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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45화 (45/225)

제45화

45. 공식 첫 던전(3)

강수호와 최서현이 잿빛 울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양유혁은 어느새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음? 뭐야? 벌써 던전 클리어 끝난 거냐?”

던전에 빠져나오자 보이는 패왕 길드원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한 패왕 길드원들이다.

그의 말에 양유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클리어된 게 아니에요. D등급 던전이 C등급 던전으로 변했습니다.”

“그래. C등급 던전으로……. 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는 겨우 한 조가 전부. 고작 5명밖에 없었기에 지금 당장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다.

“어떤 몬스턴데? 탐험가들이 갔을 때는 다크 울프였잖아?”

“잿빛 울프입니다.”

“…….”

양유혁의 대답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잿빛 울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헌터들에게는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것들. 하지만 초보 헌터들이라면 다르다.

“이거 완전 큰일 났잖아?”

보통 큰일도 아니다. S급 헌터가 안에 있다지만, 신입생들까지 챙겨 줄 수는 없다.

모든 걸 해결해 줄 만능이라고들 말하지만, 그건 D급 몬스터 이하부터 가능한 이야기다. C급 몬스터부터는 S급 헌터 혼자는 꽤나 벅찬 상대다.

특히 다크 울프보다 몇 배는 많은 무리를 끌고 다니는 잿빛 울프라면 더욱.

“빨리 길드원들한테 이 사실 알려! 그분한테도 전화 걸 수 있으면 걸고!”

“네, 넵!!”

다급해지는 패왕 길드원들.

오랜만에 받아들인 신입생들을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잃어버릴 순 없다.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겠지만, 제일 문제는 오랜만에 받아들인 신입생을 잃는다는 거다.

“후우, 힘드네.”

패왕 길드원들이 바쁜 사이에 양유혁은 쉬기 위해 근처 의자에 앉았다. 빨리 뛰어서 그런지 다리가 거침없이 떨린다.

하지만 다리와는 다르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해야겠지.”

진정된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라면 길드 안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만.

“헤헤.”

양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커다란 파란 포탈. 그곳에 손을 대는 순간 양유혁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빠져나간다.

빠져나간 검은 기운이 파란 던전 포탈 전체를 삼켜내기 시작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먹는 것과 같은 행동.

콰직!

곧이어 파란 던전 포탈이 사라진다.

무언가 베어 무는 듯한 소리와 함께 푸른 포탈은 사라지고.

“됐다.”

“여기야! 모두 빨리 와!”

“이런 젠장!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검붉은 포탈이 완성되었다.

해맑게 미소 지은 양유혁의 뒤에서 들려오는 패왕 길드원들의 목소리.

재빠르게 미소를 지우고 잔뜩 울먹이는 표정을 짓는다.

“이게 무슨…….”

“던전이 왜 이따위로 된 거야?”

어느새 던전 입구에 도착한 패왕 길드원들. 그들이 마주한 던전 입구는 처음 본 던전과 많이 달랐다.

말로만 들어본 변이 던전.

원래는 푸른 포탈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지만…….

“검붉은 포탈은 아무도 못 들어가잖아?! 클리어되거나, 안에 있는 사람이 다 죽을 때 동안…….”

“젠장!”

요즘 들어 생긴 이상 증상. 검붉은 포탈로 변하면서 안에 있는 사람이 갇히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그 경우가 바로 그들의 앞에서 이루어졌다.

“이거 큰일이구만…….”

“이석현 님!!”

그때 마침 그들의 곁으로 오는 한 사람. 한국에서 강함으로 치면 1위로 꼽는 이석현이었다.

뒷짐을 진 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던전을 살펴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한국에서 제일 강하다지만, 검붉은 던전에 들어갈 수는 없다.

“당장 헌터 협회에 연락해야겠네.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그나마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헌터 협회. 공무원과 비슷한 이들이기에 이 사태를 유일하게 도와줄 사람들이었다.

“너는 저기 앉아 있거라.”

“네.”

울먹이는 모습을 본 이석현이 양유혁을 진정시키기 위해 근처 의자에 앉혔다.

곧이어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네. 그래, 지금…….”

“헤헤.”

양유혁은 아무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던전을 쳐다봤다.

* * *

“헐쿠?”

“구워워워!”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헐쿠가 떠올랐다.

초록색 피부에 언뜻 보면 오크를 연상할 수 있었지만.

‘오크는 뱃살만 튀어나왔잖아.’

오크와는 확연히 다르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근육질. 오크의 살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쾅쾅!!

“구워워워!!”

“…….”

주변에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달려드는 잿빛 울프를 다진 고기로 만들어 준다. 그래도 아직 신입이라 10마리를 모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

‘나도 도와줘야겠지.’

마땅한 공격 스킬은 없었다. 하지만 평균 100 스탯이 넘는 스탯. 그들이 오기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여차하면 스승님들에게 공격 스킬을 배우면 되는 거고.

“구워워워워!”

“변신만 하면 시끄러워지는 타입이구나.”

조용했던 그녀가 3m의 거인으로 변했다.

옷도 그에 맞춰 커지는 게 신기하기만 했지만, 지금 그런 걸 살펴볼 시간은 없었다.

마나를 통해 몸 전체를 가속했다. 4t의 무게를 벗어던지니 움직이는 게 몇 배는 편해졌다.

양손에 마법을 캐스팅해 그녀의 뒤에서 서포터 했다.

“파이어볼. 아이스볼.”

너무 큰 마법은 안 된다.

오히려 그녀가 다쳐서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에 천천히 한 놈씩 맞춰가며 상대한다.

공격 속도만 빠르지 패턴은 비슷하다. 잿빛 울프의 공격에 맞더라도 빠른 재생 속도 덕분에 상처는 빠르게 회복된다.

콰직!

“오우야.”

“구워워워워!”

초록색 근육질 주먹이 정확히 잿빛 울프의 머리에 부딪힌다.

이제야 몬스터의 패턴을 이해한 듯하다.

드디어 잿빛 울프 한 마리가 시체가 되었고.

“크르르릉.”

“더럽게 많네.”

9마리.

아직 주변에는 피를 잔뜩 묻힌 9마리의 잿빛 울프가 그들을 빙 둘러쌌다.

잿빛 울프가 패턴은 비슷해도 다른 면에서 모든 게 뛰어나다. 특히 체력 부분에서는.

“구워워워…….”

몇 분 휘두르자 힘들었는지 그녀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힘들다는 표정이 보인다.

“나와 있어. 다칠 수도 있으니까.”

“으윽…….”

후유증이 심한 재능.

“윈드 서클.”

양손에 동시에 캐스팅한 마법.

바람을 사용해 원의 장벽을 만들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마법이다. 응용도가 매우 높은 마법이기에 마나 소모가 꽤나 극심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깡!!

“크르르릉.”

“오래 버티지는 못해.”

한두 마리는 잡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스승님들의 훈련을 받았더라도 말이다.

지금은 마나가 고갈되기 전에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아니면 온 힘을 다 짜내어 잿빛 울프를 다 죽이든가.

‘불가능해.’

1대9.

거기에 환자까지 한 명 있으니 C등급 몬스터를 모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디그.”

혹시 몰라 던전 땅까지 파내어 안으로 들어가 위에 흙을 덮었다.

잿빛 울프의 코가 민감해서 금방 들킬 테지만, 마나가 모두 소모되고 약간의 시간 벌이는 될 것이다.

그렇게 마나 소모가 몇 분이나 이어지고 있자.

깡!!

“……!!”

아까보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마나가 뭉텅이로 날아간다.

소리가 들리면 들릴수록 빠른 속도로 마나가 사라진다.

‘뭐야, 이건?’

아무리 9마리의 잿빛 울프가 쳐댄다 해도 이 정도로 마나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소리의 주인은 단 하나.

“보스?”

띠링!

말과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보스, ‘핏빛 울프’가 나타났습니다.

-보스의 등장으로 인해 주변 풍경이 모두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보스의 등장으로 인해 이곳에 들어온 모든 생명체는 둔화 – 50%에 걸립니다.

“젠장.”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잿빛 울프가 나타날 때면 희귀하게 나타나는 핏빛 울프. 베테랑들도 꺼린다는 C급 던전의 최종 보스.

“그런데 이놈이 왜 여기 있냐고?!”

보통 보스 몬스터는 맵 끝에 있게 마련. 잡몹을 쓰러트리고 끝까지 찾아가야지만, 보스를 볼 수 있는데.

“돌겠네.”

배라도 고픈 것인지 몬스터가 던전 입구까지 찾아왔다.

이런 일은 교과서에도 적혀 있지 않았기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마나가 모두 고갈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마법으로 다 쓸어 버려?’

첫 번째 방법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법으로 다 쓸어 버린다는 건 마도사 이상은 되어야 가능한 일. 지금의 강수호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다친 녀석을 깨울 수도 없고.’

깡!!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윈드 서클은 점점 형태를 잃어 갔다. 마나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힘이 쭉 빠져나간다.

‘이러면…….’

방법이 없다.

신하림에게 연락을 취해 봤지만, 아직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5분도 버티지 못해 목이 뜯겨 나갈 거다.

‘이건 정말 안 되는데…….’

최후의 방법. 그 방법만은 되도록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확실하지도 않고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저놈들의 밥이 되게 생겼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가 될 수 있다는 것.

[신하림 님! 신하림 님!]

[…….]

다시 한번 연락하지만 들리는 건 없었다.

깡!!

“크르르릉.”

“크웡!!”

2서클밖에 되지 않은 윈드 서클에 금이 갔고, 금이 간 곳을 들이받자 서서히 윈드 서클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녀에게 천양 고기 같은 걸 먹일 수도 없고…….

쩌적!

“크윽!”

“크웡!”

완벽하게 부서진 윈드 서클.

바람이 밖에서 안을 보이지 않게 했지만, 잿빛 울프의 코는 개 코. 더군다나 핏빛 울프도 있으니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킁킁! 크웡!”

“크웡!”

숨을 참으며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냄새 제거 물약으로 강수호의 냄새는 나지 않았음에도.

“크르르릉.”

“…….”

그녀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피. 혈향 때문에 모든 몬스터의 시선이 땅을 향한다.

위에서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진다. 덮고 있던 흙을 밟고 있던 탓인 듯하다.

촤아악!

“크윽!”

밟고 있던 흙을 앞발로 긁어내기 시작했다.

화끈한 통증과 함께 혹시 몰라 위에 두었던 팔의 살점이 뜯긴다.

빠르게 위를 쳐다보자.

“크르르릉.”

“안녕?”

피와 색이 같은 핏빛 울프가 이빨을 드러내며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는 신하림.

‘어쩔 수 없나…….’

1초의 상황도 급박한 지금.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저 이빨에 살점이 처참히 뜯겨 나갈 것이다.

“크왕!!”

“크윽!”

앞발을 이용해 강수호를 잡아 든다.

그녀와 함께 한입에 삼켜 버릴 듯하지만.

“차원 이동!!”

그전에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녀까지 그곳에 온다는 건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의 희망은 있다.

‘제발 돼라!!’

비밀을 들키기 전에 살아남는 게 먼저다. S급 헌터인 그녀가 오지 않은 이상 개죽음이다.

차원 이동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슈아아악!

까득!

“크릉?”

강수호와 최서현이 파란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사라진 먹잇감들을 보고 당황을 금치 못하는 핏빛 울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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