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34. 엄마가 너무 강함(1)
“100점~ 100점~”
미소 지으며 고속버스에서 내리는 한 학생. 바로 강수호다.
이렇게까지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모두 100점이란 점수 때문이었다.
“이경진 선생님이 제대로 말해 줘서 다행이네.”
80점밖에 받지 못할 것 같던 시험 점수를 무려 100점으로 올려 주었다. 그 덕분에 오늘 조금 더 밝게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어마마마 : 어디쯤이야? 거의 다 도착했니? ^^]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해 보니 엄마가 마침 메시지를 보냈다. 아마 고속버스 안에서 자는 탓에 보지 못한 듯하다.
“됐다.”
간단히 답장을 마치고 휴대폰을 넣으려 하자 울리는 알람.
[어마마마 : 수호야, 엄마가 사실 말할 게 있는데…….]
다시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엄마의 메시지.
어차피 거의 다 도착했기에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계속해서 울리는 알람을 무시하고 문을 열던 그때.
끼이익.
“엄마 나 왔…….”
“하아. 이거 너무 힘드네. 손가락이 커져서 그런가? 잘 터치도 안 되고.”
“…….”
순간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뻔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정자에 앉은 그녀는 침입자가 분명했으니까.
강수호는 마음을 진정하며 입을 열었다.
“엄마?”
“어? 아들? 벌써 왔어?”
“…….”
“좀 이상하지? 네가 준 엘릭서인가 뭔가를 먹어서 이렇게 됐지 뭐야…….”
“엘릭서?”
거대한 몸집. 근육질 몸매가 된 이유는 모두 엘릭서 때문이었다.
빈 엘릭서 병을 자세히 살펴보니.
[헬창 용. 먹으면 근육량 + 20,000% 증가. 체력 + 20,000% 증가. 영구 증가이니 헬창 놈들 빼고는 먹지 마셈. - 레릴 -]
“…….”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지도 몰랐는데.
“영구적이라도 풀 수 있는 물약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하지만 영구지속 효과를 풀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 이건 지금 가서 해결해야겠다.
“엄마.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갔다가 올게.”
“그래, 어서 갔다 오렴. 밥 차려 놓고 있을 테니까 금방 와.”
“어!”
3m의 키. 키는 버프 물약을 마셨을 때와 비슷하지만, 문제는 근육이 그때 마셨던 물약보다 효과가 좋다는 거다.
“돌겠네. 차원 이동.”
곧바로 차원 이동을 사용해 고인 물 마을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고블린들이 보였지만, 지금은 싸움 같은 걸 할 때가 아니다.
“잠시만, 레릴 아줌마한테 갔다 올게.”
“취이익. 그러거라. 간부도 아직 자고 있어서 말이지.”
곧바로 레릴 아줌마의 연구실로 향했다.
약과 온갖 도구들로 가득한 연구실 안.
“레릴 아줌마!!”
“음? 우리 수호 왔니? 오늘은 또 무슨 일이니? 냄새 제거 물약 다시 줄까? 이번에는 최신 버전으로 평생 지속되는 걸 만들어 왔거든. 한가지 냄새만 계속 지울 수 있어.”
그곳에는 오늘 분량의 연구를 진행 중인 레릴 아줌마가 있었다.
냄새 물약 제거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빈 엘릭서 병을 건네주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음? 그거 내가 준 엘릭서……. 하하하하.”
“…….”
병에 적힌 글자를 보니 그녀가 헛웃음을 짓는다. 그녀도 어이가 없는 거다. 사실 그녀가 준 엘릭서는 헬창들의 근육을 키우는 프로틴 같은 용도니까.
“다시 못 돌려요? 그때 버프 물약 먹고 부작용 받은 것보다 몇 배는 더 커졌다니까요!”
“하하하하. 그게 말이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강수호.
머리를 긁적인 그녀가 곧이어 입을 열었다.
“엘릭서의 영구 버프를 없애는 건 아무리 나라도 못 한단다. 그건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게 좋겠지.”
“…….”
그녀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거다.
다시는 옛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그 대신 영구적인 버프는 지우지 못하고 몸은 바꿀 수 있단다.”
“그거라도 해 주세요!”
하지만 다행히도 방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신체 변화는 지울 수 있되, 힘은 원래 그대로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만들려면 2주는 걸릴 것 같아. 그 정도는 괜찮지?”
“넵! 2주 정도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요.”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가는 듯싶었다.
지구로 돌아간 강수호는 별일 아니라는 걸 엄마에게 전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다니, 다행이네.”
쾅! 쾅!
“…….”
“이 몸에 적응한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고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평생 가질 힘에 적응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엄마. 혹시 상태창 있어요?”
“상태창? 엄마가 각성자도 아닌데 어떻게 상태창을…….”
혹시 몰라 물었다. 저런 사기적인 물약을 마셨다면 능력을 각성했을 테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음? 허공에 떠오른 푸른색이 상태창이니?”
“응…….”
“있는데?”
상태창이 나타났다.
공유 화면으로 돌린 다음에 엄마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김하나]
레벨 : Lv. 1
체력 – 500 민첩 – 500 힘 – 500 마나 – 0 감각 – 500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없음.
스킬 : 없음.
“와우…….”
“이게 바로 상태창이구나. 신기하네.”
마나 빼고는 ‘500’ 스탯을 지닌 스탯. 재능, 스킬은 없으나 스탯만으로 A급 헌터들은 저리 가라는 수준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거 만들 때 100년이 걸리셨다고 했지.’
스승님들에게 만들어 주신 엘릭서는 근육과 힘을 기르기 위한 엘릭서다.
이것만 마시면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일찍이 포기하는 게 빠를 듯하다.
“일단 밥부터 먹자꾸나. 다 식겠다.”
오늘 밥은 엄마가 직접 해 주신 얼큰한 된장찌개. 구수한 맛과 짠맛이 어우러져 찌개 하나만으로 밥 세 공기는 기본으로 뚝딱 할 수 있을 것이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밤이란 시간이 되었다.
평소라면 저녁도 배부르게 먹었으니 편히 자고 있었겠지만…….
“하루도 훈련을 빼먹으면 안 되지.”
엄마가 자는 틈에 몰래 집에서 빠져나왔다.
시간은 고작 밤 9시. 훈련하기에는 딱 좋은 시간이다.
아침에 마나 호흡법 훈련하는 걸 까먹었기에 밖을 나와 처음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일단 상태창부터 확인하고.”
[강수호]
레벨 : Lv. 30
체력 – 138 민첩 – 118 힘 – 137 마나 – 116 감각 – 118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2], [절대정신 방벽(S급) : Lv. 2],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4], [1서클 마법(C급) : Lv. 5]
-체력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힘 스탯 3 상승하였습니다.
-감각 스탯 4 상승하였습니다.
며칠간 고생한 성과가 모두 들어간 시스템의 메시지.
강수호는 미소를 짓고 곧이어 차원 이동을 사용해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간부 놈도 깨어 있을 거다.
* * *
“참, 마스터도 정신이 나갔지. 이제 살인 청부업도 시키는 거야? 너는 요즘 마스터 이상하다는 거 못 느끼겠냐?”
어두운 밤, 은신을 사용해 작은 마을에 도착한 이들. 모두 수호 길드에서 암살자 재능을 빛내는 헌터들이다.
그들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나도 몰라. 그런데 어느 집이라고 했냐?”
“저기 저 초록색 초라한 대문.”
바로 강수호의 엄마를 죽이기 위해서.
마스터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일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까라면 까야지.”
“어휴, 인생.”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죽는 건 그들이 될 테니까.
“이왕 죽일 거면 피 절대로 묻히지 마라.”
“너나 그러지 마라. 그때 심문받으러 간 거 겁나 웃긴 거 알아?”
그들에게서 긴장감이라고는 없었다.
평범한 가정주부. 거기에 남편을 잃고 고등학생 3학년 아들과 별거하는 가족.
방금 강수호가 나가는 것도 봤으니 그가 올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
“우리 마스터도 잔인하단 말이야. 어떻게 반병X인 여자를 죽일 생각하는 거지? 그것도 남편도 없이 혼자 사는 여자를.”
“그 녀석 오고 나서부터 이상해졌잖아.”
“양유혁?”
은신을 사용하여 걸어가는 이들의 입에서 양유혁이란 이름이 나왔다.
수호 길드 마스터의 아들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 이름은 또 왜 보육원에서 있던 대로 한 건지. 너는 이해가냐?”
“하긴 그렇네. 듣다 보니 어이가 없어.”
양유혁은 친아들이 아니다. 입양한 아이. 정확히 말하자면 갑자기 보육원으로 달려가 양유혁을 집어 온 것.
“알고 보니 마인 같은 거 아닐까? 아니면 악마라든가.”
“에이, 그건 좀…….”
요즘 들어 던전에서 속출하고 있는 악마와 마인들. 이상한 기운을 물씬 풍기며 사람들의 목을 베어 가는 괴물들.
아무리 그래도 양유혁이 그런 괴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저 버릇이 나쁜 아이의 소원을 들어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뿐.
“이제 들어가지.”
“쉿. 혹시 모르니까 이제부터 조용히 들어가자고.”
끼이익.
초록색 쇠문의 열쇠 구멍을 흔들어 조심스레 문을 연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시골 풍경이 드러난다.
작은 정자 하나와 낡은 집.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니 약간 동정심이 들었지만.
‘돈 벌어야지, 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법.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그리고 이번 의뢰는 마스터의 아들이 내린 특별한 지시.
드르륵.
초록색 문을 지나 조선 시대에 있을 법한 낡은 문을 연다.
단단히 잠가 놓았지만, 처음의 문을 열면서 사용한 방법으로 가볍게 따 버리고 들어간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눈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야간투시경처럼 변한 눈으로 거실을 지나 세 개의 방 중 각각 한 개의 방으로 들어갔다.
‘없다.’
‘없다.’
아쉽게도 두 방에는 사람의 흔적만 있을 뿐, 오늘 죽이려던 여자는 없었다. 남은 방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허리춤에 찬 단검을 꺼내었다.
되도록 고통스럽게 보내지 않게 하려고.
마지막 성의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푸욱!
단검을 들고 있던 암살자가 목 부분을 찌른다.
혹시 몰라 한 번 더 찌르고, 한 번 더 그리고 한 번 더 찌르고 나서야…….
“후우, 끝이다.”
“의외로 깔끔하게 처리했네? 시체는 이대로 두면 되겠지? 어차피 아무리 조사해도 우리인지 모를 테니까.”
단검을 다시 허리춤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일도 마무리되었으니 이동하려던 그때.
“이제 가…….”
“어디를?”
“…….”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암살해야 할 대상이 눈앞에 있었다.
단검엔 피가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하하하.”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각성자도 아닌 평범한 여성.
여성도 각성자라면 성인 남성을 한 손가락으로 이길 수 있겠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런 얄팍한 속임수 따위…….”
쾅!!
“커헉!”
“…….”
그 생각은 그녀가 주먹을 휘두르자마자 단순에 사라졌다.
사진과 다르게 울긋불긋한 근육. 3m나 되는 거대한 키.
“…….”
“이빨 꽉 깨물어라.”
“아니, 잠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콰직!!
그녀의 주먹이 정확히 암살자의 얼굴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