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19. 구울 무리(2)
“달달하네~ 상태창.”
보스가 있는 곳까지는 약 1km.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22
체력 – 74 민첩 – 75 힘 – 73 마나 – 68 감각 – 72
스탯 포인트 : 12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절대정신 방벽(S급) : Lv. 1],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3], [1서클 마법(C급) : Lv. 3]
-스킬, ‘1서클 마법(C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
…
정확히 6번의 레벨업.
구울 무리도 몇 번 만났지만, 스승님들의 훈련을 받은 그에게는 별거 아닌 몬스터였다.
“라이트.”
스아아아.
냄새나는 사체들.
모으면 돈이 되겠지만, 지금은 굳이 언데드 사체를 들고 갈 필요는 없었다. 이번 목적은 현장 실습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었으니까.
“대충 다 정리했고.”
잠시 쉬기 위해 바위에 몸을 기대었다.
라이트 덕분에 동굴 주변은 밝게 빛나 몬스터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놈들은 어디까지 간 거야?”
쉬기 위해 눈을 붙이다 문득 먼저 간 세 명이 생각났다.
-보스를 마주쳤습니다.
“이 메시지가 떴다는 건 보스 방에 도착했다는 건데.”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의 메시지. 이 메시지가 떴다는 건 벌써 보스를 마주치고 토벌을 하고 있다는 의미.
“빠르긴 빠르네.”
전교 1, 2, 3등답게 빠르긴 하다.
하지만 그들은 ‘안전’이란 단어 하나를 놓쳤다.
“나 아니었으면 구울 무리 만나서 다 죽었을 수도 있겠네.”
그들이 놓치고 간 구울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여 무리를 만들어 낸다. 잘못하면 그 무리는 100마리가 될 수도 있고, 1,000마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다 쓸어서 망정이지.”
그들이 이렇게까지 빨리 갈 수 있었던 이유는 강수호 덕도 있었다. 모두 죽이고 간 덕에 아무 위험 없이 보스까지 갈 수 있었던 것.
“지금쯤이면 보스 잡았을 텐데, 왜 던전 클리어가 안 되는 거지?”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보스를 만난 지 30분이 지났음에도 던전이 클리어되지 않고 있다는 것.
처음에는 무시하고 편히 쉬려 했지만.
“가 봐야겠지?”
직접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면 되니까.
‘A+는 바라지도 않는다. F만 아니면 돼!’
이번 던전 탐험에서 자신의 힘을 모두 드러내지 않길 원했다. 가진 힘을 숨길수록 상대방이 방심하는 법이니까.
그리 생각하고 곧바로 보스가 있는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안전 교육관님도 없다. 그렇다는 건 그놈들이 꽤나 위험해 처했다는 뜻인데.’
기감을 넓혀 확인해 보니, 아까 있었던 안전 교육관님도 사라져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한 상황.
“찾았다.”
10분 정도 달리자 그들이 잠시 쉬었던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닥불의 장작이 검게 타오른 곳.
“그워워워.”
“빨리 죽여! 그거 하나도 못 잡냐, 병X아!”
그리고 들려오는 한석유의 목소리.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띠링!
-보스를 마주쳤습니다.
알람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보스를 마주쳤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그런데 구울이라고? 고작 구울 몇 마리?’
보스가 구울 몇 마리일 리는 없다.
라이트를 켜 동굴 전체를 밝게 한 뒤에 주변을 확인한 순간…….
“…….”
당황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본 구울보다 몇십 배는 많은 숫자. 군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구울들이 일행들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말 모두 잘 들어라! 구울 무리 보스에서 제일 중요한 건 지휘관을 없애는 거다! 틈을 만들어서 지팡이 들고 있는 놈을 조져!”
“그게 말이 쉽지, 행동으로는 어렵다고요!”
“젠장. 이러다가는 끝도 없겠어.”
폭포수처럼 몬스터가 쏟아진다.
처음에는 감당이 되었지만, 지금은 버티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다.
구울의 수는 대략 5,000마리.
‘이게 D급 상위 던전이라고? 최소 C급 던전은 되겠다!!’
이게 D급 상위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한 놈, 한 놈이 그리 강한 건 아니지만,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내 마법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
“쓸데없군. 크윽. 이럴 때는 힘 법사가 쓰레기긴 하지.”
“뭐? 말 다 했어?”
“멍청한 놈들! 싸우지 마라!”
이럴 때 마법사가 있어야 하는데, 힘 법사만 있어서 너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몰려오는 구울들을 꾸역꾸역 죽이며 해골 모형에 지팡이를 든 지휘관에게 가려던 그때.
“매직 미사일.”
“음?”
작게 속삭인 단 하나의 메시지.
구석진 곳에 마나가 모이더니 매직 미사일 하나를 만들어 냈다.
‘고작 매직 미사일로 해결될 것 같나? 누군진 모르겠지만 멍청하기 짝이 없군.’
마법을 캐스팅하는 걸 보고 조시현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5,000마리의 구울. 고작 매직 미사일로 상대 될 리 없었다.
‘역시, 그놈인가.’
요새 재각성이란 루머가 떠도는 강수호. 그가 마법을 직접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라이트가 동굴을 밝히자 구울들이 주춤거리는 게 보였다. 그 덕분에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는 강수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멍청한 놈. 고작 1서클 마법으로 구울을 쓸어 버릴 생각을 하다니. 원거리 지원은 좋지만…….’
강수호의 방법이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소리쳐 말리려 했지만.
“당장 멈…….”
“다연발. 매직 미사일.”
“……!!”
이미 마법은 구울 무리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약간 신기한 점이 있다면…….
“다연발?”
평범한 마법이 아니었다.
빠르게 연사하는 특이한 마법.
“허억!”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다연발 매직 미사일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크기.
“이게 매직 미사일이라고?”
지금껏 그가 본 매직 미사일 중에 당연 최고의 크기를 자랑하는 매직 미사일이었다.
그것도 한 개의 매직 미사일이 아닌 여러 개.
“모두 피해라!!”
“뭐? 이건 또 뭐야?!”
매직 미사일이 닿기 전에 그들에게 전했다.
안전 교육관의 빠른 대처 능력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매직 미사일? 설마 그 학생이?”
구울 무리에서 빠져나온 안전 교육관이 매직 미사일이 날아온 곳을 쳐다봤다.
5m나 되는 거대한 매직 미사일. 하나가 아니라 열 개는 넘어갈 것 같은 거대한 매직 미사일이…….
쾅쾅!!
콰콰쾅!!
“…….”
정확히 구울 무리를 가격했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동굴 전체가 흔들거렸다.
‘고작 매직 미사일로 이런 효율을 낼 수 있다니…….’
A급 헌터인 그도 이렇게 효율적인 매직 미사일은 처음 본다. 마법사는 아니지만, 저 스킬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매직 미사일 안에 마나를 꽉 채우다니. 마나를 조금 더 부풀려 크기까지……. 저게 정녕 학생이 맞단 말인가? 프로들도 하지 못할 일을…….’
눈을 크게 뜨자 매직 미사일 때문에 발생한 연기가 걷히고.
“말도 안 되는…….”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약 5,000마리가 넘어가는 구울 무리를 한 마리씩 천천히 쓰러트리면 클리어까지 최소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 시간을 강수호가 9시간이나 단축시켰다.
남은 구울은 500마리 남짓.
“크허허헉! 커헉!”
“지휘관까지 타격을 주었군.”
지휘관까지 타격을 줘 한동안 구울 무리는 통제력을 잃고 방황할 것이다.
그 틈을 타 학생들과 안전 교육관은 구울 무리를 처리했다.
“허헉…….”
매직 미사일을 다연발로 발사한 충격 때문에 근처 돌에 걸터앉았다.
공격 마법은 난생처음이기에 실패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더욱 거대하게 만들었다.
띠링!
띠링!
띠링!
“상태창.”
계속해서 귀에 울리는 알림음. 귀가 아파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30
체력 – 74 민첩 – 75 힘 – 73 마나 – 73 감각 – 72
스탯 포인트 : 20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2], [절대정신 방벽(S급) : Lv. 2],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4], [1서클 마법(C급) : Lv. 5]
-스킬, ‘1서클 마법(C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스킬, ‘트롤의 재생력(S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스킬, ‘절대 정신 방벽(S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스킬, ‘괴물 같은 체력(C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마나 스탯 5 상승하였습니다.
“와우…….”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나 스탯은 5나 상승했고, 레벨업은 8이나 된 상태.
“다 좋은데, 연습은 좀 해야겠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서 그런지 힘이 빠진다. 트롤의 재생력이 있어서 그나마 버티는 정도.
강수호는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며 싸움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 * *
강수호 덕분에 던전은 꽤나 빠르게 클리어되었다.
만약 매직 미사일이 없었더라면, 오늘 하루를 통째로 던전에만 있을 수도 있을 정도로.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고.
이종식은 던전에 나오자마자 던전 전문 측정인의 멱살을 붙잡았다.
“똑바로 측정 안 해? 너 때문에 잘못하면 다 죽을 뻔했어!”
“히익! 죄송합니다. 저희가 측정했을 때는 D등급밖에 안 되었는데…….”
“꼼꼼히 체크했어야지! 협회에서 했던 말 못 들었어?! 이번에 서울 명문 아카데미에서 현장 실습이 있다고?!”
“죄송합니다!!”
협회의 소홀함 탓에 벌어진 사건. 그가 연신 사과하자 잡았던 멱살을 놓아주었다.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윗대가리들 따까리인데.”
“감사합니다.”
잘못했으면 학생 여럿을 황천길 보낼 뻔했다.
휴대폰을 들어 이번 일에 대해 부마스터에게 전하고 강수호에게 다가갔다.
“저기, 학생.”
“음? 아저씨?”
“흠흠. 이왕이면 형이라고 불러줬으면…….”
“아저씨. 무슨 일이세요?”
“…….”
아저씨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는 주머니에서 패왕 길드의 명함 하나를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혹시 우리 길드 올 생각 없어?”
“네?”
그 물음에 강수호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의 눈도 함께 커졌다.
F급 각성자 강수호. 활약을 했단 말은 들었지만, 패왕 길드가 스카우트할 만큼의 활약은 상상하지도 못한 탓이다.
“음…….”
잠시 고민하던 강수호가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완벽히 대답을 정해 놓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