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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47화 (47/225)

제47화

47. 안녕하세요. 헬창입니다(2)

“스, 스승님이라고?”

“넵!”

스승님이란 말에 그녀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였다.

F급 낙제생에서 S급 학생으로 만들어 준 강수호의 스승.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지금에서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스승이란 자의 몸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강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몸 전체에서 퍼지는 강력한 기운. 그뿐만이 아니라 날린 주먹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샬런이다.”

“샬런? 외국 사람인가요?”

“외국? 그게 무슨…….”

그가 뭔가를 말하기 전에 강수호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더 이상의 대답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듯이.

옛 스승님도 대충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먼 곳에서 왔다. 그것만 알아두면 된다.”

“흠. 알겠습니다.”

궁금함은 곧바로 사라졌다. 더 이상 궁금해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까닭이다.

“이, 일단 상황은 끝난 것 같으니 가겠다.”

“벌써요?”

말을 더 잇기도 전에 이미 그는 사라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스킬이다. 던전에서 갑작스레 사라지다니.

더군다나 지금까지 본 헌터 중에서 가장 강한 헌터였다.

‘도대체 누구야. 그놈보다 강한 녀석이…….’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제 가…….”

털썩.

“……?”

최서현을 들고 있던 강수호가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꼬꾸라졌다. 숨은 쉬고 있지만, 마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던전이 닫히는 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분.

“일단 나가고 봐야겠네.”

뭔가를 추궁하기 전에 여기서 나가고 봐야 했다. 기절해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핏빛 울프 시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그녀가 최서현과 강수호를 들고 던전을 나왔다.

* * *

“허헉!!”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일어난다.

천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찢어진 옷은 어느새 병원복으로 바뀌어 있었고, 팔에는 어느새 깁스가 되어 있었다.

“팔은 멀쩡하네. 시간은…….”

팔의 깁스를 풀고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 시간은 크게 변동이 없었다.

시간을 확인한 강수호는 침대에 누워 마나에 집중했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마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죽을 뻔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고인 물들을 지구로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박에 대한 성공.

얻을 수 있는 건 많았지만, 반면에 잃은 것도 있었다.

‘잘못하면 죽을 뻔했지.’

스승님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양의 마나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머리가 터질 뻔했다. 스승님 한 명을 불러오는데 정신력이 나가는 기분.

다행히도 옛 헬창 스승님이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는 고작 30초. 그리고 신하림 님에게 설명하는 데 대략 1분.

그 덕분에 죽는 건 모면할 수 있었다.

“위험할 때만 사용해야겠네.”

되도록 스승님과 차원 이동을 하는 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상태창.”

호흡이 진정된 강수호가 이번 던전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35

체력 – 153 민첩 – 133 힘 – 152 마나 – 138 감각 – 136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 [차원 불가 (패널티)]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4], [절대정신 방벽(S급) : Lv. 3], [미스릴의 신체(B급) : Lv. MAX],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7], [2서클 마법(C+급) : Lv. 5]

-체력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스탯 3 상승하였습니다.

-힘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마나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감각 스탯 3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무려 C급 던전이라 그런지 5레벨이나 올랐고, 스탯 포인트 빼고는 12 스탯이나 얻을 수 있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차원 불가 페널티?”

재능 옆에 적힌 ‘차원 불가 페널티.’

뭔가 싶어 클릭하니 시스템 창 하나 떠올랐다.

[차원 불가 페널티]

내용 : 당신의 마나와 정신력을 사용해 차원 이동이 불가능한 누군가와 함께 차원 이동을 했습니다. 하루 정도 차원 이동이 불가능한 페널티를 받습니다. 이 페널티는 하루가 지나면 자동으로 상태창에서 사라집니다.

“…….”

최서현과 스승님 때문일 거다.

그래도 이 정도 페널티로 끝나서 다행이다. 혹시 평생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풀었다.

10시간을 넘게 자서 그런지 몸이 뻐근하여 우드득 소리가 들려왔다.

“얘는 괜찮은 것 같고.”

잠시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풀고 있을 때자는 최서현이 보인다.

아직도 자는 것 보면 약이 제대로 듣긴 들었나 보다. 황금 사과는 다칠 때 먹으면 수면제 효과도 동반하니까, 아마 몇 시간 정도 더 자다가 일어날 것이다.

한참 일어나서 몸을 풀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벌컥.

“음?”

누군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2인 1실이지만, 최첨단인 VIP 병실.

이곳에 누군가 들어온다는 건 그 사람일 게 분명했다.

“괜찮냐?”

“어? 이구호 님?”

“업무 다 끝내서 왔다.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네.”

패왕 길드 마스터 이구호였다.

몇 날 며칠 업무 때문에 밤을 새운 것인지 그의 눈에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마치 신하림의 업무를 봐준 이종식처럼.

“이제 괜찮은가 보네?”

“아, 넵. 제가 보통 재생력이 아니잖아요.”

깁스를 푼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구호가 머리를 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하도 이런 사태가 많이 일어나니까 돌겠네.”

“던전 이상 현상이요?”

“그래. 그 엿 같은 던전 이상 현상. 보통 몇천 만개의 던전 중에 고작 하나 정도가 그래야 하는데, 요즘은 누가 억지로 던전을 비튼 것처럼 이상 현상이 많이 발생해서.”

요즘 들어 발생 빈도가 심해지는 던전 이상 현상. 그 때문에 신입 헌터들의 사체가 산을 이룰 정도라 했다.

“우리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너희를 평생 잃을 뻔했다니까?”

만약 신하림 헌터 대신 이종식 헌터가 갔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강수호에게 도박이라는 위험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되도록 사용하면 안 되겠지.’

도박이 도박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정말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다 다짐하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도중.

“그래서 말인데 던전은…….”

“아, 그런데 양유혁은 어떻게 됐어요?”

먼저 던전을 빠져나간 양유혁. 분명히 던전에 빠져나갔으니 별일 없이 나왔을 거다.

“그놈 말하는 거라면 지금쯤 자고 있을걸? 그놈이 나오자마자 던전이 완전히 변형되었으니까.”

“그렇군요.”

이런 사태를 일으킨 게 양유혁일까 의심되었다.

수호 길드 마스터가 무슨 바람이 나서 양유혁을 입양한지도 모르고, 하는 행동도 보면 요즘 유행하는 그놈들과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의심은 조금이나마 사라졌다.

‘아니라는 건가…….’

던전 앞에서 패왕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터. 양유혁이 던전에 무슨 짓을 하는지 보지 못한 사람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심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 미친X은 계속 살펴봐야겠어.’

고개를 끄덕인 강수호는 그와 이야기를 끝냈다.

이제부터 데뷔전까지는 던전 견학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이구호는 사라지고.

“으으으.”

“정신이 좀 드냐?”

“…….”

어느새 눈을 뜬 최서현만이 남아 있었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볼은 빨간 크레파스를 색칠한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열나? 아니면 아직 아픈 건가? 스승님들이 잘 치료해 주셨을 건데?”

“…….”

“저기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수호를 쳐다본다.

아무 말이 없어 어디가 더 아픈가 싶었지만, 열이 나는 것 빼고는 아픈 곳은 없었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그녀 또한 평범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말이 없자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내미니.

“아, 미안.”

“뭐, 미안할 것까지야. 그것보다 몸은 이제 괜찮고?”

“응.”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상태는 강수호처럼 괜찮지 않았다.

치료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 볼이 붉어지는 것 보니 열병이라도 걸린 모양이다.

“아, 그리고 당분간 던전 견학 같은 건 금지 됐데. 요즘 들어 던전에서 이상 사태가 많이 발생했다나 뭐라나.”

“그래?”

“응. 조금 더 쉬고 있어. 나는 마실 것 좀 사 올게. 아직 못 움직이지?”

잠시 밖을 나와 자판기로 향했다. 아무리 VIP 병실이라도 병원 밥은 여전히 맛이 없었으니까.

밍편의점에서 다른 과자도 몇 개 사서 가려던 그때.

“괜찮나 보네?”

“양유혁?”

자고 있다던 양유혁을 두 눈으로 마주칠 수 있었다.

잠옷 복장인 것 보니 정말 자다가 왔나 보다.

“벌써 밤 11시인데 여기는 왜 왔냐?”

“왜 왔긴. 친구가 다쳤다는데 와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걱정하는 듯한 말투. 하지만 그 뒤에 무언가 숨겨져 있었다.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단 말이야.’

의심은 약간 거둬진 상태.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심이 거둬진 건 아니었다.

언제나 이 두 눈으로 양유혁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만 가지? 자고 있다가 온 것 같은데?”

“그러려고. 그냥 같은 동료인 너희 둘 얼굴만 보려고 했지. 최서현은 깨어났어?”

“그래. 볼 거면 보고 오든가.”

“아니야, 됐어. 휴식이 필요한 것 같으니까. 이만 가 볼게.”

떠나가는 양유혁. 학생 때와 변함이 없는 녀석이라고는 저 녀석밖에 없을 거다. 말투부터 시작해서 뭔가를 무시하는 것 같은 목소리.

‘저놈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찜찜하단 말이야.’

볼 때마다 몸에 뭔가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찜찜했다. 마치 요즘 들어 던전 사태를 일으키는 그자들처럼.

“그건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정확한 단서조차 없다. 의심할 시간에 하루라도 더 쉬고 훈련하는 게 나을 거다.

강수호는 다시 병실로 들어갔고.

“재밌네, 재밌어.”

양유혁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와 붉은 눈동자는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헌터들도 모두 아는 이들.

띠리링.

그때 마침 울리는 휴대폰.

그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과 동시에 전화를 집어 들더니.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의 기계음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CCTV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빈 엘리베이터가 1층까지 움직이다가 멈춘 것밖에는.

그리고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래서 어떻게 됐지?”

-흔적은 모두 지웠습니다.

“알겠다.”

간단한 말 한마디와 함께 완전한 침묵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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