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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52화 (52/225)

제52화

52. 꼬우면 님도 왕 하시든가(3)

“이 새끼들 뭐라는 거냐?”

“그러게나 말이다.”

먼저 던전에 들어간 밀렵꾼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건 황금 사과나무를 관리하던 황금 노움들이었다.

평범한 황금 노움과 많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아가리 찢어 버리기 전에 꺼져라.”

“…….”

말투가 좀. 아니, 많이 거칠다는 거다.

황금 노움을 많이 봐서 잘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나오긴 한다. 나무를 뺏기고 나서야 제발 돌려달라며 무릎 꿇고 빌지만.

“당장 놓고 꺼져라!”

“저런 노움 봤냐?”

“아니, 새로 생긴 놈 아니야? 성질 더러운 거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지금 그들의 손에는 황금 사과나무가 쥐어져 있었다. 20m가 넘는 황금 사과나무.

밀렵꾼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음에도 스턴 건에 묶여 있는 노움들은 욕을 내뱉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그냥 죽여 버리면 되지 않나? 쫑알쫑알하는 게 시끄러워서.”

“그럴까요?”

시끄러운 것들을 잠재울 가장 좋은 방법. 입을 막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서 살생을 저지르는 거다. 어차피 노움은 몬스터와 비슷하기 때문에 거리낄 것도 없다.

“이만 죽어라.”

황금 노움이 꽤 강하다지만, 사지가 묶인 상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푸슉.

“끄어억!”

“됐다.”

목에 단검을 박았다.

사람과 같은 붉은 피가 주변에 떨어진다.

뒤에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노움에게 다가가 죽은 놈의 시체를 던져주었다.

“어때? 네 친구가 뒤졌으니까 이제 조용히 하겠지?”

“…….”

목이 뻥 뚫린 황금 노움의 시체.

스턴 건에 묶인 황금 노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슬픈 눈물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의 눈물.

“죽이겠다……. 꼭 죽여서 산채로 황금 사과나무의 거름으로 만들어 주겠다.”

“풉. 일단 이거 하나는 잘 받아 갈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비웃음을 날리고 던전 출구를 향했다.

왜 아직까지 던전이 클리어 안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겠지.’

큰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던전에 나가려던 그때.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어?!”

시체였던 황금 노움이 일어났다. 황금 노움이 가진 특유의 재생력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밀렵꾼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죽여 보게?”

“그렇다.”

“풉. 너희 따위가? 내가 그런 놈들 많이 만나 봤거든?”

전 베테랑 헌터들. 이제는 베테랑 밀렵꾼인 그들이 빠져나올 걸 대비해 무기 하나 안 챙겼을 리 없었다.

자동으로 상대방을 묶어 주는 밧줄을 꺼내어 곧바로 던졌다.

“이거나 받아라!!”

빠르게 날아가는 밧줄. 황금 노움의 몸에 칭칭 감기더니…….

촤아악!

“……!!”

칭칭 감던 밧줄이 황금 노움의 손에 의해서 처참히 찢어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는 것도 잠시.

-복수를 원하는가.

황금 노움의 귀에서 들리는 목소리.

악마의 유혹과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그라면 충분히 상대 가능했다. 평범한 황금 노움이 아닌, 왕 격을 받은 황금 노움이었으니까.

[꺼져. 네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

단호하게 거절하자 더 이상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싸움을 지켜보겠다는 듯이.

노움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마나 권총을 든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타앙!

촤아아악!

뭔가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마나 탄이 발사되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면서 서로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털썩.

“후우~ 뒤지는 줄 알았네. 뭣도 아닌 땅꼬마가 나대는 꼴이라니.”

노움이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이번에는 머리가 뚫렸기에 확실히 죽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타앙! 타앙!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머리에 마나 탄을 갈겼다.

그 모습을 보던 황금 노움들이 잔뜩 인상을 구겼다. 이마 전체에 핏줄이 서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어떤 짓을 해도 분을 풀 수 없었다. 스턴 건을 풀 힘도 없으니 가만히 앉아서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는.

“이제 가 볼…….”

길드가 오기 전에 발을 움직이려던 그때.

파지직!

“크윽?!”

던전 출구에 닿자마자 튀기는 붉은 스파크.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누군가에 의해서 던전이 일시적으로 잠금 상태가 됩니다.

-잠금 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경우야? 요즘 많이 일어난다는 던전 이상 현상 아니야?”

“아니, 이 던전에서는 이상 현상은 일어나지 않아.”

이상했다. 보통 던전이면 몰라도 황금 사과나무 던전은 다르다. 던전 안의 몬스터라곤 오직 황금 노움과 황금 사과나무밖에 없기에 이상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설마 마인……?”

“…….”

마인이란 말에 몸 전체가 떨린다.

그들도 만나 본 적 있기에 알고 있었다. 악마의 피를 마셔 피와 살육을 탐하는 존재들.

이런 일을 벌일 사람들은 솔직히 그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빠르게 빗나갔다.

“마인이라. 하긴, 비슷하긴 하지. 그런데 그깟 반쪽이랑 비교당한 내가 너무 속상하지 않겠어?”

“…….”

“허헉!”

두 개의 검은 뿔. 온 곳에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처럼 붉은 몸. 그것을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다.

“아, 악마!!”

“호호. 나도 이제 인간들이 말하는 인기스타가 되었구나. 인간 세계에 많이 나타난 보람이 있는걸?”

마인들을 만들어 내어 피해를 주는 악마. 몬스터보다 몇 배는 강하고 지성을 가진 괴물. 헌터들은 그들을 악마라 칭한다.

자신의 앞에 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사람을 죽이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그건 왕이 그렇고. 나는 그런 관음 변태는 아니라고. 아, 맞나?”

“…….”

단호하게 선언하며 묶여 있는 황금 노움들에게 다가가 황금 노움들과 두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복수하고 싶나?”

“…….”

“복수하고 싶다고 말해도 된다. 왕이라는 자가 죽지 않았느냐? 내가 알기로는 몇만 년 만에 처음 나온 왕인 것 같은데.”

황금 노움들이 태어난 후, 처음으로 나타난 황금 노움들의 왕. 그를 잃었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어때? 제대로 된 힘을 줄까?”

다시 한번 내뱉는 유혹적인 말들. 하지만 악마의 계약을 받아들일 그들이 아니었다.

“꺼져라. 악마.”

“오호. 역시 황금 사과나무를 수호하고 관리한다는 황금 노움다워. 내 유혹적인 말도 거절하고.”

살기가 가득 담긴 말.

악마는 노움들의 말에 한참이나 밝게 미소를 짓더니 밀렵꾼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있잖아…….”

웃음 짓던 입꼬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곧이어 무표정을 지은 그가 오른손에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

“내가 안 하면 왕에게 맞아 죽거든. 그냥 받아라.”

“으아악!”

악마가 오른손을 들어 황금 노움의 머리에 얹었다.

검은 기운이 들어가면서 황금 노움이 검은 노움이 되어간다.

스턴 건으로 묶인 몸이 서서히 풀리면서 자유를 되찾자.

“크르릉.”

“…….”

“이거 어떻게 하지? 실수를 해 버렸네? 조금은 달라진 노움과 함께 신나게 놀아보세요!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게거품을 물며 몬스터의 울음소리를 내뱉는 황금 노움들. 그들이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더니 밀렵꾼들에게 점점 다가가기 시작한다.

“자, 잠시만…… 잠시만!!”

“어떻게 좀 해 봐!!”

“여기서 총을……!”

아직 남아 있는 열 발의 마나 탄을 빠르게 장전하여 이마에 꽂아 넣기 시작했다.

타앙! 타앙!

열 발의 총성이 울리고, 다섯 마리 황금 노움의 머리에 총알을 정확히 꽂아 넣었다. 하지만 꽂힌 게 전부. 총알이 박혔지만 죽지 않았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히익! 아직 살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촤아아악!

“커헉!”

한 밀렵꾼의 목이 세 조각으로 베어졌다. 길게 자란 손톱에 독까지 묻어 있기에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나 탄을 남발하던 밀렵꾼은 곧바로 사체가 되었고.

“너는 비료다.”

“뭐?”

“끌고 가.”

아공간에서 황금 사과나무를 빼 내어 심었다. 그러고는 그 밑에 산채로 묻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 *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경우래? 이놈들, 안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패왕 길드 마스터. 아는 거 없어?”

“응. 내가 던전 관리자는 아니라서.”

던전 앞에 모인 헌터들. 조를 짜서 대표들끼리 들어가려던 그때 발동된 던전 이상 현상. 이런 던전에서는 이상 현상이 발동되지 않기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일단 천천히 기다려 보자고.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근처에 텐트를 치며 던전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은 그들의 편. 뭔 일이 나든 황금 사과나무를 독차지하려던 밀렵꾼만 잡으면 되는 일이다.

“흠…….”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찝찝해서.”

“안 씻고 왔어?”

“아니…… 그런 거 말고.”

심각한 표정을 짓자 최서현이 물어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저 던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던전 이상 현상의 기운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뭔가 익숙한 기운이라서.”

“그때 갇힌 던전에서?”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느새 점심이 되어 식사를 시작한다.

간단히 수프와 빵을 먹고 있을 때.

“양유혁 어디 갔는지 아는 사람.”

“몰라.”

“그러고 보니까 없네?”

“…….”

양유혁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할 게 많아서 그런지 양유혁을 완전히 까먹은 듯하다.

‘설마?’

갑작스레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던전 이상 현상이 사실 양유혁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그렇게 다시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을 때쯤.

“모두 모여!! 던전이 다시 푸른색으로 변한다!”

던전 이상 현상이 모두 끝났다는 말.

하지만 던전은 클리어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뭔가 안에서 일이 일어났다는 건데?’

안에 들어간 사람이 모두 죽었다는 것.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강수호도 먼저 짜인 팀 사이에 껴서 변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음? 너는 왜 와?”

“아, 실수로…….”

“됐어. 우리가 있으니까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 거고.”

이구호한테 들키긴 했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푸른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몸 전체가 마나로 충만해졌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원래 달달한 냄새나야 하지 않아?”

평소라면 나야 할 산뜻하고 달달한 향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썩고 황폐한 대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고.

“우욱! 이게 무슨 냄새야?”

토할 것 같은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기 위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려던 그때.

“크르르릉.”

“……?”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소리.

모두 검을 뽑고 마법을 캐스팅한 채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검과 마법을 휘둘렀다.

스걱! 쾅!!

마법과 검이 난사되면서 울음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움?”

이곳을 관리하는 노움.

놀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금 사과나무가…….”

그들이 본 황금 사과나무는 끔찍한 향과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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