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48화 (48/225)

제48화

48. 이걸 키우라고요?(1)

“크르르릉.”

“워워, 진정해. 내가 어제는 좀 바빠서 밥을 못 줬어. 오늘 주면 되지?”

하루 만에 돌아온 길드 방 안.

어제 하루 비운 것 때문에 배가 고파 잔뜩 신경질 난 상태였다. 뽀삐를 보며 양념된 참치 조각 두 조각을 던져 주었다.

“먹어라.”

“크왕!!”

언제 화냈냐는 듯이 빠르게 먹어 치우는 양념된 참치 두 조각.

다 먹자 크르릉 소리를 멈추고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배부르니 성질이 죽은 듯하다.

“아따 많이 커졌네.”

한 층 더 성장한 크기. 주먹만 한 뽀삐가 팔뚝만 한 크기로 변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뽀삐도 스승님의 슬론만큼이나 커질 수 있으리라.

“나중에 가면 집 지키는 용도로 사용해야겠네.”

그렇다고 뽀삐를 들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 알아보는 집의 문지기 같은 역할로 현관 앞에 설치하면 괜찮을 듯하다. 엄마를 보면 침을 흘리겠지만.

“먹히기 전에 주먹이 뽀삐한테 가 있겠지. 뽀삐야, 엄마 보면 덤비지 마. 네가 맞아 죽을 수도 있어.”

“크르릉.”

숙면에 들어간 뽀삐를 뒤로 한 채 침대에 앉았다.

차원 이동 페널티는 끝난 상태. 곧바로 차원 이동을 사용해서 스승님의 마을로 이동했다.

파란빛이 몸을 감싸며 여느 때와 똑같이 그곳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왔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던 스승님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크르릉.”

“그래, 그래. 반가워 죽겠다.”

슬론도 반가운지 침을 뚝뚝 떨어트리며 인사를 건넨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드디어 훈련이 시작되었다.

“슬론은 제가 직접 만든 애완동물이에요. 제가 정말 재능이 없는 터라 만든 애완동물이지요.”

“애완동물치고는 먹성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네.”

기나긴 설명이 이어졌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씨앗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오늘은 이걸 심어 주세요.”

“음?”

눈이 번쩍일 정도로 아름다운 황금 씨앗. 익숙한 무언가를 닮은 형태였다.

“슬론은 이제 양념된 참치만 잘 주고, 훈련만 잘 시키면 된답니다. 그렇다면 할 일이 없으니까 이걸 기르는 게 뉴비 경험상 좋을 거예요!”

“이게 뭔데요?”

궁금함에 물어보자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제가 대량으로 키우고 있는 황금 사과나무 씨앗이에요!”

“…….”

황금 사과나무 씨앗.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황금 사과나무 씨앗이다.

더군다나 그 황금 사과나무를 직접 재배할 수 있다니.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럼요! 슬론을 다 키웠을 때, 제가 심심해서 황금 사과를 대량으로 만들 방법을 찾았답니다! 도와주는 작은 아이들도 있고.”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새 황금 사과나무가 나오는 던전이 줄어드는 통에 더욱 귀해진 황금 사과. 그것을 강수호가 직접 재배할 수 있다면?

‘그냥 벨붕 아닌가.’

잘못하면 헌터들에게 밀렵꾼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 거다.

황금 사과나무는 국가가 가져가 경매를 통해 여러 길드에게 팔아 버린다. 하지만 밀렵꾼이 몰래 나무를 가져가는 탓에 요새 들어 황금 사과나무 경매가가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마나가 풍부하지 않은 지구에서는 고작 2년이란 생명 기간.

“마나가 없이 자랄 수 있어요?”

“그건 아니죠. 황금 사과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무조건 마나가 필요합니다. 그 대신 제가 직접 만든 마나 주입기를 사용해야 해요.”

스승님이 어렸을 때 만들어 봤던 실 전화기 같은 것을 건네주더니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아, 넵.”

그 뒤를 따라가 어딘가 도착했을 때.

“…….”

“여기예요. 제가 직접 재배하는 황금 사과나무 농장이죠. 사과를 관리하는 건 당연히 황금 노움들이랍니다!”

“황금 노움도 있다고요?”

황금으로 반짝거리는 주변. 그리고 황금 사과나무 주변을 서성이는 작은 생명체들.

품질 좋은 황금 사과나무에만 있다는 황금 사과나무 관리인 노움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때 마침 오는 한 노움. 초등학생 평균 키에 귀엽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에 맞춰 강수호도 고개를 숙이자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저는 이곳의 총책임자 노움1이라고 합니다!”

“노움1?”

“네! 뭔가 불편하신 거라도 있나요?”

“그건 아닌데…….”

이름들이 왜 이리 단출한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게 아니었다.

“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그럼요! 그 대신 열심히 따라와 주셔야 해요! 정성 없이는 뛰어난 품질의 황금 사과나무를 재배할 수 없거든요!”

“…….”

황금 노움들. 기사에서 봐서 잘 알고 있다.

황금 사과나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알고 있는 생명체들. 처음에 세계에서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모두 거절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가 버렸지.’

거절하면 모를까, 황금 사과나무를 가져간다고 헌터를 죽였던 적도 있었다.

얼굴은 저리 순수해 보이지만, 꽤나 강한 놈들이다.

“황금 노움들은 어떻게 설득시킨 거예요?”

궁금함에 물었다.

약점 잡힌 게 없는 이상에야 황금 노움은 인간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녀는 별거 아닌 듯 대답했다.

“이 녀석들도 죽어서 왔거든요. 원래는 저도 황금 사과나무를 재배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 친구들이 심심하다면서 저를 찾아왔지요.”

“…….”

아무리 황금 노움이라도 불멸 앞에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얼마나 심심하면 그토록 증오하던 인간의 옆에 붙겠나. 지금은 행복해 보이니까 별 상관은 없겠지만.

“지금부터 잘 보셔야 해요. 제가 따라 한 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 죽어 버릴 수도 있거든요!”

어느새 도착한 황금 사과나무 앞. 처음 보는 나무라 잠시 멍하게 있다가 갑작스레 떠오른 궁금증에 물어봤다.

“죽으면 어떻게 합니까?”

“죽으면 말이죠?”

황금 사과나무가 죽으면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진다.

뉴스에서 보던 모습을 한 노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황금 사과나무 거름으로 만들어야지요.”

“…….”

몇천 년을 살다 보니 제대로 미치긴 했나 보다. 저런 작은 몸에서 무시무시한 대답이 나오다니.

“노움.”

“……넵.”

“뉴비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황금 사과나무가 죽으면 잘 묻어 줘야지요!”

“알겠습니다.”

스승님이 말하자 인상이 저절로 펴진다.

황금 노움 인성이 더럽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듯하다.

어차피 한두 번 만날 녀석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로 황금 사과나무를 키우는 방법에 관해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 * *

“돌겠네.”

지구로 오자마자 한 행동은 화분과 좋은 흙을 찾는 것. 그리고 마나 주입기로 하루에 1시간씩 화분에 마나를 주입하는 거다.

작은 화분과 좋은 흙까지 찾는 건 어떻게든 해결되었다.

문제는 마나 주입기에 넣을 마나가 필요하다는 것.

[마나(50,000/100,000)]

“너무 많잖아.”

강수호의 마나 양으로 반은 가능했지만, 그 이상은 부족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얻어 온 마나 물약과 마나 재생 물약.

“크으. 이번엔 환타 맛이네.”

레릴 아줌마에게서 얻어온 물약 덕분에 큰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가득 찬 마나 통과 함께 곧바로 마나를 주입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흙 안에 마나가 충만해지더니만.

스르륵!

“오오!”

화분에 심어진 황금 사과나무가 자라난다.

아직 작은 크기이지만, 조금씩 키우다 보면 약 10m 크기의 거대한 황금 나무가 되어 있을 거다.

“실하게 열리겠네. 난 많으니까 엄마한테 직접 줘야겠지.”

팔 생각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지도 않을 거고.

그 대신에 엄마한테는 꼭 드릴 거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하셨으니까.

“이건 이제 햇빛 잘 드는 데 놓으면 끝!”

밖이 보이는 창문 앞에 화분을 놓아 두었다.

날씨도 좋은 덕분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나는 이제 밥 좀 먹으러…….”

B1 층으로 내려가 스테이크나 썰려던 그때.

우드득!

“……?”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창문에서 비추는 햇빛이 뭔가에 가려진다.

갑작스레 어두워진 방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

어느새 거대해진 황금 사과나무.

나무가 사람 키 정도로 커지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빠르게 자라는 건가?’

넉넉잡아 2년. 최소 1년은 걸릴 거라 예상했다.

그 정도는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어!!”

우두둑!

이거 잘못하면 천장과 벽이 통째로 부서질 수도 있겠다.

손가락만 했던 나무가 점점 거대해지더니 1m의 크기가 되어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해질 정도까지 커 버렸다.

“젠장!!”

강수호가 황금 사과나무를 품 안에 꽉 껴안고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길드 본사 건물을 부술 수는 없는 노릇. 또한 이 나무가 황금 사과나무라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최대한 멀리!”

여기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짧게나마 비행 마법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착지한 뒤에 나무 근처에 놓았다. 당연히 이곳에 심지는 않을 것이다.

“텔레포트!! 텔레포트!!”

여기에선 심다가는 너무 큰 크기와 밝은 빛 때문에 들킬 게 뻔했으니까.

다시 길드 안으로 들어가 마도사 이상의 마법사를 찾기 시작했다.

3층에 마법사가 많기에 곧바로 들어가…….

“여기서 텔레포트 마법 사용할 수 있는 분 있나요?!”

손을 들어 질문했다.

대부분 사람이 뉴비에게 관심이 많았기에 망설임 없이 다가가 대답했다.

“당연히 가능하지. 어디 급하게 갈 곳 있어? 뭔가 엄청 급해 보이는데.”

“넵!! 엄청 급해요! 잠시만요!”

천으로 점점 자라나는 황금 나무를 감싸 안았다.

다시 3층으로 도착한 후에 전자 지도를 찍어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여기요! 부산으로 가주세요!”

“그래. 시작한다. 좀 멀어서 여기 마나를 좀 빌렸어야 할 것 같네. 잠시만.”

천에 감싼 거대한 무언가. 궁금했지만 사생활까지 뭐라 할 그들은 없었다. 이곳은 마나가 충만했기에 미국 같은 곳이 아닌 이상에야 어느 정도 이동도 가능했고.

“자, 그럼 시작한다.”

“넵!!”

양손에 마나가 가득 차오른다.

푸른색의 마나가 강수호의 몸 전체를 감싸고는.

슈아아악!

파란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천에 감싼 무언가가 빨아들인 것 같았는데,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넘어가려던 그때.

“허헉!!”

따끔한 통증.

그리 큰 아픔은 아니었기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곧이어 고통이 사라지자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

3층의 모든 마나가 사라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몇십억이 넘어가는 마석들이 빛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마법사의 마나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커헉…….”

“이게 무슨…….”

숨을 헐떡이는 이들.

마나가 다 사라진 상황을 알고 올라온 길드원들이 서둘러 마나 물약을 입에 들이부어 줬다.

고향으로 돌아간 강수호는.

“……더럽게 크네.”

이미 반쯤은 자란 황금 사과나무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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