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76. 이건 벨붕이잖아!(1)
“그거 좀 주면 안 되냐? 아령 대신해서 사용…….”
“으아아아!”
“갔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진다.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저러는 거야…….’
던전이 나타나고서부터 다양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괴담에서나 나올 법한 사신 또한 있었는데.
‘원래 저런 건가?’
사라진 생명을 거두는 일을 하는 사신, S급 헌터가 와도 상대하기 꺼리는 괴물. 그것이 바로 사신이었다.
“뭔 일이라도 있었어요?”
“별거 아니야. 예전에 사신들이 우리를 데리고 가려 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낫 좀 뺏고 몇 대 팼더니만 다시는 안 오더라고.”
“…….”
“그런데 저 낫은 주고 가지. 무게감 있고 좋던데.”
스승님들이 다 죽었다고 한 것이 이제야 기억난다.
사신도 갔으니 멍한 표정의 케인을 보며 말했다.
“끝난 것 같은데, 더 하실래요?”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단 말이다!!”
괴성을 지른다.
스승님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리스크가 큰 스킬. 스킬 발동에 실패했기에 부작용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막타 쳐야지. 주먹 꽉 쥐고.”
그사이에 샬런이 주먹을 꽉 쥐여 준다. 지금껏 보았던 주먹보다 몇 배는 꽉 쥐여 주더니.
“그러고 보니 주먹 휘두르는 법을 안 가르쳐 줬네. 주먹은 이렇게 휘두르는 거란다.”
어깨에 힘을 잔뜩 뺀다. 흐느적거리는 좀비처럼.
힘이 빠진 상태에서 팔을 뒤로 빼고.
“숨 들이쉬고!!”
스승님의 말 대로 폐가 공기로 가득 차도록 마셨다.
“내쉬면서 팔에 힘!!”
“후!!”
주먹을 내지르면서 숨을 내뱉었다.
“그딴 느린 공격 따위…….”
피할 수는 없었다. 사신의 심판이란 페널티가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저 정도 공격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생각했다. 10년을 단련한 몸. 신입 헌터 공격 따위 쉽게 막을 수 있다 판단했지만.
콰직!
“커헉!”
곧게 뻗은 주먹. 세계 10위 헌터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쓰러진다.
“허허…….”
모두가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으니까.
* * *
“내쉬면서 팔에 힘!!”
“후!!”
“그딴 느린 공격 따위……. 커헉!”
“…….”
던전 앞은 어느 순간부터 정적이 이어졌다. 드론이 띄우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화면 때문에.
“저건 또 무슨 괴물이야?”
“저런 헌터가 있었나? 마기를 얻어 예전보다 몇 배는 강해진 헌터를 훈련용 봇 취급하고 있다니. 아니, 애초에 언제 저런 헌터가 들어갔었지?”
기자들도 케인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었다. 여러 무기를 사용해서 헌터들을 도륙 내던 무위를.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대박.”
지금은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모든 공격을 피하고 흘린다. 짧은 빈틈을 찾아 오히려 역공을 시도한다.
‘이런 완벽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무려 케인을 상대로 다른 사람의 몸을 움직여주고 있는데.
‘이건 특종이다!’
넋이 나가 있던 통에 기사 감이란 걸 까먹었다.
근처 자리에 앉아 기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패왕 길드 슈퍼 루키 신입생! 스승님의 도움으로 인한 결과?]
[강수호 신입 헌터의 스승, 그는 과연 누구일까?]
[모든 헌터가 까다로워하는 S급 마인, 케인. 그를 훈련용 봇처럼 상대하는 그는 누구?]
기사 대부분이 샬런과 강수호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사를 모두 올릴 때쯤, 싸움(?)도 끝났고.
“제자야! 그런데 여긴 어디냐?”
“아, 여기는요…….”
뭔가 말하려던 찰나.
“나중에 가르쳐 드릴게요. 일단 여기서 나가죠.”
“아하…….”
눈치 있게 대답을 회피했다.
여기서 일이 커지는 건 원하지 않았으니까.
“이제 나갈까요?”
“그러지! 오랜만에 보는 밖이라 기대되는군!”
던전이 클리어되어 나타난 파란 게이트를 향해 강수호와 샬런이 뛰어들었다.
* * *
“천천히 드세요.”
“이것이 레릴이 말한 진정한 마약이란 건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빠르게 먹으면 입천장 다 델 텐데.”
“후루룹! 허허! 뜨, 뜨거워!”
“그러니까 천천히 좀 드세요.”
“그런데 맛있어! 후루룹!”
기자 앞에 있어야 할 그들이 분식집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샬런이 던전으로 나가자마자 배고픔을 호소한 탓이다.
빠르게 라면을 비운 그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릇을 내려놓는다.
“천양 고기보다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군.”
“하긴, 라면이 맛있긴 하죠.”
그 말에 동의하며 하늘처럼 높게 쌓인 그릇을 쳐다봤다.
‘대략 20그릇인가?’
스승님은 무려 20그릇을 혼자 먹어 치우셨다.
헬창이란 게 의심이 들 정도로 뛰어난 먹성. 운동하는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런데 그거 먹고 운동 많이 하셔야 할걸요?”
“당연하지! 쇠질을…….”
“방금 먹은 라면은 운동할 때 최고의 적이거든요.”
“…….”
강수호의 말에 스승님의 표정이 처참히 구겨진다. 운동할 때의 적. 그건 스승님도 쉽게 이기지 못할 테니까.
“방금 무엇…….”
“어차피 20그릇밖에 안 드셨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그런가?”
“넵!”
갑작스럽게 퍼지는 살기에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또 그때의 훈련을…….’
지옥 같은 시간. 성과는 엄청났지만, 훈련으로 인해 PTSD가 남을 정도였다. 다시는 그 지옥 같은 훈련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튼…….’
한가하게 분식집에 앉아 라면 먹고 있을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제일 궁금한 부분. 강수호는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지구로 올 수 있는 반면에 샬런은 아니었다.
“스승님에게는 차원 이동할 수 있는 재능이나, 스킬 같은 건 없지 않아요?”
“그렇지, 그래.”
공감한다는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기로 온 이유는 모르겠다.”
“……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스승님조차 알 수 없었다.
“시스템 때문? 아니면 정말 차원 이동 재능? 아니면 예언?”
유력한 정답은 예언이었다.
‘차원 이동자’라는 영웅. 바로 강수호라는 변수 때문에.
“정확한 건…….”
“정확한 건?”
스승님의 말에 집중했다. 혹시 뭔가 기억 난 게 있을지도 모를 테니까.
“내가 그쪽에서는 죽었다는 거지!”
“……아, 네.”
별거 아닌 말이었기에 패스.
그래도 혹시 몰라 차원 이동으로 마을에는 스승님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건데…….’
사람들 눈에도 보인다. 귀신도 아니고, 죽은 망자도 아니었다.
‘정말 스승님이구나.’
조금은 늦었지만, 스승님인 건 확실한 상황.
‘좋은 건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른 차원에 있던 스승님이 지구로 온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결과다.
‘요즘 들어 마인들의 위협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
강수호를 지켜주는 스승님. 다른 차원에서는 지켜주지 못하겠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생각을 정리한 끝에 고개를 끄덕였고.
“아! 또 궁금한 게 있었는데, 마지막에 마인은 왜 저한테 맡기셨어요? 스승님이 하셔도 됐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걸 물었다.
굳이 자신에게 맡긴 이유가 궁금했다. 그것도 아직은 자신이 상대하기 벅찬 괴물을.
“아, 그거?”
“예.”
“별거 아니야. 그놈한테 공격이 안 먹혔거든.”
“공격이 안 먹혔다고요?”
훈련을 위해서 자신에게 넘겨준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스승님은 마인을 끔찍이 싫어했으니까.
“그래, 아마 시스템 때문일 거야.”
“시스템이요?”
던전이란 걸 창조한 시스템. 시스템이란 것이 샬런으로 하여금 마인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자도 상태창 한번 봐 봐. 그래야 뭐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겠지.”
“아, 넵!!”
이제야 머릿속에 떠오른 시스템 창. 정신이 없었던 터라 잠시 잊고 있었다.
“상태창.”
스승님의 말에 곧장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48
체력 – 157 민첩 – 138 힘 – 159 마나 – 143 감각 – 142
스탯 포인트 : 12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5], [절대정신 방벽(S급) : Lv. 5], [미스릴의 신체(B급) : Lv. MAX],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MAX], [2서클 마법(C+급) : Lv. 8], [황금 노움들의 왕(SS급) : Lv. MAX], [음속의 발걸음(B급) : Lv. 6]
-체력 스탯 2 상승했습니다.
-민첩 스탯 3 상승했습니다.
-힘 스탯 5 상승했습니다.
-마나 스탯 3 상승했습니다.
-감각 스탯 4 상승했습니다.
-스킬, ‘트롤의 재생력(S급)’이 레벨업 했습니다.
-스킬, ‘절대정신 방벽(S급)’이 레벨업 했습니다.
……
……
-레벨업 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
……
“어허…….”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리는 알람. 강수호의 시야 또한 시스템 메시지로 인해 완벽히 가려져 있었다.
‘이건 많아도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감탄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를 천천히 내렸다.
‘많이도 올랐구나.’
시스템 메시지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레벨업 알람.
그렇게 한참 레벨업 메시지 밭에서 헤매고 있을 때였다.
“어? 찾았다.”
뭔가 획득했다고 적힌 시스템 메시지.
-차원 이동 보상을 획득했습니다.
“차원 이동 보상을 획득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다.
“눌러보거라. 보상 확인이 가능할 테니.”
“넵!”
스승님의 말에 보상 확인을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보상 확인 시스템 창.
[보상]
이름 : 차원 이동 보상
보상 :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음?”
이런 보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거, 보상이 좀 이상한데요?”
“왜?”
“알 수 없는 문자로 이상하게 적혀 있어서요.”
보상 내용을 스승님에게 보여 주었다.
“흠…….”
한참을 시스템 메시지를 주시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건 또 뭐야?”
“그러게요. 보상을 줄 거면 확실하게 줄 것이지…….”
시스템 보상에 조금은 아쉬웠다.
‘시스템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이런 것도 챙겨 주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보상 하나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다니.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
팔짱을 끼며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시스템의 ‘관리자’가 당신들을 차원의 방에 초대합니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메시지.
그와 동시에.
슈아아악!
그 둘은 파란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