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8화 (18/225)

제18화

18. 구울 무리(1)

슈아아악!

파란빛이 물든 그들.

곧이어 던전에 도착한다.

“던전은 또 오랜만이군.”

“하하하! 학생이 신왕 길드 마스터의 아들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패왕 길드 이종식이 별거 아닌 듯 입을 열었다. 다른 학생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신경 쓰지 않고 던전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둡네.’

주변을 한참 둘러본 강수호는 그저께 갔던 던전과는 다른 풍경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좀비 아포칼립스에 나올 듯한 풍경. 어둡고 썩은 내가 진동하는 동굴 안.

‘이래서 이번 현장 실습에 이걸 넣은 거구나.’

음침한 동굴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안전 교육관이 없더라면, 당장 오줌을 지릴 정도로.

“무섭지는 않네. 하하하.”

“대단한 친구군! 이런 거에 떨면 안 되지. 고작 구울밖에 없다고!”

한석유은 별거 아닌 듯 말했다.

가볍게 무시하고 주변을 살펴보며 구울 사냥에 나섰다.

“되도록 구울 무리는 건드리지 말거라!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구울은 최대 다섯 마리! 알겠나?”

“네!”

고블린처럼 숫자로 덤비는 구울들.

학생 수준에는 최대 5마리가 최대다.

“어허. 잠시만.”

“왜요?”

앞으로 나가자 안전 교육관인 그가 자신을 붙잡았다.

인상을 찌푸리자 그가 종이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봐봐. 너 F잖아.”

“…….”

“너랑 나랑 같이 다녀야 할 것 같다.”

F급 각성자.

4t이라는 무게를 차고 있음에도 그는 단호히 말했다. 많은 무게를 드는 것과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니까.

“괜찮습니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하! 이 친구야. 4t의 무게를 드는 것과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완전히 달라! 너, 죽고 싶지 않으면 나랑 같이 다녀야 할걸?”

하긴,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이 죽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강수호는 이종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근처 구울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갔다.

“만약 네가 구울 한 마리를 가볍게 죽인다면, 내가 너를 놓아주…….”

푸욱!!

“그워워.”

“……?”

구울의 가슴을 뜯어내자 검붉은 피가 비산하며 차가운 심장이 손에 잡혔다.

“…….”

“이제 됐나요? 한 방에 보냈는데?”

입을 쩍 벌리는 그.

언데드라 내구성이 약하다지만, 학생이 한 방에 죽일 만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그, 그래. 가거라.”

“넵!”

당당하게 외치는 강수호를 보고 다시 등급을 살펴봤다.

영락없는 F등급. 누가 봐도 이런 던전은 클리어하지 못하는 약골이었다.

‘뭘 먹었길래 저러는 거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힘.

‘하아.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다른 아이들 안전이나 챙겨야겠군.’

강수호는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였다. 잘만 하면 자신이 소속된 패왕 길드에 스카우트 제의를 걸 수도 있을 테니까.

이종식은 속도를 높이고 조금 전 학생들이 지나갔던 곳을 향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강수호는 그 틈을 타 ‘운동할 때 먹으면 좋은’ 엘릭서를 원샷했다.

* * *

“그워워…….”

“시끄럽다.”

콰직!

그의 아버지가 직접 창설한 길드, 신왕 길드의 마법 길드와는 다르게 물리계 재능을 지닌 조시현.

악력으로 구울 머리를 터트린 그가 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이번 목표는 보스다.’

고작 구울 따위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성적 유지를 위해 최소 보스 정도는 상대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 재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군.”

“그워워워!!”

“그워워워!!”

달려드는 열 마리의 구울.

평범한 학생 같으면 치고 빠지는 전술을 사용하겠지만.

“권(拳).”

콰직!

S급 재능을 가진 그는 달랐다.

다른 헌터와는 다르게 노력으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뛰어난 재능.

‘천골(天骨).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난 재능이다.’

노력도 재능의 영역이다. 천골은 모든 물리계 능력을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희귀한 재능.

그가 서울 아카데미에 전교 1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재능 덕분이다.

“꺼져!!”

“만년 2등? 며칠 전부터 열심히 하더니 꽤나 빨리 따라왔군.”

“시끄러! 안 갈 거면 비켜!”

“비키라니? 그건 나를 따라잡았을 때나 할 수 있는 소리다.”

그때 마침 들려오는 2등의 목소리. 열심히 달려왔다지만, 만년 1등에게는 아직 한 수 아래다.

“쫓아 올 수 있다면, 와 보든가.”

“이런……!”

잔뜩 화가 난 그들은 보스까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가지.”

“참 빨리도 오는군.”

그건 양유혁도 마찬가지.

그도 마법과 물리를 둘 다 다룰 수 있는 듀얼 재능을 가졌다. 두 개의 재능을 다루는 건 힘들지만, 다른 이들에게 힘으로 밀리진 않는다.

“내가 먼저다!”

“시끄럽다. 만년 2등 주제.”

그들만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물론 강수호만은 달랐다.

푸욱!

“그워워.”

털썩.

“한 마리.”

앞서 나가던 학생들과 다르게 천천히 구울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이번 시험의 중요 목적은 최대한 빠르게 나가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

“개꿀.”

물론 그럴 생각으로 잡은 건 아니었지만.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구울들을 찾아내 잡는 이유는 레벨업 때문이었다.

던전에 들어간 적이 거의 없어 레벨업을 쉽게 하지 못했다. 그들과 다르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대단하군.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침착하고, 안정성이 있어. 숨어 있는 구울까지 끄집어내어 다 잡아내다니. 꼼꼼하구나. 방금보다 더 강해진 것도 같고.’

숨어서 상황을 몰래 지켜보는 그에게는 다른 방향으로 느껴진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떤가. 시험 점수야 잘 받으면 좋고, 몬스터는 많이 잡을수록 좋으니.

“그워워워.”

“이 근처에는 이제 딱 한 마리밖에 안 남았네.”

검붉은 피를 털어내자 한 마리 빼고는 모두 시체가 되어 있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구울.

이번에 배운 마법이란 개념을 한 번 사용해 보기로 했다.

“실전에서 사용하면 숙련도가 더 빠르게 오르니까.”

양손에 빠르게 마나를 모으고, 마법의 형태를 기억해 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승님에게 직접 가르침 받은 내용대로 머릿속에 마법 이미지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제일 간단한 마법이라 했지? 라이트, 라이트, 라이트…….’

주변의 빛을 밝히는 라이트. 언데드 계열에게 쓸모가 많은 마법이다.

‘라이트, 라이트, 라이트…….’

그렇게 한참을 머릿속에서 형상화하자…….

“오오오!”

점점 양손에 새하얀 빛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마나가 느껴지는 거로 봐서, 누가 봐도 라이트가 캐스팅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중! 집중!’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집중을 반복했다.

점점 다가오는 구울.

“그워워워!!”

입이 쩍 벌어지고 팔을 물려 할 때.

“라이트.”

푸화화화!!

새하얀 빛이 동굴 전체를 가득 에워쌌다.

마나로 만든 밝은 빛이 동굴 전체에 빛나더니…….

“그워워워…….”

“음?”

팔을 물려 하던 구울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어마어마한 라이트의 위력.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엘릭서 덕분이었다.

알고 보니 운동할 때 먹는 물약이 아닌, 마나 통을 키워주는 물약이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무수히 떠오르는 레벨업 메시지. 숨어 있던 구울도 죽였는지 최소 다섯 개는 떠오른 듯하다.

“상태창.”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상태창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강수호]

레벨 : Lv. 16

체력 – 74 민첩 – 75 힘 – 73 마나 – 68 감각 – 72

스탯 포인트 : 6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절대정신 방벽(S급) : Lv. 1],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3], [1서클 마법(C급) : Lv. 2]

-스킬, ‘괴물 같은 체력(C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스킬, ‘1서클 마법(C급)’이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방금 사용한 마법 덕분에 1서클 마법은 레벨 1이 오른 상태.

마나가 많이 사라졌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마나는 계속해서 차오르니까.”

먹었던 엘릭서 때문에 마나 통이 커진 것뿐만 아니라, 빠르게 마나가 차오르고 있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오직 시험 등급.

‘F는 절대 안 돼!’

F는 절대 안 된다.

이번에도 F를 받는다면, 숟가락을 입 안에 넣어 줘도 뱉는 바보 같은 놈이다.

검붉은 피를 털어내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듀얼 재능이라고?’

패왕 길드의 길드원인 이종식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강수호를 쳐다봤다.

* * *

“이제 그만하지?”

“힘드냐? 만년 2등이 이렇게까지 따라오니까 무섭긴 한가 보다?”

“혼자서 떠들고, 혼자서 대답하군. 원래 그랬나?”

던전에 들어온 지도 대략 2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레이스를 즐기며 보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구울이 왜 안 보이냐?”

“내가 어떻게 아냐.”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구울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안전 교육관님은 뒤에서 강수호를 보고 있기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설마……?”

만년 2등인 그가 발걸음을 옮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10분 전부터 구울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딱 하나로 정의되니까.

“보스가 구울 무리?”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극히 희박한 확률이긴 하지만, 보스로 그딴 게 나올 리 없어. 나왔다면 우리는 그전에 일찍이 죽었을 것이다.”

“하긴, 그렇겠지?”

평범한 구울 던전에서는 변형된 구울 보스가 나오기 마련. 하지만 아주 가끔씩 구울 무리 보스가 나타나 D급 던전을 D급 최상급 던전으로 만들 때가 있었다.

‘만약 구울 무리라면 A급 헌터 혼자는 힘들 텐데.’

1,000마리의 구울 무리. 그리고 그 구울 무리를 통솔하는 지휘자. A급 헌터 혼자서도 쉽게 잡지 못하는 높은 등급의 보스 몬스터다.

“내가 먼저다!”

“칫. 고작 그따위 달리기로 날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럴 리 없다 생각하고 미친 듯이 달렸다.

만년 2등은 1등을 추월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늦었군.”

“허헉! 네가 빠른 거잖아!”

“하하. 나는 여전히 3등이네.”

-보스를 마주쳤습니다.

세 명 모두 1~3등 차례대로 보스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음? 근데 보스는 어디 있냐?”

하지만 한참을 둘러봐도 그들의 눈에는 보스의 ‘보’ 자도 보이지 않았다.

의문이 쌓여 갈 때쯤.

“그워워워.”

“뭐야? 여기서 왜 구울이 나와?”

보스가 있는 곳에서 구울이 튀어나왔다.

별거 아닌 듯, 힘 법사인 그가 마나를 주먹에 둘러 머리통을 터트렸지만…….

펑!

“이런 것들은 내 상대가 안…….”

“그워워워.”

“……?”

구울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구울들.

“젠장.”

전교 1등인 조시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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