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61화 (61/225)

제61화

61. 세뇌(3)

“주제가 왜 저래?”

“…….”

전광판에 커다랗게 뜬 이번 경기의 주제. 서울 명문 아카데미 팀원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생존 게임?”

경기 주제는 경기할 때마다 매번 바뀐다.

이번 경기 주제는 서바이벌 게임.

“드디어 관중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던 생존 게임이 나왔습니다!!”

“와와!”

“이게 벌써 나와 버린다고?”

느낌이 싸하다.

관중들이 바라고 있던 주제. 해설자의 설명에는 ‘관중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던’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저 단어가 나올 시에는 무조건 상대방과 자신들도 모두 힘든 경기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잘 쉬었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루의 휴식 덕분에 컨디션은 좋았으니까.

“곧이어 생존 게임 필드가 경기장 안을 가득 채울 것이니 관중들은 모두 뒤로 살짝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궁!

“……!!”

지진이 난 것처럼 울리기 시작하는 경기장.

몸이 점차 떨리며 중심을 잡기 위해 버텼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들어서는 존재.

감았던 눈을 뜨고 확인해 보니.

“미친.”

거대한 경기장이 두 눈에 보였다. 푸릇푸릇한 나무. 족히 50km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시뮬레이션 경기장.

“이번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예를 들면 만화에서나 나오는 사람을 작게 만드는 기술이죠! 안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관중석의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를 쳐다보듯 아래로 내려 본다.

정말이지 자신들이 작아진 듯, 사람들의 눈이 거의 주먹의 반만 해졌다.

“신기한 기술이네.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감탄 따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경기에 집중하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활? 검? 저건 또 뭐야? 둔기?”

다양한 보급품이 모여 있는 곳이 강수호의 눈에 딱 들어왔다.

[00 : 04 : 52]

허공에 떠오르는 파란 메시지. 손으로 휘젓자 사라진다.

4분 54초 남았다는 이야기.

저 숫자를 보고 설명을 바라는 관중들.

“하하하! 당연하죠! 이 게임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사회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5분이란 긴 시간이 지나면 저기 모인 학생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갈 겁니다. 굳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은 어떻게 들고 가게 하냐고요? 이렇게요!”

해설자의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자.

-레벨이 하락합니다. (일시적)

-레벨이 하락합니다. (일시적)

-레벨이 하락합니다. (일시적)

……

……

-모든 스탯이 하락합니다. (일시적)

-모든 스탯이 하락합니다. (일시적)

-모든 스탯이 하락합니다. (일시적)

……

……

-이곳에서 어떠한 스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시적)

“오우야.”

지금까지 얻은 결과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몸 전체가 무기력감이 들고 힘이 빠진다. 발찌와 팔찌를 먼저 뺏던 것이 다행일 정도로 평범한 인간의 상태로 돌아왔다.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자 해설자가 말을 이어 나간다.

“다들 보셨죠? 이런 경기입니다. 10대10 팀전. 어떤 스킬과 어떤 조건도 없이 오직 생존. 당연히 이곳 안에 들어가는 즉시 어떤 위협적인 공격을 맞아도 현실에서는 다치지 않습니다!”

어떤 짓을 저질러도 죽지 않는 공간.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 각성자가 아닌 상태에서 이겨보는 누군가.

각성자가 가득한 세계에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공간이었다.

“아, 그리고 한쪽 팀의 팀원 중 한 명이라도 남아 있을 때까지 쭉 경기가 이어질 겁니다. 만약 팀 중에 한 명이라도 남아 있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탈락처리! 모두 경기를 재밌게 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규칙 설명이 모두 끝났다.

목적은 딱 한 가지. 저 열 명의 팀을 모두 죽이는 것. 모든 스탯과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그래도 이기지.’

하지만 서울 아카데미 대표들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재능이 뛰어나다면 다른 장비 다루는 것도 대부분 뛰어나다. 저런 장비 모두 한 번씩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고.

“이거 완전 꽁승 아니냐?”

“그러게 말이다. 흐흐흐. 저놈들은 쫄려서 아까부터 말 안 하는 건가?”

[00 : 03 : 13]

남은 시간은 3분 남짓.

아직도 저들은 자신들을 향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무기가 잔뜩 들어 있는 곳.

‘왜 저러는 걸까.’

흐리멍덩한 눈.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눈빛이다.

죽은 사람을 연상케 하는 저 눈빛.

‘도대체 뭐가 있길래?’

저 안에 뭐가 있길래 저리 쳐다보는 것인가.

강수호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무기와 식량이 있는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활이랑 석궁. 검과 창. 보통 알고 있는 무기밖에 없는데.’

모두 평범한 무기들. 생존 게임 소설에서나 볼 법한 그런 무기들이 보급품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냥 멍하니 쳐다보는 건가?’

아무 이유 없이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 것으로 보아 세뇌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아까부터 하는 행동이 이상했다.

“흠…….”

[00 : 01 : 05]

남은 시간은 고작 1분.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음?”

반짝이는 몇몇 무기.

각각 10개의 무기가 보급품 깊숙이 박혀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양유혁. 저거 보이냐?”

“반짝이는 무기 말하는 거? 그런 거라면 보이지.”

양유혁도 저게 보이는 듯싶다. 이상하리만치 반짝이고 눈에 띄는 저 무기가.

“너 마검사니까 네가 검 들고 가. 혹시 모르니까.”

“너는 뭐 들고 가게?”

“나는? 당연히 석궁.”

조작하기 쉬우면서도 공격력이 강한 석궁.

가장 근처에서 반짝이는 저 석궁을 집어야 이번 생존 게임은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승님들이 주신 것은 스탯과 힘이 전부가 아니다. 몇만 년 동안 익힌 경험.

강수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생존 게임의 MVP가 될 예정이다.

“다른 애들한테도 말해 놓고.”

“오케이.”

[00 : 00 : 43]

남은 시간은 고작 40초.

의견을 전달하고 서로의 무기를 고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시 40초라는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지나고.

“경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신들을 묶고 있던 장치가 사라지자.

“달려!! 내가 말한 거 그대로 잡아라! 못 잡으면 그거랑 비슷한 거라도 잡아!”

대표인 강수호가 먼저 달렸다.

자신들이 눈치챈 것을 몰랐는지 늦게나마 달려오는 이들.

“잡았다!”

하지만 강수호의 발이 더욱 빨랐다.

스탯과 스킬은 잃었다지만, 그 많던 경험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반짝이는 석궁을 잡았다.

“어? 저게 뭔가요! 히든 장비를 알아낸 건가요!”

해설자의 말로 그들만이 알고 있던 정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경기 시간은 대략 24시간. 오늘 하루를 통째로 사용할 수도 있기에 식량과 무기를 알뜰하게 챙겼다.

“크윽!”

“가져오지 못하면 안 가져와도 돼! 너무 애쓸 필요 없어!”

시작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사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기를 무리하게 들고 가다가 뺏긴 할버드에게 베인 듯하다.

조은 아카데미 이들의 실력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프로 헌터 수준의 움직임?’

멍한 표정을 지으며 히든 장비들을 빼앗아 가는 이들.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계획된 것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

“무기 가져오거나 식량 가져온 애들은 모두 내 쪽으로 빠져!”

“어!!”

사상자는 아직 한 명. 히든 무기를 든 학생들은 고작 세 명이 전부.

너무 방심한 탓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실력만 믿고 덤비는 서울 명문 아카데미의 부실.

그나마 다행인 건 히든 장비를 들고 있던 이들이 모두 실력자라는 것.

“조시현이랑 양유혁은 들고 왔네. 한석유는 다치기만 하고.”

“…….”

사상자의 주인은 한석유. 복부에 심한 외상을 입어 깊은 출혈이 생겼다. 잘못하면 지금 당장 탈락할 수도 있을 정도다.

“기다려 봐.”

“응?”

하지만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조금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 안전한 자리를 찾았다. 지금의 스승님에게서 배운 흔적과 혈향을 주변에 있던 자연 도구를 이용해 지웠고.

“뭐 하는 거야?”

“기다려 봐. 지금 약초 찾고 있잖아.”

이곳에서 물약을 들고 와서 사용하는 것은 불법. 하지만 직접 만들 수 있다면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오오. 지금 강수호 학생은 뭐 하는 건가요? 향나무를 이용해 냄새와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있습니다! 어, 어? 그리고 뭘 찾고 있는데요?”

해설자도 놀랐는지 수호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찾았다.”

몇 분 정도 뒤진 끝에 약초들을 찾을 수 있었다. 레릴 아줌마에게 틈만 나면 배우던 약초학이다.

전문적인 물약 제조 장비들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응급 치료용으로 만들 거기에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

‘레릴 아줌마의 실력이 뛰어나기도 하고.’

“물약 제조 장비 없이 물약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솜씨입니까!!”

“말이 안 되는군. 분명히 뭐든 다 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저 학생을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관중들이 입을 쩍 벌리며 강수호를 쳐다봤다. 행동 하나하나가 경험 많은 베테랑 헌터를 보는 듯했으니까.

알록달록한 풀들을 뽑아 주먹으로 빻은 다음 상처가 난 부위에 펴 발라준다.

“근처에 물 좀 떠와 줘.”

“어!”

“깨끗한 물이어야 해.”

그리고 깨끗한 물을 통해 물약이 잘 스며들게 한다. 깨끗한 나뭇잎에 물 한 바가지를 떠 와서 곧바로 부었다.

촤아악.

“크윽.”

“좀 아플 거다.”

가상 현실과 비슷하지만, 고통은 그대로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강수호는 천천히 무기와 식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히든 장비들은 모두 한꺼번에 모아. 그리고 조금 더 멀리 가서 은신처 만들 거니까 주변에 알람 트랩 같은 걸 설치하면 좋겠어. 줄기로 묶은 캔 있잖아.”

마침 식량에는 통조림 식품이 많았다.

강수호의 말에 빠르게 정리가 시작되었고.

“하악…….”

“이제 괜찮냐?”

“응. 조금 따갑긴 하지만.”

상처가 아물었다. 조금 따가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그건 조금만 참아. 일단은 좀 멀리 가야겠네.”

이동이 먼저다.

넓은 경기장에서 표적이 되는 건 쉬운 일. 저쪽은 사상자가 없기에 더욱 원활하게 움직일 터. 좀 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방어 진형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움직이자. 조시현. 같이 들어줘. 나머지는 빠르게 이동해.”

“……어.”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마. 들키면 골치만 아프니까.”

빠른 판단과 행동.

강수호 덕분에 피해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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