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65화 (65/225)

제65화

65. 피의 파티(1)

“갑자기 웬 마독?”

마기가 들어 있는 독은 평범한 물약으로는 절대로 치료할 수 없다.

하지만 치료 불가능한 것에 대한 문제를 떠나서 왜 여기에 마독이 있냐는 거다.

‘마기가 있는 곳에는 분명히 마인, 악마도 있다.’

복부에 찔린 검상. 자기 자신이 찌른 건 당연히 아닐 터.

‘혹시?’

여러 생각을 하다 갑작스레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몇 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인간에게 식욕, 성욕, 수면욕이 있다면, 마인과 악마는 피와 살점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 욕구를 한 번씩 풀어줘야 하는데, 사람을 한 번씩 죽일 수도 있고, 동물의 피를 마실 수 있지만…….

“어디가? 비서님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멀리 안 갈 거야. 그 사람은 119 오면 바로 병원에 가줘.”

“알겠어.”

다친 사람은 그녀에게 맡기기로 했다.

몇 년 전에 일어난 일. 몇만 명의 사람이 마인들의 식사가 되었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뽀삐야.”

“크르릉?”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뽀삐를 꺼냈다.

15일간 밥을 주지 않고 놓아둘 수는 없었기에 들고 왔는데 꽤나 유용하게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방금 맡았던 마독이 어디에서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

“크르르릉. 킁킁.”

뽀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재다능하다. 그 덕분에 강수호가 할 수 없는 일은 어느 정도 뽀삐가 해 줄 수 있었다.

5m 뽀삐가 코를 벌렁거리며 찾기 시작했다.

마독은 마기를 다룰 수 있는 자만 사용할 수 있는 독. 냄새만 맡아도 근처에 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크르릉!”

“찾았어?”

몇 분 정도 킁킁거리자 뽀삐가 줄기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지하 노래방. 그곳에서 짙은 마기와 혈향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단 가 보자.”

“크르르릉!”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

“으으. 뭔 냄새야.”

지하 노래방 근처로 다가가자 짙은 혈향이 코끝을 찔렀다.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구로 다가갔다.

“이래서 티가 안 났던 거구나.”

“크르릉.”

노래방 입구 안에 들어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에게는 강수호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트릭이 숨겨져 있었다.

“결계라…….”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평범한 결계. 거기에 짙은 혈향과 마기, 마독.

이런 결계를 치고 지하 노래방에 들어갔다는 건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식사.”

마인이 사람을 먹는 행위. 마인들은 그것을 식사라고 말한다.

결계는 보통 희귀한 스킬이기에 들킬 걱정도 없어 이런 식으로 쳐 놓고 먹는 듯하지만, 강수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드르륵.

천천히 지하 노래방 문을 열자.

“…….”

“크르릉?”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광경. 썩은 사체와 썩은 내장이 널브러져 끔찍한 광경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코끝을 찌르는 악취까지.

그럼에도 강수호는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 * *

“우욱.”

먹었던 걸 모두 뱉어낼 뻔했다. 최소 10구는 넘은 썩은 사체들. 사체들의 냄새를 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힘든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렇게 죽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고?”

복도에만 최소 30구의 시체. 그리고 방 안에 들어 있는 4구씩의 시체들. 마치 여기서 먹으라는 듯 시체가 놓여 있는 방들.

‘최소 100명.’

이곳에서 최소 100명은 죽었다. 그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숫자가 죽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발칵 뒤집혀질 것이다.

썩은 사체 사이를 걸으며 다른 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숨을 쉬는 사람들은 없었고, 모두 숨통이 끊어진 채 바닥에 나뒹군다.

콰직!.

“아, 아아아…….”

“……?!”

그때 마침 노래방 구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기를 잔뜩 피운 채 누군가 남자의 내장을 씹어 먹고 있었다. 너무 잔인한 탓에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

“크르르릉.”

“쉿.”

뽀삐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어 놓고는 양손에 마법을 캐스팅했다.

불 마법이 두 손에 생기더니.

“파이어볼.”

간단한 마법.

공기와 마나를 빠르게 태우며 마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몸에 안착했다.

화르륵!

“크아아!”

동물과 같은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빠르게 뒤를 돌아본다.

식사 시간을 방해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뻔한 패턴.”

강수호를 향해 달려드는 마인.

피와 살점에 탐욕이 생긴 마인은 일반 각성자와는 등급을 달리한다. 평범한 C급 헌터가 악마의 피를 마셔 마기를 받아들이면 그 즉시 B등급 헌터 이상으로 변한다.

하지만 강수호는 등급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고작 한 명이기도 하고.

달려드는 마인의 머리를 가볍게 짚어 뜀틀을 하듯 뛰어 넘었다.

쾅!!

“크아아아!”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마인의 몸이 벽에 부딪힌다. 지진과 같은 진동을 만들더니 다시 한번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아마 이 상태에서는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일 터.

“이게 마인의 재능인가?”

각성자, 마인, 악마 모두가 재능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각성자는 대부분 재능이 다 다르지만, 마인과 악마는 보통 한 가지 재능으로 나뉜다. 인간의 피와 살점이 보이면 몸이 제어되지 않는 끝없는 광기.

문제는 그 광기가 시작되면 B급 헌터 정도는 되어야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헌터들이 마인이 되려 하는 거다. 저런 끝 없는 힘을 얻으려고.

“하지만…….”

그 힘이 무한하다면 신의 양 뺨을 두 쪽이나 후리고도 남았을 거다. 광기란 정신력과 체력을 갉아먹으며,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와 같은 재능이다.

“마음대로 사용하면 힘들어 뒤져 버리지.”

마라톤과 비슷하다. 초반에 페이스 유지를 하지 않으면 지쳐서 걷지도 못할 몸이 될 거다.

“크아아아…….”

“됐다.”

초반에 너무 달려든 것이 문제였다. 점점 힘이 빠지면서 목소리가 줄어든다. 달려오던 다리를 멈추며 점점 속도를 줄여나간다.

곧이어.

털썩.

“허헉…….”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굳이 불 마법을 사용하며 공격한 이유는 단 하나. 마인을 흥분하게 만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들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뽀삐.”

“크르르릉.”

다시 뽀삐를 꺼내어 주변에 마인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최소 열 명은 있을 터인데, 한 명밖에 없으니 의문만 들 뿐이다.

아니면 여기는 식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쓰레기 처리소인가?”

식사가 끝난 100명의 사람을 치우는 쓰레기 처리소라든가.

썩은 냄새와 구더기가 주변에 득실거렸다.

“일단은…….”

휴대폰을 꺼내었다.

숨을 헐떡이는 마인의 몸을 붙잡고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몇 번의 알람음이 들리고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수호! 너 지금 어디야? 비서랑 찾고 있기는 한데, 네가 들어간 곳이 없어졌다! 어떻게 된…….

전화를 건 이는 조시현.

강수호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기다려 봐. 내가 갈게.”

* * *

“이게 뭔 냄새지?”

“코 막고 들어와. 방금 먹은 거 다 뱉어내기 싫으면.”

어느새 결계 안까지 들어온 친구들.

조금 전 잡았던 마인이 펼친 결계였는지 지금은 많이 약해진 상태라 금방 들어 올 수 있었다.

문을 열고 계단의 풍경을 보자.

“…….”

“우욱! 우웩!!”

“한석유! 여기다 토하면 어떡해! 고기 아깝네.”

“나는 신경도 안 쓰냐?”

“응.”

한석유가 오늘 먹었던 음식들을 전부 토해냈다. 그건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아, 그것보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다친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여기에서부터 도망친 것이 확실했으니까.

“크윽. 그 사람을 말하는 거라면 돌아가셨다. 마독이라 어떤 치료를 사용해도 별수가 없더군.”

코를 막은 조시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예상한 부분이긴 했으나, SSS급 최상급 물약까지 사용했음에도 살리지 못한 게 아쉽긴 했다.

“일단 이것부터 어떻게 해야겠군.”

“제주도 헌터 협회에는 전화했고?”

“그래. 지금 급하게 온다 했는데…….”

말을 잠시 잇지 못하더니.

“반갑습니다. 신왕 길드의 아들, 조시현 학생.”

“그냥 헌터 조시현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덩치가 거대한 노인 한 명이 인심 좋은 미소로 계단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조시현을 아는 듯한 말투.

“협회 회장?”

강수호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헌터 협회 회장. 한국의 강자 3위로 불리는 괴력의 소유자. 이용욱이 강수호의 앞에 있었으니까.

그때 그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허허, 자네가 강수호라는 학생인가 보오.”

“아, 넵. 반갑습니다.”

인정 많은 노인의 얼굴.

“이런 곳에는 어쩐 일로.”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휴가 왔는데, 비서가 이곳에 급한 일이 하나 있다 해서 와 본 것뿐이네. 그것보다…….”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코끝을 찌르는 악취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참혹한 광경이 보인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조심스레 강수호를 쳐다봤다.

“학생이 발견한 거라 했나?”

“넵. 안에 마인도 있길래 잡아 놓긴 했습니다. 일단 안까지 들어가시는 게 좋을 듯하군요.”

“그, 그러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인들은 보통 어떤 암살자보다 능한 은신의 소유자.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일을 벌임에도 주변에 있던 사람조차 잘 알지 못하게 일을 처리하는 은밀함을 가진 광기의 괴물들.

그런 곳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마인까지 직접 잡았으니…….

‘말로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한 친구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끝이 아니었다.

“크아아아!”

“이거 또 성질 포악해졌네. 잘 좀 잡아 봐.”

“어?”

밑으로 내려가자 사체 사이로 보이는 난폭한 마인. 어떻게 제압했는지 마인의 몸에는 이상한 줄기들이 가득 묶여 있었다.

“크르르릉.”

“음? 강수호 학생. 이건 도대체 뭡니까?”

그때 마침 발견한 거대한 뽀삐.

강수호는 마인을 기절시키며 별거 아닌 듯 말했다.

“아, 뽀삐예요. 소환수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뽀삐라. 이렇게 거대한 소환수는 난생처음 봅니다. 그것도 저런 작은 화분에서 큰다는 것이…….”

뽀삐가 마인을 무시하며 협회 회장에게 다가갔다. 입가에 침이 잔뜩 고인 상태에서 협회 회장 몸의 냄새를 맡더니.

“……우웩!”

“이 친구 왜 그러는 건가? 갑자기 왜 헛구역질을…….”

구역질하는 것과 동시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

[땀 냄새.]

[음?]

전 스승님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뽀삐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기 같은 목소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 아기구나?]

[…….]

[저기요?]

[…….]

[뽀삐야?]

물론 그리 긴 말은 아니었다.

다시 마인에게 집중하는 뽀삐를 두고 협회 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흠…….”

한참을 고민하는 협회 회장.

그러더니.

“젠장.”

인상을 잔뜩 찌푸려졌다.

이제야 벽에 피로 적힌 글씨를 발견했다.

[내일 밤, 피로 제주도를 물들일 것이다.]

알 수 없는 문장이 벽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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