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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73화 (73/225)

제73화

73. 약한 것들은 빠져 있어(1)

슈아아악!

파란빛을 내뿜으며 던전 안으로 도착했다.

지금껏 봐온 던전과는 다르게 거대한 평야와 절벽, 암반이 즐비한 던전 안.

“이게 보통 암석 골렘들이 사는 던전이지.”

“아하.”

신기한 듯 바라보는 강수호의 옆에서 이구호가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의 헌터가 던전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이제 모이도록 하죠.”

먼저 도착한 10위, 제작 길드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필드에는 아직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상황.

“앞으로 갈 순서를 정하도록 할 건데, 먼저 나가실…….”

“저희가 먼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신입 헌터가 손을 들었다.

sky 길드에서 뽑은 신입 헌터.

“이름이 뭐죠?”

“이수현이라고 합니다.”

“트리플 재능을 가진 신입 헌터시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그다음은…….”

가장 앞은 사고가 났을 경우 가장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다행히 그것을 sky 길드의 신입 헌터가 가져갔고…….

“그다음은 저로 하죠.”

“좋습니다. 2위는 패왕 길드.”

당연하게도 패왕 길드는 2위를 택했다.

한국 1위 길드라는 이명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정비가 모두 끝나면 시작하도록 하죠. 저희 길드는 어차피 제작 관련 쪽이라 5위로 하겠습니다.”

“이의 없습니다.”

“이의 없습니다.”

제작 길드, 부 마스터의 대답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답했다.

모든 정비가 끝나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몬스터 사냥이 시작되었다.

* * *

“이구호 님 맞습니까?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데…….”

“하하! 그런데? sky 길드원인가?”

이구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건넸다.

미소 지으며 마주 잡은 손을 흔드는 sky 길드원.

“자네 이름은 뭔가? 처음 보는 헌터인데?”

“저를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1년 전에 들어왔거든요. 아마 ‘불걸음’이라고 하시면 아실 겁니다.”

“오호. 불걸음?”

그의 말에 이구호의 표정이 신기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걸음이란 이명은 그놈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S급 헌터 100위 안에 드는 인물 아닌가?”

“30위 안에 드신 분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세상에는 약 1만 명의 S급 헌터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100위 안에 드는 세계 랭커 헌터.

“그 불걸음을 오늘 볼 수나 있으려나…….”

“나중에 시간 나면 찾아가도록 하죠. 오늘은 아마 보지 못할 듯합니다.”

“나야 좋지! 술도 한잔하고!”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신입 헌터들은 골렘을 토벌하고 있었다.

“석화(石火).”

깡!

“그워워워-!”

제일 앞에 있던 이수현이 혼자 두 마리의 골렘과 싸우고 있었다.

돌과 돌을 부딪쳐 불을 붙인다.

화르륵!

“그워워워-!”

고통스러워하는 5m 골렘의 발밑으로 다가갔다.

스걱!

발을 단검으로 가볍게 베어 버리고.

쾅!!

“끝.”

콰직!!

재생되기 전에 구슬을 파괴했다.

골렘 두 마리를 쓰러트리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였다.

“이쪽도 대충 정리됐고.”

그건 자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세 명이 동시에 움직이니, 세 마리를 30초 만에 쓰러트렸다.

“힘들어라.”

“의외로 쉽네? 돌 부수는 느낌이 대박이야.”

“마나 좀 채우고 가자.”

뒤를 봐주는 헌터가 있어 무모하게 나서도 되었다.

다른 신입 헌터들도 빠르게 골렘을 쓰러트리고.

“좀 쉬었다가…….”

“…….”

근처 돌에 걸터앉아 쉬고 있을 때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고개를 슬쩍 옮겨 돌아보니.

‘저 여자는 왜 계속 쳐다보는 거야?’

자신을 째려보는 이수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강수호~”

“좋은 거 아니니까 조용히 있어.”

저 눈빛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 빛나는 눈이 아니지 않은가. 질투심과 열등감이 섞인 눈빛이다.

‘귀찮아지겠네.’

귀찮아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런 일이 있지 않았던가. 질투심에 눈이 먼 헌터가 신입 헌터를 암살한 사건.

‘이상한 일만 안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요즘 들어 뭐만 하면 사고가 일어나는 통에 뭐든 신경 쓰게 된다. 영화 주인공도 그 정도로 이상한 일이 따라다니지는 않을 것인데.

“어쨌든, 이제 다시 움직이자. 쉬는 장면을 계속 보일 수는 없잖아.”

“그래! 우리가 패왕 길드의 신입생들인데! 슈퍼 루키라고 말하잖아!”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는 헌터들뿐만 아니라, 방송용 드론까지 있어 가만히 있는 건 자신만 손해였다.

“하나씩 상대해 볼래? 누가 먼저 죽이는지 내기다?”

“좋지.”

“마음대로.”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필드에 존재하는 골렘 앞에 섰다.

위이잉-

자신들의 행동이 궁금했는지 드론을 움직인다. 열 대의 드론 중, 여덟 대의 드론이 자신들에게 향했고.

“시작!”

강수호의 말과 함께 골렘 공약이 시작되었다.

“피의 축제.”

푸화화!

“그워워워-!!”

양유혁은 마기를 마나로 바꾸어 스킬을 사용했다.

상대방을 중독시키는 스킬. 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니 핵심 구슬을 한 번에 찾아낼 모양.

콰직!!

“흡!”

“그워워워-!”

엄청난 괴력. 작은 손에서 이루어지는 괴력은 주변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힘이었다.

몸을 부수면서 핵까지 부수려고 하지만.

“음속의 발걸음.”

강수호는 아니었다.

그들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은밀하면서도 깔끔하게.

“그워워-?”

아무것도 모른 채 걸어 다니는 골렘 등 뒤로 향한다.

달려갈 때 일으킨 바람 때문에 눈치챈 것 같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굳이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겠지.’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들의 힘은 어느 정도 증명된 상태. 지금은 얼마나 노련하게 골렘을 잡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마나를 이용해 작은 침 하나를 만들었다.

보급형 단검으로 뒤꿈치를 베어내고.

스걱!

“……!!”

중심이 잡히지 않은 몸을 앞으로 보냈다.

쾅!!

눈에 마나를 넣어 시력을 강화한다.

스승님의 힘을 받은 강수호의 마나를 눈에 넣자 어디에 핵이 있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고.

“여기다.”

마나로 강화된 눈에 보이는 주먹만 한 구슬을 겨냥한 뒤, 손목 스냅을 이용해 얇은 바늘을 던졌다.

푸욱-!

쩌적!

“나이스.”

얇은 마나 침을 넣자 핵이 서서히 갈라진다.

갈라진 핵은 골렘의 작동을 서서히 느리게 만들더니.

“와르륵!”

골렘을 그저 그런 돌로 만들어 버렸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네 대의 드론이 존재해 있었다.

한 마리의 골렘을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

“신입생 하나는 잘 뽑으셨군요?”

“내가 눈이 좋아서.”

그 모습에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다.

프로 헌터도 10초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말도 안 되게 폭넓은 재능까지.

“진짜 빠르다!”

“너도 빠르지 않았어? 30초밖에 안 걸렸는데?”

“10초보다는 느리지. 대단한데? 이제 골렘도 어느 정도 쉽게 죽일 수 있고.”

어느새 맡은 골렘을 쓰러트린 최서현과 양유혁이 다가왔다. 강수호가 너무 빠른 것이지 그들이 느린 건 아니었다.

“일단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으니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C등급 던전 이상부터는 중간 보스가 존재했으니까.

조금 꺼림칙한 것이 있다면…….

“…….”

“저X은 왜 계속 쳐다보는 거야?”

최서현의 인상이 구겨질 만큼 신경 쓰이는 한 신입 헌터. 이수현이 계속 강수호를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보다 잘하니까 짜증 나겠지. 마저 정리하고 다음 라운드로 가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쳐다보기만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다른 신입 헌터들도 주변 정리가 끝났는지 안전한 자리를 잡아 돗자리를 폈다.

C등급 던전 이상부터 중간 보스 전에는 무조건 쉬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우리도 도시락 좀 먹고 갈까?”

1시간 정도의 짧은 틈. 3시간이나 넘게 움직여서 그런지 꼬르륵 소리가 반복해서 울린다.

강수호는 엄마가 싸준 김밥을 꺼내어 입에 집어넣었고.

“천양 고기 드실?”

“됐어. 요새 고기만 먹어서 그런지 속 안 좋더라.”

“아, 그래?”

양유혁은 없어서 구하지도 못하는 천양 고기를 입 안에 넣었다.

“내 유부초밥 먹을래?”

“응!”

최서현은 새콤 짭짤한 유부초밥을 들고 왔다.

그렇게 한참 휴식 타임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입 안에 유부초밥과 김밥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이수현? 여기는 무슨 일로?”

목소리의 주인은 이수현. 조금씩 다가와 강수호의 옆자리를 차지하더니.

“같이 먹자.”

“…….”

대뜸 자신이 들고 온 도시락을 꺼냈다.

양유혁은 별 상관없는 듯했지만, 최서현은 아니었다.

“꺼져.”

눈에 불을 넣었는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이수현도 놀랐는지 어깨가 들썩였지만.

“아까는 미안. 내가 원래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말을 잘 못 하거든.”

“…….”

순식간에 침묵이 돌았다.

양유혁도 먹고 있던 천양 고기를 떨어트리고 입을 벌린 채 강수호를 바라봤다.

“그, 그러니까 이놈을 좋아한다고? 이 못생긴 놈……. 풉.”

“…….”

이서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행동에 양유혁이 먹고 있던 천양 고기를 내려놓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풉. 흐하하하! 이런 띨빡하고 멍청한 놈을 좋아하다…….”

“시끄러워.”

“아악! 왜 때려?”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뒤통수를 후렸다. 이 이상 말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와 반대로 최서현은 조용히 유부초밥을 씹으며 이수현을 쳐다봤다.

“야.”

“응?”

그러고는 조용히 이수현을 불렀다. 양유혁과 싸우는 강수호를 애써 무시하며.

“언제 봤다고 좋아한다고 하냐?”

“내 마음이지.”

“하!”

여자들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먹질 안 하고, 머리만 잡지 않았지 그들의 입에서는 이미 총알이 발사되고 있었다.

“수호는 너 같은 X 싫어해.”

“풉.”

“웃어?”

이수현의 비웃음에 그녀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너도 좋아하는구나?”

“…….”

그 말에 최서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그걸 어떻게…….”

“척하면 척이지. 그런데 미안해서 어째.”

“뭐?”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이수현이 그녀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원래부터 다 차지하고 보는 스타일이라.”

“그건 수호 마음이지. 네 마음이 아니잖아. 그리고…….”

“아, 잠시만.”

말을 끊은 그녀가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건네 주었다.

“이걸 왜?”

명함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 그룹 명함이잖아? 그것도 회장님의 명함이…….”

대한 그룹 회장의 명함이었는데, 최서현의 아버지 회사와 거래처 관계를 유지하는 대기업 회사였다.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 줬으면 좋겠는데.”

“…….”

“이성 그룹이 흔들릴 수도 있잖아.”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려다가 거지가 될 수 있는 노릇.

“……그래.”

마지못해 대답했다. 돈에서는 이수현이 그녀보다 몇 배는 더 위니까.

“그래도 좋아는 해도 돼. 어차피 내 거지만.”

“…….”

이수현은 그리 대답하고는 강수호 근처에 다가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강수호가 싸 온 김밥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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