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70. 아프다고?(3)
“후우. 배부르다. 아침에는 역시 베이컨이랑 계란 프라이지.”
아침부터 식당으로 가 배부르게 한 끼를 먹었다.
헌터는 보통 한 끼마다 3,000칼로리 이상 먹지 않으면 헌팅할 힘이 없다. 그만큼 땀을 흘리고 훈련을 하니까.
특히 강수호는 많이 먹지 않으면 몸 관리가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세상에도 없는 SSS급 헌터보다 몇십 단계는 높은 괴물들의 제자가 되는 건 일반 훈련보다 몇십 배는 힘든 일.
“일단 가 볼까나.”
곧바로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훈련해야 하지 않겠나.
슈아아악.
파란빛이 강수호를 감싸 안고.
“도착이다!”
곧이어 고블린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제 싸우다가 차원 이동했기에 동굴을 나와 곧장 마을로 향했다.
“음? 여기요!! 아무도 없어요?”
입구에 도착하자 원래는 가게 앞에 있어야 할 스승님들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여기서 황금 사과를 팔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왜 아무도 없지?”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더욱 깊숙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쯤 되면 해맑게 웃으며 아침밥을 하고 있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소리를 질러대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근처 자리에 앉아 있었을 때.
“다들 어디 가신 거…….”
“음? 뉴비 아니니?”
“촌장님?”
지금까지 보던 모습과 다르게 정갈한 복장에 무표정을 지은 그가 강수호의 눈에 보였다.
“오늘은 좀 정상적인 복장이네요? 그런데 주변에 왜 아무도 없지? 단체로 어디 이동하기라도 했나요?”
“……그런 건 아니란다.”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전염병은 그들 수준에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였으니까.
“그러면……?”
머릿속에 예상한 내용이 있었지만 예상한 내용이 정답이 아니기만을 빌 뿐이었다.
“샬런, 있잖는가.”
“네. 샬런 스승님이 어떻게 되셨대요?”
“아직은…….”
“아직이라 함은.”
아직이란 말에 강수호의 인상이 처참히 구겨졌다.
아니라는 답변이 아니라, 아직이란 애매모호한 답변. 그 단어에서 강수호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래, 조만간 멀리 떠날 것 같구나.”
“네? 저보다 튼튼하시고 건강하신 그분께서요? 테일런 스승님은 뭐라 하셔요? 정말 살릴 수 없데요?”
“그래. 아쉽게도.”
강수호가 슬프지 않도록 짓는 저 미소. 저 미소 안에 담긴 건 기쁨이 아니었다. 오랜 동료를 떠나보내는 안타까움.
잠시 망설이던 강수호가 입을 열었다.
“저도 가도 되죠?”
“그럼. 그리 좋은 곳은 아니지만.”
촌장이 강수호의 허리를 잡았다. 스승님들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인 듯하다.
“출발한다.”
“넵!!”
다리에 근육이 잔뜩 부푼 촌장이.
쾅!!
폭발하듯 지면을 박차며 하늘 높게 날았다.
* * *
쾅!!
땅이 움푹 파인 채로 바닥에 착지한다.
한 번의 점프로 원하던 장소에 도착했다.
“이 거대한 동굴은 한 번도 못 보던 건데.”
촌장의 품에서 내려와 거대한 동굴을 쳐다봤다.
20층 정도의 아파트만큼 거대한 동굴. 이런 곳에 누가 살지 궁금할 정도의 거대한 크기였다.
“아, 별 곳 아니야.”
“별 곳 아니라고요?”
“응.”
촌장은 별거 아닌 듯 말을 꺼냈다.
“레드 드래곤 레어.”
“네? 드래곤 레어요?”
판타지에서나 볼 법한 드래곤. 그것도 성질이 포악한 레드 드래곤 레어였다.
“저, 정말요?”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저 드래곤도 우리랑 같은 처지라서 우리를 내쫓지는 못하거든. 오히려 환영하지. 일단 들어가자.”
“아, 넵.”
거대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서서히 빛이 보인다.
밖에서 보이던 숲의 풍경은 사라지고 오직 어두운 동굴에 촛불이 밝혀진다.
그리고 점점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음? 이 인간은 누구지?”
“……!!”
귀를 뚫어낸 것처럼 깊숙이 들어오는 목소리.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켜며 주변을 둘러봤다.
‘없어?’
하지만 주변에 사람으로 보이는 건 없었다. 오직 거대한 노란 눈동자가 강수호를 쳐다보고 있을 뿐.
“혹시 레드 드래곤님?”
“너희가 말하던 뉴비군. 이런 곳에서 새로운 놈이 오다니. 신기할 노릇이구나.”
거대한 눈동자.
과연 이 동굴 전체에 몸이 다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의문이 들 정도로 거대한 눈동자다.
“따라오거라.”
“아직도 여전해?”
“그래.”
“드래곤의 숨결을 사용해도?”
“그렇더구나. 도무지 방법이 없다. 내가 가진 모든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엘릭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내 숨결을 사용해도 통하지 않는 병은 처음 보는군.”
“치료 못 하는구나.”
동굴을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히 샬런 스승님에 관한 내용.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래곤 레어 깊숙이 들어 올 수 있었다.
“우와…….”
처음 생각했던 레드 드래곤의 고정 관념은 완벽히 사라졌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레드 드래곤의 둥지 안이 깨끗하다 못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금이에요?”
“레드 드래곤인 내가 설마 가짜 금을 모으겠느냐?”
“아티펙트?!”
금과 다양한 보물들로 도배된 드래곤 레어.
더군다나 금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꽤나 값진 보물로 취급받는다는 아티펙트들. 그것도 모두 상위 등급의 아티펙트였다.
“흠흠. 이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정신 차렸다.
지금 이런 것에 현혹될 만큼 시간이 넘쳐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레드 드래곤의 등을 따라가자.
“알?”
“건들지 말거라. 내 유일한 아이들이다.”
“아, 넵.”
두 알이 한 장소를 차지하고 있었고.
“여기다. 안으로 들어가거라.”
“작네요?”
“인간들이 사용할 방인데, 굳이 크게 만들 필요는 없지.”
거대한 동굴이 무색할 정도로 작은 방 하나가 보인다.
그곳으로 들어가니 겉모습과는 다르게 거대한 방 하나가 생성되었다.
“마법이란다.”
“와. 세린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드래곤의 도움도 있었지.”
최소 1,000평은 되어 보이는 넓은 초원. 주변에는 나무와 짹짹거리는 참새들도 있었다. 아름다운 들판은 인공 태양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다른 세상 같네요.”
“아마도 샬런이 살던 세상일 거다. 그놈의 고향을 모방한 세상이니까.”
“…….”
샬런의 세상.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천천히 더 깊숙이 걷자.
“아, 오늘은 상체 조져야 하는데.”
“에라이, 미친X아. 적당히 좀 해. 좀 있으면 죽을 것 같은데, 상체 몇 번 조진다고 병이 나아지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상체는 조져야 하는데…….”
“샬런! 우리 같이 상체 조졌잖아! 왜 누워 있냐고! 어서 일어나서 쇠질 해야지!!”
“…….”
이게 사람이 죽어가는데 하는 소리인가 싶다. 처음 하던 걱정은커녕 눈물도 보이지 않은 채 말을 이어 나간다.
강수호는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봤다.
“오늘은 상체부터 시작해서 이두근까지 조져야 한단 말이야!!”
“…….”
어찌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정상적인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 운동 이야기.
더 이상 테일런도 듣기 싫었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할튼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내일은 하체도 조져…….”
“적당히 해 이것들아!!”
“아악! 힐러가 너무 세잖아!”
“꼬우면 너도 힐러 하든가! 반쯤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하는 짓이 뭐냐고?!”
“…….”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
조용해진 곳에서 샬런이 조금씩 입을 열었다.
“흐흐. 이제 정말 죽는 건가? 죽는 기분을 다시 느끼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네. 죽음을 두 번이나 겪는다니.”
“…….”
조용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 말이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할튼. 걱정하지 마. 나 없어도 너 혼자서 잘 조졌잖아.”
“……미친X.”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해.”
“샤, 샬런. 안 돼……. 안 돼……!”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그.
촌장이 대사제에게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
“넵.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병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육체가 손상된 것이 아니라, 영혼 자체가 손상된 듯. 드래곤에게도 부탁해 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
강해져도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는 법이고 그 틀 안에서 빠져나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법이다.
“고마웠어.”
몸 전체가 투명해진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몸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하, 뉴비야.”
“아, 넵.”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몸을 보며 빠르게 다가갔다.
한참 강수호를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운동은 매일 하렴.”
스아아아.
“…….”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샬런. 그가 누웠던 자리에는 사람이 죽었다는 흔적도 없었다. 그저 약간의 먼지만이 남아 있을 뿐.
* * *
슈아아악.
방 안에 파란빛이 터졌다.
“하아.”
한숨을 내쉰 강수호가 침대에 누웠다.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감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왜 죽은 거지.”
의문이었다. 평생을 자신의 곁에만 있을 것 같던 스승님의 죽음. 마을 사람들 마음만도 못하겠지만, 제자로서 슬프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 일…….”
“누가 죽었어?”
갑작스레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양유혁이 과자를 씹으며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너, 그런 거 먹어도 되냐? 저번부터 궁금한 건데, 마인들은 원래 동물 피나 생고기를 먹잖아.”
“아, 별거 아니야. 우리 엄마가 인간이었거든.”
“엄마?”
“그것보다 파란빛은 순간이동 아니야? 스승님을 뒀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네.”
“어…….”
이 녀석은 또 언제 들어왔는지 원.
간단히 대답하자 양유혁이 얼굴을 들이민다.
“그것보다 내일모레 우리 데뷔전 잡힌 거 알지?”
“그럼. C급 던전이라면서?”
헌터가 되기 전에 이루어질 데뷔전. 그곳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지에 따라 자신을 향한 사회의 시선이 변한다.
“일단 나가 봐. 나 아직 정리 안 했어.”
“오케이. 내가 막 들어온 것도 죄지만.”
“여기에서 마기 절대 쓰지 마. 마스터 의외로 눈치 빠르다고.”
“알겠어~”
쾅!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침대에 누웠다.
처음에야 짜증 나고 빡센 훈련 탓에 분노가 서렸지만.
“이제는 그립네.”
쇠질 하며 자신을 바라봐주던 스승님이 그리웠다.
띠링.
“정말 그리웠는데.”
띠링.
“왜 먼저 가신…….”
띠링.
“…….”
띠링.
혼잣말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머릿속에 계속해서 알림이 울린다. 멈출 생각 없이 계속해서 울리는 알림.
감정에서 벗어나 눈을 떠 알람의 주인을 확인했다.
-차원 이동에 성공했습니다.
-그에 따라 막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
그 말과 함께 무수히 많은 알람음과 메시지가 떠올랐다. 원인 모를 메시지에 강수호는 한참이나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