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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31화 (31/225)

제31화

31. 고인 물 확실해요?(1)

“흠. 대략 99가지는 알아봤군. 그렇지, 블린아?”

“취이익. 넵, 주인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감도는 연구실. 그곳에서 초록색 고블린이 연구진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고블린을 다루는 연구답게 보조는 훈련된 고블린.

“오늘은 마지막으로 마법을…….”

드르륵.

그때 마침 열리는 문.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경진이?”

“오랜만이다. 이수야.”

함께 하버드를 졸업해 몇 년 동안 같이 연구진을 한 사이.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였기에 가볍게 포옹을 한 뒤 이야기하려던 찰나.

“취이익! 이 인간은 무엇입니까?”

“워워, 칼은 내려놓으렴. 내 조수야.”

“취이익. 아, 친구셨습니까?”

“음? 고블린이 말을 하네?”

이경진은 고블린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크게 눈을 떴다. 이론상으로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아, 이 고블린 말하는 거지? 네가 가고 난 후 1년 뒤에부터 갑자기 말을 트더니 잘하기 시작하더라고.”

“설마 블린이 말하는 거야?”

“그래. 우리가 시험 삼아 한글 가르쳐 준 그 고블린.”

“…….”

옛 기억에 블린이라는 고블린이 있었다. 며칠 한글을 가르쳐 주자 조금씩 익혀 말했던 신기한 고블린.

“성공한 거야?”

“그럼! 오랜만에 온 김에 오늘 실험하는 거 도와줄래?”

“나야 좋지! 오늘은 뭐하냐?”

또 다른 실험이 있다길래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오는 연구실이라 그런지 설렜으니까.

“무슨 실험을 할 건데?”

“간단해. 이번에 블린이한테 서클을 새기게 할 거야.”

“서, 서클?”

제일 기초가 되는 1서클. 지금 그것을 고블린한테 새긴다는 거다.

‘내가 원하는 실험이다.’

그가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친구도 볼 겸 좋은 실험을 제시하기 위해서.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자신이 원하는 실험이 지금 시작되니까.

“오늘 실험을 도우실 마법사셔.”

“하하! 잘 부탁합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긴장되네요.”

“저도 잘 부탁합니다.”

여성 마법사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러고는 곧이어 실험이 시작되었다.

“블린아, 조금 아플 거야. 알겠지?”

“취이익. 알겠습니다. 주인님.”

훈련 잘된 몬스터답게 반항심은 없었다. 오히려 실험이 더 잘 되도록 블린이는 마석을 입 안에 문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묶었다.

“시작한다, 블린아.”

“취이익. 넵!”

1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석을 삼키고 억지로 마나 통로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

뛰어난 마법사와 몇억이 넘어가는 마석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는 연구진에게 충분히 지급되는 물품이다.

“취이익!! 흡!!”

블린이 숨을 들이켜는 것과 동시에.

파지직!

“취이익!!”

“크윽! 꽉 붙잡아 주세요! 계속 움직이면 마나를 넣기 힘듭니다!”

“넵! 경진아! 와서 좀 도와줘!”

“어!”

주변에 마나로 이루어진 전기가 튀기 시작했다.

고블린의 몸은 일반 성인 남성임으로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최대한 천천히 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천천히 하겠습니다! 꽉 좀 잡아 주십시오! 천천히 한다고 해서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니까!”

“취이익!”

최소 몇 시간은 넘게 걸리는 작업. 억지로 서클을 만들어 내기에 고통과 시간이 동반되는 큰 작업이다.

“취이익! 참을 수 있습니다! 주인님…….”

“조금만 버텨라. 조금만…….”

시간과의 싸움은 블린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 블린이가 서클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실험은 그대로 실패다.

죽을 수도 있는 실험체.

엄청난 손해를 보겠지만, 성공한다면 대단한 연구에 성공하게 되는 양날의 검.

“제발…….”

블린의 팔을 꽉 잡은 김이수가 기도하듯 말했다.

* * *

“허헉……. 다 되었습니다.”

“…….”

마법사의 마나가 모두 탕진되자 마나 보내는 걸 멈추었다.

실험 받는 블린도, 세 명 모두 땀 범벅이었다. 입고 있던 옷이 모두 젖을 정도로 힘든 시간.

“생체 반응 있어?”

먼저 정신을 차린 이경진이 김이수에게 물었다.

손목을 짚어 맥박을 확인한 그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후우. 성공이군.”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블린의 몸에 서클이 생기다니.’

물론 고블린 중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고블린이 있다. 매우 소수이긴 하지만.

“네가 처음이지?”

“당연한 걸 물어보냐? 고블린을 마법사로 만든 건 세계적으로 처음이지.”

고블린 주술사와 다르게 평범한 고블린의 몸에 서클이 생겼다.

첫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 덕분에 경진은 오늘 할 일이 많아졌다.

“취이익. 주인님…….”

“드디어 정신이 드는 거냐, 블린아?”

“취이익. 넵, 듭니다.”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김이수가 물통을 들고 와 입에 물을 넣어주며 속박된 사지를 풀어줬다.

“조금 힘들겠지만, 혹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니?”

“취이익.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묻자 블린이 대답과 함께 작은 두 손을 뻗었다.

작은 두 손은 곧이어 파란빛으로 일렁거리더니.

“취이익. 라이트.”

“……!!”

새하얀 빛으로 주변을 물들었다.

옆에 있던 마법사가 봐도 저건 분명히 라이트였다.

“대박…….”

그저 입을 벌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계를 부숴 버리는 이번 실험.

“고맙다.”

“취이익. 주인님께서 저를 이렇게 만들어 주심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고블린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에 경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확실하네.’

* * *

“취이익. 덤벼라. 인간.”

“후회나 하지 마. 많이 달라졌거든.”

라이트로 밝힌 검은 동굴. 그곳에서 강수호와 또 다른 스승님의 제자(고블린)와 싸움을 시작했다.

“취이익. 라이트닝.”

“워터.”

“취이익!”

처음부터 한 방을 노리려 했던 고블린.

저번 주까지는 그런 기술이 통했지만, 이제는 그런 얄팍한 기술 따위 통하지 않는다.

워터를 사용해 고블린 밑에 물을 깔아 두었다.

파지직!!

고블린은 가볍게 노란 번개를 피해 내었다.

처음과 달라진 움직임에 놀라는 것도 잠시.

“취이익! 그딴 거…….”

파지직!

“취이익. 커헉…….”

갑작스럽게 몸 전체가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하다.

피한 번개가 고블린이 서 있던 물에 떨어지면서 감전이 된 거다.

“취이익. 인간, 요즘 들어 강해…….”

“말할 시간 없다. 싸움에 집중해.”

강수호는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싸움에 집중했다. 입을 털 시간에 마법을 캐스팅하는 게 100배는 나을 테니까.

고블린은 앞으로 발을 움직인 강수호를 따라 오히려 앞으로 나간다.

‘취이익! 카운터다! 이건 모를 것이야!’

마법에 원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헤이스트나, 마나를 주먹에 강화해 근접전을 펼치는 스킬도 있단 말씀.

“취이익! 이것이 바로 카운…….”

“쉴드.”

“……!!”

깡!!

하지만 그건 강수호도 익히 아는 마법이었다. 하여 쉴드를 사용해 마나를 두른 작은 주먹을 막아내었다.

“헤이스트.”

“취이익! 캐스팅 속도가……!!”

빨라진 캐스팅 속도.

1서클 마법사가 캐스팅할 때 걸리는 속도가 대략 3~5초. 하지만 강수호는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쉴드와 헤이스트를 캐스팅해 냈다.

빠각!

“커헉!”

카운터를 카운터로 받아냈다.

주먹이 정확히 고블린의 머리에 꽂혔고.

“파이어…….”

“취이익! 그만! 내가 졌구나!”

고블린이 두 손 두 발 들며 패배를 선언했다. 그제야 강수호도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승리를 만끽했다.

“드디어 고블린한테 이겼다!!”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다. 무려 스승님들의 혹독한 훈련을 받은 괴물 같은 고블린.

강수호는 그런 몬스터를 이긴 것만으로도 기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취이익. 고블린한테 이기니까 좋나?”

“그럼,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냐?”

같이 앉은 고블린이 한심한 투로 말하며 자신을 쳐다봤다.

“취이익. 인간은 정말 부럽다. 자신이 노력하면 강해질 수 있지 않은가? 열심히 노력해도 여기까지밖에 가지 못하다니…….”

하긴 불쌍하기도 하다. 고작 학생 하나 못 이기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인간은 진화의 동물.

“내일부터는 간부랑 싸우지?”

“취이익. 그래. 아마 힘들 거다. 우리 고블린 병사보다 몇 배는 강한 고블린이시니까.”

그다음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간부와의 싸움.

고블린 병사들보다 몇 배나 강한 간부 고블린. 어쩌다 한 번 마주쳐 본 적이 있기에 그들의 힘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강하겠지? 그놈들보다 더.’

그때 만난 고블린 간부와는 차원이 다를 거다.

스승님들의 힘을 받은 그들.

“나야 좋지.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너 취이익이라는 말 좀 안 쓰면 안 되냐?”

“취이익. 왜 그렇지? 이건 우리 고블린들만의 습관이다.”

“아니, 그것 때문에 졌잖아. 말할 때 취이익만 안 했어도 잘하면 네가 이겼어.”

종족 간의 한계를 이제야 깨달았다.

말할 때 ‘취이익’이라는 말만 안 했더라면 고블린이 충분히 이길 만한 싸움이었다. 이것이 바로 종족의 한계.

“취이익. 원래 그런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아, 그래? 그러면 말고.”

굳이 고블린만의 문화를 바꿀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들의 문화이고, 습관을 바꿔 봤자 자신만 힘들 뿐이다.

“그러면 이제 가는 것이냐?”

“그럼,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까.”

벌써 4시간이 지났다.

이기기 전에도 한 번 싸웠기에 몸을 쉬어줘야 하는 법.

“이만 가 볼게. 스승님이 먹을 고기 같은 거 많이 챙겨 주셔서 스승님한테 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오시면 갔다고 말 좀 해 줘.”

“취이익. 그래, 가거라.”

고블린이 손을 흔들어 강수호를 떠나보냈고.

강수호는 고블린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슈아아악!

파란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 * *

“힘드네.”

오늘 하루는 특히 힘들었다. 시험까지 보고 스승님이 직접 키운 고블린과 싸워 승리까지 거두었다.

강수호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30

체력 – 136 민첩 – 116 힘 – 134 마나 – 116 감각 – 114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2], [절대정신 방벽(S급) : Lv. 2],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4], [1서클 마법(C급) : Lv. 5]

미소를 지으며 상태창을 지운 강수호가 잠을 자려던 그때.

똑똑-

“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밤 10시. 곧 있으면 잘 시간이 다 되는 시간. 궁금해서 문을 열어 보니.

“네가 그 녀석이구나?”

“……?”

얼굴도 모르는 한 남자가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양윤혁?”

“하이하이~”

익히 아는 놈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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