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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40화 (40/225)

제40화

40. 이 길드로 하겠습니다(1)

다른 방을 배정받고 엄마에게 줄 보양식을 택배로 보내고 난 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다음 날이 되었고, 강수호는 누군가에게 도망 다니고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씁! 제자님께서 제 친구를 죽였으니까 그렇죠! 이건 약한 벌에 속합니다! 슬론. 잡아!”

“크와와왕!!”

스승님의 슬론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1시간 동안 도망치는 것이 벌. 보통 S급 몬스터와 비견되는 슬론에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스승님. 이것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먹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흥! 그러게 누가 태워 먹으랬나요! 우리 귀하디귀한 아기 슬론을!”

“아악! 물잖아요! 스승님!”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자신을 쳐다볼 뿐, 도움은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입에 먹히는가 싶더니.

“슬론, 이제 그만.”

“크르르르.”

“으아아아!”

털썩.

스승님의 목소리와 함께 슬론이 강수호를 떨어트린다.

심호흡하며 자신을 먹으려 했던 슬론을 한참이나 노려봤다.

“나중에 되면 너를 먹어주마.”

“풉!”

“…….”

순간적으로 슬론의 입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지만, 상관없었다. 언젠간 자신도 그들보다 몇 배는 강해질 테니까.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에요. 더는 없어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녀에게 다른 사람이 슬론을 죽였다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과제를 완수하기도 전에 아이인 상태의 슬론을 죽였다는 것이 중요할 뿐.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새로운 슬론을 받아 다시 기숙사로 올 수 있었다.

당연히 고블린 간부5와의 싸움은 계속해서 참패.

이기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듯하다.

“오늘 더럽게 바쁘겠네.”

교복을 여미고 깔끔하게 차려입는다.

교복까지 다 탄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얻은 깔끔한 새 교복.

오늘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바로 유명 길드가 이곳으로 오기 때문이다.

길드를 결정하는 중요한 날. 물론 길드를 결정한 학생들에게는 별 상관없지만, 강수호에게는 제일 중요한 날이다.

“오늘 잘하면 다른 미국에 있는 길드도 올 수 있다 했으니까.”

다른 미국의 유명 길드.

한국보다 몇십 배는 좋은 곳이기에 미국에 가려는 학생은 매년 넘쳐난다. 갈 실력이 없어서 대부분 못 가긴 하지만.

“그래도 올 수 있으니까 최대한 준비하는 게 좋겠지.”

옷을 여민 강수호는 곧이어 새로 받은 기숙사 방을 나와 아카데미로 향했다.

* * *

거대한 강당. 저번에 선수 선발 대회를 한 장소였다.

그 장소에서 다양한 유명 길드가 얼굴을 내보였다.

아직 학생들과 교장 선생님조차 오지 않았기에 서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명한 학생이 있다죠?”

“하하. 그쪽 길드에서도 벌써 소문이 났습니까?”

“그럼요. 당연히 3위 길드가 4위 길드 위에 있지, 밑에 있을 리는 없지 않습니까?”

날 선 대답과 물음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 대답에 누구 하나 그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같이 껴서 한 길드를 매몰시키기를 원할 뿐.

“그런데 어차피 그쪽은 용병 길드 아닙니까? 아무리 한국 4위 길드라지만, 과연 뛰어난 그 학생이 당신에게 갈지는…….”

“하! 마녀 새끼들이 말이 많군. 하여튼 다 산채로 불태워 버려야 해.”

“지금 마녀라고 했습니까? 지금 그런 차별이 없어진 지가 언젠데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신입을 데리고 오는 건 매우 치열한 경쟁.

특히 고작 한 순위 차이 나는 길드들은 조금 더 좋은 인재를 가지기 위해 서로 물어뜯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다가.

“조용히 좀 하지? 귀 아파 죽을 것 같네.”

“누가 내 말을…….”

“뭐라고?”

“…….”

누군가에 의해서 그들의 싸움은 종료되었다.

다리를 꼬며 사나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는 한 여자. 패왕 길드의 부마스터 신하림이다.

물리계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눈매가 매우 날카로웠다. 신왕 길드 부마스터와 용병 길드의 부마스터조차 눈을 깔 정도로.

“벌써 싸우면 어쩌자는 거야? 안 그래도 1시간 뒤면 치고받고 쌍욕하고 난리가 날 건데, 무슨 의미가 있긴 있나?”

“…….”

그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1위부터 10위 길드 중 당연히 1위가 전체를 압박한다. 고작 한 명임에도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혼자 제압할 힘을 가진 괴물.

“그러니까 좀 닥치라고. 어차피 내일이면 별일 없이 지낼 텐데. 지금부터 힘 뺄 필요 없잖아?”

“…….”

적막하게 변한 강당 안. 조용해진 틈을 타 그녀가 휴대폰을 들어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그녀가 바쁜 와중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

그렇게 한참이나 열심히 게임을 하던 도중.

“하하. 반갑습니다! 여러분!”

“……반갑기는 개뿔이.”

마이크를 잡고 등장하는 한 노인.

노인을 본 하림의 눈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고 있던 게임을 끄고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서울 명문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

“하하하! 역시 이번에도 와 주셨군요! 패왕 길드 부마스터, 신하림 님!”

위선이 가득한 교장의 말투.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에 속해 있었다. 앞에서는 해맑게 웃으면서 뒤에서는 사람들 뒤통수나 치는 족속들.

하지만 여기에서는 자신도 웃음을 보여야 한다. 가식이 전부인 사람들 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원래는 이렇게 빨리 오실 분이 아닌데, 의외로 빨리 오셨네요? 탐나는 학생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명문인 아카데미가 다른 아카데미보다 인재가 훨씬 많더군요.”

그다음부터는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명문 아카데미의 교장과 1위 길드의 대표로서의 무거우면서도 긴장된 대화.

약 10분 동안 길게 이어진 대화의 끝으로 교장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모두 누추하지 않은 곳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모두 저를 아시지요?”

“네. 알다 마다요.”

물론 좋은 쪽으로 유명한 건 아니었다.

앞에서만 웃음 지을 뿐, 뒤에서는 칼을 꽂는 인간. 칼만 꽂으면 다행이지 지옥 불 구덩이로 넣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여튼 지금 자리는 길드와 아카데미 대표 교장의 자리.

그도 싸우고 싶지는 않았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예의를 차렸다.

그에 맞게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좋습니다! 모두 저를 아시니 다행이군요! 이번 학년에는 좋은 인재가 많아서 눈에 들어오는 학생이 많을 겁니다. 일단 이 파일을 하나씩 받으십시오.”

교장의 말과 함께 파일을 든 선생님들이 길드 대표에게 파일을 나눠줬다.

나눠준 파일을 확인해 본 순간, 이 파일이 무엇인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안에 있는 파일을 전부 확인한 하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3학년 학생 전부인가요?”

“하하. 벌써 보셨군요? 네, 맞습니다! 이번 3학년 전부를 나타내는 간단한 파일입니다.”

3학년의 전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 성적, 어디 사는 것까지 나와 있었다.

그녀는 제일 앞을 열자마자 보이는 한 학생을 보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이 학생은 뭔가요?”

“아하, 강수호 학생 말이군요.”

“네.”

파일 가장 앞에 있는 학생은 강수호.

실기 성적이 모두 F급 이상이라 주변 길드 대표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이런 놈을 왜 제일 앞에 내놓았느냐고. 그렇게 오해한 교장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파일 가장 앞에 놓아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혹시 성적표는 확인하셨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수호 학생은 1학년 때부터 2학년 때까지의 모든 실기 성적이 F. 3학년 때 한 번 A+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점수를 맞았지만, F 전부를 고작 A+ 하나로 커버하기는 힘들었다.

“그 학생은 뽑지 마십시오! 제가 그러라고 거기에 둔 겁니다!”

이 파일은 분명히 학생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 만든 것. 그런데 뽑지 말라니? 의문만 들 뿐이었다.

한참 의문이 쌓여갈 때쯤 교장의 입이 열렸다.

“3학년 빼고는 실기 모두 F급 학점에! 재능이라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습니다! 이상한 걸 다 사용하니 잡캐나 다름이 없지요!”

“잡캐라…….”

“잡캐면 우리 길드에 안 어울리긴 하지.”

게임에서 잡캐라면 뭐든 하는 뛰어난 능력자라 생각할 거다.

하지만 헌터 세계에서는 다르다. 최소 두 개의 재능, 최대 세 개의 재능만이 인정하고 그 이상은 그저 그런 잡캐라 말한다.

두 개도 힘든데 세 개 다음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세 개 이상 능력을 사용하는 건 팔과 다리를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잡캐라 말한 거다.

“뭔 개소리야.”

“하하, 개소리라뇨? 저는 진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물론 그런 속셈 따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강수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패왕 길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은 다른 길드에게도 퍼졌다. 강수호는 그냥 잡캐가 아니라는 걸.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신왕 길드 부마스터인 제가 이곳까지 직접 온 이유는 이 잡캐라는 녀석을 길드로 들이기 위함입니다.”

“…….”

한국 3위 길드, 신왕 길드가 그다음으로 입을 열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잡캐가 만능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쓸모가 있거든. 특히 우리 같이 모든 일은 거리낌 없이 받는 용병에게는 더욱 어울리지.”

용병 길드부터 시작해서 다른 길드들까지.

오늘 그들이 여기까지 힘들게 온 이유는 강수호라는 학생을 자신의 길드로 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수호 길드는 오지 않았군.”

신기한 점은 이렇게 중요한 날에 한국 7위 길드가 오지 않았던 거다.

경쟁자 한 명이 사라졌으니 무시하고 모든 길드 대표가 교장을 쳐다봤다.

“하하하.”

“이제 가주시죠. 벌써 1시간이 지났네요.”

벌써 1시간이나 지난 상태. 곧 있으면 학생들이 강당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은 자리를 피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 나누십시오.”

“…….”

인상을 잔뜩 찌푸린 교장이 강당에서 사라졌다. 자기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곧이어 교장이 나가고 그들만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황금 사과. 그 아이의 스승이 가지고 있다지 않았나?”

암살 길드의 부마스터, 강금찬. 5위 길드.

그가 입을 열자 다른 길드 대표들 또한 모두 패왕 길드에게로 집중했다.

“그 귀한 황금 사과를? 패왕 길드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 지으며 입을 다물 뿐이었다.

황금 사과의 정확한 출처는 그녀도 알지 못한다. 그저 강수호의 스승이란 사람이 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것 말고는.

드르륵.

그때 마침 열리는 문.

학생이 오는 걸 알리는 소리였다.

모두가 집중해서 열리는 문을 쳐다보자 먼저 들어온 한 학생.

“여기야? 정말 확실한 거 맞…….”

“……강수호?”

바로 강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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