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60. 세뇌(2)
“왜 다 날 쳐다보는 거야?”
“응? 모르는 거야?”
“응.”
“…….”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강수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아무리 눈치가 없더라도 고작 두 명이 열 명을 이긴 거라면 그것이 누구나 하지 못하는 것이란 건 알 것이다.
‘뭐, 그건 천천히 알면 되고.’
모르면 천천히 알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곧 있으면 알게 될 거다. 주변 학생들이 왜 강수호를 다 쳐다보고 있는지.
“네가 강수호야?”
“음? 어. 왜?”
그때 마침 누군가 강수호의 옆으로 다가온다. 누가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학생.
방금까지 운동을 했는지 숨을 헐떡이며 임시 사물함에 다가가 뭔가를 꺼내어 주었다.
“이거 받아.”
“뭔데?”
사물함에서 나온 건 작은 선물 상자.
“초콜릿이야!”
“초콜릿? 나 방금 밥 먹고 왔는데.”
상자 안에 있던 건 초콜릿. 그것도 자신과 동급인 여학생이 준 초콜릿이다. 누가 봐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행동이다.
“간식이잖아. 받아 줘.”
“흠…….”
솔직히 매우 의심스럽다.
이제 딱 한 번 봤는데, 초콜릿을 준다? 저기에 독약이라도 들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줘!”
“그걸 대뜸 받으면……!”
물론 강수호는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곳은 누구나 드나들 수 없는 건물. 초콜릿에 독극물이라도 넣었을 경우 저 여학생은 즉각 잡혀갈 것이다.
“직접 만든 거야?”
“그럼! 한 번 먹어 봐!”
거기다 수제란다. 안 먹어 볼 이유가 없기에 선물 상자를 까서 초콜릿을 입 안에 넣었다.
“그래도 한 번 독이 없는지 살펴보는…….”
“냠.”
“…….”
이미 강수호의 손에 초콜릿 하나가 사라져 있었고.
“크윽!”
“그러니까 내가 함부로 먹지 말라고 했잖아!!”
몸속에서 뜨거운 고통이 시작되었다. 마치 용암을 통째로 먹은 듯한 고통이 몇 분 정도 유지되었다.
“하하하! 이 멍청한 놈! 내가 못생긴 너를 왜 좋아하겠냐?”
“쿨럭!”
대답할 여력조차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같이 못생긴 놈을…….”
쾅!!
주먹을 휘둘렀다.
정확히 그녀의 얼굴 옆에.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주먹임에도 단단했던 벽에 금이 갈라졌다.
“꺄악!!”
날아온 주먹에 놀란 여학생.
얼굴이 정색으로 변했다.
“아, 미안. 너무 맛있어서.”
“…….”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초콜릿을 뱉어냈다.
갈색 사이에 보이는 초록색 액체. 저것에서 초콜릿이라 할 수는 없는 냄새가 퍼진다.
“어떻게? 극독을 사용했는데…….”
“아, 그거?”
그럴 줄 알고 먹는 척만 했다.
자신의 얼굴이 못생긴 건 강수호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평생 여자친구 하나 생기지 못한 얼굴. 그렇기에 먹지 않았다.
“안 먹으면 장땡이지. 괜히 훈련장에 온 것 같으니까 난 갈게.”
“……같이 가!”
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어 빠르게 훈련장을 떠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걷고 나서야 도착한 숙소. 잘 가라고 인사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그때.
“아, 그러고 보니 마기 뿌리고 다니는 놈 본 적 없어?”
“마기?”
혹시 몰라 물었다.
“……흠.”
잠시 고민하더니.
“모르겠는데?”
“……그래?”
알 리 없었다. 은밀하게 거래되는 마기는 협회와 길드도 못 잡았던 거니까.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선 상태로 한참을 고민했다. 토너먼트에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요즘 들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설마 내가 차원을 이동해서 그런가?’
차원 이동.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재능. 그 재능을 자신이 가져 버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니겠지. 설마.’
마인은 세상이 던전과 몬스터로 가득 채워지면서 생긴 하나의 문젯거리다. 요즘 들어서야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뿐이지 강수호가 차원을 이동해서 생긴 문제는 아닐 거다.
“일단 방으로 들어갈게.”
“선생님한테 말해 보면 어떨까? 아니면 관리자라든지.”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정순한 마기. 강한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 주는 사기 같은 힘.
그 마기가 사기라 불리는 이유는 마인처럼 신체적 초월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큰 리스크 없이.
“우리만 정신병자 취급받을걸? 아무리 우리가 1, 2위 다투는 아카데미라 해도 그건 안 돼.”
“……그래?”
오히려 자신의 방을 뒤질 수도 있다. 그것만큼은 안 된다.
“일단 들어가자.”
“알겠어.”
“뭔 일 있으면 연락해 줘.”
“응.”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뒤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일 스승님들에게 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딱 한 가지의 방법. 바로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마을에서 탐지기 같은 걸 들고 오는 거다.
그곳이라면 탐지기 정도는 있겠지.
방 안으로 들어가 간단히 씻은 뒤 내일을 위해 곧바로 잠들었다.
* * *
“하암~”
“어제 못 잤음?”
“잘 잤으니까 됐어. 그것보다 마기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찾아봤어?”
“아니, 무슨 귀신이 들고 다니나. 한 번도 못 봤지. 취한 놈이 바닥에 뿌리고 다니지 않을까 뒤져 봤는데, 잘 숨기고 있나 봐.”
어느새 시간은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예선전은 모두 끝나고 드디어 본선이 시작되는 날.
하지만 마기를 든 수상한 놈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의심 가는 사람조차도.
마을에서 탐지기를 들고 왔는데.
“없는 거 아니야? 아니면 이미 여기에 없거나.”
“나도 몰라. 복잡하네.”
체육복을 갈아입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마기. 저번 일 때문인지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너무 찜찜했다.
“그 마인은 믿을 만한 거냐?”
“당연히 아니지. 그래도 일단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다 하고 가야지.”
시간은 오전 7시. 9시가 되면 본선 경기가 시작된다.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곧장 차에 올랐다.
“이제 괜찮아졌냐?”
“그래, 그저께보다 몇 배는 낫다.”
이번엔 고작 두 명이 아니었다. 열 명 모두 정신을 차려 거대한 경기장으로 향했다.
조시현을 포함해서 대부분 학생이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을 힐끔 쳐다본다.
하긴, 강수호 같았어도 저런 태도를 하고 있을 거다. 도움은커녕 민폐만 주는 팀원. 저런 걸 팀원이라고 할 바에야 원수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다음부터는 그런 것 좀 하지 마. 너희 때문에 예선전을 두 명이서 치르느라고 온갖 소문이 생겼는데.”
“어!!”
하지만 강수호는 그리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탈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꼭 이런 중요한 날에 탈주한 것이 문제지만.
그렇게 1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경기장.
“크다.”
조시현 빼고는 처음 본 경기장의 모습에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빨리빨리 가자.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억지로 팀원들을 밀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대기실에 들어가 간단히 국밥을 말아먹고, 오늘 어떤 조와 붙어야 할지 확인했다.
“음?”
그런데 예상외의 조를 만났다.
1,000개 아카데미 중에서 탈락한 아카데미는 936개. 총 64강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 토너먼트.
그렇기에 정말 유명한 아카데미가 아니라면 여기까지 대부분이 올라오지 못해야 하는데.
“이 아카데미는 어떻게 올라온 거지? 대리라도 받았나?”
“엉? 그러게? 이 아카데미, 지금까지 매년 꼴찌를 유지하는 곳이잖아?”
조은 아카데미.
옆에 있던 녀석의 말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매년 꼴찌를 유지하는 아카데미이기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으니까.
“뭔가 느낌이 싸한데. 아카데미 1,000곳 중에 이 아카데미가 들어왔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싸한 느낌을 받는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64강전. 꼴등이 이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 가야 한다.”
“아, 그래?”
멍하니 있자 조시현이 팀원들을 부른다.
시간은 어느새 오전 9시.
첫 번째 차례가 지나고 두 번째 경기가 바로 서울 아카데미이기에 빨리 이동해야 한다.
드르륵.
“서울 명문 아카데미 대표 학생들은 나와 주십시오.”
“넵.”
“이번에는 두 명 아니죠?”
“아, 넵.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전달 사항을 설명한다.
문을 열고 나가자 조은 아카데미 대표들도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수호는 그런 그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혹시 모르니까.’
정말 혹시 모르니까. 0.001%의 가능성이라도 둬야 한다.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쳐다보자.
“……!!”
그들도 강수호를 쳐다본다.
순식간에 온몸에 닭살이 돋으면서 인상이 찌푸려진다.
“너도 느꼈냐?”
“그래.”
양유혁도 느꼈는지 아까 전부터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텅 빈 눈동자. 정순한 마기를 사용한 이상 징후 같은 것 없었다. 그저 멍하니 자신들을 쳐다볼 뿐.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세뇌?’
마기에 중독 된 게 아닌데도 흐리멍덩한 눈.
그들은 자신들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다. 그때까지 조은 아카데미는 일절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본선 경기라 그런지 아카데미끼리 손을 건네며 인사를 나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형식상의 인사. 동시에 옆에 있던 누군가 비꼬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조은 아카데미면 완전…….”
“…….”
“야!!”
하지만 그들은 가볍게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저들이 뭐가 어떻게 됐는지 알 것 같다.
세뇌.
‘마기 중독은 아니라는 건가?’
깊은 생각에 잠길 때쯤, 드디어 본선 경기가 시작되었다.
곧이어 거대한 전광판에 64강 2조가 치러야 할 경기 내용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