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71화 (71/225)

제71화

71. 데뷔전(1)

“이게 도대체 뭐냔 말이야.”

-차원 이동에 성공했습니다.

-그에 따라 막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그저께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를 스승님들에게 물어봤지만.

“차원 이동 성공해서 보상을 줬다고? 그냥 네가 첫 차원 이동자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스승님들도 모르는 듯했다. 지금껏 이동한 차원자로서 주는 보상이라 생각할 뿐.

‘스승님들도 시스템은 모른다고 했으니…….’

던전을 만든 건 악마가 아니었다.

모든 것의 원인은 시스템. 지금 보는 이 메시지도 시스템이 만든 거니까.

“문제는 보상이 뭐냐는 건데…….”

제일 문제는 보상의 내용이었다.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너무 큰 보상이기에 잠시 고민하는 듯.

“그냥 장난인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시스템이 장난을 칠 리 없겠고…….”

“혼잣말하냐?”

계속 중얼거리자 양유혁이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허공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지우며 물었다.

“별거 아니야. 그것보다 네 파트너는 누구냐?”

C급 던전에서 치러질 데뷔전. 요즘 벌어지는 일 때문인지 그 이상의 던전은 불가능한 듯하다.

“나야 당연히 우리 아빠.”

“수호 길드 마스터?”

“응.”

세뇌한 수호 길드 마스터.

“패왕 길드 마스터 세뇌하면 안 되는 거야?”

“그 사람은 안 되던데?”

강수호의 생각을 양유혁이 해 보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이구호는 S급 이상의 정신 방벽을 가지고 있었으니 세뇌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럼 너는?”

“이구호 님이라는데?”

“의외네.”

강수호는 무려 자신의 길드 마스터가 직접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위험하지도 않고 좋지. 그것보다 이석현 헌터님은 언제 오시냐?”

“그러게. 이때쯤이면 올 시간이 됐는……. 어? 왔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도착한 검은색 밴. 그 둘은 밴이 멈추자마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안전벨트 매거라. 10분 만에 도착할 테니까.”

이석현의 말과 함께 밴이 빠른 속도로 던전을 향해 나아갔다. 10분 만에 도착한다는 말은 빈말인 줄 알았다.

* * *

“이번 건 실수하면 안 된다. 1위 길드부터 시작해서 다른 해외 길드까지 오는 데뷔전이라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는 재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재수가 없을 수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잘 좀 관리해 줬으면 좋겠네.”

“옙! 협회 회장님!”

던전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관리인에게 당부하는 협회 회장. 예전 같았으면 직접 현장에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던전 이상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즘 들어 급증하는 던전 이상 현상. 특히 이런 중요한 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SVS 뉴스 기자, 강우연입니다. 한국 협회 회장님 맞으십니까?”

“아, 넵. 오셨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국 기자들이 도착했는지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MVS 기자, 유인하라고 합니다. 오늘 던전이 C급 던전이라고 하는데, 데뷔하는 신입생들한테 너무 무리한 등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중에 돋보이는 한 기자.

협회 회장은 망설임 없이 질문에 대답했다.

“인터뷰 때 말했다시피 저는 C급 던전도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C급 던전도 부족하다?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협회 회장의 말에 궁금한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당당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협회 회장.

“그만큼 이번 신입 헌터들을 기대하셔도 좋다는 겁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단어였다. 아무리 뛰어난 신입 헌터가 나온다 한들 협회 회장은 말을 아꼈으니까.

“빨리 기사 써! 이번 건 완전 특종이라고!”

“협회 회장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대박 신인들이겠는데?”

협회 회장의 말을 토대로 기사를 써 내리기 시작했다.

신입 헌터 데뷔전. 그가 그곳에서 입을 열었다는 건 협회 회장이 마음에 든 신입생이 있다는 거니까.

“그래서 지금 협회 회장님의 심정은 어떠하신지…….”

“협회 회장님께서 뽑아가실 신입 헌터가 있다 생각합니까?”

“허허, 어차피 다 뽑았는데…….”

기사들의 질문을 대답하고는 쉴 겸 근처 막사에 들어가 목을 축였다.

“뛰어난 신입 헌터가 많다는 건 좋은 것인데 왜 이리 긴장되는 건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혹시 모를 걱정. 이상 현상이 발생해 C급 던전이 B급 던전으로 변할 수도 있는 노릇.

‘C급도 낮게 고른 것이니…….’

이상 현상 때문에 던전 등급도 일부로 낮은 던전을 골랐다. 원래라면 C+ 정도는 됐겠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대비.

“나도 들어갈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더군다나 이용욱 또한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못 들어가서 발만 동동거리는 것보다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해결하는 것이 나을 터.

“김 비서.”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일정표 좀 주게나.”

소파에 앉은 상태로 김 비서를 불렀다.

그녀에게 일정표를 받고 빠르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조만간 오겠군.”

던전 입장 시간은 대략 오후 2시. 지금이 오후 1시쯤이니 다들 오고 있을 시간이다.

“그럼 잠시 잠 좀 자둬야겠군.”

어제도 업무 때문에 밤을 새웠다.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시간 정도는 자두어야 했다.

“김 비서는 내 막사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인 비서가 나갔고.

“조용하군.”

막사에 정적이 생겼다.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의 정적. 숙면하기 딱 좋은 공간이 생겼기에 눈을 감고 잠이 들려던 찰나.

쾅!!

“……!!”

막사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

깊은 잠에 빠지려던 그의 정신을 맑게 해 줄 정도의 거대한 충격이었다.

“누구냐?”

부서진 막사를 옆으로 치우며 물었다.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건 그놈들밖에 없을 테니까.

“마인인가?”

“…….”

주변에 뿌려진 자옥한 먼지. 감각을 넓혀가며 이 사태를 일으킨 주인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여기군.”

근육으로 이루어진 손을 뻗어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

쾅!!

파공음과 함께 자옥한 먼지를 내보내는 공격.

“윽?”

하지만 오히려 협회 회장의 팔에서 고통이 시작되었다. 마치 바위에 계란을 부딪친 것처럼.

“허허, 미안하네.”

“…….”

위험한 상대라 파악하여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얼얼한 손을 뒤로하고 자세를 잡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

“……설마?”

막 각성할 때 자주 들었던 목소리였다. 요즘 들어 점점 그리웠던 목소리.

“스승님?”

“날 알아봐 주는 건가? 오랜만일세.”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것보다…….”

옛 스승님의 목소리였다. 문제는 스승님의 목소리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

“오늘은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 건가? 오랜만에 뛰어난 신입 헌터라, 참으로 궁금하네.”

“스승님, 그것보다 말이죠…….”

“음?”

부서진 막사를 아련하게 쳐다봤다.

이용욱은 당연하다는 듯 이석현에게 대답했다.

“스승님께서 물어내셔야 합니다.”

* * *

“예끼, 이놈아. 벼룩의 간을 빼 먹지, 누구의 간을 빼 먹는 것이냐?!”

“그러게 제가 항상 운전 좀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놈의 운전 성격 좀 고치시라니까.”

“뭐?! 스승님한테 못 할 말이 없구나! 어디서 스승님에게 말대꾸…….”

“…….”

양유혁과 강수호는 먼지투성이로 싸우는 그들을 쳐다봤다.

1시간은 지나서 도착해야 할 데뷔전 던전. 그곳을 고작 10분 만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니까.

문제는 그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협회 회장이 쉬고 있던 막사에 부딪힌 것.

그나마 다행인 건 서로 사이가 좋다는 것이다. 다친 사람도 없었고.

“싸움이라도 나는 줄 알았네.”

“그것보다 최서현은 언제 온대? 집 안에 무슨 일 있다고 해서 먼저 갔잖아.”

먼지를 털어내며 물었다. 혹시 양유혁이 알 수 있으니까.

“모르겠는데.”

“네가 알 리 있겠냐마는…….”

그가 알 리 만무했다.

최서현에게 큰 관심이 있지도 않은 것 같았으니.

“뭐, 알아서 오겠지. 그런데 우리 너무 빨리 온 거 아니냐?”

먼지가 지워지지 않자 옷을 갈아입기 위해 부서지지 않은 막사로 이동했다.

“후우, 이번 데뷔전은 10대 길드 신입생들 다 온다며?”

“그렇다는데? 꽤 쟁쟁한 실력자들이래. 듀얼 재능도 많은 것 같고.”

10분 만에 도착했기 때문인지 차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던전은 길드 하나가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길드가 모여 신입생 중 누가 더 이 자리를 빛낼지 알아보는 대결.

“조시현하고 한석유도 올 테고. sky 길드도 온다고 하던데. 그 길드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

sky 길드와 패왕 길드는 이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이가 부러워하는 길드이기에 굳이 데뷔전을 한국에서 할 필요도 없으며 그런 걸 할 시간에 훈련이나 하는 것이 나을 테니까. 받을 신입생도 없었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sky 길드도 이번에 신입생 들였다는데? 가뿐하게 이길 수 있지?”

“모르지. 트리플 재능 각성자라는데…….”

양유혁의 물음에 애매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sky 길드가 이번에 들인 신입생. 만렙 잡캐 취급받는 트리플 재능 각성자라는 거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이유는 sky 길드가 데려왔기 때문이다.

“어떤 괴물을 들여왔을지 모르잖아. 그놈들이라면.”

“하긴, 그렇긴 하지. 천마도 sky 길드 혼자 상대하기는 꺼려 했으니까.”

단신의 실력이 길드 하나를 이길 정도의 강함을 가진 천마도 꺼리는 길드. 그런 길드에서 트리플 재능의 각성자를 들였으니 긴장되었다.

“물론 우리가 이길 거지만.”

“웃지 마. 네가 웃으면 뭔가 기분이 나빠.”

“안 웃으면 사람 죽거든?”

“안 죽어.”

그렇다고 질 수는 없다.

이번 데뷔전은 평범하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를 더욱 효율적이고, 누가 많이 죽이는가에 따라 승패가 나뉜다.

“넌 아티펙트 같은 거 안 착용하냐?”

“착용했는데?”

“…….”

강수호의 말에 양유혁이 입을 다물었다.

눈에는 걸레 짝인 티셔츠 한 장밖에 없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아.”

정말 괜찮았다.

실력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 티셔츠의 위력을 믿으니까.

[흰색 티셔츠 + (999,999,999)]

제한 레벨 : 30

방어력 : 10,000/10,000

효과 : 편안함 + &, 단단함 + 50, 반사 + &, 체력 증가 + 10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효과다.

이 상태창을 본다면 양유혁도 아무 말 하지 못할 것이다.

보통 방어구 아티펙트는 방어력, ‘10,000’이면 레벨 제한 100에 ‘S급’ 이상의 등급이다.

평범한 헌터는 사용 불가능한 아티펙트.

하지만 이건 효과도 없는 방어력만 높은 아티펙트와는 차원이 다른 티셔츠다.

“일단 몸 풀면서 기다리고 있자. 최서현 오면 같이 작전이나 짜고.”

“오케이.”

정리를 마치고 곧장 막사 밖으로 나갔다. 지금쯤이라면 먼지가 사라졌을 테니.

“SVS 기자, 강우연입니다! 혹시 패왕 길드 신입생들 되십니까?”

“…….”

“MVS 기자, 유인하입니다. 신입생들 되시면 지금 인터뷰 가능하신지요?”

언제 막사 안으로 들어온 걸 알았는지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댄다. 당황하던 그들은 할 수 없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차피 아직 던전 입장하려면 한참 멀기도 했고. 시간은 충분했기에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