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75화 (75/225)

제75화

75. 약한 것들은 빠져 있어(3)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나도 알고 싶다! 보스가 한 방에 쓰러졌잖아?!”

보스 방 안에 몰래 숨어든 마인들이 짜증 날 만도 하다. 드디어 피를 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기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하긴! 지금 당장 도망쳐야지!”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C급 보스 몬스터를 한 방에 때려눕히는 강함. 세계 1위 헌터도 못 할 행동이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밥 먹는 것보다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아?”

“좋아. 지금 당장 던전에서 나가지.”

결정을 내린 그들은 귀환석을 꺼냈다. 하나하나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아이템이지만, 던전을 안전하게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다.

“귀환한…….”

구석진 곳에서 몰래 귀환하려던 그때.

“어디 가냐?”

“…….”

뒤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지금껏 상대했던 괴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살기.

“케인! 뭐 하는 거야!”

순간적으로 느낀 살기로 인해 검을 꺼내 들었다. 귀환석을 바닥에 던지고 살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태산 베기!”

비공식 세계 10위 헌터. 지금은 마인이 되어 몇 배는 더 강해진 상태. 주 무기인 검을 이기는 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깡!!

“아야.”

“……!!”

세상은 넓다. 넓은 만큼 실력자도 많고. 괴물 같은 실력자가 케인의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케인! 어서 도망쳐……. 커헉!”

“마인들이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손이 여자 마인에게로 향했다.

보기 흉측할 정도로 우그러진 얼굴.

“으아아아!”

“귀 아프니까 소리 지르지 좀 마.”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휘둘러도 그의 몸에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마치 돌에 계란을 던지는 것처럼.

케인이란 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가지고 있던 검을 구부리고 머리를 잡고 내려치던 그때.

“잘 가…….”

띠링!

-차원 이동에 성공했습니다.

-보상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보상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갑작스레 울리는 시스템의 메시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음?”

닿았던 주먹이 얼굴을 통과한다.

샬런도 당황했는지 눈을 깜빡거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공격이 통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하늘 가르기!”

깡!!

그와 반대로 마인의 공격은 너무나도 잘 통했다.

뭔가 싶어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살펴보자.

-1분간 마기를 가진 이들에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보상이 끝남에 따라 1층을 클리어해야지만 영구적으로 보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강수호에게도 보이는 시스템 메시지.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망할 놈의 시스템.”

시스템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제자야, 이건 네가 상대해야겠다.”

“네?”

샬런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스승님들에게 훈련받았더라도 S급 헌터를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예전 S급 세계 랭커 10위 권 안에 든 케인.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웨폰 마스터(S급) 재능.

“잠시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군. 제자에게 딱 맞는 훈련 대상이 있어서 말이야.”

“아니…….”

의아함이 가득한 눈으로 샬런을 쳐다봤다.

갑자기 나타난 스승. 마인의 간부로 취급하는 괴물을 ‘훈련 대상’이라 무시하는 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구호도 처음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한 번에 쓰러트리지 못하는 몬스터를 주먹 한 번에 쓰러트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재밌겠는데?”

“예? 아직 신입인데 괜찮을까요?”

스킬을 준비하는 불걸음.

전력으로 덤벼도 상대 못 할 괴물. 그것이 바로 케인이었다.

“그런 괴물을…….”

“내가 괜찮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 저 스승이란 사람이 나보다 몇백 배는 강하니까.”

“예? 구호 님보다 강하다고요?”

세계 랭킹 30위보다 몇백 배는 강하다니.

랭킹이 높을수록 강하다고는 하지만 몇백 배까지는 아니었다. 등수에 따라 아무리 커도 2배 정도.

그럼에도 이구호가 저런 말을 한다는 건…….

‘괴물이다…….’

괴물 그 이상.

던전에 들어 온 헌터들을 조용히 시켰다.

“훈련 대상? 크흐흐. 나를 얕잡아 보는 건가? 내가 누군지 모를 것 같아 설명…….”

“제자야. 그러고 보니 내가 준 건 어디 있니?”

“…….”

스승님의 말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허세만 가득 담긴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강함을 벗어난 압도적인 힘. 그 힘을 목격한 강수호로서는 마인보다 스승님이 더 무서우니까.

“저, 그게…….”

“착용하고 시작하자. 오랜만에 봤으니까 긴말은 생략한다.”

다행히 위험해서 그런지 이 이상의 말은 생략했다. 갑자기 나타난 마인을 처치해야 하기도하고.

“준비됐어?”

“넵!”

“그럼 싸워.”

“네? 싸우라고요?”

간단한 대답.

그 대답을 끝으로 눈동자가 붉게 변한 남자가 자신에게로 달려들었다.

“후회하게 해 주지.”

샬런부터 노리지 않았다.

자신보다 몇 배는 약한 놈을 향해 인벤토리에서 꺼낸 도끼를 휘둘렀다.

예상대로라면 반응하지도 못할 속도에 목이 베어졌겠지만.

“이런 건 힘을 역으로 이용해야지.”

“……!!”

스승님의 말과 함께 강수호의 몸을 직접 움직여준다.

오른손으로 뻗어지는 도끼. 스승님이 직접 허리를 숙여주고 오른팔을 움직여준다.

빗나간 도끼가 허공을 지나가 회수하려던 그때.

“이렇게.”

콰직!!

“……!!”

살짝 밀었을 뿐인데, 회수하려던 도끼가 케인의 왼쪽 어깨에 박혀버렸다.

아주 작은 행동. 그렇지만 그 행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경험이 필요했을 거다.

‘허, 허허…….’

장난만 치는 이구호 또한 그 모습에 입을 쩍 벌렸다.

너무나도 완벽한 타이밍. 베테랑 헌터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S급 헌터. 지금은 마인 간부 중 으뜸인 그를 저리 쉽게…….’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케인은 제 어깨에 박혀 피에 절어 질척거리는 도끼를 뽑아냈다.

“크흑! 좋은 스승을 두었나 보군.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오른손에 마기와 마나가 융합되고 있었다. 겉으로만 봐도 엄청난 힘.

“저, 스승님…….”

“별로 강한 것 같지도 않군. 기다려라.”

말과 함께 그가 앞으로 나섰다. 저런 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앞으로 나선 그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여러 자루의 검을 바라봤다.

“이기어검이군.”

여러 자루의 검을 공중에 띄워 사용하는 기술. 그에게는 필살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피해!”

촤아악!

스걱!

샬런에게는 아니었다.

날아오는 검을 곧이곧대로 맞아준다.

살갗이 베이고.

푸욱-! 푸욱-!

날아가는 검들이 살갗을 파고든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공격이 이어지고 나서야.

“끅끅끅. 내 필살기를 그딴 나약한 몸으로 막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

“스승님!”

굳건하게 선 샬런. 피가 흐르는지는 모르겠으나 치명적인 공격을 입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자.

“제자야.”

“…….”

조용히 수호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서는 아픔이란 것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이건 내 등긁개도 되지 않는다.”

자욱한 안개가 걷어진다. 100여 자루의 검으로 만들어진 안개가 걷히자…….

“저런 괴물은 처음 보는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몸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이구호가 헛바람을 내뱉으며 감탄했다.

그도 쉽게 막아내지 못할 ‘이기어검’. S급이라 칭하는 아티펙트가 있어야 막을 만한데.

‘대단하군.’

강수호의 스승이 마인과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소설에서나 볼 법한 압도적인 강함!

‘이거 한 수 배워가겠는데?’

수준 높은 싸움 구경을 볼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을 때.

“실수한 부분은 내가 짚어 줄 테니 싸워라.”

“네!”

“…….”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말 이 상황이 훈련인 것처럼.

그렇다고 그의 말에 말리는 이는 없었다.

“저거…… 사람 맞아?”

“이 세상에 저런 헌터가 있었다고? 뭐 하는 사람이야?”

“……정말 대단하군. 동작 하나하나에 빈틈이란 게 없어. 마치 몇만 년 동안 지옥에 살아온 사람처럼.”

어떤 꼰대가 와도 흠잡을 수 없는 공격들. 그것도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수호의 몸을 조종하며 그의 말처럼 ‘훈련’이란 걸 하고 있었다.

“머리 숙이고~”

“스승님! 장난치시지 말라니까요! 방금 머리 날아갈 뻔했습니다!”

“흐흐. 원래 훈련이란 건 스릴 있을수록 효과가 좋은 거라고!”

더불어 저런 실력자를 상대로 장난까지 치며.

‘이게 왜 안 되지?! 분명히 맞았어야 했는데?!’

화기애애한 그들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케인의 마음은 점차 급해졌다.

어떤 짓을 하더라도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걸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군.’

마지막 비장의 스킬. 어떤 이라도 체력을 1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스킬이었다.

‘나중에 랭커들한테 사용하려 했지만, 여기서는 방법이 없겠어.’

케인이 즉사 스킬을 꺼리는 이유가 있었다. 즉사 스킬은 한 번 사용하는 데 모든 스탯이 5나 하락이 되니까.

그뿐만 아니라 삶의 1%를 앗아간다. 100년을 살 수 있다 치면 대략 1년의 삶을 빼앗기는 것이다.

‘이 스킬은 너에게 처음으로 사용하겠군!’

무기들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지금껏 사용하지 않던 거대한 낫을 꺼냈다.

“음? 낫?”

벼린 칼날. 구부려진 칼날 때문에 닿자마자 목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뭐야? 1t도 안 나갈 것 같은 무기는?”

“저거 그래도 닿으면 꽤 아플 것 같은데요?”

샬런에게는 무게도 나가지 않는 쓸모없는 무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악당은 역시 말이 많군.”

“…….”

농담만 내뱉는 샬런을 보고 다시 인상이 찌푸려졌다.

고작 신입 헌터한테 농락당한 것도 기분이 상하는데…….

“지금 당장 죽여주지.”

그가 마인이 된 이유는 복수를 위해서라는 작은 소망이 아니었다. 강자를 짓밟고 올라오는 그 쾌감. 천마라는 힘을 뛰어넘는 거대한 힘을 원했다.

“사신의 심판!!”

날카로운 낫이 샬런에게로 향해졌다.

별거 아닌 듯 쳐다보았지만.

‘이건 좀 위험한데?’

몇만 년을 산 그의 직감이었다.

지금 공격은 그가 봐도 꽤나 위험한 공격.

‘즉사기인가?’

피를 1로 만들어 손가락으로 쳐도 죽을 만한 피로 만드는 사기 스킬.

콰쾅!!

사신의 낫이 샬런의 머리로 내려찍어지는 순간 검은 기둥이 세워졌다.

“사신의 심…….”

그 안에는 검은 낫을 들고 검은 로브를 쓴 사신이 파란 눈을 뜨고 낫을 들어 올렸다.

케인과는 격이 다른 진정한 사신의 심판을 내려찍으려 했지만.

“어? 너 그놈 아니야?”

“…….”

사신이 샬런을 향해 머리를 찍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샬런의 눈엔 너무나도 익숙한 사신이었으니까.

“다, 당신은!!”

“이야, 오랜만이다. 그 사신의 낫 나도 하나 장만해 주면 안 되냐? 그때 들어봤는데, 엄청 무겁고 그립감도 좋더라.”

그들에게는 아주 기나긴 사연이 있었다. 그것도 이 낫에 관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