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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38화 (38/225)

제38화

38. 애완식물입니다!(1)

“조의 반장이라…….”

수업을 마치고 어느새 마을에 돌아온 강수호.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블린 간부5에게 패배한 뒤 생각에 잠겼다.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던 괴물의 승리.

이길 수 있다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이겨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좋냐?”

“아, 넵. 그것보다 오늘이 마지막 아니에요?”

“흐흐. 그래. 만약 뭔가 더 부족한 게 있다 싶으면 말해. 내가 시간을 내서라도 직접 찾아가서 가르쳐 줄 테니까.”

어느새 3주나 지났다. 실전을 배운답시고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 탓이다.

하지만 얻은 건 의외로 많았다.

“괜찮아요. 제가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직접 찾아갈게요.”

2서클 마법의 달성.

재능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값진 보상인지 모를 거다.

재능이 없는 각성자는 서클을 새기는 것이 식물인간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니까.

“아, 그런데 있잖아. 지금 이렇게 여유 부릴 틈 없는 거 알아?”

“…….”

그녀의 말에 올라가던 입꼬리가 스르르 내려갔다.

스승님이 바뀔 때마다 듣는 말.

마법과 힘이 어느 정도 상승하자 주변의 기운을 대충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벌써?’

벌써 주변에는 괴물 같은 기운이 넘쳐났다.

지금이라도 강수호를 잡아먹을 것 같은 괴물 같은 기운이.

꿀꺽.

저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젖 먹던 힘까지 짜서 달리려던 그때.

“이번에는 쉽게 잡히…….”

콰르르릉!

“……!!”

지반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충격.

흔들림에 넘어진 그때.

“뉴비다!!”

“저 뉴비는 내 거야! 이번에는 내 거라고!”

“…….”

눈을 잔뜩 붉히며 달려오는 사람들.

두 번을 겪어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두려움에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강수호를 덮칠 때쯤.

“슬론!!”

쿠르르릉!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지반이 더욱 거칠게 울린다. 그러더니 밑에서 초록색의 넝쿨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쾅쾅!

굉음을 내며 올라간 넝쿨은 강수호의 몸 전체를 감싸 안았다.

넝쿨의 움직임 덕분에 자신을 덮치려던 사람들을 모두 피할 수 있었고.

“헤헤, 안녕!”

“……하하. 안녕하세요?”

강수호는 한 꼬마 여자아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껏 봐온 스승님들과는 다르게 아이에게서 큰 강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크르르르…….”

“워워, 슬론. 이거 먹는 거 아니야. 지지야, 지지.”

“…….”

강한 힘은 입이 달린 넝쿨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여러 개의 넝쿨 입에서.

“하하하.”

“크르르르.”

지금 당장에라도 자신을 먹고 싶어 흘리는 침.

넝쿨이 쫓아와 강수호의 몸에 침을 잔뜩 묻힌다.

“으으.”

“어허! 슬론! 지금 뉴비한테 뭐 하는 거야! 어서 떨어지지 못해!!”

“크르르…….”

“…….”

다행히 넝쿨의 주인인 그녀 덕분에 먹히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그녀가 넝쿨의 머리를 쓰다듬자 땅속 깊숙이 사라진다.

“이번에는 그 아이인가 보네.”

“아쉬워라. 이번에는 내 차지인 줄 알았는데. 요새 할 것도 없어서 미치겠는데.”

아쉬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규칙은 규칙인지라 억지로 강수호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넝쿨에 입 달린 놈과 아이만 남아 있을 때.

“흠흠. 안녕하세요?! 저는 슬론을 키우고 있는 조련사 릴레아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160cm 키에 쏙 들어간 보조개.

귀여운 아이지만.

“이 친구는 슬론이라고 해요! 워낙 사나운 녀석이라 사람도 잡아먹는 몬스터지만, 저랑 있을 때는 아무 짓도 안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 네…….”

옆에서 침을 흘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거대한 입 달린 식물.

저리 말해도 믿기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군침을 흘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오늘은 첫날이니까 제일 간단한 걸 가르쳐 드릴게요!”

“…….”

그녀의 제자가 된 첫날.

뭔갈 배우기도 전에 슬론이라는 식물한테 잡아먹히게 생겼다.

* * *

“크르르르!!”

“……야, 그렇게 날 먹고 싶냐?”

“크르르르!!”

“…….”

어느새 돌아온 지구.

어제 릴레아가 자신에게 준 퀘스트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성격 더러운 슬론을 키우라는 것.

화분에 담긴 작은 입 달린 식물. 지구에 있지는 않지만, 스승님이 자신의 약함을 커버하기 위해 만든 지성을 가진 식물이었다.

“이걸 어떻게 키우라는 건지.”

교복으로 갈아입은 강수호는 화분에 담긴 슬론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어찌나 성격이 더러운지 주인인 강수호를 쳐다보며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먹이는 또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천양 고기와 비슷하게 양념된 참치를 하루에 12시간마다 줘야 한단다.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그래도 그쪽 바다에 참치가 넘쳐나서 다행이지.”

바다의 금과 같은 양념된 참치.

굽거나, 생으로 먹으면 양념이 된 참치처럼 맛있는, 소금 다음으로 바다의 금.

“스탯 같은 건 못 올려주지만, 비싸긴 더럽게 비싸지. 그냥 너나 먹어라.”

대부분은 슬론에게 줄 것이지만, 자신도 입이다.

그리고 양념된 참치를 엄마에게도 보낼 생각이다. 또 한 번 부탁한 천양 고기도 보낼 생각이고.

“와그작! 와그작!”

“…….”

맛있게 먹어 치우는 슬론.

스승님이 하는 말로는 참치를 12시간마다 먹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먹이가 된다 했다.

“4시쯤에 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현재 시간은 6시. 수업을 마치고 오면 10시간이 지나기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누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먹이가 될 리는 없을 것이다. 밥을 먹고 2시간이 지나고부터 허기가 증가해서 잘못하면 사람도 먹는다고 하니까…….

물론 그럴 리 없으리라 생각하고 기숙사를 나왔다.

* * *

“여기 맞나? 그런데 그전에 오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데?”

“5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어느새 시간은 오후 4시.

길드에 들어갈 준비를 하기에 수업 대부분이 실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덕분에 수업도 빨리 끝난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이용해 몇몇 학생들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강수호의 기숙사 앞에 모인 이들은 모두 중소 길드 마스터의 아들과 딸. 중세시대에 귀족이 평민을 멸시하는 것처럼 한국에도 겉으로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것들이 남아 있었다.

길드 마스터의 아들, 딸들과 같은 사회적 등급 체계.

“오늘 좀 놀아볼까? 강수호, 그 녀석 요즘 날뛰는 꼴을 보기가 싫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강수호의 기숙사 앞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이번 토너먼트에 조시현을 이기고 반장 자리를 차지한 강수호를 괴롭히기 위해서.

기숙사 하나 더럽히는 건 그들에게는 너무 간단한 일이다.

띠링.

[쓸모있는 친구1 : 잡아 놨으니까 시작해.]

알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간은 5분 정도. 오래 잡고 있지는 못할 테니 빠르게 움직였다.

“클리어!”

CCTV도 모두 통제 불능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 들킬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클리어 마법을 사용하여 기숙사 문을 뚫고.

끼이익-

“됐다.”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명문 아카데미이지만, 학생만큼은 명문이 아닌 아카데미.

그저 좋은 길드와 성적만을 가지고 승부하기에 이곳에서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학생이 많았다.

‘다 더럽혀 주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그가 문을 열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방 안.

그들이 들고 온 물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깨끗함이었다.

“뚜껑 열어.”

“으으. 이거 어디서 가져온 거냐?”

“당연히 하수도에서 가지고 왔지. 곳곳에 뿌려. 그 새끼 아카데미 안으로 못 들어오게 말이야.”

물병에 담긴 건 구정물. 온갖 쓰레기가 담겨 있었고, 고약한 악취가 그들의 코끝을 찔렀다.

“흐흐.”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고약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행복하게 미소 짓는다.

실력자 한 명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 뜻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되니까.

뚜껑을 열고 물병에 있는 구정물을 뿌리려던 그때.

“이제 뿌린…….”

“크르르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날 선 울음소리.

뭔가 싶어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지만, 강수호가 키우는 식물 빼고 살아 있는 거라고는 없었다.

“야, 잠시만.”

“응? 왜?”

“동물 같은 거 있으면 죽이는 게 좋거든.”

잠시 물병 뚜껑을 닫은 그녀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들렸던 ‘크르르르’ 울음소리가 강아지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방은 언제든지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 뭐하면 집에서 등교하면 되고.

하지만 추억을 나눈 동물은 다시 데려와도 그때와 같아질 수는 없다. 특히 사연이 있는 동물일수록 더욱.

“강아지가 어디 있나…….”

“진짜 강아지야?”

“그래, 빨리 찾아나 봐. 그놈 완전 질질 짜게 만들 수 있으니까.”

온 곳을 뒤지며 울음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분이란 시간 동안 방 전체를 이 잡듯 뒤졌지만.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네. 분명히 ‘크르르르’라는 소리 들렸지 않았어?”

“그러니까. 밖에 강아지라도 있었나?”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화분에 담긴 식물이 전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구정물이 담긴 뚜껑을 열었다.

“그럼 이거라도 뿌려야지.”

“흐흐. 뭐, 아쉽긴 하지만. 그거라도 뿌리는 게 좋겠지?”

죽이지 못한다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오늘 온 목적은 방을 더럽게 만드는 일이니까.

“우후!!”

뚜껑을 따고 구정물을 막 뿌리려던 찰나.

“크르르르.”

“음? 또 왜 그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들리는 울음소리.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보이는 건 화분에 심긴 식물밖에 없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뿌리려고 하자 다시 한번 들리는 울음소리.

“크르르.”

“아니, 이거 도대체 뭔 소리야?”

남은 시간은 고작 3분. 계속해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야?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냐?”

“…….”

“야!”

“…….”

“왜 대답이 없어?”

옆에 있던 그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밖에 신발이 있었기에 도망친 건 아니었다.

자신을 무시했다 생각하고 그가 있던 자리를 뒤돌아본 순간.

“…….”

“크르르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식인 식물의 족히 100배나 되는 크기.

“…….”

그 괴물이 옆에 있던 남자 학생의 목덜미에 줄기를 꽂았기 때문이다.

식물을 확인한 순간부터 발을 놀려 도망치려 했지만.

“으아아! 도와…….”

푸욱!

“…….”

그녀도 끝까지 도망치지 못하고 그대로 날카로운 줄기에 맞아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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