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25. 패왕 길드 견학(2)
평범한 푸른 하늘.
아침을 알리는 일출에 경비병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오늘도 시작이다!!”
여느 때와 같이 새벽 5시에 패왕 길드에 출근했다.
패왕 길드 경비병답게 평범한 경비병도 아니었다. 무려 C급 헌터 경비원.
들어오는 돈도 짭짤했고, 아침에만 일찍 오면 되는 일이다.
“일단 아침밥부터 먹고…….”
일찍 온 탓에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와 딸기 우유를 들고 경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츄르릅. 맛있겠다.”
침이 고인다.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샌드위치. 거기다가 달콤한 딸기 우유까지.
아삭!
“크으. 이 맛이지.”
한 입 베어 물자 느껴지는 아삭한 야채의 식감. 편의점 샌드위치임에도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느껴져 입 안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오늘은 주말이니 마치고 패왕 길드 인사과 직원이랑 치맥 한잔하기 위한 계획까지 세워 놓은 상태였다.
“오늘도 정말이지 완벽한 하루야. 주말에 치맥! 크으! 상상만 해도 목이 짜릿해지는 것 같아!”
시원하게 넘어가는 생맥주. 입 안에 넣는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 퇴근하고 나서 먹는 그 맛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후우, 다 먹었다.”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난 후에 경비병 복장을 갖춰 입었다. 오늘도 열심히 패왕 길드를 지키기 위해서.
“화장실 한 번 갔다 와야겠네.”
순찰하려던 그때,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소변이 마려웠다.
화장실 문을 열고 시원하게 배설물을 내보내고 나가던 그때.
끼이익.
“음?”
문이 열렸다.
누가 왔는가 싶어 뒤돌아보자.
“히익!”
“안녕하세요?”
오우거 정도 키를 가진 거대한 괴물.
굵은 목소리에 저절로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간다.
큰 키에 얼굴도 자세히 보지 않고 검을 들어 거인에게로 휘둘렀다.
“죽어!”
“네? 죽으라니…….”
촤아악!
“아야!”
정확히 배에 휘둘러진 검.
검에 의해 거인의 살이 깊게 베이면서 피가 튀어 올랐다.
C급 헌터인 그가 빠르게 뒷걸음치며 간격을 확보했다.
‘최대한 잡히지 않고 싸워야 유리하다.’
경비병인 그도 헌터이기에 어떻게 싸우면 유리할지 잘 알고 있었다.
뒷발을 바닥에 강하게 누르며 점프하듯이 거인에게 튀어 올랐다.
“으아아!”
“아니, 하아. 저도 모릅니다.”
달려오는 탓에 목소리가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이번에 목을 친다는 심산으로 휘두른 검은…….
“어?”
“그러니까 그만 좀 하라고 했잖아요.”
거인의 거대한 손에 막혀 버렸다.
방금 휘둘렀던 검상 또한 사라진 지 오래.
“이게 어떻게 된…….”
“빨리 부마스터님께 전화나 하세요. 강수호가 왔다고요. 그러면 아실 거예요.”
“히익! 부마스터님!!”
그의 말에 빠르게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사지 전부가 잡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전화음이 울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야?
“…….”
잠시 심호흡을 한 다음 입을 열었다.
“손님이 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빨리?
“그런데 약간 문제가 있는데…….”
-무슨 문제?
다시 고개를 돌려 강수호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히익! 괴물이 있어요!!”
“괴물 아닌데요.”
-괴물이라니? 몬스터라도 나타났단 말이냐?
괴물이란 말에 그녀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한 번씩 발견하지 못한 던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몬스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아, 신하림 님. 접니다. 저번에 경매. 아니, 미술관에서 만났던 강수호요.”
-강수호 학생? 아, 도착했구나. 전화로 말하면 되는데.
이구호가 초대한 손님은 이른 시간인 새벽 5시에 패왕 길드 앞에 도착했다.
-들여보내 줘.
“네? 이 괴물을요?”
-괴물이라니? 이 애가 무슨 괴물이니,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강한 것 빼고는 전부 정상적인 학생인데.
“…….”
아직 강수호의 모습을 보지 못한 그녀이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강수호를 쳐다보더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말했다.
“알았습니다. 지금 보낼게요. 그 대신 부마스터님이 처리해 주셔야 해요!!”
-그래.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끊겼다.
강수호도 그걸 알았는지 그를 살포시 놓아주고 패왕 길드 안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칼을 맞다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칼을 맞아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오우거라고 착각해서.
“오우거라니. 오우거는 나보다 크다고…….”
3m의 키. 오우거라 부를 수도 있는 키지만, 오우거가 그것보다 몇 배는 크다고 알고 있다.
‘내일 가서 빨리 리셋 물약이나 먹어야겠네.’
생각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도착한 패왕 길드의 건물 안.
한국 1위를 달리는 길드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쨍그랑!
“…….”
“무슨 소리…….”
천장에 설치된 샹들리에에 머리가 닿았다. 그 때문에 처참히 떨어지는 샹들리에.
모든 직원의 시선이 강수호에게로 집중되었다.
“어? 강수호 왔……?”
“하하하.”
방금 온 하림이 신기한 눈으로 강수호를 쳐다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샹들리에를 떨어트릴 만한 거구가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으니까.
헌터 생활하면서 이런 거구는 처음 보는 걸 터.
“이거 제가 배상할게요. 얼마…….”
“아니야. 괜찮아. 이 정도쯤이야 우리가 사서 다시 달면 되지. 그런데 원래부터 이렇게 컸었나?”
“하아, 아니요. 스승님 친구분께서 준 버프 물약 부작용이 일어나서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버프 물약의 부작용은 횟수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정말 희귀한 물약 같은 게 아닌 경우에는.
“친구분께서 연금술사거든요.”
“연금술사?”
“넵. 시험 삼아 버프 물약을 마시라고 저한테 줬는데 이렇게 됐네요.”
“……그래서 어떤 부작용인데? 근육이나 키가 말도 안 되게 커진 건가?”
“아니요.”
강수호가 고개를 젓고 이어 말했다.
“버프가 100번 중첩됐어요. 다행히 정력. 아니, 그건 중첩이 안 돼서 다행인데…….”
“…….”
버프 중첩. 그런 부작용에 관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한 번 받아야 할 버프를 연속으로 받아 몸이 커지는 경우.
‘그런 부작용을 실제로 보다니.’
패왕 길드의 부마스터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해 호기심이 만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버프 중첩 같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휴대폰이랑 다른 전자기기 같은 거 있으면 내줘. 보안이 유출되면 큰일 나거든. 잘못하면 모가지 댕강이야.”
“아, 넵.”
휴대폰 전원을 잠시 꺼두고 그녀에게 전해 주었다.
의심받을 상황을 애초에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전자기기는 없기에 그녀를 따라 패왕 길드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호. 근육이 아주 뛰어나군.”
“어떤 헌터지? 저런 거한이 헌터 중에 있었나?”
“…….”
지나가는 순간에도 온 관심이 강수호에게로 향했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헌터들도 마찬가지.
강수호는 그저 조용히 지나갈 뿐이었다.
길드를 견학하러 왔지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건 아니었으니까.
“자, 도착했다. 이번엔 샹들리에 깨트리지 않게 머리 조심하고.”
“어디예요?”
“온 김에 재능이나, 힘 같은 거 측정하라고 설치해 둔 곳.”
“우와…….”
어느새 도착한 장소. 다양한 고급 측정기들이 줄을 선 채 강수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흡!!”
쾅!!
띠리리리리.
그곳에는 헌터들이 체력과 힘, 마법 등등, 다양한 것들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돋보이는 한 사내.
“음? 안전 교육관 선생님?”
“허헉! 누구?”
“저예요! 구울 무리!”
“설마 매직 미사일 학생?”
“넵!”
“오호! 드디어 왔구나! 그런데 왜 이리 거대해졌어?”
“이건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이종식이 펀치 기계를 계속해서 치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저 오락실에 나오는 펀치 기계라 생각하겠지만, 그것과는 질을 달리한다.
“너도 한 번 쳐 볼래? MAX가 1,000이거든? 나는 700 정도 나왔어.”
“700이나요? 와. 저는 500도 안 나올 것 같은데…….”
“하하하! 500도 많은 거야. 아마 물리계 B급 헌터 정도? 한 번 쳐봐. 부마스터? 한 번 해도 되지?”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온 김에 측정하면 좋잖아. 서울 명문 아카데미도 장비는 좋지만, 우리 길드보다는 수준이 많이 낮지.”
오늘 온 목적은 1위 길드 견학도 있겠지만, 정확한 힘 측정을 할 기회. 그것을 노리고 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잠시만요…….”
“아, 그거 풀려고? 4t 정도면 그냥 쳐도 되지 않나?”
“4t은 제 몸에만 느껴져서 별 소용이 없어요.”
“그런 거였어?”
인벤토리에 팔찌와 발찌를 넣었다.
팔찌는 사실상 몸에서만 무겁다고 느껴지지 싸울 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종의 훈련용 도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소리다.
“손목 좀 풀고요.”
우두둑,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손목이 풀린다.
처음 각성자가 되었을 때 한 각성자 검사. 정식으로 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패왕 길드원들은 잘 알 것이다.
“이 친구, 신입이야?”
“이렇게 거대한 사람은 또 처음 보네. 뭘 먹었길래 이렇게 큰 거야?”
“신입이다! 신입이야! 모두 여기로 와 봐!”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 신입이라 착각하고 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후우.”
심호흡하며 거대한 팔을 들어 올렸다.
사람들 모두가 강수호의 몸과 팔에 감탄했다. 누가 봐도 쉽게 만들지 못하는 몸.
점점 거대해지는 팔 근육에 사람들의 눈동자에 긴장이 담겼다.
‘우리 부마스터 기록을 깨는 건 아니겠지?’
마스터는 큰 관심이 없어서 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만은 달랐다.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마법은 몰라도 물리계 쪽에서 그녀를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길드를 부상시키기 위한 많은 활동. 힘만 강한 것도 아니라 전투 스타일도 특이해서 물리계의 여왕이라 불리고 있었다.
패왕 길드 마스터 다음으로 강한 사람이라 치부해도 될 정도로.
버프 중첩까지 받아서 500은 기본으로 넘을 것이다.
‘내가 대략 950이 됐으니까.’
지금까지 MAX를 찍은 사람은 없었다. 세계 최고의 S급 헌터도 990 정도를 찍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만큼 뛰어나고 완벽한 힘의 방향을 요구하는 펀치 기계.
수호는 숨을 들이마시고 주먹을 꽉 쥐어 펀치 기계를 강하게 쳤다.
쾅!!
띠리리리리.
묵직한 주먹이 정확히 펀치 기계에 맞으면서 점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 긴장한 채 펀치 기계를 쳐다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펀치 기계 밑에 점수가 떠올랐다.
“……!!”
“…….”
‘999’라는 말도 안 되는 점수.
지금까지의 수치를 뛰어넘는 점수가 파란 글씨로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