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77화 (77/225)

제77화

77. 이건 벨붕이잖아!(2)

“아아악!”

“꽉 잡거라!”

파란빛이 터진 뒤에 곧바로 땅에 닿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끝이 없는 밑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쾅-!!

“어떤 놈의 짓이지?”

“머리가 어지러워…….”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땅에 닿을 수 있었다. 1시간 동안 떨어지느라 주변을 두리번거릴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곧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처음이겠군요. 권왕이시여.”

인공적인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샬런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내 이명을 알다니? 너는 누구냐?”

“저를 모르시다니. 매번 지니고 계시는 거로 아십니다만?”

그녀는 샬런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마치 처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던 것처럼.

“……설마?”

잠시 고민하던 샬런이 입을 열었다.

“시스템인가?”

“호호. 드디어 눈치채셨군요.”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시스템 메시지.

-시스템의 ‘관리자’가 당신들을 차원의 방에 초대합니다.

시스템 관리자가 초대한다는 말.

“물론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입니다.”

“…….”

샬런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강수호를 바닥에 내려둔 샬런이 관리자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만요! 지금 이게 무슨……!”

쾅!!

샬런은 관리자의 말을 무시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거대한 충격파가 전체를 뒤흔든다. 시스템 관리자도 꽤나 놀랐는지 소리를 질렀다.

“역시, 시스템을 무력으로 뚫을 수 없는 건가.”

“후우, 아쉽게도요.”

샬런의 힘으로도 이 공간을 뚫을 수 없었다.

푸른 결계가 주변을 감싸 안은 공간. 그 안에 인공지능 여성의 목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왜 우리를 초대했지?”

샬런이 관리자를 향해 물었다.

시스템과는 몇만 년이란 기나긴 악연이 있었다. 죽었음에도 끊어지지 않은 개 같은 시스템.

그래서 묻고 싶었다. 이제야 자신을 초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을 초대한 건 아닙니다.”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

“예, 저는 저 아이가 오기만을 원했으니까요.”

말을 끝내자 결계 안에서 파란빛이 터지고, 아름다운 흑단발 여인이 나타나 가볍게 인사했다.

“시스템 관리자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시스템 관리자.

주먹이 불끈 쥐어졌지만, 이야기는 들어 보기로 했다.

“시스템 관리자라면 몇만 년 동안 갇혀 있는 우리를 봤겠지?”

“네, 그렇습니다. 재밌는 터전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관리자의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주먹을 더욱 강하게 쥐어졌다.

기나긴 세월 동안 쇠질만 반복하던 나날들. 매일 보던 풍경은 그를 지치게 하는 데 충분했다.

“그렇다면 물어보겠다. 우리를 왜 그곳에 넣은 거지?”

“넣었다라…….”

몇만 년의 긴 세월이 담긴 물음.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답했다.

“시스템께서는 여러분들을 그런 감옥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권왕이라 불리던 시절, 악마의 손에 죽었던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히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시스템의 짓이었단 말이다!”

“잠시만요! 진정 좀 하세요!”

살기가 피어오르자 관리자는 그를 진정 시켜야 했다. 시스템 관리자는 괜찮겠지만.

“……스승님?”

“아, 미안하다. 깜빡했구나.”

“다행이네요.”

강수호가 문제였다.

살기를 걷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악마죠.”

“악마?”

“네.”

의외의 답변이었다. 지옥 같은 곳에 넣은 이가 시스템이 아닌, 악마였다니.

“그걸 어떻게 믿지? 그렇다면 지금 그곳에 있는 이들도 모두 악마에게…….”

“그렇지요.”

“…….”

관리자의 확실한 대답에 샬런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근육만 많지 언변에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니까.

“악마, 그게 누구지?”

“누구긴 누구긴요. 당연히 마왕이죠.”

모든 악의 왕. 마왕.

그놈이 자신을 위협 대상으로 여기고 이곳에 가두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럼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너의 말대로라면 나는 갇혀 있어야 한다. 아마 평생을.”

평생 갇혀 있어야 했다. 하루하루 허무하게 생을 연명하며.

그 물음에 관리자도 꽤나 당황한 듯이 답했다.

“그건 저도 몰라요. 보관이라도 잘못했나 보죠.”

시스템 관리자도 모른단다.

그 말에 잔뜩 열이 오른 샬런이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시스템 관리자인데 그것도 몰라?!”

“히익! 진짜라고요! 악마 놈들은 시스템한테는 오류 덩어리 같은 놈들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볼 수도 없다고요!”

“젠장!”

시스템의 오류. 그것이 바로 마기였다. 그 마기로 만들어진 것이 악마.

시스템도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흠흠. 일단 이런 걸 이야기하러 왔으니까 진정 좀 해 주십시오.”

시스템 관리자가 그를 진정 시켰다. 여기서 폭력적으로 나가 봤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진정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권왕이시여.”

진정한 그가 푸른 땅에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제대로 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하하하하!”

웃음만 가득해진 푸른 결계 안. 강수호의 웃음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 관리자의 웃음도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호통하게 웃는 사람은 바로 샬런.

“그러니까, 이 층만 클리어하면 그 개 같은 놈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다는 거지?”

샬런이 이렇게까지 웃는 이유가 있었다.

악마라는 괴물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있었으니까.

“그럼요! 그런데 이 층은 클리어해야 해요!”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이 층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거다.

클리어 목적도 가르쳐 주지 않고.

“그건 됐어. 우리 제자가 천천히 찾으면 되는 일이니까.”

“네?”

강수호를 바라본 채 해맑게 미소 짓는 샬런.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강수호도 원하는 바다.

“여기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요?”

“아, 네. 10층으로요.”

10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 지금은 그저 튜토리얼뿐이란다.

‘튜토리얼…….’

고작 튜토리얼이라니.

그 말을 듣고 조금은 겁이 났다.

과연 2층은 어떨까? 자신들이 한 발자국도 드릴 수 없는 강자만 있다면?

하지만 그 생각은 스승님을 보자마자 단번에 사라졌다.

‘이런 괴물들은 없겠지.’

마왕이 아무리 강해 봤자 스승님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 수가 100명은 넘으니 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 저희, 이제 가도 되는 건가요?”

약 2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가도 될 것 같았다.

식당에 돈도 내지 않고 사라졌으니.

“그럼, 좋아요. 하지만 강수호 군은 잠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저요?”

갈려던 그때 시스템이 자신을 불렀다.

뭔가 싶어 스승님에게 고개를 돌려보지만.

“음? 스승님?”

스승님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상황.

“흐흐.”

“…….”

앞에서는 시스템 관리자가 음흉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아, 죄송해요. 제가 원래 기쁘면 이런 식으로 웃거든요.”

변태처럼 웃어놓고는…….

소름 끼치는 웃음이 익숙했기에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뭐 때문에 그러세요?”

음흉한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물었다.

미소를 지은 그녀는 별거 아닌 듯 의자 하나를 들며 말했다.

“궁금하잖아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차원 이동자가 누구인지 말입니다.”

“예?”

처음이자 마지막.

강수호는 이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요?”

“그래요. 앞으로도 차원 이동자가 나타날 수는 없습니다. 시스템이 그렇게 지정해 줬으니까요.”

첫 차원 이동자면서도 마지막 차원 이동자.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지자 그녀도 할 이야기가 끝난 듯 나가라는 듯 손짓을 보냈다.

“훠이~ 훠이~ 이제 나가세요. 여러분 때문에 남은 업무가 많다고요. 그럼 바이바…….”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아무 말 없이 땅바닥을 쳐다보는 강수호.

‘뭐가 있었는데……. 분명히 물어볼 게 하나 있었단 말이지…….’

아까부터 생각한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을 하기 위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아! 잠시만요!”

“음? 왜 그러세요? 혹시 궁금한 거라도 있나요?”

“넵!”

돌려보내던 그녀를 멈춰 세웠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까.

“차원 이동 보상은 뭐예요?”

“갑자기 웬 보상?”

얼마 전 받았던 보상. 강수호는 아직 그 보상을 받지 못했다.

관리자는 보상이란 단어에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아!”

“아시죠?”

“그럼요! 잘 알고 있죠.”

해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는 긍정적인 표현.

드디어 보상을 받을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시스템 관리자의 보상이라니!’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시스템의 관리자가 주는 보상. 분명히 특별한 무언가가 들어 있을 거다.

더군다나 첫 차원 이동자라 하니…….

“보상이 뭐예요?”

잔뜩 흥분된 상태에서 물었다. 과연 시스템 관리자가 준 보상이 뭘까 기대하며.

“당신 스승. 나중에 다시 회수할 거긴 하지만요.”

“…….”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스승’이란 단어.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스승님이 어떻게 보상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보상이…….”

현실을 부정했다. 저 대답이 거짓이길 빌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달라며.

하지만 그녀의 말은 바뀌지 않았다.

“당신 스승이 보상이라니까요? 여기 오기 전에 분명히 메시지로 봤을 텐데…….”

“…….”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 스승님이 보상이라니.

“그럼 첫 차원 이동자 보상은…….”

“그런 거 없는데요? 차원 이동하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죠! 그런 괴물들을 스승으로 만났는데. 그럼 잘 가세요~!”

그런 것 따위 없었다. 애초에 스승님들을 만난 것이 강수호에게는 행운이었으니까.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보상.

“그 지옥 같은 훈련을 다시……!”

“바이바이~! 나중에 또 봬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란빛을 내뿜으며 사라지는 강수호.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스템 관리자의 표정이 바뀐다.

“으아아아! 벨붕들아!”

요즘 들어 저놈들 때문에 여간 바쁜 게 아니었다.

‘지구 멸망은 평생 밀리겠네.’

시스템의 유일한 오류, 마기와 악마. 그 둘을 지구에 버리고 지구를 멸망시키려 했는데 일이 완전히 꼬여 버렸다.

‘그래도 이게 더 좋으려나?’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좋았다.

1층만 어떻게든 클리어하면 샬런 같은 괴물들이 악마를 모두 쓸어 버릴 테니까.

“다시 일해야지.”

대충 생각을 정리한 시스템 관리자가 다시 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