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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30화 (30/225)

제30화

30. 몬스터가 나를 가르침(3)

“고블린이라……. 고블린…….”

이번 중간고사는 특히 어렵다고 알려졌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강수호는 고블린이란 단어를 중얼거리며 기숙사 안으로 들어섰다.

한 몬스터를 깊게 알아보는 시험.

“고블린 특징과 습관을 100개를 적어라.”

어려운 시험이라 그런지 이번 중간고사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 주었다.

저번 시험과는 다르게 한 문제밖에 없어서 쉬울 수도 있겠지만.

“정식으로 나와 있는 고블린 특징과 습관은 30개가 전부인데.”

몬스터마다 연구하는 연구진이 있다. 공식적으로 나온 특징, 습관만 해도 고작 30개가 전부.

낮은 등급의 몬스터라 그런지 연구하는 연구진도 많지 않다. 쉽게 죽이지 못하는 놈들도 아니니까.

“이러면 지금까지 개고생해서 공부한 게 다 헛수고가 되는데. 어떻게 하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공부를 잘하는 스승님들도 있겠지만, 하루아침에 공부를 잘할 순 없는 노릇.

“일단은…….”

처음부터 생각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제일 처음으로 패왕 길드의 부마스터에게.

띠리리. 띠리리.

몇 번의 알람음이 울리더니.

-혹시 길드에 들어올 마음이 생긴 거니?

부마스터가 해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에이, 그러면 왜 전화했어?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직 길드는 정하지 못했다. 평생직장이 될 수 있는 길드는 되도록 신중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실망한 기색이 가득하자 조심스레 서문을 열었다.

“혹시 고블린 특징과 습관 100가지 알아요?”

-갑자기?

“이번에 시험 치는데, 문제가 그거거든요.”

-잠시만…….

고작 고블린의 특징과 습관은 대부분 나온 상황.

공식으로 나온 것은 고작 30개밖에 안 되겠지만, 그녀 나름대로 고블린에 관한 정리 파일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정리한 건 대략 50가지인데 가져갈래?

“흠. 그거라도 주…….”

50가지 정도면 못해도 C는 받을 거다.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입을 열려던 그때.

“아니에요!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 방법을 찾은 것 같거든요!”

-앵? 정말?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시간을 빼앗은 것 같네요!”

-시간까지야. 찾았으면 됐지. 혹시 길드 들어오고 싶으면…….

“아니요! 수고하세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 곧장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이번 시험 문제는 고블린의 특징과 습관 100가지를 알아 오는 것.

파란빛이 강수호의 몸 전체를 감싸며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슈아아악!

“취이익. 오호. 드디어 왔군. 인간, 싸우…….”

“고블린들아!”

“취이익. 음?”

강수호가 나타나자마자 처음 봤던 고블린이 천천히 일어섰다.

어제와 같이 실전 훈련을 하기 위해 자세를 취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너희 똥은 언제 싸냐?”

“취이익? 인간 미쳤냐? 똥을 언제 싸냐니? 당연히 우리는…….”

“응응! 우리는?”

“…….”

고블린들이 매일 하는 습관 같은 말투와 행동.

직접 던전에 가 봐도 날뛰는 고블린들만 볼 뿐이다. 바로 앞에 이렇게 좋은 대상이 있는데 말이다.

“취이익. 우리는…….”

“아! 그럴 게 아니라, 부락 한 번 들어가 봐도 돼? 이번 시험에 고블린의 특징과 습관 같은 걸 100가지나 알아가야 해서 새롭게 알게 된 70가지만 적어 갈게. 그래도 되지?”

“취이익. 그래도 되기는 하지만, 족장의 허락을…….”

“그러면 내가 족장한테 먼저 가 있을게!”

“…….”

비록 몇천 년 된 고블린이라 하지만, 행동과 습관은 여전할 거다. 한국에 살던 사람이 외국에 몇 년을 살아도 김치를 찾는 것처럼.

“취이익! 잠시만 기다려라!”

“몇 개만 가르쳐 주면 안 되냐?”

고블린이 그를 불러 세웠다.

족장에게 가는 자는 자신보다 강해야 한다. 아니면 머리를 조아리며 무릎을 꿇어야 하고.

하지만 저런 걸 물어보는 자리에서 그럴 수 없는 노릇이다.

“취이익. 정말 이 인간은 나를 미치게 만드는구나.”

“뭘 미치게 만들어?”

“취이익. 아니다. 빨리 물어 보거라! 내가 다 이야기해 주겠다!”

족장에게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차라리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마음으로 말했다.

그렇게 약 2시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 * *

중간고사 기간.

원래 시험은 3일이란 시간 동안 치지만, 이번 시험만은 예외였다.

“책상에 아무것도 없게 해라. 이번에는 고작 문제 하나 칠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다들 알겠지?”

“넵.”

고작 한 문제. 하루라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문제가 많이 어려운 게 큰일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1등이다.’

여전히 1등을 유지하는 조시현에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아버지의 인맥 덕분에 고블린의 90가지 특징과 습관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거 하나 확인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블린을 연구하는 이가 그렇게까지 없을 줄이야.’

약한 몬스터는 연구 성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희귀한 몬스터 정보일수록 헌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반면 고블린은 너무 쉬워서 그런지 정보가 거의 없었다.

‘밤을 꼴딱 새웠나 보군.’

조시현은 시험지를 배분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며칠 밤을 새웠는지 다크서클이 짙었다. 아마 고블린이란 정보를 가지고 한참이나 씨름했을 거다.

하지만 강수호는 달랐다.

어제는 다크서클이 올라와 있더니 오늘은 또 피부가 탱글탱글하니 살아 있었다.

‘포기한 거군.’

누가 봐도 중간고사 시험을 포기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식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아카데미가 가장 빠르지만, 굳이 아카데미에 다녀야 할까 생각했다. F급 각성자는 운동하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으니까.

‘뭐 알아서 하겠지.’

무시하고 받은 A4 용지를 살펴봤다.

종이에는 문제 하나와 거대한 빈칸이 있었다.

[문제 1. 고블린의 특성과 습관을 100가지 적으십시오. 100가지 이상이어도 됩니다. (+ 1가지당 1점입니다.)]

지금까지 본 시험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소리다.

고블린이 아무리 쉬워 보이는 몬스터라지만, 무리가 있는 상태에서 학생들은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습관과 특징을 알라고 하는 이유는 싸울 때 조금이라도 이길 가능성을 높게 하려고.

‘드디어 시작이다.’

띠리링~

곧이어 종이 울리고.

“지금부터 시험 시작이다. 시험은 약 3시간이니, 화장실 갔다 올 애들은 나한테 말하고 가거라.”

시험이 시작되었다.

* * *

시험이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하루밖에 안 되는 시험이지만, 학생들의 진을 빠지게 하는 덴 충분했다.

“너 몇 개 적었냐?”

“당연히 30개가 전부지. 그래도 이번 시험에는 한 문제밖에 안 나와서 다행이지. 무슨 과목이 20개가 넘어가냐? 사람이 할 짓이냐 그게? 이번 시험은 그나마 다행이지.”

어차피 3학년 시험은 이것으로 모두 끝.

미련을 가진 학생은 거의 없었다. 훌훌 털어내고 남은 시간을 활용해 외출증을 끊어 밖에 나가 놀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게 마련.

조시현은 채점된 시험지를 들고 한 단어만을 중얼거렸다.

100가지 중에 90가지를 적었다. 정확히 다 외웠고, 틀린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덕분에 얻은 점수는 90점.

하지만 그는 그 점수를 만족하지 못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수호의 점수에 의문이 들었다.

‘100점? 그게 말이 되는 건가?’

패왕 길드에도 고블린의 특징과 습관 50가지 전부.

큰돈을 들여서 고블린만 연구하는 연구진에게 사 온 특징과 습관이다.

‘그런데 100점? 설마 커닝?’

자신만 해도 90점인데.

하지만 그의 생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학생들이 본 시험을 학생들끼리 나누어서 매겼다. 더군다나 90점 이상의 점수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시현의 점수는 정확히 90점으로 나왔고, 강수호는 100점이란 말도 안 된 점수가 나와 버린 셈.

‘다 이상하게 적었을 거야. 100가지 습관과 특징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

그럴 리 없다 생각하며 기숙사로 향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교무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강수호 학생이 100점이라고요? 아니, 애초에 이 시험에는 100점이 없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낸 문제일 건데?”

“그렇긴 한데…….”

모든 선생님이 모인 자리.

한 학생이 낸 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00점이 나오지 않아야 할 문제에서 100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어떻게 고블린들이 인간들처럼 말을 배울 수 있습니까? 연구 결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긴 하죠.”

말도 안 되는 대답도 적혀 있었다.

고블린 지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배울 정도는 아니다. 옛날 신석기 시대 사람들 정도.

그렇기에 그나마 B를 주려 했으나.

“반 이상은 맞는 것 같으니 B…….”

“그런데 그 고블린이 언어를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어는 봤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경진 선생.”

그때 마침 들려오는 목소리. 몬스터 도감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교장 선생님의 물음에 그가 이어 말했다.

“제가 고블린을 한 번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저냥 심심풀이로. 그때 함께하던 연구진이 한글을 가르쳤는데, 금방 깨우쳤습니다. 3주 정도? 아기 수준이었지만, 분명히 한국어로 말했지요.”

“…….”

그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상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고 말해야 하지만…….

“하버드 대 몬스터 도감 학과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고…….”

미국에서 제일 뛰어나다는 하버드 몬스터 전문 도감 학과를 졸업했다. 그런 이의 말을 듣지 않을 선생은 없었다.

그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선생은 이곳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조시현 학생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그런가요…….”

어쩔 수 없을 듯하다.

이건 맞다고 치지만, 그다음 답이 가장 이상한 답이었다.

“고블린이 마법을 배운다고요? 이경진 선생,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하오?”

“그건 좀…….”

고블린이 무투와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 원숭이가 그러는 건 봤어도 고블린이 인간처럼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럼 100점은 아니잖아. 연구 결과도 정확히 나오지 않았고?”

“그렇죠. 하지만 한 번 실험은…….”

“회의 끝! 대충 처리해. 어차피 맨날 B나 받던 아이가 어디 가겠어? 모르니까 제 마음대로 쓴 거지.”

“…….”

대충 처리하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선생님들. 하지만 이경진만큼은 달랐다.

“한번 확인을…….”

직접 가 보기로 했다. 고블린을 연구하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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