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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55화 (55/225)

제55화

55. 듀오 예선전(2)

“마기라고?”

“응.”

마인과 악마들이 되는 주 원인, 마기. 그것이 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잘못했으면 그들까지 중독될 뻔했다.

“그것보다 너는 중독 안 됐냐?”

“나?”

“그래, 네가 만지고 냄새까지 맡아 보던데.”

강수호는 궁금했는지 물었다. 환기하기 전에 마기를 맡았으니까.

양유혁은 당연하다는 듯 별거 아니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이런 거에 내성 있거든.”

“진짜 신기한 놈이네.”

오염 물질에 대한 내성. 평범한 스킬이 아닐 텐데, 그런 거에 내성이 있는 것 보면 이놈도 참 신기하다.

수호 길드 마스터한테 입양되었다고 했는데, 혹시 인체 실험당했던 거 아닌가 궁금했다.

“인체 실험 같은 거 안 당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생각 읽냐?”

“그냥. 지금 눈빛이 우리 아빠한테 인체 실험당한 거 아닌가, 궁금한 듯한 그런 눈빛이잖아.”

독심술도 있는 듯하다.

하여튼 이걸 어떻게 치울지 고민이 된다.

“그냥 다 죽이고 새로운 애들로 갈아 끼울까?”

“……미친 새끼.”

당연히 그런 수법은 안 된다.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전에 수갑이나 차고 있을 거다.

“조시현까지 저렇게 되다니. 예상 밖인데.”

“훅 가는 건 강한 사람이든지 약한 사람이든지 비슷하지. 저놈도 궁금했으니까 한번 해 본 거겠지.”

남은 인원은 고작 두 명. 예선전을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번 예선전 경기 내용은 뭐야?”

“내가 알기로는 단체전 경기.”

“……어휴.”

그것도 개인전 경기가 아니었다. 열 명이 모두 함께하는 단체전 경기.

“릴레이. 내가 아빠를 통해 들은 거지.”

“…….”

조를 이룬 팀원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이어 달리는 경기. 한두 명이 빠지면 체력을 갉아먹기 때문에 숫자가 적을수록 불리하다.

“몇 km인데.”

“10km?”

“…….”

더군다나 달리는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다. 10km를 두 명이서 달려야 한다니.

“너는 할 수 있냐?”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말이 안 되는 소리까지는 아니긴 한데…….”

1km마다 선수가 바뀌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강수호와 양유혁이 5km씩 번갈아 뛰어야 한다.

“그것보다 예선전이 내일이잖아?”

“그렇지.”

“모레면 정신은 차릴 거고. 나중에 가서 이걸 왜 마셨는지 천천히 물어보면 되겠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서울 명문 아카데미에서 ‘명문’이란 단어는 사라진다.

‘그래도 내가 다녔던 아카데미가 좋으면 나도 좋지.’

그 생각을 끝으로.

“일단은 정리하자.”

“오케이~”

방부터 치워야겠다.

마기에 잔뜩 절어 있는 놈들을 침대에 눕혔다.

* * *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방법이 없잖아. 우리 둘이서 신나게 뛰어야지.”

“혹시 네가 마기 푼 건 아니지?”

“내가 굳이? 아무리 내가 미친놈이더라도 그런 짓 할 만큼 정신 나간 놈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셔.”

시간은 벌써 아침.

예선전을 치르기 전에 정신이 남아 있는 둘이서 잔뜩 머리를 싸맸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하나.

“네가 3km 뛰겠다고?”

“웅! 내가 더 약하…….”

“내가 이런 미친 새끼랑 같은 길드를 나왔다니.”

“헤헤, 왜? 재밌잖아.”

“별로.”

강수호가 7km를 뛰는 거다.

물론 바보같이 강수호만 체력을 빼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네 스킬로 최대한 거리를 벌려 놓겠다는 거지?”

“그래, 어차피 경기 규칙상 인원은 열 명이 안 넘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3km라는 꽤나 길면서도 짧은 거리를 양유혁이 빠른 스피드로 돌파한 뒤에 강수호가 끈기 있게 7km를 달리는 것.

“상관없기는 한데…….”

큰 상관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예선전 상대는 평범한 아카데미. 더군다나 헬창 스승님들의 훈련으로 단련되어 있기에 7km를 전속력으로 뛰어도 큰 무리가 안 된다.

“……그런데 있잖아.”

“왜?”

양유혁이 조금 걱정되는 투로 물었다.

정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혹시 몰라서.

“그놈들이 마시면 어떻게 되냐?”

“마시면이라니? 뭘…….”

“그 있잖아. 정순한 마기.”

“…….”

마기의 반대되는 정순한 마기. 순간적으로 몸 전체를 각성시켜서 초월적인 몸을 만들어 주는 평범한 마기와 다른 것.

문제는 그 마기는 인간 신체에 유용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거다. 검사에도 쉽게 반응되지 않아 한 번씩 경기에서 쓰이고 있었고.

“그러면 망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이거 갈수록 태산이다. 안 그래도 저놈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에라이 모르겠다. 지면 지는 거고, 이기면 이기는 거지.”

인생은 한 방이다. 두 명이서 이길 수 있다면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다.

똑똑-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곧바로 문을 열어 누군지 확인해 보니.

드르륵.

“누구…….”

“지금 나오셔야 합니다. 인원수 체크할 테니 이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의 직원.

서울 명문 아카데미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면 천천히 차례대로…….”

직원은 열 명이 나올 줄 알고 기다렸지만…….

“이 숫자가 끝인가요?”

“어떤 개 같은 놈이 이상한 짓을 해 놔서 저희 둘만 나가기로 했습니다.”

“…….”

“문제 될 건 없지 않습니까?”

어이없는 듯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는 직원.

열 명이 모두 참가해야 하는 경기. 물론 무조건 열 명 모두 참가해야 하는 규칙은 없다.

“뭐,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두 학생 이름만 가르쳐 주십시오.”

“양유혁.”

“서울 명문 아카데미 강수호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가자 이번에 예선전을 넘어야 할 아카데미 열 명의 학생이 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야. 서울 명문 아카데미지만, 우리는…….”

“학생들 데려왔습니다. 지도자는 없어서 학생들만 데려왔습니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남자의 오른쪽 가슴에는 ‘으쌰 아카데미’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평범한 아카데미.

그렇다고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건 강수호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두 명뿐이죠?”

“사정 때문에 참여 인원 여덟 명은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정상이요? 그래도 문제는 없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여덟 명이 빠졌다고 해서 상대방은 싫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하지도 않을 테고.

오히려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이런 기회를 준다고?’

서울 명문 아카데미에는 괴물만 산다는 아카데미이기에 두세 명이 빠지더라도 질 것 같았는데.

‘두 명? 여덟 명이 빠졌으니까 이길 확률은 급상승한다. 그리고 그것까지 마셨으니…….’

이길 가능성은 넘쳐난다.

본선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 번의 예선전 중에서 두 번을 이겨야 한다.

이 경기의 승리 가능성 100%.

‘질 수가 없는 경기다.’

사정을 그들이 봐줄 필요는 없다.

고작 두 명의 학생.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프로 헌터가 아닌 이상에야 승리를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

“혹시 두 명만 시험을 친다 해서…….”

“하하하! 자존심 상할 리 있겠습니까?! 어서 경기장으로 가죠. 학생들이 경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경기장 전용 버스에 올라타 주십시오. 개인 차량으로의 이동은 전면 금지라서 말입니다.”

토너먼트 경기장에서 직접 마련해 준 봉고차에 올라탔다. 예전에 개인 차량에서 약 같은 걸 먹어서 경기에 나선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

당연히 그들도 직원의 말에 따라 봉고차에 올라 토너먼트 경기장으로 향했다.

* * *

“크다. 너는 안 신기하냐?”

“나는 관중석에서 몇 번 봐서.”

“부자 새끼.”

어느새 도착한 토너먼트 경기장. 사진으로만 보던 모습과는 다르게 경기장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사진에서 보던 거랑 완전히 다르네.”

축구 경기장보다 몇 배는 더 큰 크기.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 치부할 정도다.

“예선 경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저를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빨리 가자. 1등 해야지.”

“오케이~”

직원을 따라 도착한 대기실. 열 명이 앉아야 할 공간에 달랑 두 명만 앉으니 너무나도 허전했다.

“그런데 진짜 이길 수 있냐?”

“당연하지. 양유혁만 믿으라고. 저런 아카데미는 쉽게 짓밟아 버릴 수 있으니까.”

“…….”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지만 쉽게 믿을 수는 없었다.

릴레이 경기에 참여한 인원은 고작 두 명. 10km를 고작 둘이서 뛰어야 하니까.

“뭐, 그래도 100km는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100km 이상이 아니라는 것.

그렇게 되면 도착하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 죽을 것이 뻔한 일이다.

그렇게 사소한 잡담을 나누며 한참을 기다리자…….

드르륵.

“서울 명문 아카데미와 으쌰 아카데미의 경기가 있습니다.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넵.”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안내 직원의 말에 따라 천천히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다.

예선전이지만, 관중석의 반이 넘게 차 있었다.

“서울 명문 아카데미!!”

“으쌰 아카데미!!”

서울 아카데미와 으쌰 아카데미를 응원하는 사람들.

당연히도 대형 길드 마스터들과 부 마스터들도 업무를 놓고 이곳으로 나왔다.

아직 찾지 못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도 있지만, 신입생들이 얼마나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두 명뿐인가요?”

“아, 넵.”

10km로 이어진 긴 붉은 바닥.

두 명밖에 나오지 않으니 당황할 따름이다.

직원이 심판에게 가서 질문했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크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

“네.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경기를 시작하죠.”

“잠시만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직원을 불러 세웠다. 굳이 직원을 불러 세운 이유는 단 하나.

“저 아카데미 쪽 검사 확실히 했습니까?”

“아, 넵. 저희 측에서 이번에 나온 신제품으로 검사까지 확실하게 했습니다.”

철저하게 진행된 검사.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냐?”

“뭐가?”

준비를 모두 마치고 붉은 경기장 대기실에 섰을 때, 양유혁이 으쌰 아카데미를 가리키며 물었다.

눈을 따라 이동해 보니 그곳에는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열 명의 학생이 보였다.

“뭐야?”

빨간 눈과 몸에 솟아 있는 핏줄. 뭔가 많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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