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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42화 (42/225)

제42화

42. 이 길드로 하겠습니다(3)

밤하늘을 쳐다보며 위스키 한 잔을 마신다.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목구멍을 스치며 안으로 들어간다.

“언제 먹어도 맛있군.”

그가 시가에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인 뒤 연기를 내뱉었다. 쓰면서도 중독적인 맛이 입 안을 나돌며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고는 파일을 들고 와 사진 속의 누군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강수호……. 강수호…….”

강수호의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성적을 확인했다.

3학년 한 번 빼고는 실기 성적 모두 F.

이런 처참한 성적을 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만능이라.”

1학년, 2학년 때까지의 성적을 무시해도 될 만큼의 재능과 실력. 강수호에게는 3개 이상의 재능을 뛰어나게 사용하는 만능 재능이 있다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정확하게 확인된 건 아니었기에 조금은 걱정되었다.

똑똑-

“들어와라.”

그때 마침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대답하자 문이 열리며 금발에 조각 외모의 여성이 인사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방금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꽤나 빠르게 오는군. 거절당했는가?”

“넵.”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눈이 잠시 커지더니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까닭이었다.

“아쉽군. 높게 가치를 측정했는데 말이야. 우리 길드에 들어오지 않겠다니.”

sky 길드. 헌터 업계의 하늘과도 마찬가지인 길드. 대부분의 강자가 sky 길드에 다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중에서 S급 헌터 100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쓸어 버리는 괴물. sky 길드 마스터, 마일런.

그가 아쉬운 눈치로 말했다.

하지만 강수호는 sky 길드에게 그리 큰 인재는 아니었다. 그저 어디에 넣어 놔도 쓸 만한 헌터인 것 빼고는 쓸모 있지도 않고.

“뭐, 상관없다. 만능이라지만, 잡캐는 잡캐다. 여러 가지의 힘을 사용하는 헌터는 나도 수없이 봐 왔지.”

다른 길드가 눈독을 들이길래 그도 한 번 스카우트 해 본 것뿐. 그저 그런 장난에 불과했다.

“가도 좋다.”

“네.”

대화가 끝나고 그의 말에 그녀가 재빨리 문을 닫고 나간다.

다시 한번 위스키 한 잔과 시가를 빨아들인 그가 파일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약간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 * *

“누구세요?”

“아, 저는 sky 길드의…….”

갑작스레 다가온 한 여인.

기숙사 바로 앞에 왔기에 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된다.

그녀의 외모는 그만큼 아름다웠고, 매혹적이었으니까.

“sky 길드요?”

“넵. 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셨으면 저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

하지만 그 생각은 ‘sky’ 길드라는 한 마디에 산산이 부서졌다.

물약 하나 파는데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나.

아직도 그때 그 일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일단 저희는 던전 하나당 보수를…….”

“죄송합니다.”

“…….”

간단하고 짧은 대답. 그 말 한마디로 이미 거절의 의사는 전달되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sky 길드에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

“sky 길드? 뉴욕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만 들이는 괴물 길드잖아!”

세계 최고의 길드. 아카데미 모든 학생이 들어가길 원하는 길드다. 하지만 강수호는 저런 길드에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자유시간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 되는 건 강수호가 생각하는 그들의 이미지였다.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시면…….”

“죄송합니다.”

간단히 대답을 마치고 곧장 기숙사로 향한다.

내일부터 아카데미에 안 나오고 곧바로 패왕 길드에 가기 때문에 바쁜 나날이 될 테니까.

“크르르르.”

“나 왔다, 뽀삐야.”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슬론에게 인사했다.

정을 주기 위해서 지은 이름, 뽀삐.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이 오면 으르렁거리기 바빴다.

“너도 내가 지은 이름이 마음에 드는구나.”

“크르르르.”

“그래. 나도 마음에 든다.”

인벤토리를 열어 양념된 참치를 던져 주었다. 배가 고팠는지 한입에 꿀꺽 삼키자 금세 조용해진다.

이놈을 길들이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한 달.

“이제 가 볼까.”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강수호가 차원 이동을 사용한다.

오늘도 고블린 간부5라는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

* * *

“맨날 지냐. 이제는 익숙하다.”

어느새 시간은 아침.

아무리 노력해도 고블린 간부5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분명 고블린이라는 낮은 몬스터임에도 강수호는 쉽게 이기지 못했다.

잘하면 한 달은 그냥 넘어갈 할 듯하다.

“일단은 상태창.”

패왕 길드로 가던 도중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30

체력 – 141 민첩 – 120 힘 – 140 마나 – 126 감각 – 123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4], [절대정신 방벽(S급) : Lv. 3], [미스릴의 신체(B급) : Lv. 9],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4], [2서클 마법(C+급) : Lv. 3]

-체력 스탯 3이 올랐습니다.

-민첩 스탯 2가 올랐습니다.

-힘 스탯 3이 올랐습니다.

-감각 스탯 5가 올랐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이제 별로 오르지도 않네.”

레벨업은 꼴랑 1. 고블린 간부5와 싸우면서 오른 레벨이다.

스탯도 별로 올라가지 않았기에 아쉬움 마음을 뒤로하고 패왕 길드 차를 기다렸다.

“내가 너무 빨리 왔나?”

시간은 오전 6시.

6시 반쯤에 온다 했는데 너무 빨리 온 듯하다.

잠시 근처 벤치에 앉아 약 1분 정도 기다리자.

끼이익.

“거……. 강수호 학생인가?”

“아, 넵!”

“어여 타게. 패왕 길드로 가는 길이지?”

검은색 밴 하나가 다가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올백 머리의 할아버지.

왼쪽 가슴에 이름표가 있어 확인해 보니 패왕 길드만이 가질 수 있는 정식 길드원 마크였다.

차에 올라타자 곧바로 출발하는 밴.

“…….”

차가 출발하자 긴 침묵이 이어졌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아, 넵! 강수호라고 합니다!”

“오호…….”

올백 머리의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덕분에 침묵이 사라졌다.

“혹시 언제 패왕 길드에 들어오셨나요?”

제일 궁금한 점을 물었다.

패왕 길드에서는 어떻게 들어왔고, 언제부터 들어왔는지. 누구 때문에 들어왔는지 같은 신입의 궁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별거 아닌 듯 입을 열었다.

“난 운전기사지. 패왕 길드가 처음 생길 때부터 여럿 유명한 사람들 태우고 다녔던 유명한 운전기사!”

“오오!”

평범한 운전기사도 아니다. 패왕 길드가 생기기 전부터 마스터와 함께 뛰어다니던 사람.

뛰어난 능력의 헌터는 아니었지만, 강수호의 눈은 반짝거렸다.

“설마 이율하 님도?”

“그럼, 패왕 길드에 있는 헌터뿐만 아니라, 한국에 유명 인사들은 전부 태워 봤지.”

역시 1위 길드 운전기사답다.

베테랑 솜씨가 보이는 깔끔한 핸들링! 그리고 깔끔하게 넘긴 올백 머리. 늙음에도 보이는 포스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끼이익.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자꾸나.”

“아, 네. 다른 학생도 여기 오는 거죠?”

“이번에 3학년 중에는 재능 좋은 학생이 많아서 학생 두 명을 더 뽑았다고 하더구나.”

패왕 길드는 몇 년간 신입생을 받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등수를 지키는 것도 힘들었기에 신입생을 받아들일 시간이 남아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닌 듯하다.

무려 세 명의 학생.

1위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입도 들여야 하는 법.

‘누굴까나…….’

강수호는 자신과 함께할 신입생이 누군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이왕이면 같이 친해지면서 함께 던전을 다니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생각했으니까.

“오. 왔구나. 다들 빨리 나와 있어서 좋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밴 안으로 들어온다.

창문 밖을 보니 검은 장발 머리의 여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드르륵.

“안녕하세…….”

“…….”

문을 열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잠시 침묵하며 그녀를 바라봤지만, 강수호는 저 여학생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최서현?”

“넌 누구야?”

서울 명문 아카데미 다음으로 유명한 강남 아카데미. 그곳에서 1등인 최서현.

물리계 재능 딱 하나만 있음에도 모든 이들을 가볍게 압도하는 힘.

“강수호.”

“아, 그래?”

별 관심은 없어 보였다. 하긴 강수호의 이름은 다른 아카데미까지 유명하지는 않았으니까. 헌터를 영입하는 길드에서나 유명할 뿐.

“너는 무슨 재능이야?”

“나?”

“그럼, 너 말고 여기에 또 누가 있니?”

자리에 앉자마자 예의상 물어본다.

하긴 이런 대형 길드에 들어온 학생 대부분이 유명한 자리 하나는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무슨 재능을 가졌는지 궁금하겠지.

강수호는 별거 아닌 듯 말했다.

“뭐, 여러 가지 하지. 예를 들어서…….”

“여러 가지?”

여러 가지라는 말에 그녀의 인상이 잔뜩 찡그려졌다.

듀얼 재능이 있다지만 그 이상 재능이 있다면 좋은 환대를 받지 못한다. 잡캐라고 불리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강수호는 빠르게 오른손에 마나를 모아서 작은 마법 하나를 만들었다.

“마법도 할 줄 알고.”

“오호…….”

주변을 밝게 만드는 라이트 마법. 마법 재능을 각성한 사람에게는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그녀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나는 마법이 주특기가 아니거든. 이거 봐 봐.”

“뭐 하는…….”

작은 칼 하나를 들고 손목을 찢었다.

찢어진 피부 사이로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핏물. 밴을 적실 것 같은 피는 곧이어…….

“음?”

“이것 말고 더 있긴 한데…….”

깔끔하게 멎었다.

마치 원래부터 피가 나지 않았던 것처럼.

“시, 신기하네?”

“그렇지? 이것 말고 다른 것도 있으니까 훈련장에서 보여 줄게.”

평범한 잡캐인 줄 알았던 신입생. 하지만 그저 그런 잡캐가 아닌 만능 잡캐였으니 놀랄 수밖에.

다시 밴이 달리기 시작했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음? 여기는 수호 길드 아니야?”

“뭐? 수호 길드에 갑자기 왜 와?”

이번 목적지는 바로 수호 길드 본사.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것도 잠시.

“…….”

밴을 향해 걸어오는 한 학생 때문에 인상이 처참히 구겨진다.

자신과 같은 아카데미를 다니면서도 아주 원수지간으로 지낸 학생이었으니까.

드르륵.

“어서 오렴.”

밴이 열리면서 올백 머리의 노인이 인사를 건넨다.

올라탄 그도 고개를 까닥거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참 신기한 일이야. 수호 길드 아들이 왜 패왕 길드에 가입했나?”

“하하. 그냥 사회 경험 좀 쌓으려고요.”

노인이 묻자 별거 아닌 듯 대답하는 학생.

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난생처음 알아낸 단 한 가지의 사실.

“너 수호 길드 마스터의 아들이었다고?”

“흐흐. 오랜만이야. 강수호.”

양유혁.

그가 패왕 신입 길드원만 오를 수 있는 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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