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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7화 (17/225)

제17화

17. 현장 실습(2)

“그냥 몸이나 혹사시킬 걸…….”

아카데미 교실로 들어온 강수호.

헬창 스승님이 간 걸 후회하며 연필을 잡는다.

전 스승님과의 훈련은 악으로 버티면 되는 훈련. 하지만 대마법사 스승님의 훈련은 평범한 악으로 버틸 수 없었다.

“으으. 다시는 느끼기 싫은데.”

몸 전체가 태워지는 듯한 고통. 억만금을 줘도 다시 느끼기 싫은 기분 나쁜 고통이었다.

잡생각을 떨쳐내고 교과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시 그쪽 사람들도 이걸 알까?”

그때 마침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교과서에는 던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알까 궁금했다.

틀 안에 갇혀 있었으니 새로운 정보에 관해서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그건 나중에 물어보고.”

한창 공부에 집중하고 있자…….

드르륵.

학생들이 점차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보다 몇 배는 빨리 와서 그런지 이제야 학생들이 보인다.

그렇게 한두 시간 빠르게 지나가자.

드르륵.

“쌤 왔다! 빨리 자리에 앉아!”

담임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왔다.

교과서를 집어넣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오늘은 실습 시험이다. 모두 버스로 이동하도록.”

“넵.”

간단한 대답.

그 간단한 대답에 자신을 보는 선생님의 두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가 남은 듯하다.

물론 강수호 알 바는 아니다.

‘빨리 가기나 해야지.’

다시 기숙사로 올 것이기에 다른 건 챙기지 않고 몸만 버스에 올랐다.

그 모습에 3학년 모두가 강수호를 비웃었다.

“야, 너 맨몸으로 던전 들어갈 거니?”

“응.”

“풉. 신종 자살 방법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할 터.

AI에게 5분 동안 버티는 것과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잘 버틴다 하더라도 몬스터를 잘 잡는 건 아니니까.

“뭐, 마음대로 하겠지. 저 새끼 사체를 우리가 치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그냥 빨리 뒤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F급 헌터 될 건데. 그전에 죽는 게 좋지 않음?”

“…….”

쌍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비꼬는 저 입을 당장에라도 찢어 버리고 싶지만, 때가 아니다.

‘이번에 실습할 던전이 D급이라고 했나?’

E급보다 한 단계 높은 D급 던전. 명문 아카데미라 그런지 실습 던전 난이도가 꽤나 높다.

거의 맨몸으로 던전 클리어 경험이 있는 강수호는 그리 긴장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나올 몬스터는 구울. 좀비의 한 단계 위인 언데드 몬스터.’

고블린보다 지능은 낮지만, 수가 많은 몬스터.

언데드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고블린보다 많은 양으로 무리 지어 다니는 구울.

B급 이상의 헌터만이 요령 없이 쉽게 무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니까.

“모두 안전 교육관님 말씀 잘 듣거라. 이번 몬스터는 특히 구울이라 잘못해서 친구들끼리 떨어지면 구울한테 먹히기 딱 좋으니까.”

“넵!”

우렁차게 답하는 그들.

오랜만의 실습이라 그런지 긴장하지 않은 학생들이 없었다.

“이번에도 무조건 B 이상. B 이상…….”

현장 실습에는 당연히 점수가 들어간다. 그렇기에 대부분 다양한 아이템과 아티펙트를 착용한다.

강수호는 별 관심 없었지만.

“그게 황금 사과야?”

“그럼. 우리 아빠가 B급 헌터잖아. 나를 위해서 힘들게 에베레스트산 던전에서 직접 땄대!”

“미친…….”

저런 비싼 아이템도 말이다.

황금 사과는 이미 질리도록 먹었다. 그때 먹은 후유증 탓에 황금 사과는 입에 대기도 싫을 정도로.

‘그걸 먹을 바에야 뜨끈한 라면이나 먹지. 아니면 국밥이나.’

100개나 먹었을 때 당뇨에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어찌나 단지, 황금 사과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너는 이런 거 없지?”

“…….”

“아, 미안. 원래 인생이 그런 거란다. 있는 사람이 다 가지고, 없는 사람은 없는 채 살아야 하지. 풉.”

“울겠다. 그만해.”

한심한 눈길을 황금 사과를 먹고 싶다는 눈길로 봤는지 황금 사과를 들며 자랑을 해 댄다.

정말 단 1도 관심 없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무시한 뒤에 스승님이 가르쳐 준 마나 호흡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마나 통로를 뚫자, 고통 없이 마나 호흡을 할 수 있었다.

“후우……. 후우…….”

“야야. 가자, 가.”

그사이에 떠난 아카데미 학생들. 그들을 무시하고 밤에 만날 스승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 연습을 반복했다.

끼이익-

“도착했습니다.”

“얘들아! 여기가 던전 근처라 복잡하면 사고 날 수 있으니까 한 명씩 천천히 내려라!”

“넵.”

3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던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흡을 멈추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상태창을 확인한다.

“상태창.”

[강수호]

레벨 : Lv. 10

체력 – 74 민첩 – 75 힘 – 73 마나 – 68 감각 – 72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절대정신 방벽(S급) : Lv. 1],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2], [1서클 마법(C급) : Lv. 1]

-마나 3 스탯이 상승하였습니다.

오늘 새벽부터 훈련을 시작한 덕분에 마나 스탯은 3이나 오른 상태.

가장 중요한 건 1서클 마법이라는 스킬이었다.

마나 통로를 열자 생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스승님이 조금 더 특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버스에 내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몇천 년간 연구한 마나 통로를 만드는 법. 그 덕분에 마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마나 스탯이 꽤나 오른 상태다.

1서클 마법도 다른 평범한 마법사보다 강한 마법을 발현할 수 있단다.

‘오늘 한 번 시험해 봐야겠지. 헬창 스승님이 선물로 주신 엘릭서도 실험해 볼 겸.’

안전 교육관이 있겠지만, 엄연히 현장 실습 시험.

교육관들은 여러 길드에서 왔기 때문에 위험할 때가 아니라면 모두 학생들이 해결해야 한다.

“이번 안전 교육관을 담당할 길드는 우리 한국의 헌터 미래를 밝히고 있는 10개의 대형 길드란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한국 대형 길드.

그중에서 당연히 1위, 패왕 길드도 있었다.

‘수호 길드도 있네.’

10위까지의 길드 중에 7위 정도에 들어가 있는 길드.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아는 얼굴도 없고.’

안전 교육관 대부분이 B급 헌터 이상이기에 아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러면 4인 1조로 던전에 들어가자. 교육관님 말씀 잘 듣고!”

“넵!”

자기소개가 모두 끝나고 제비뽑기가 시작되었다.

어느 길드로 들어갈지, 어느 친구와 들어가게 될지 결정하는 제비뽑기.

질서를 지키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 * *

“오늘 운 더럽게 없네. 너는 상관없냐?”

“어차피 우리 성적 깔아주기나 하는 놈이다. 우리에게는 더 이득이지.”

“그런가? 방해만 안 하면 좋을 텐데.”

그건 강수호가 할 말이다.

정말 운도 더럽게 없다. 하필이면 조시현과 양유혁이 같이 걸리다니.

“4번? 4번이 어떤…….”

“…….”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조원이 4번 표시가 달린 젓가락을 뚫어지게 보더니 인상을 팍 썼다.

‘나도 너 싫거든.’

사감실에서 실수로 부딪친 한석유. 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강수호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뒤통수 조심해라.”

“…….”

아직 그때의 분을 삭이지 못했나 보다.

가볍게 무시하고는 이번 안전 교육관을 맡은 그에게 다가간다.

“4조의 안전 교육관을 맡게 된 패왕 길드의 A급 헌터, 이종식이라고 한다. 다들 만나서 반갑다.”

“반갑습니다.”

단단한 근육질을 소유한 안전 교육관. 겉모습만 봐도 물리계 재능을 소유한 헌터인 게 티 났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자 교육관의 눈에 강수호의 팔찌와 발찌가 보였다.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뭔가 끌리는 듯한 강한 힘이 느껴졌으니까.

“강수호 학생인가?”

“네, 그렇습니다.”

“자네가 찬 팔찌와 발찌는 뭔가? 혹시 체력 단련 기구인가?”

교육관의 말에 학생들이 전원 강수호가 찬 팔찌와 발찌를 쳐다본다.

강수호는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호호. 자네도 물리계인가? 역시 남자는 마법보다는 물리계지! 혹시 몇 kg인가? 나도 시중에 있으면 하나 살까 그러는데.”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저런 걸 차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자신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기를 한 번 떨어트리고 가려 했다. 프로 헌터가 얼마나 무섭고 험난한지 가르쳐 주려고.

“다 합쳐서 4t인데요. 각각 1t.”

“그렇군. 4t. 음? 뭐시라? 4t?!”

“네.”

“…….”

4t이란 말에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놀란 눈치다. 다른 조의 학생들도 마찬가지.

“풉. 4t이란다.”

“말이 되는 소리를. 아무리 프로 헌터라 해도 4t을 짊어지고 저렇게 다니는 건 버거울걸? 가능하다고 하면 그게 몬스터지, 사람이냐?”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저마다 입을 열었다.

이럴 때는 또 확인시켜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못 믿겠으면 한 번 착용해 보실래요?”

“그래.”

열쇠로 풀어 직접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가벼운 것처럼 건네 주는 각각 1t의 팔찌와 발찌.

‘아직은 안 느껴지는데?’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어떤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었다가 올려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자 의문만 쌓여갈 뿐이었다.

“이거 무게가 없는데?”

“착용하셔야 알 거예요. 제가 만든 게 아니라,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거라.”

강수호가 직접 만들지 않은 탓에 용해야만 무게가 느껴지는가에 대한 이유는 모른다.

각각 1t이란 무게를 저 안에 담은 것만으로도 신기할 뿐.

이종식은 학생의 체면이 구겨지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찌와 발찌를 착용했다.

‘그냥 한 번 착용해 보고 말지. 그냥 4t이라고 말 만하면…….’

이 작은 것 안에 4t이란 무게가 들어 있을 리 없다 생각했다.

그저 학생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 연기나 하려 했는데…….

쾅!

“…….”

갑작스레 들리는 소리에 일대가 침묵에 잠겼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근육질의 남자가 완전히 쓰러진 채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연기 아니야?”

“에이, 설마. 저기에 어떻게 4t이 들어가냐? 그리고 F급 각성자도 아닌 놈이 4t의 무게를 견디는 게 가당키나 하겠어?”

연기라 생각했다. 학생의 체면을 살려주는 연기.

하지만 아등바등거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보자 연기가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허헉! 저, 정말 4t이군!! 자동차 몇 대의 무게……. 으아악!”

쾅!!

다시 한번 넘어지는 그. 4t의 무게는 A급 헌터인 그도 쉽게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이제 됐죠?”

“그래. 어서…….”

딸깍.

강수호가 열쇠를 들어 그의 팔찌와 발찌를 풀었다. 그리고 그걸 다시 착용하자 이종식이 자신을 미친놈처럼 보기 시작했다.

다시 착용한 강수호가 별거 아닌 듯 입을 열었다.

“이제 던전 들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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