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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44화 (44/225)

제44화

44. 공식 첫 던전(2)

“쫄보 새끼.”

“닥쳐.”

결계가 쳐진 던전 입구.

그들은 입구 앞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서 있었다.

물론 강수호와 양유혁은 아니었다.

“얘들아? 너희는 왜 이렇게 긴장 안 해? 꼭 프로 헌터들처럼.”

실습, 현장 체험 학승 등등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다.

누군가의 길드에 소속해서 길드원인 상태로 들어가는 길드. 떨리지 않으면 이상할 거다.

“빨리 들어가자. 이 새끼 말은 그만 듣고 싶거든.”

“흐흐. 우리 이제 같은 길드인데 그러기야?”

주먹 한 대라도 꽂고 싶었다. 이놈은 왜 이리 긴장도 없는지 그저 웃기만 했다.

‘나처럼 던전 경험이 있는 건가?’

누가 본다면 베테랑 헌터인 줄 알겠다.

아무런 긴장감 없이 농담을 내뱉는 양유혁.

‘수상하단 말이야…….’

대부분은 쉬운 던전으로 실습을 한다.

처음으로 난이도 높은 던전을 가는 건 당연히 떨리는 일. 신입 헌터들이 사고라도 칠 수 있으니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아무런 반응도 없는 양유혁이었다.

‘뭐, 수호 길드의 아들이라니까 그렇겠지.’

별거 아닌 듯 넘겼다.

수호 길드의 아들이라면 인맥빨로 던전을 몇 번 다녔을 테니까.

“모두 떨지 말고. 나만 잘 따라오면 돼. 알겠지?”

“넵.”

어느새 준비를 마친 신하림이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이번에 들어갈 던전은 D등급 던전. S급 헌터가 던전 안으로 함께 들어가기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저한테 맡기시면 되는데…….”

“괜찮아, 인마. 요새 던전 사태 때문에 난리 난 거 못 들었어?”

그때 마침 다가오는 이종식. 원래는 그가 지도하기로 했으나 요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던전 사태 때문에 그녀가 직접 나선 거다.

혹시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D급 던전이 C급 던전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내가 들어가는 거지.”

“그래도 탐험까지 다 마치셨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나 S급 헌터야. 너희가 매일 말하는 그 물리계의 여왕이라고.”

솔직히 걱정해야 하는 건 그가 아니다.

다크서클이 짙어서 코까지 내려온 검은 자국.

“내 업무는 제대로 하고 있지?”

“…….”

“왜 말이 없어? 더 시켜 줘?”

“아니요. 잘하고 있죠.”

대부분 업무는 팀장인 이종식이 대신하고 있다.

많은 양의 업무 때문에 며칠 밤을 새운지 모르겠다.

걱정해야 하는 건 바로 이종식이었다.

“나 없는 동안 농땡이 부리지 말고.”

“…….”

“알겠어? 대답.”

“네…….”

차라리 자신이 지도하는 게 낫다며 중얼거린다.

업무량이 어찌나 많은지 뒤로 돌아 다시 길드로 가는 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

“그러면 가 볼까?”

“아, 넵.”

부마스터의 업무량이 많긴 많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업무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냐고.”

부마스터의 업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저번 주부터 업무를 쌓아 놓아서 그렇지.

찔끔 눈물을 흘린 이종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마스터 실로 향했다.

* * *

파란빛이 주변에 점멸한다.

유일하게 밝혀주는 파란빛과 함께.

“도착이다. 이제부터 손짓과 고개 끄덕이는 거로 대답한다.”

“네.”

D급 던전에 도착했다.

[던전]

이름 : 깊은 어둠

등급 : D

내용 : 어둠의 활동자가 모여 있는 던전. 들어오는 생명체를 사냥하며 소리에 민감한 몬스터다. 지나다닐 때, 풀숲 소리도 들리게 하지 마라.

던전 브레이크 : 24시간

초보자에게는 난이도 높은 던전.

소리를 한 번이라도 내면 어둠 속에 스며든 다크 울프가 달려든다. 자신들은 그전에 다크 울프 보스까지 다 잡아내야 한다.

“크르르릉.”

그때 마침 들려오는 다크 울프의 울음소리.

손짓으로 몸을 낮추라는 행동에 모두 몸을 낮추어 다크 울프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다크 울프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기에 스킬이 없는 이상 직감으로 사냥해야 하는 귀신 같은 몬스터다.

그렇기에 초보자들에게 추천하지 않는 던전.

“크르르릉.”

“크르르릉.”

“…….”

두 마리의 다크 울프가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 입을 다물고 풀 소리도 내지 않았기에 들킬 걱정은 없었다.

지나가는 다크 울프를 뒤로 신하림의 명령에 따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숲 전체가 어둠으로 뒤덮여 있어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었지만, 신하림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줄지어 걷고 있던 그때.

“아우우울!!”

“……!!”

갑작스레 울리는 늑대의 하울링.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그들의 기척을 눈치챈 다크 울프를 찾아내야 했다.

‘뭐야? 아무도 없는데?’

하지만 그녀의 육감이 말하고 있었다. 주변에 다크 울프는 없다고.

애초에 소리에 민감한 이들이기에 이런 어둠에서는 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그들도 쉽게 알아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원래라면 보스만 우는 하울링.

보스에게서만 나오는 특정 조건이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보스 다크 울프는 없었고, 저 멀리 있는 다크 울프조차 편히 눈을 붙이고 자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죠?]

[음? 이건 또 어떻게 사용한 거냐?]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머릿속에서 울리는 강수호의 목소리.

B급 이상의 정신 방벽을 가져야지만, 가능한 응용 기술이다.

[이런 것도 할 수 있었어?]

[아, 넵. 스승님이 가르쳐 주셨지요.]

[스승이 도대체 누구길래…….]

전부터 생각했지만, 강수호의 스승이 누굴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F급 낙제생이 갑자기 S급 아카데미 학생이 될 수 있다니. 던전에 들어왔음에도 떨지 않는 걸 보면 얼마나 대단한 스승을 뒀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생각은 뒤로하고 방금 하울링이 뭔지 알아야 움직일 수 있었다.

[방금 하울링이 뭔지 알아?]

[흠…….]

던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베테랑 헌터도 모두 알지 못한다.

생각을 마친 강수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은 잿빛 울프 같은데요?]

[재, 잿빛 울프?]

[네.]

다크 울프보다 몇 배는 난폭한 성격을 지닌 잿빛 울프.

최소 C급 던전.

하지만 난폭함이 약점이 되어 난이도가 쉽다는 이유로 낮은 C급 던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잿빛 울프라고? 망했는데?]

물론 그 말은 프로 헌터에게만 해당한다.

초보 헌터들에게는 잿빛 울프는 재앙과도 같은 몬스터다. 빠른 공격과 단순한 패턴.

초보자들이 잿빛 울프의 공격 패턴을 알 리 없고, 공격 패턴을 알더라도 빠른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내가 확인하고 온다.]

[넵.]

“뭔가 이상하다. 모두 여기 있어라. 주변에 다크 울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신입을 잃을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

강수호에게 잠시 갔다 온다 말을 일러 놓고 그녀 혼자 깊숙이 숲 안으로 들어갔다.

‘잿빛 울프라…….’

그녀도 초보 시절에 마주친 적이 있었다. S급 재능을 받았어도 경험은 초보나 다름없었을 때. 고작 C급 몬스터라 무시해서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젠장…….’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하울링이 울렸던 장소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더 짙어야 할 어둠은 없어지고.

콰직!

“아우우울!”

“크르릉!”

“…….”

숲 전체가 빨갛게 변해간다.

주변에 다크 울프의 살점과 피가 뿌려져 있어 끔찍한 냄새가 풍겼다.

‘정말 잿빛 울프다.’

오직 육식으로만 살아가는 잿빛 울프. 어떤 몬스터든 먹어대는 먹성과 공격성 때문에 베테랑 헌터가 아닌 이상 꺼리는 존재들.

‘여기서 나가야 한다.’

C급 던전.

요새 던전 몇 개의 등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직접 탐험을 끝낸 던전이라 해도.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알려 도망쳐야 했다.

[강수호! 거기 얌전히 있나?]

[아, 넵!]

[지금 당장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달려!]

[네, 네?]

[달리라면 달려!]

[넵!]

소리에 민감한 다크 울프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콰직!

촤아아악!

그럴 일은 아마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잿빛 울프가 움직일수록 원래 있었던 다크 울프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인다.

보통 무리로 활동하는 몬스터. 무리가 공격받았으면 그곳에 있던 다크 울프들도 이곳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조용할 필요도 없겠네. 지금 당장…….”

재빠르게 발걸음을 놀렸다.

잘못하면 오늘 얻은 신입생들을 잃을 수 있는 노릇. 1등의 이미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신입생을 잃을 수는 없다.

오른쪽 발을 내디딘 채 달려 나가던 그때.

쾅!!

“으윽!”

갑작스레 불어닥치는 공격.

붉은 피가 입 안에 가득 고인 잿빛 울프가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고 공격했다.

“내가 이러니까 이 몬스터를 싫어한다니까. 개(dog)X끼들.”

그녀의 기세나, 인기척을 느낀 건 아니었다.

잿빛 울프가 베테랑 헌터들만 상대하는 이유는 은신 계열의 스킬은 잿빛 울프에게 절대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척을 숨겼다 한들 저 개 코만 있다면 들키는 건 금방이다.

“크르르릉.”

“더럽게도 많이 몰렸네.”

대충 수는 15마리.

물리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도 이런 숫자를 금방 돌파할 수는 없다.

“조금만 버텨라.”

인상을 잔뜩 찌푸린 그녀가 잿빛 울프에게 달려들었다.

* * *

“어디 가는 거야? 신하림 님이 여기 있으라고 했잖아.”

“방금 빨리 도망치라는 이야기 들었으니까 따라오기나 해. 양유혁도.”

“응응.”

“아니, 잠시…….”

양유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최서현은 아니었다.

아직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했지만.

“안 따라오면 억지로 들고 갈게. 실례.”

“잠시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안았다.

양유혁은 이미 멀리까지 가 버린 상태였고.

“돌겠네.”

몇 걸음 걷자 발걸음을 멈췄다.

“크르르릉.”

“더럽게도 빨라요.”

어느새 자신의 앞까지 도착한 잿빛 울프.

교과서를 잘 봐서 다행이다.

보통 다크 울프는 무리로 다니지만, 하울링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울프들 중에서 짙은 혈향이 나는 건 오직 피와 살을 탐하는 잿빛 울프뿐.

문제는 잿빛 울프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거다.

“이건 좀 큰일 났는데?”

“그러게?”

던전 밖으로 나간 양유혁이 분명히 지원군을 불러올 거다. 아무리 정신 나간 놈이라 해도 그 정도 정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에야.’

대충 생각을 마친 강수호가 그녀를 바닥으로 내려놓고 이제는 익숙해진 팔찌와 발찌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한층 편해진 기분과 함께 점점 진정되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근데 좀 특별한 능력 아니야?”

“그렇긴 한데…….”

들어보기만 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부작용이 심한 능력이라 한다.

평소에는 뛰어난 신체 스펙만을 이용하고.

하지만 지금 그런 스펙으로는 잿빛 울프 한 마리도 상대할 수 없었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대략 10마리의 잿빛 울프.

강수호도 체력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양손에 마법을 전개할 때.

“되도록 사용하기 싫었는데…….”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워워워워!!”

“…….”

커다란 초록색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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