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1화 (21/225)

제21화

21. 현장 체험 학습(2)

현장 체험 학습은 보통 학교에서 가는 현장 체험 학습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한 뒤에 평소에는 못한 군것질도 해 보고…….

“얘들아! 점심시간이다! 근처 벤치에서 간단히 먹고 1시간 뒤에 이동할 거니까 어디 돌아다니지 말거라!”

“예!”

학생들은 평범한 소풍 온 학생처럼 근처 벤치에 앉아 점심시간을 즐겼다. 벤치에 앉아 오늘 가지고 온 도시락을 자랑하기 바빴다.

나이는 고3이지만, 지금 모습은 소풍 온 초등학생 같았다.

“이런 미친. 이 새끼 거 개 맛있어 보이는데?”

“어디 어디? 나도 한 입만.”

특히 맛있는 걸 가져온 학생은 주변 친구가 반은 빼앗아 갔다.

햇볕도 맑고 아직 봄이라 그런지 선선한 바람도 불어와 춥지도 않고 소풍하기 딱 좋은 날씨다.

“옛날 생각나네.”

초등학생 시절 소풍이 생각난다. 그때만큼은 강수호도 평범한 학생 1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아카데미에서 전따 취급받는 인생이 아닌.

“뭐, 그래도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되지.”

별거 아닌 듯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인벤토리에 손을 넣고 오늘 먹을 점심을 꺼냈다.

“여기 취사 금지 아닌가?”

아쉽게도 벼락 나무로 구운 천양 고기는 못 먹을 듯싶다. 떡하니 적힌 취사 금지 표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물어봐야지.”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혹시 모르니 담당 직원에게 다가가 취사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죄송하지만 이곳에서 취사는 불가합니다. 조리된 음식만 섭취할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취사는 당연히 불가능.

다시 돌아와 시간을 확인했다.

식사 시간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50분.

“충분하겠네.”

여기서 취사를 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 가서 취사하면 되는 일이다.

곧장 차원 이동을 사용해서 마을로 이동하자…….

“음? 오늘 현장 체험 학습 간다 하지 않았어?”

“밖에서 요리 못한다 해서 여기서 먹으려고 왔죠!”

쇠질을 하는 전 스승님들을 볼 수 있었다.

방금 막 운동이 끝났는지 땀으로 범벅되어 있는 스승님.

“잠시만요.”

오늘은 훈련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소풍 느낌 나게 밥을 먹기 위해서 온 것.

“오오! 천양 고기!”

“스승님들도 드실래요?!”

“그럼! 잠시만.”

맛있는 건 나눠 먹을수록 좋은 법이다. 고기도 넘쳐나고.

스승님들은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더니 초록색 풀들을 잔뜩 들고 왔다.

“그건 또 뭐예요?”

“흐흐. 상추랑 깻잎이지. 고기 먹을 때 이런 게 빠지면 안 되잖아?”

“그런 것도 길러요?”

“당연!”

“천양 고기 맛있겠당…….”

고기 먹을 때 꼭 필요한 상추와 깻잎. 그것들을 물로 씻어내고 인벤토리에서 벼락 나무와 천양 고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기 불이다.”

장작이 준비되자 할튼이 불을 지펴줬다.

벼락 나무라 그런지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조차 지펴지지 않는다.

화르르륵!

“와우.”

하지만 할튼은 부싯돌 두 개를 강하게 부딪치는 것만으로 벼락 나무에 불을 지폈다.

빠르게 타오르는 벼락 나무. 그 위에 얇은 그릴을 올려놓았다.

그릴에 벼락 나무의 불이 닿자…….

파지직!

화르륵!

“장작으로 사용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릴이 불에 타오르고 전기가 튀기 시작했다. 벼락 나무의 짜릿함 탓에 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였다.

“워워, 뉴비는 그냥 먹기만 해.”

“그래그래. 우리가 직접 구워 줄 테니까.”

“네?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요?”

스승님들이 그가 잡은 그릴의 손잡이를 빼앗았다. 벼락 나무라서 그런지 그릴에 전류가 잔뜩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럼! 우리가 직접 구워줘야지.”

잠시 놓고 있었던 그릴.

스승님이 손을 대자…….

파지직!

“……!!”

“아, 따가워.”

“봤지? 우리니까 멀쩡하지, 네가 만졌으면 통구이 됐다고.”

파란 스파크가 사방에 튀기기 시작했다.

방금만 하더라도 약간의 전류가 있었을 뿐인데, 말 안 듣고 계속 만졌더라면 황천길 갈 뻔했다.

치이익.

“크으! 소리 죽여주네요!”

그릴 위에 천양 고기를 올리자 고기 익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저절로 미소가 걸릴 정도로.

치이익.

고작 5초도 안 돼서 뒤집은 천양 고기.

덜 익었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작의 화력 덕분에 알맞게 익어 지금 당장 먹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익었으니까.

“츄르릅.”

침이 고인다.

구워둔 천양 고기의 맛도 일품이었는데, 방금 막 구운 천양 고기는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5초간 익힌 덕분에 흐른 육즙은 모두 고기 안에 갇혀 있었다.

“다 됐다.”

“와…….”

잔뜩 흐르는 육즙. 접시 위에 놓아둔 탐스러운 천양 고기.

재능 덕분에 이런 것도 먹어 보고…….

‘난 정말 복 받은 놈이야!’

S급 헌터들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천양 고기. 하지만 강수호는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두툼한 고기. 상추와 깻잎을 잡아 합체시킨다.

“어서 한 입 먹어 봐.”

“갓 구운 천양 고기 맛은 다를걸?”

스승님들의 유혹.

강수호는 망설임 없이 그 유혹을 받아들였다.

나무젓가락으로 상추에 고기를 올린다.

탱글탱글한 고기. 스승님들께서 직접 만든 쌈장과 마늘에 조각으로 자른 고추를 넣어 한입.

아삭!

“크으!”

“어때? 맛있지?”

“벼락 나무의 짜릿함이 더해 주니까 끝내주지?”

처음에는 아삭거리는 상추. 그다음에는 고소한 육즙과 특유의 고기 향이 코끝을 치고 올라간다.

이건 마늘과 쌈장, 고추도 필요 없는 조합이다.

“정말 다르네요.”

“그렇지? 그렇지? 이제 나도 한 입…….”

맛 평가가 끝났으니 이제는 스승님들의 차례.

천천히 다가온 스승님들이 나무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짚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입 안에 구겨 넣었다.

“흡!!”

숨을 한껏 들이마시며 육향의 진함을 느꼈다.

눈이 풀린 표정이었지만, 턱과 입은 움직이고 있었다.

씹고 또 씹으며. 마지막까지 씹고 나서야 꿀꺽 삼켰다.

꿀꺽.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맛과 향. 행복해하며 한 입 더 집어 먹으려던 그때…….

쿵쿵!

“으음?”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불에 달군 쇠처럼 몇백 도가 올라가더니…….

“흐읏!”

옷이 찢어지면서 울긋불긋한 근육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것도 운동하는 사람이 가지는 그런 근육이 아니라,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튀어나온 근육이.

그렇게 그들은 한참을 먹기만을 반복했다.

* * *

“이제 10분만 지나면 다른 곳으로 가니까 화장실 한 번 갔다 와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나 소화도 시킬 겸 화장실로 향했다. 그가 먹은 천양 고기의 양이 대략 3kg이 넘어갔으니까.

간단히 용변을 보며 나오던 그때.

“네가 먼저 쳤잖아?!”

“뭔 개소리야?! 너 미쳤냐?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

“뭐 때문에 싸우는 거야?”

요즘 따라 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쪽이 어깨를 치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간 듯하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별일 아닌 것 같으니까 그냥 지나…….’

“누군데?!”

퍽!!

“…….”

시비를 건 이가 휘두르는 주먹.

같이 싸우는 이가 맞아야 하는 주먹이 지나가고 있는 강수호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이 새끼는 또 뭐야?”

“…….”

하지만 사과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무시하고 다시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 명문 아카데미라고! 그 유명한 서울 명문 아카데미! 너는 그것도 모르냐? 띨빡한 새끼야?”

“뭐? 띨빡한 새끼?”

“그래! 꼴통 아카데미 주제에 우리한테 덤벼?”

“이런 미친 새끼가…….”

그러고 보니 오늘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도 미술관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싸움도 좀 한다는 놈이 많아 여러 길드에게 인기 있는 아카데미. 하지만 지금 서울 명문 아카데미에 다니는 그들의 시선은 꼴통 아카데미와 다를 게 없었다.

잔뜩 화가 난 그가 주먹을 날렸다.

프로 헌터들도 쉽게 반응하지 못할 속도.

명문 아카데미 학생이라도 반응하지 못하고 얼굴을 맞겠지만…….

“야.”

“……!!”

강수호만은 아니었다.

방금 맞은 주먹 때문에 코가 아리다.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붙잡았다.

이제는 복수할 차례.

가볍게 잡은 채 뒤에서 싸우고 있던 놈을 밀쳐낸다.

“너는 꺼져 봐.”

“강수호? 대형 길드에서 스카우트 받았다고 자기가 강하다고 착각하나 본데, 지금 대화 나누는 거…….”

퍽!!

“커헉!”

같은 아카데미지만 방해만 된다.

복부를 쳐 간단히 기절시킨 다음에 자신의 얼굴을 쳤던 학생에게 다가갔다.

학생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한 얼굴. 최소 190cm는 돼 보이는 키에 거대한 몸집.

체격으로 봐도 싸우면 진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강수호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두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 내 얼굴 친 거 사과해.”

“…….”

순간 침묵이 돈 미술관.

모든 사람이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고, 주변은 점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싸우는 거 아니야?”

“설마, 아무리 그래도 유명 아카데미인데 이미지 같은 게 있겠지.”

“각성자끼리 싸우면 골치 아픈데…….”

일반인들도 각성자끼리 싸우면 자신들만 피해를 본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

강수호도 싸움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뭔 개소리야? 사과해야 할 건 너희지. 먼저 어깨 쳐 놓고는 병X이라고 지껄였잖아. 너희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우리보고 사과하라고?”

“…….”

“미친놈들 아니야?”

하지만 사과조차 하기 싫은 모양이다. 애초에 강수호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다.

다시 한번 휘둘러지는 주먹.

얼굴로 향해 휘둘러지는 주먹은…….

콰직!

정확히 강수호의 얼굴에 찍혔다.

코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끄아아악!”

그는 정확히 강수호의 얼굴을 가격했다. 하지만 강수호는 아픈 내색 하나 없이 무표정을 유지했다.

오히려 주먹을 휘두른 학생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의 학생이 물리계 각성자. 주먹만 휘둘러도 얼굴을 아작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생각과는 반대였다.

“약하네.”

“끄아아악!”

부서진 건 강수호의 코뼈가 아니었다.

처참히 부서진 그의 손가락뼈.

강수호는 우그러진 손가락을 무시한 채 그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 말자고 했잖아.”

“끄윽.”

뚝뚝-

손에서 피가 떨어진다.

신음 소리를 흘리는 그의 주변에 벌써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주변 학생 대부분이 사라진 걸 보니 벌써 다음 장소로 갔나 보다.

“되도록 안 싸우려고 했다? 너희가 먼저 시비 건 거지.”

“닥쳐, 새끼야.”

“할 수 있는 말이 욕밖에 없냐?”

오른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은 채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골치 아프게 생겼네.’

되도록 싸우는 건 원치 않았다.

생활기록부 같은 데 적히지는 않겠지만, 다른 길드들에게 들어갈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먼저 고개를 숙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쥐고 있던 멱살을 푼다.

“크윽!”

신음을 내며 떨어지는 그.

무시하고 차고 있던 4t짜리 팔찌와 발찌를 모두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몸이 가벼워지자 자신을 향해 오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빨리 덤벼. 시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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