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3화 (23/225)

제23화

23. 현장 체험 학습(4)

“네?”

“천양 고기 하나만 줘~”

힘겹게 학생 같지 않은 놈들을 쓰러트리자 나타난 패왕 길드 마스터.

패왕 길드 마스터는 싸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의 몸에 밴 천양 고기 향만 신경 쓰는 듯하다.

“너, 우리 종식이가 스카우트한 학생이지?”

“아, 넵.”

그와 마찬가지로 강수호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큰돈을 들여가면서 물약의 80%를 독점한 길드가 바로 패왕 길드였으니까.

‘기세가…….’

가만히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힘을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었다. 스승님들보다는 약하겠지만, 자신보다 강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 팔찌하고 발찌는 누가 준 거야?”

“제 스승님이 주신 겁니다.”

“체력 훈련하라고?”

“예.”

“오호. 나도 풀기 힘든 고난이도 마법이 걸려 있는데? 스승이 꽤나 강한가 보네?”

“네, 그렇습니다.”

간단히 대답만 했다. 말속에 뭔가 더 캐내려는 속셈이 들어 있었으니까.

신기한 눈빛을 보내던 그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 배고픈데 뭐 없어?”

“잠시만요.”

되도록 이런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는 게 좋다. 떡 하나 주면 고기 한 근을 주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천양 고기는 다 먹고 난 후.

“천양 고기는 없고요, 인벤토리에 남은 거라고는 황금 사과밖에 없는데, 드실래요?”

“하하하! 황금 사과‘밖에’라니? 그게 얼마나 귀한 줄 알고.”

얻어먹는 주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황금 사과 자체도 매우 귀한 촉에 속하는 영약이다.

“잘 먹을게!!”

이구호는 황금 사과를 덥석 받고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과즙이 터지면서 입 안에 감칠맛이 나돈다.

“우와. 이 황금 사과는 어느 황금 나무에서 딴 거야? 품질이 되게 좋네.”

“제 스승님이 사는 곳에서 직접 딴 겁니다.”

“스승님이 어디 에베레스트산에 사셔? 아니면 직접 S급 던전을 뛰는 괴물인가?”

궁금한 것투성이겠지만, 강수호는 당연히 입을 다물었다.

마을이 알려지면 골치 아플 건 뻔한 일.

‘아니요! 차원 이동한 다음에 스승님 집 앞에서 땄어요!’라고 말할 바보는 아니다.

“하하하! 좋은 제자를 뒀네. 이런 내용은 발설하지 않는 게 좋지.”

“…….”

그도 강수호의 침묵을 아는 듯 동네 바보 아저씨처럼 웃어넘겼다.

그사이, 시간을 확인하던 강수호가 간단히 인사하고 가려고 했다.

“현장 체험 학습 왔는데, 저 혼자 따로 있었네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치를 맞고 기절한 학생을 질질 끌며 가려던 그때.

“워워, 잠시만~”

그가 강수호의 손목을 붙잡았다.

적의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그가 주머니를 뒤적여 명함 하나를 꺼냈다.

“자.”

“음?”

처음에는 다시 한번 스카우트 제의를 하려는 줄 알았으나.

“받아. 주말쯤에 전화하면 내가 있을 거야. 아니면 우리 부마스터 하림이나.”

“네?”

스카우트 제의는 아니었다. 오히려 스카우트 제의보다 몇 배는 더 좋은 제의.

“길드 견학을 시켜 준다고요?”

“그래! 1년에 단 한 명한테만 주는 길드 견학 말이야.”

“…….”

이 사람, 너무 해맑게 말해서 패왕 길드가 별거 아닌 줄 알았다.

‘길드 견학.’

전국 아카데미 중에서 단 한 명의 학생만 뽑아서 1박 2일로 견학시키는 제도.

당연히 들어가는 즉시 휴대폰 압수, 전자기기 같은 건 안으로 들고 가지 못한다. 정보가 한 톨이라도 유출된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건 뻔한 일이니까.

“장난이시죠?”

“하하하! 지금 이 눈빛을 봐! 이게 장난 같니?”

흐리멍덩한 눈빛.

기세만 보면 괴물인데, 얼굴만 보면 동네 바보 형이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이건 방금 먹은 황금 사과에 대한 보답이야! 요즘 헌터 밀렵꾼들이 황금 나무를 하도 많이 뽑아가서 많이 사라지던 참이었거든.”

그것 때문도 있겠지만, 자신의 능력이 궁금해서 초대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언제쯤 갈까요?”

“네 마음대로! 되도록 주말쯤이 좋겠지! 그때는 평일보다는 덜 바쁠 테니까.”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들어가…….”

그렇게 들어가려 할 때…….

띠리링!

울리는 휴대폰.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자 스팸 전화였다. 아니, 조금 더 살펴보자 전화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담탱이?”

담임 선생님. 학생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도 퇴사하지 않은 선생님이었다.

“여보세요.”

-야!! 어디야?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목소리.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미술관인데요.”

-하아.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알아? 하여튼 인원이 계속 안 맞는다 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나머지 한 명은 강수호에게 옷깃을 잡힌 채 기절한 학생.

계속해서 소리치는 것 때문에 귀가 다 아프다.

전화를 끊어도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 처벌은 받지 못하더라도 선생 노릇을 통해 화풀이하고 싶은 모양이다.

“돌겠네.”

“내가 도와줄까?”

“……?”

그때 옆에 있던 이구호가 다가와 물었다.

황금 사과를 준 보답이었는지 강수호의 폰을 뺏고 휴대폰을 귀에 댔다.

-네가 나랑 지금 장난 하는 거니? 아무리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해도 그렇지. 선생과 학생 사이에는 벽이란 게…….

“여보세요~”

-…….

갑작스레 침묵이 돈다.

아마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 거다.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가, 누구길래 강수호의 전화를 대신 받는 것인가.

당연히 강수호의 전화를 뺏은 사람이 패왕 길드의 마스터라 생각할 사람은 없다.

단 한 명도.

-넌 또 누구야?! 지금 통화 중인 거 안 보여? 나 서울 명문 아카데미 무투 계열 쪽 선생님이야! 나랑 한 판…….

“아, 그러신가요? 저는 패왕 길드 마스터, 이구호라고 합니다.”

-한 판……. 한 판……. 하하하하!

말을 늘어놓으며 웃었다.

패왕 길드 마스터가 전화를 받아서가 아닌, 너무 뻔한 거짓말이라서.

-그 녀석이냐? 그분 이름을 빌려 장난치면 안 되지! 상식 머리하고는…….

“나 맞는데?”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눈치챌 사람은 없었다.

휴대폰을 통해 한참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자 등장하는 그녀.

“미친놈아!”

퍽!

쾅!!

“아야.”

“…….”

물리계의 여왕답게 괴물 같은 힘으로 마스터의 얼굴을 내려친다. 피하지도 않고 맞아 바닥에 머리가 박힌다.

“마스터!! 제발 저 빼고 혼자서 다니지 말라고요!”

“헤헤, 미안. 너무 배가 고파서.”

“카페 가면 제가 어련히 시켜 줄 텐데…….”

둘이 같이 다니는 것 보니 뭔가 바쁜 일이 있는 듯하다.

그때 마침 전화가 끊어지고 미술관에 누군가 들어온다.

“저기 있네! 어디서 거짓말을…….”

“안녕! 나한테 욕했던 게 너냐?”

“…….”

담임 선생님은 잔뜩 화가 난 투로 말하던 걸 멈추고 이구호를 쳐다봤다.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하하하하.”

이구호는 패왕 길드 마스터라 그의 얼굴이 슈퍼스타처럼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리계의 여왕인 그녀만은 아니었다.

“왜 여기에 하림 님이 계시죠?”

“저야 당연히 마스터님 데리고 오려고 여기까지 왔죠.”

“하하하하.”

의미 없는 웃음을 짓는다.

그녀의 말에 소름이 돋아 발을 뒤로 빼며 천천히 도망갈 각을 잡는다.

“우리 커피 한잔하면서 대화하는…….”

“죄송합니다!!”

“에이, 아쉽네. 나한테 욕하는 녀석은 거의 처음이었는데.”

도망치는 것 하나는 더럽게 빠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다시 강수호를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꼭 와라! 안 오면 내가 직접 찾아갈 수도 있으니까.”

“…….”

“빨리 오기나 해!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돌겠다고!”

“헤헤, 미안. 맘에 드는 학생이 나타나서 그랬지.”

옷 뒷덜미를 잡히며 끌려가는 패왕 길드 마스터. 멀리서 보면 정말 평범한 동네 바보 아저씨 같다.

“아, 네.”

간단히 인사를 하고 강수호도 친구 같지도 않은 놈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야 도착한 버스 앞.

“강수호 너!!”

“……?”

어느새 몰려든 아카데미 선생님들.

혼내려고 그런 줄 알았지만, 생각과는 전혀 반대되는 행동을 취했다.

“패왕 길드 마스터랑 아는 사이였니?”

“예? 아, 예. 조금 아는 사이긴 한데요.”

한 선생님의 물음에 김형석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그다음 말이 대충 예상이 가는 탓이었다.

“그랬으면 진작 말해야 할 거 아니니? 얼른 버스 타. 오늘 일정은 다 취소하고 기숙사에서 쉴 테니까.”

“넵.”

까득.

담임 선생님이 이를 갈고 있었지만…….

“하암~ 피곤하네.”

“…….”

가볍게 무시하고 버스에 올랐다.

* * *

“주말에 어디 간다고?”

“제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있는 길드요.”

“길드? 나보다 강해?”

“당연히 스승님 같은 괴물보다는 약하죠.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는 매년 1위를 차지하는 길드거든요. 한국에서 제일 강한 헌터이기도 하고.”

어느새 기숙사로 돌아온 강수호.

쉬고 싶었지만, 그는 스승님을 만나길 원했다.

차원 이동을 사용해 마을에 도착해 몸을 풀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막 훈련에 집중하려던 그때.

“어머, 뉴비 왔니?”

“레릴 아줌마 오셨어요?”

재료를 잔뜩 들고 있는 한 스승님과 마주쳤다.

힘이 강하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스승님은 아니다. 연금술사의 신이라 불리는 제작 계열의 스승님.

“오늘 내가 직접 만든 뜨끈뜨끈한 버프 물약이 있는데 한 번 먹어 볼래? 일회용이긴 하지만 효과가 꽤 좋거든.”

“진짜요? 레릴 아줌마가 직접 만든 버프 물약이라면 저야 영광이죠!”

물약을 잘 만드는 그녀는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특히 헬창 스승님들에게.

‘프로틴 물약이 레릴 아줌마 작품이라고 했지?’

몇천 년간 노력해서 얻은 힘.

그 힘을 나눠주는 사람이 가장 멋져 보였다.

“자, 이거 한 번 마셔 봐. 엘릭서는 다 먹었다면서? 내가 이번에 5일 꼬박 새워서 만든 버프 물약이야. 이건 근력 강화에 마나 재생력 강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력 강화까지.”

“네?”

“아니야. 마지막은 못 들은 거로 치고, 뉴비가 좋아하는 딸기 맛. 맛도 꽤 준수할 거야.”

마지막 말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별 의심하지 않고 들이부었다.

지금 스승님도 마시고 훈련하는 게 좋다고 하여 빠르게 삼켰다.

꿀꺽.

“크으! 역시 레릴 아줌마 솜씨는 어디 안 간다니까요?”

“호호. 고맙다.”

최상급 물약도 이 아줌마가 만드는 거로 기억한다. 지금 마을에서는 그리 큰 필요는 없지만.

‘나한테는 필요하지. 나중에 남은 거 좀 달라 그래야지.’

넘쳐나는 SSS급 최상급 물약. 실패했던 물약이기에 가져갈 때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머릿속에 계획을 짜둔 채 웃음꽃이 피어날 때였다.

두근! 두근!

“……!!”

거칠게 울리는 심장.

버프가 드디어 시작되는가 싶어 잠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점점 커지더니.

“이게 맞나요?”

“…….”

170cm에서 3m로 변한 키.

옷이 터질 듯이 나오는 근육질 몸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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