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37. 선발 대회(2)
첫판부터 이런 괴물이 나오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넌 몇 번이냐?”
“157번이다.”
“누가 줬어?”
“내가 뽑았다.”
“…….”
이런 우연이 있나.
누가 번호를 조작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한 상황이다.
“확실해?”
“그래.”
“정말?”
“빨리 싸우기나 하지. 시간도 별로 없으니.”
누가 봐도 이건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조작된 결과지.
“헤헤. 드디어…….”
“…….”
헤벌쭉 웃고 있는 교장 선생님. 저 표정만 봐도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교장 선생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할 거냐?”
“당연하지. 요즘 네가 강해졌다고 해서 궁금하던 참이었거든.”
“질 수도 있는데?”
“……풉!”
“…….”
질 수 있다는 강수호의 말에 곧바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하긴 나 같아도 저렇게 웃을 거다. 만년 꼴등인 자신이 만년 1등을 이긴다니. 그것도 고작 한두 달 만에.
믿기지 않을 것이다.
고작 한 달밖에 안 되었지만, 지금 강수호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다.
“너, 그러다 후회한다?”
“후회? 패기 하나만큼은 좋군. 아무리 네가 패왕 길드에 스카우트를 받았다고 해서 3년간 노력한 나보다 강해지는 건 말도 안 된다.”
조시현의 수준은 프로 헌터라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뛰어난 물리계 능력을 가지고 있어 D~C급 헌터는 상대가 가능할 터.
하지만 강수호는 이미 C급 헌터를 이겨 본 적 있는 몸이다.
“하긴 말도 안 되긴 하지. 나 같아도 개소리라고 말할걸?”
“그러니까 나를 이긴다는 건 꿈을 깨는 게…….”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강수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 정도는 이길 수 있어.”
“…….”
순간적으로 침묵이 돈 강당. 뱀이 용을 보고, ‘나도 용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격.
조시현의 입에는 웃음이 지워졌고 독기만 잔뜩 서렸다.
“그러면 이겨 보든가.”
한마디와 함께.
“처참히 짓밟아 줄 테니까.”
매서운 눈을 한 그가 빠른 속도로 강수호에게 달려들었다.
* * *
“교장 선생님.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만년 꼴등이 1등을 이길 수 있을까요?”
“허허, 그건 강수호 학생에게 달려 있죠.”
관중석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들.
강수호의 생각처럼 이 일은 교장 선생님이 단독으로 벌인 짓이었다.
저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 강수호를 떨어트리고자 마음먹은 것.
“패왕 길드의 스카우트도 받았다는데,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흠흠. 됐습니다.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저희 아카데미에 직접 연락이 왔겠죠.”
물론 패왕 길드는 직접 강수호를 찾아갔지만, 교장 선생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1등과 꼴등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 주죠.”
아무리 강수호가 강해졌다 한들 만년 꼴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 개미가 사자가 될 수 없듯이 말이다.
“드디어 시작하는군요.”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누가 이길지는 확실한 상황이죠.”
교장 선생님은 조시현이 이길 거라 단정 지어 놓은 상태였다. 조시현이 탈락한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도 않은 상태.
곧이어 시작되는 경기.
“안 쫄리나 보군?”
“원래 싸울 때 말이 많은 편이야?”
“…….”
한 합 힘을 나누고는 조용히 시선만 교환할 뿐이다.
그렇게 약 1분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먼저 가지.”
“마음대로.”
빠른 속도 달려오는 조시현.
쉽게 피하지 못할 정도의 괴물 같은 속도가 분명하지만.
‘3서클을 1초 만에 캐스팅하는 고블린 간부보다 한참 느리네.’
강수호도 그에 맞춰 속도를 높여갔다. 이 정도야, 가볍게 맞출 수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조시현은 D급 헌터도 가볍게 이긴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문이 거짓은 아닌 듯, 병사 고블린보다 몇 배는 더 빨랐다.
‘그래도 만년 1등이란 건가.’
만년 꼴등과 만년 1등의 차이. 확연한 차이지만, 강수호는 평범한 스승님을 두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보다 몇백 배는 오래 살고 뛰어난 재능을 갖춘 괴물들이 스승이니까.
품속으로 달려드는 조시현.
원래라면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주먹을 맞았겠지만.
“……!!”
“맞을 뻔했잖아?”
고개를 들어 가볍게 피해 준다.
그리 빠른 공격도 아니었기에 방심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피할 준비를 한다.
“멍청한 놈. 패권.”
역시 그렇듯이 방금 공격은 페이크.
왼 주먹에 강대한 힘이 실리더니 정확히 강수호의 복부가 노려졌다.
최소 B급 스킬인 패권. 한 방 스킬인 걸 눈치챈 강수호는 오히려 앞으로 다가갔다.
조시현은 상관없다는 듯 강수호의 배를 향해 휘둘렀다.
그에 맞춰 강수호도 그의 얼굴에 라이트 마법을 사용해 한순간 실명시켰다.
“라이트.”
쾅!!
푸화화!
복부에 정확히 맞은 패권. 그리고 조시현의 눈에 정확히 들어간 새하얀 빛.
그를 실명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지만, 그것보다 강한 물리계 공격이 들어간 후라 상관없었다.
“끝이…….”
자신이 가진 스킬 중에서 꽤나 강한 촉에 속하는 패권. 신왕 길드인 C급 헌터도 쉽게 버티지 못한 스킬이기에 끝이라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환호가 들려왔고 경기장을 내려가기만 하면 되리라 생각했지만.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디를 내려가려고.”
“……!!”
보이지 않는 시야 사이로 들려오는 강수호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날아오는 주먹.
분명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주먹이었지만.
콰직!
“커헉!”
얼굴에 닿자마자 코뼈가 으스러졌다.
처참히 우그러진 코뼈와 함께 허공에 비산하는 핏물.
“이런 젠…….”
“매직 미사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한번 공격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물리가 아닌, 마법. 저번에 본 적 있기에 눈을 감은 상태로 가볍게 피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피했다!’
빠르게 옆으로 옮겨 매직 미사일을 피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얻은 마법은 고작 평범한 1서클 매직 미사일이 아니었다.
쾅쾅!!
“커헉! 무슨?!”
사람의 2~3배 정도 크기의 매직 미사일.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매직 미사일이었다.
“아직 다섯 발이나 남았다.”
남아 있는 매직 미사일 개수는 아직도 다섯 발. 그것도 모두 보통 크기가 아니었다.
거대한 매직 미사일이 조시현의 얼굴에 닿기 직전에.
“……!!”
양손으로 매직 미사일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그 덕분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매직 미사일은 방벽에 맞고 터져 버렸다.
쾅!!
“오오오! 이러다가 터지는 거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됨. 저거 어차피 S급 헌터가 X랄해도 안 부서짐.”
방벽이 부서질까 걱정하는 인원은 극히 소수. S급 스킬 같은 게 아닌 이상 저 방벽이 부서지는 일은 없다.
관중석에 있던 학생들은 놀라움을 잠시 가라앉히고 경기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조시현이 압도적으로 이기는가 싶더니만.
“뭐야? 이제는 압도하잖아?”
“그렇네? 1학년한테 맞기만 하던 전교 꼴등 맞냐?”
점점 조시현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두 개의 재능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말이다.
“저놈 원래 듀얼 각성자였어?”
“아니? 내가 알기로는 고작 한 개의 재능을 각성했다고 들었는데?”
“엥?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모두 의문에 휩싸였다.
강수호가 사용하는 재능은 두 개. 물리와 마법이었다.
두 개의 재능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저 정도 마법과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없으면 말이 안 됐으니까.
“또 재각성이야?”
“설마, 재각성은 들어 봤어도 두 번 이상 재각성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어.”
그만큼 뛰어난 마법. 마법만 하는 각성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뛰어난 마법이었다.
그 때문에 조시현도 쉽게 버티지 못했다.
‘무슨 마법이 폭격기처럼……!!’
계속해서 몸으로 날아오는 마법. 고작 1서클 마법임에도 떨쳐내기 힘들었다.
방어하고 흘러내는 것도 이제 한계.
‘마지막 수를 사용해야겠군.’
어쩔 수 없이 마지막 패를 사용하기로 했다.
첫 번째부터 탈락할 수는 없는 노릇.
선생님들이 알아서 자신을 조에 넣겠지만, 조의 반장은 시켜주지 않을 게 뻔했다.
‘안 돼!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의 뒤를. 아니, 아버지보다 더 앞서가기 위해서 온갖 모욕들을 무시하고 앞만 달려왔다.
‘질 수 없어!’
최대한으로 힘을 발휘했다.
처음에는 이것까지 사용할까 망설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음? 어디가? 아직 10개나 더 남았는데.”
“칫. 너의 장난질 따위에 놀아나지 않을 거다.”
“그럼 한번 피해 봐.”
빠르게 뒷걸음쳐 공간을 확보했다. 매직 미사일이 날아왔지만, 하나씩 흘려냈고.
“백보신권!”
“무슨 무협지 같은 무공을…….”
전설적인 경지인 무공. 최소 A급 이상 되는 스킬을 사용했다.
무협지 같은 스킬에 무시하려 했으나.
“……!!”
“방심한 너의 탓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한 보조차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장풍처럼 생긴 둥근 기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커헉!”
풍압으로 이루어진 공격이 정확히 강수호의 복부에 부딪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진득한 고통이 느껴졌다.
“내 최고의 스킬이지.”
그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숨을 골랐다. 아무리 조시현이라도 스킬에 대한 부담감이 큰가 보다.
“두 번 사용할 건 못 되는군.”
잘게 떨리는 손. 가득 채워져 있던 마나는 이미 바닥났고, 백보신권을 사용한 다리와 오른쪽 팔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스킬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바로 어마어마한 리스크. 최후에 사용하려는 이유가 있는 스킬이었다.
“이제 끝이겠지? 아마 한동안. 아니, 며칠 동안 일어서 있지도 못할 거다.”
바닥에 쓰러진 채 끙끙거리는 강수호. 그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는 것조차 힘든 상태다.
‘크윽! 역시 무협지 스킬인가?’
물리계 재능을 가졌다고는 들었으나, 이런 식으로 공격할 줄은 몰랐다. 스승님들에게 훈련받은 자신의 몸을 이렇게 만들다니.
“끄윽…….”
“미친.”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신왕 길드의 마스터 아들답게 강하긴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직 강수호를 쓰러트리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반쯤 쓰러진 조시현에게 다가가.
콰직!
“커헉!”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리고 이번에 배운 2서클 마법.
“가속.”
4t의 무게를 벗어 던진 것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하더니.
쾅!
주먹을 그의 얼굴에 꽂았다.
밀리는 힘이 더욱 강한 덕분에 바닥에 꽂힌 주먹.
아직 조시현이 정신을 차리고 있기 때문에 복부를 치고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치고 나서야…….
“끝! 강수호 학생! 그만하십시오! 조시현 학생, 기절했습니다.”
“…….”
그가 기절했다.
난폭한 강수호를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입을 벌리며 감탄할 뿐.
이번 경기를 통해 강수호의 재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것도 듀얼 재능, 그 이상을.
하지만 그 재능 안에 누구도 노력이란 단어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