 번 만났던 것 같았는데.”

“시스템 관리자가 아니고 시스템이요?”

“응.”

시스템 관리자도 아니고 시스템을 직접 만났단다.

“그래서요?”

“뭔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기억이 안 나네. 웅얼거리는 목소리밖에 안 들렸어.”

“…….”

문제는 시스템이 말했던 걸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것. 그러고서 눈을 떠 보니 강수호와 마인들이 있었단다.

“조금은 아쉽네요.”

“아쉽다니? 왜?”

한숨을 내쉬며 아쉬움을 표한다.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을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아마 던전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걸요? 스승님들이 여기에 오잖아요. 귀찮게 차원 이동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

세상은 안전해질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은 0에 가깝지만.

“아, 그리고 내가 올 때 1분 동안 마인을 공격할 수 있다더라.”

“지금은 안 되고요?”

“어, 아마 시스템 보상 같은 것 같아.”

“벨런스를 잡는 건가…….”

작은 보상.

오류를 한 번에 때려잡을 수는 없는 법. 아무리 시스템이라도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 스승님들에게는 말씀 전해 드릴게요. 샬런 스승님께서 이쪽으로 돌아왔다고.”

해결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샬런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스승님들에게 이 좋은 소식을 알려야 한다.

끼이익-

“왔다.”

그때 마침 도착한 버스.

샬런은 버스를 보자마자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게 버스란 건가?”

“아, 넵. 저희는 과학이 잘 발달돼서 마차 같은 건 안 타요. 그렇다고 날아다니지도 않고.”

버스를 처음 봤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말도 없는데 자동으로 움직이는 버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 탈까요?”

“그래…….”

이 세계에서만큼은 강수호가 스승님이다.

지금부터 알려 줄 게 많을 것 같았다.

* * *

“…….”

“오오! 제자야! 저기 가게 이름이 신기하구나! 이곳에는 마약도 음식에 넣는구나!”

알려 줄 게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한 정거장 지나갈 때마다 신기한 것이 어찌나 많은지.

“중독성 있다고 해서 저렇게 말하는 거예요.”

“오오! 진짜 마약이 아니라는 건가?!”

“……그럼요.”

‘마약 김밥’이 궁금증의 첫 시작이었다.

“마라탕? 설마 마기를 넣어서 먹는 탕……?”

“그런 거 아니에요. 매운 ‘탕’ 요리죠.”

“방 탈출? 여기 사람들은 돈을 주고 방을 탈출하나?”

“재미로요?”

“물은 왜 사 먹는 거지? 저기 이상한 병에 물을…….”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양의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 처음 오나?”

“그런가 본데?”

“페트병은 왜 모르지?”

“저 멀리 시골에 살고 있나 보지.”

그나마 다행히도 외국 사람처럼 생겨 미친X 취급은 받지 않았다는 것.

“저건…….”

“스승님. 이제 그만요. 제발…….”

“아, 미안하다. 신기한 게 워낙 많아야지.”

그건 강수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국처럼 신기하면서도 다양한 것들이 있는 나라도 없을 거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나라군. 여기는 신분이 없겠지?”

“없죠.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이라 일한 만큼만 벌 수 있어요.”

“그렇군.”

그렇게 한참 동안 궁금증을 해결하고 나서야.

-그다음 정거장은 패왕 길드 본사, 패왕 길드 본사입니다.

“이제 내리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

기자들을 볼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모여 있지?’

데뷔전에 마인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생각했지만.

“저 사람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강수호 헌터랑 같이 있는 것 보면…….”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제 막 도착한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강수호 학생 맞으시죠?”

“예? 아, 예.”

“옆에 있는 분이 스승님이죠? 확실합니까?”

“아니, 잠시요…….”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민다.

어찌나 많은지 빠져나갈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던전 몰래 빠져나갔기에 스승님의 정체는 몰라야 했다.

‘어떻게 안 거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을 때.

“꽉 잡아라.”

“아, 옙!”

샬런이 강수호를 꽉 안았다.

빠져나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본다.

‘찾았군.’

그리고 망설임 없이 경비병들에게 달려갔다.

“잠시…….”

“지나가지.”

경비병들을 몸에 닿지도 않고 가볍게 뚫는다.

“…….”

강수호와 샬런의 입에는 짙은 미소가 피어올랐지만.

“슈퍼 루키 스승님이라잖아! 당장 들어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으아아아!”

경비병들에게는 지옥과 같았다.

* * *

“안전하게 도착~”

기자들을 피해 안으로 들어왔다.

“강수호 헌터님?”

그때 마침 들려오는 목소리. 길드에 들어오면 매일 볼 수 있는 직원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분이 스승님이시죠?”

“넵. 그런데 다른 헌터 분들은 다 어디 가셨어요?”

“데뷔전 던전에서 마인 나온 것 때문에 회의 중이세요. 기숙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나오실 겁니다.”

먼저 간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스승님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했고.

“감사합니다! 누나도 쉬세요.”

“그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숙사 층을 누른다.

“오호. 이런 것도 있구나.”

“엘리베이터라는 거예요. 높은 층까지 올려주는 기계죠. 내려주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빼고는 크게 신기해하지 않는 듯하다. 하늘 같은 건 매일 보던 풍경이니까.

“여기가 패왕 길드 기숙사예요.”

“여기서 사는 건가?”

“대부분 여기 있죠. 잠도 자고, 밥도 맛있어서 오히려 여기 있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세련된 복도. 기숙사라 칭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외관.

“강수호!”

“음? 최서현?”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 언제 돌아왔는지 그녀는 벌써 씻은 후인지,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벌써 왔어?”

“당연하지. 그런데 너 혼자 가서 양유혁이랑 나랑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

“하하. 미안.”

얼굴에 피곤함이 보인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한참을 대답했을 터.

“그럼 나가서 밥 사줘.”

“음?”

“힘들었잖아!”

미안하단 말로 넘어가지 않는다.

“식당에서 먹으면…….”

“밑에서 말고! 밖에서 시간 내서 같이 먹자고.”

“……그래. 뭐.”

지하에서는 어차피 매번 먹으니, 식당 밥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매일 비싼 음식만 먹으니 분식 같은 것도 먹고 싶고.

“너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자.”

“그래!”

피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웃는다.

“좋을 때다…….”

“네?”

“아니야. 그것보다 배고프구나. 제자야.”

라면을 30봉지나 먹었음에도 배가 고픈지 벌써 꼬르륵 소리가 난다.

“그렇게 먹고도요?”

“흠흠.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대식가도 라면 20봉지는 무리일 거다.

“그럼 먹으러 가요. 너도 아직 밥 안 먹었지?”

“어!! 안 먹었어!”

“그럼 같이 가자.”

“응!”

하지만 스승님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많이 먹으니까.

“밥 먹으러 가자!”

배부터 채우기 위해 곧장 식당으로 달려갔다.

* * *

“또 마인이 기승이네.”

“십이 간부 중에 두 명…….”

1위 길드의 회의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팀을 맡은 팀장 10명과 부마스터와 마스터.

간단하면서도 회의하기 좋은 숫자였다.

“마스터, 누가 그들을 죽였다고 했죠?”

“이번에 들어온 신입 헌터, 강수호 스승.”

회의 주제는 마인도 중요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강수호의 스승.

“단숨에 제압했다 했죠? 나머지 한 명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죽였고.”

“……그래.”

이구호까지 놀랄 정도의 무력이었다.

세계 10위 헌터.

‘10위 헌터, 그 이상의 괴물을 장난감처럼 다룬 뒤 쓰러트렸어.’

케인이란 마인뿐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케인을 보조하던 여자 마인.

‘엠마, 40위권 디버프 마스터.’

한 번에 간 엠마 또한 평범한 마인이 아니었다. 디버프라는 말도 안 되는 재능 때문에 위험한 마인 중 하나.

“그 정도의 괴물을 한 번에 보냈다. 그 헌터 얼굴 아는 사람 있어?”

혹시 몰라 물었다.

이구호는 샬런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길드 사람 중 한 명은 알고 있지 않겠나?

“…….”

“다 모르는 것 같군.”

하지만 샬런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처음 이곳에 나타난 샬런.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침묵하자 회의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다들 푹 자라. 내일 바쁠 테니까.”

“옙.”

간단한 대답과 함께 사라지는 팀장들.

옆에서 그를 보좌해 주던 신하림이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마인은 아니지?”

“마인은 아니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딱 하나 걱정스러운 게 있지만 강수호의 스승이 마인일 리 없었다.

“일단 이건 내일 따로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이제 좀 쉬자고.”

피곤한 나머지 소파에 누워 버렸다.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인지 가슴이 두근거려 앉아 있기도 벅찼으니까.

“그것보다 강수호는?”

“들어왔을걸? 식당 CCTV에서 보이던데.”

“그래? 어디 보자…….”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컴퓨터를 켜서 CCTV를 열었다. 길드를 CCTV를 둘러보는 건 매일 하던 일.

“…….”

“왜? 마인이라도 쳐들어왔어?”

한참 CCTV를 보던 이구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하림이 뭔가 싶어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자.

“뭐가…….”

“…….”

확인할 수 있었다.

미친 듯이 음식을 먹어대는 강수호와 샬런. 그 사이에 껴서 당황하는 최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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