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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53화 (53/225)

제53화

53. 꼬우면 님도 왕 하시든가(4)

“이 악취는 뭐야?!”

각 길드의 대표들이 손으로 코를 막았다.

코끝을 마비시키는 독한 악취와 대부분이 썩은 황금 사과나무의 모습.

“이놈들, 뭔 짓을 저지른 거야?”

이구호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어떤 쓰레기를 내놓아도 황금 사과나무의 달달한 향기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

“이구호, 이거 그건데?”

“설마……?”

뒤에 있던 기규철이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 있던 모래를 만진다.

원래라면 초록색 잔디밭이었을, 아름다운 잔디가 붉은색 모래로 물들었다.

기규철의 말에 긴장된 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마인들의 짓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인들이 저질렀다기에는 마기가 부족하다. 악마가 저질렀을지도…….”

던전 이상 현상의 원인인 악마와 마인.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 악마들은 탐욕이 가득한 인간들을 마인으로 만들어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악마…….’

그중에서 100년에 한 번 보기 힘들다는 악마.

모래에서 풍기는 마기의 농도가 평범한 마인의 마기가 아니었다.

“악마군.”

“그래, 되도록 빨리 클리어하고 가는 게 좋겠어. 아쉽게도 저 큰 나무는 못 가져가고 지금 즉시 태워야겠지만.”

최소 악마가 다녀간 흔적은 지금 즉시 태워야 하기에 신왕 길드 마스터에게 부탁했다.

“그러면 지금 즉시 헬 파이어로…….”

양손에 붉은 불을 만들고 던전 전체를 태우려던 그때.

“어…… 저기.”

“음? 강수호? 무슨 일이지?”

강수호가 그에게 다가가 헬 파이어를 거둬들였다. 굳이 태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뭐 하는 거지? 지금 당장 태우지 않으면 에베레스트산 전체가 마기에 감염될 수도 있다.”

“그건 압니다.”

“그런데 왜?”

강수호였기에 행동보다 의문이 먼저 들었다. 지금 던전 전체를 깔끔하게 소각하지 않으면 에베레스트산 전체가 감염될 테니까.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해결할 수 있다고?”

신왕 길드 마스터의 손을 잡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잠시 그들을 뒤로 보낸 후에 쓰러진 황금 노움에게 다가갔다.

“크르르릉.”

“워워, 진정해.”

잔뜩 경계하는 황금 노움. 방금의 공격 때문인지 몸이 반쯤 부서져 있었다.

공격하지 못하도록 진정시킨 다음 황금 노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괜찮다.”

“…….”

순식간에 진정된 황금 노움.

붉은빛을 띠고 있던 눈동자가 서서히 변하더니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띠링.

-스킬, ‘황금 노움들의 왕(SS급)’으로 인해서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노움은 회복과 치유가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것이 황금 노움들의 왕이라는 스킬 덕분이었다.

자신의 말은 무조건 들어야지만, 이런 효과가 있는 덕분에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스킬, ‘황금 노움들의 왕(SS급)’이 황금 노움을 치료하지 못했습니다.

“…….”

하지만 아쉽게도 악마의 힘은 ‘SS급’ 스킬로도 치료가 불가능했다.

“왕님?”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다는 것. 붉은 몸이 다시 황금색으로 변하고, 정신 상태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으윽…….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악마의 계약은 쉽게 끊을 수 없을 겁니다.”

“악마의 계약?”

스킬만으로는 악마의 계약의 힘을 거둘 수 없었다. 그저 정신만 차리는 게 고작.

황금색이 노란색으로 물들고, 하얀색으로 물들 때쯤, 노움이 조금씩 입을 열었다.

“새로운 왕이시군요.”

“인간인데도?”

“그건 상관없습니다. 황금 사과나무의 관리인으로서 우리는 그저 그분의 뜻대로 왕을 결정할 뿐입니다.”

큰 상관은 없다는 뜻이다. 인간이건, 벌레건 황금 사과나무가 그만큼 자랄 수 있던 건 모두 왕 덕분이니까.

고양이와 강아지가 친하게 지내는 게 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죽는 것이냐?”

“아마도요. 그 대신에 저 황금 사과나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왕의 힘이라면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을 겁니…….”

말을 끝내지 못하고 팔에 힘이 빠진다. 서서히 눈이 감기고 고개를 떨군다. 생이 끝났다는 뜻.

“…….”

그 모습에 모두가 침묵했다.

악마와 계약한 생명체를 치료한 것도 놀랍지만, 강수호가 그들의 왕이라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마저 하고 나오겠습니다.”

“그래…….”

황금 노움을 잠시 놓아두고 검붉은 빛으로 물든 20m 황금 사과나무로 다가갔다.

달달한 냄새가 풍기던 나무는 구린내를 풍기며 코끝을 찔렀지만, 강수호가 손을 대고 나서부터는 그런 냄새 따위가 나지 않았다.

“크윽.”

심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찌릿한 고통. 그와 동시에 황금 사과나무가 다시 예전의 그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저런 거물급 인재를 데리고 있다니. 이구호!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라!”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길드 대표들. 그들의 눈에 탐욕이 서려 있었다. 제작 길드조차 강수호를 가지고 싶은 듯한 눈빛을 빛냈다.

하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이구호가 아니었다.

“내 길드의 던전 지분 40% 정도를 줄 테니, 저 아이와 내가 계약할 수 있게…….”

“야.”

“……이 정도로도 부족한가?”

이구호의 말에 순간적으로 굳은 길드 대표들.

침묵으로 변한 주변을 무표정으로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대한민국 짱이야?”

“아니…….”

“그래, 한국 업계에서는 내가 짱이라고. 그런데 고작 던전 지분 몇 %로 내 인재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

“퍽이나?”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 그 생각으로 인해 이구호의 인상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그건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

“지금 한국의 1위 길드라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저런 능력자의 도움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꼬우면 님이 1위 하시든가.”

“…….”

“할 수 있으면.”

이구호가 입을 열었다. 살기가 가득 담긴 말투. 동네 바보 형은 사라지고, 괴물 한 마리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너희가 받아들이지 못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뿐이다. 멍청한 놈들.”

“…….”

자유시간 5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 패왕 길드 마스터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저런 유능한 인재를 얻었다.

“후우, 다 됐다.”

대표 모두가 침묵할 때쯤 황금 사과나무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나가 탈진될 때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몸 전체의 힘이 빠진 상태.

“괜찮습니까?”

“그, 그래.”

그때 마침 다가오는 황금 노움. 쓰러지려 하는 강수호를 부축한 채로 던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모든 시선이 강수호에게 집중되었다.

강수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이구호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서 수확해야죠?”

“그래.”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구호.

이번에 얻은 황금 사과나무는 국가에서도 허락해 줬기에 돈 한 푼 안 들이고 가장 거대한 황금 사과나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지금 당장 인력을…….”

같이 밖으로 나간 이구호가 황금 사과나무를 옮길 인력을 부를 때.

“저기요!! 여기 아무도 없어요? 이런 젠장! 길드라도 좋으니까 땅을 파 보라고!”

남은 밀렵꾼은 땅의 거름이 되어 평생 던전에 남겨졌다.

* * *

“그래서 해결은 됐고?”

“넵! 중간에 악마가 와서 위험하긴 했지만, 주변에 저보다 강하신 분도 많아서 큰 위험은 없었어요.”

“흠…….”

모든 일을 끝내고 도착한 마을. 오늘은 스승님을 보내야 할 때이다.

릴레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그것보다 오늘이 마지막이네?”

“넵!”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마지막 훈련 시간. 고블린 간부5와의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태. 발전 가능성이 없었기에 몇 달간 훈련에만 집중하고, 싸우는 건 며칠 뒤로 밀었다.

“그래, 내가 해 줄 말은 딱 하나야. 잘 관리해 주는 것. 그거 하나면 뽀삐도 말 잘 들을 거야. 이름은 좀 별로지만.”

“이름요? 괜찮은데?”

“…….”

뽀삐라는 강아지 같은 이름이 좋다고 하는 사람은 강수호밖에 없을 거다.

하여튼,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지구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다시 새로운 스승님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전에 만났던 암살자분께서 하셨으면 좋겠는데.”

이번 스승은 은신을 사용할 수 있는 스승님이면 좋겠다.

어딘가에 숨을 때, 도망치기도 유용한 은신 스킬.

“잘하면 모두가 바라는 그런 곳……. 흠흠.”

나쁜 생각은 머릿속에 지워냈다.

아무리 뛰어난 은신 스킬이라도 들키게 마련. 예전에도 암살 길드원 중 한 명이 은신 스킬을 사용하고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갔을 때, 많은 논란이 있었으니까.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은 게 좋겠지.’

스킬을 그런 식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 그건 범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크르르릉.”

“이놈은 언제쯤 말을 들으려나.”

양념된 참치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뽀삐에게 던져 주었다. 아직 강아지처럼 말은 듣지 않는 탓에 강수호를 잔뜩 노려보다가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양념된 참치를 먹어 치운 뽀삐를 내버려 두고 양반다리를 하며 마나 호흡을 시작하려던 찰나.

쾅! 쾅!!

“음?”

누군가 방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선배님?”

“딱딱하게 선배님이 뭐냐! 그냥 누나라고 불러!”

“아, 넵.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A급 헌터 선배인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요즘 바쁘다고 신입생 환영회를 제대로 안 했잖아. 다음 주에 토너먼트 대표로 나간다며?”

“넵.”

“그러니까 오늘 환영회 해야지! 빨리 와!”

“…….”

선배님들의 권유. 굳이 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식당에 와 보니…….

“하하하하.”

“이것들이 벌써 먹고 있었네?”

식탁을 가득 채운 사이다와 사람들.

그렇다는 건.

“사최몇(사이다 최대 몇 개)?”

“사, 살려 줘…….”

“워워, 어디를 도망치려고.”

“강수호. 도망쳐라. 여기는 지옥…….”

“…….”

최서현부터 시작해서 양유혁까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선배 헌터들이 만든 ‘사최몇 환영회’.

“마셔라! 마셔라!”

“…….”

강수호의 앞에 놓인 거대한 사이다 통.

그렇게 의자에 앉자마자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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