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51. 꼬우면 님도 왕 하시든가(2)
“오늘도 돈맛 좀 보겠구만.”
“이건 최소 10억은 넘는다. 이 때깔 좀 봐라.”
C등급 던전. 몬스터는 없고, 오로지 황금 사과나무 하나만 딸랑 있는 던전. 하지만 이 던전의 값어치는 보통 던전의 수백 배가 넘어간다.
“빨리 옮기기나 하자고. 오늘은 길드들이 직접 나선다니까.”
“멍청한 놈들 아니야? 제대로 된 탐지 아이템이나, 재능도 없으면서 우리를 찾는다니.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
“그렇긴 하다만.”
에베레스트산. 넓디넓은 이곳에서 그들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잡히는 게 쉬웠으면 밀렵꾼 자체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빨리 가자고. 대형 길드 대부분이 왔으니까.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
“그렇지. 빨리 옮기자고. 집에서 빨리 쉬고 싶다.”
헌터 전용 아이템을 이용해 황금 사과나무를 뿌리째 뽑았다.
아름답게 뽑힌 황금 사과나무 뒤로 보이는 황금 노움들.
“우리 선조가 남기신 황금 사과나무를 내놓거라!!”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흐흐. 이거 정말 쓸모 있단 말이야. 이런 놈들도 1시간은 무조건 속박하게 만들다니.”
어느 정도 완력이 있는 몬스터 말고는 모두 1시간씩 결박하는 스턴 건.
일은 다 끝났기에 새로 산 아공간에 황금 사과나무를 넣었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 일. 길드들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고 에베레스트산을 빠져나가면 된다.
“이제 가자고! 던전 닫힌다!”
“오케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던전을 나왔다. 곧이어 던전 포탈 전체가 빛을 내며 사라졌다.
푸른 빛이 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후우! 오늘도 알찬 하루구만!”
“돈 걱정도 없겠어. 오늘 애들끼리 한잔하는 거 어때?”
“좋지! 지금 당장 가자고!”
이곳에 길드들이 찾아올 리는 거의 없었다.
에베레스트산 입구 근처. 찾아올 리 없다 생각하고 준비해 놓은 차를 타고 가려던 그때…….
“야, 누가 오는데?”
“음? 그냥 관광객 아니야?”
“무슨 관광객이야? 에베레스트산이 황금 사과나무 때문에 폐지된 지가 언젠데.”
달려오는 네 명의 사람.
“음? 대형 길드원인데?”
“뭐? 대형 길드에서 왔다고?”
처음에는 무시하고 가려 했다. 길드에게 밀렵꾼이 잡힌다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감옥에 갈 수도 있고, 평생을 노가다나 하면서 몸을 썩힐 수도 있으니까.
“빨리 가…….”
“야야, 안 가도 돼.”
“왜?”
“얼굴 좀 봐 봐.”
하지만 그 생각은 동료 한 명의 말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동료의 말에 얼굴을 정확히 쳐다보니…….
“다크서클이 없어. 젊은 놈들이잖아. 그리고 길드 문양도 이제 막 단 애들이고.”
“설마?”
“그래, 신입생들이지. 이제 막 온 팔팔한 신입생들.”
“……!!”
길드 신입생들. 이제 막 길드에 들어간 햇병아리들이다. 그들에게서 강한 기운은 느끼지 못했다.
“이거 완전 땡잡았잖아?”
“그러니까.”
5년 차 이상의 베테랑 헌터. 헌터 계에서 은퇴했지만, 어떤 일이든 다 겪어본 베테랑 헌터들이다.
5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크게 방해될 거라 생각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이제 도망이나 쳐 볼까나~”
“에베레스트산 입구에 황금 사과나무 던전도 있고. 오늘 완전 땡잡았어?”
“흐흐. 그러게 말이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가려던 그때…….
“황금 사과나무를 내놓거라!!”
“……!!”
자동차 창문 앞에 나타난 사람. 그들의 눈에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는 강수호와 함께 온 황금 노움이었다.
화가 잔뜩 난 채로 자동차를 내려치려는 그.
“풉! 이거 방탄유리…….”
하지만 고작 저런 공격으로는 자동차 유리를 부술 수 없었다.
헌터의 공격 정도는 쉽게 버티는 방탄유리.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액셀을 밟으려던 그때.
콰직!!
“……?”
느낌이 좋지 않은 소리.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방탄유리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뭔 짓을 해도 금조차 가지 않던 방탄유리가.
“이게 무슨…….”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직 주먹 하나 남았다!”
“이런 개…….”
콰직!!
그가 다시 한번 주먹을 내리쳤다.
금이 간 방탄유리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와르륵.
유리 파편이 차 안으로 쏟아졌다.
늦게나마 액셀을 밟고 도망치려 했으나.
“아뵤~!”
빠각!
밀렵꾼들을 손날로 쳐서 가볍게 기절시키고 차 안에 있던 밀렵꾼들을 밖으로 끌어낸다.
그때 마침 달려오는 세 명의 패왕 신입 길드원.
“뭐야? 벌써 끝났어?”
“넵!”
이미 그들이 갔을 때는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다. 강수호가 기절한 그들의 소지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밀렵꾼이라면 분명히 아공간이 있을 것이다.
“찾았다.”
다행히도 밀렵꾼이 들고 다니던 아공간 가방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가방을 열어 손을 집어넣어 보니.
“이게 황금 사과나무인 거야?”
“그래.”
10m 정도의 거대한 황금 사과나무가 발견할 수 있었다.
반짝이는 황금 사과나무. 하지만 몇 시간 내에 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잠시만. 우리끼리 어디 갔다 올 거니까 여기에 가만히 있어.”
“응.”
황금 노움을 데리고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파란빛이 몸을 감싸며 마을에 도착했다. 혹시 몰라 이제부터는 저녁에 차원 이동을 사용해 훈련하기로 했다.
“일단 이건 여기에 심고…….”
죽지 않게 마나가 풍부한 흙에 뿌리를 내리게 하였다. 나중에 천천히 가져오면 되는 일.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밀렵꾼들을 확인한다.
“이 밀렵꾼들은 어떻게 할 거야?”
“흠…….”
일단 스턴 건으로 몸 전체를 속박한다. 정신을 차려도 일어나지 못하도록.
“일단 정보부터 알아보자. 차가운 물 좀 떠와 줘.”
“알겠어.”
“양유혁, 너는 주변에 밀렵꾼들 더 없나 확인 좀 해 주고.”
“오케이~”
각자 역할을 정해 주었다.
최서현이 물통을 이용해 근처에 있던 강에서 차가운 물을 한 바가지 떠오더니.
“좀 추울 겁니다.”
“으윽…….”
강수호가 그들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황금 사과나무로 인해 출입 금지가 된 에베레스트산. 알몸인 채로 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팬티 빼고는 모든 옷을 다 벗겼다.
그러고는.
촤아악!
“으아아악!”
“으아아악!”
“시원하죠?”
두 명의 몸에 차가운 물을 잔뜩 뿌렸다. 살이 얼어붙는 듯한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정신을 차렸음에도 움직이지 못했다. 베테랑 헌터들이지만, A급 이상 헌터는 아니니까.
모두 헌터 아이템을 잘 사용해서 그렇지 아이템 없이 실력은 그저 그런 보통 헌터들. 베테랑 헌터들이라지만, 지금 길드 대표와는 몇십 배의 차이를 두고 있다.
“이제부터 밀렵꾼들이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다 알려줄 수 있나요?”
“히익!”
스승님들 덕분에 무서운 인상은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 뼈가 시린 차가운 고통. 거기에 무서운 표정까지. 고문할 준비는 완벽히 되어 있다.
* * *
“그러니까 이번에 대규모로 나오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요?”
“그, 그래! 다 이야기해 줬으니까 옷 좀 빨리 줘! 추워 죽을 것 같단 말이야!”
30분 정도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저번부터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서 말도 안 되는 마나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황금 사과나무 중에 가장 품질이 좋은 나무가 자랐다는 것이다.
“모두 갔다는 거지?”
“그래!!”
에베레스트산의 꼭대기에 도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하루가 걸린다.
“일단 여기 안에 들어가세요.”
“아공간? 아니. 잠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을 아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다. 추운 것보다 몇 배는 나을 것이다.
“갈 거야?”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최서현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베레스트산 꼭대기까지 가려면 평범한 마법으로는 안 된다. 그것도 하루 만에 가려면.
“당연히 가야지. 뭔가 좀 꺼림칙하거든.”
“그래?”
위험한 하루가 될 수 있겠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그건 황금 노움도 마찬가지. 뭔가 이상함을 느낀 노움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강수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왕님. 암컷과 수컷들이 좋은 황금 나무가 있는 걸 알 리가 없습니다.”
황금 노움 총 관리자도 모르는,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서 제일 질 좋은 황금 사과나무.
좋은 황금 사과나무의 위치를 황금 노움들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자연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황금 사과나 수확하는 인간들이 그걸 안다고?
“말이 안 되긴 하지…….”
찜찜함이 몸 전체를 지배한다.
자연을 관리하는 황금 노움들조차 알 리 없는데 인간들이 그 시기를 아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양유혁, 너도 갈 거지?”
“당연하지. 궁금하기도 하고.”
모든 이가 올라가는 거에 동의했다.
일단 간단한 무전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패왕 길드 마스터에게 말을 전하자,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우리가 텔레포트 사용해 줄 테니까 와. 그 대신에 무리하지 말고.
다행히도 거절하지는 않았다. 오늘 토벌하는 이유도 오늘이 밀렵꾼들이 가장 많이 오는 날이었으니까.
대답과 동시에 몸 전체가 파랗게 물들어 갔다.
슈아아악!
“도착이다.”
“이런 텔레포트도 가능하군요.”
“우리가 직접 개발한 텔레포트 방식이니까.”
어느새 도착한 에베레스트산 정상.
주변에 버프 마법이 둘려 있었기에 추운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 수준을 넘어선 각성자들이기도 하니까.
“네 말로는 지금 여기에 밀렵꾼들이 다 있다는 거지?”
“넵.”
이구호가 가리키는 거대한 포탈. 지금껏 보았었던 포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던전]
이름 : 거대한 황금 나무
등급 : A
내용 : 세계수보다는 권위가 낮지만, 어떤 나무보다 뛰어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오염에도 재생하는 뛰어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어 이 황금 노움들 사이에서는 이 나무에서 열리는 사과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던전 브레이크 : 없음.
“미친.”
상태창을 열자 저절로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A급 던전. 보통의 A급 던전이면 위험하다는 내용이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던전의 시스템 창에는 위협되는 어떠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았다.
“진짜 아무런 위협도 없는 던전이에요?”
“그래, 일단 지금 팀을 꾸리고 있거든. 밀렵꾼들이 먼저 들어간 것 같으니까 길드 대표들부터 같이 들어가게.”
서로 팀을 짜는 그들.
이구호가 길드 대표들에게 스며들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강수호는 황금 노움에게 물었던 대답을 듣기 위해 근처로 다가갔다.
“어때?”
“뭔가 같으면서도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래? 거대한 황금 나무라는데? 왕이 한 명 더 있는 거 아니야?”
“모르겠습니다. 왕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도 같고…….”
어정쩡한 대답.
원인을 알 수 없어 계속해서 물어보았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양유혁이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