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4화 (14/225)

제14화

14. 헌터 협회에서 왔습니다(2)

똑똑-

서류 작업이 진행되는 사무실.

열심히 골머리를 싸매던 그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들어와.”

앉아 있던 그가 노크 소리에 방 안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문이 열리면서 한 헌터가 들어와 서문을 열었다.

“작은 마을에 E급 던전이 떴다고 해서 알려 드리러 왔습니다.”

“음? 고작 E급 던전? 그걸 왜 나한테 말해?”

서류를 정리하던 그가 인상을 잔뜩 구겼다.

E급 던전. S급 헌터인 그에게는 너무나도 낮은 난이도의 던전.

“다른 놈들한테 맡기면 되잖아?”

“남은 시간이 12시간밖에 없어서…….”

다른 부서는 이미 서울 쪽 던전에 가 있는 상태. 남은 사람은 D급 헌터로 인사과에 근무하고 있는 그밖에 없었다.

“하아, 부산이라고?”

“넵. 12시간 뒤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기계만으로는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서 제가 직접 본 결과, 12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제가 그쪽에서…….”

“아니, 됐어.”

“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의문이 생길 무렵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작은 마을이잖아. 던전 브레이크가 생겨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지. 그리고 헌터 협회도 있잖아?”

“그래도…….”

인간으로서 해야 할 짓이 있고, 하지 않아야 할 짓이 있다. 지금 그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야.”

“…….”

진득이 뿜어대는 살기. 고작 D급 헌터가 견디기에는 힘든 살기였다.

그를 가만히 응시하던 그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바빠.”

“…….”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입을 연다면 사지가 찢겨 사라질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못해도 입이 빨간 마스크처럼 되어 있을 거다.

“꺼져. 하루만 버티라고 하든가.”

“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간 헌터.

서류를 정리하던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다시 서류 작업에 집중했다.

* * *

“여기가 던전이구나…….”

어느새 던전에 들어온 강수호.

정글을 연상케 하는 던전은 맑은 공기와 마나로 가득 차 있었다. 곤충들이 주변을 날아다녔고, 근처에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존재했다.

“모닥불이다.”

몇 분 정도 돌아다니자 모닥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성이 존재하고, 생각하는 고블린들.

“여기 근처에 있다는 건데.”

근처에 터를 잡고 서식하는 게 분명했다. 탄 모닥불은 시간이 꽤나 지난 듯 검은 재를 휘날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고블린이 근처에 있었는지 확신할 수 있는 발자국.

‘어린아이 정도의 발자국. 고블린이 확실하다.’

고블린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발자국이다. 이 던전에 어린아이가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고.

“이걸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겠네.”

던전 안의 고블린 수는 대략 30마리.

고블린은 보통 무리 지어 다니기에 충분히 클리어할 만하다. 여섯 마리 이상만 만나지 않으면 된다.

“강도 보이고.”

조금씩 발걸음 옮기자 서서히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초록색 풀과 곤충들로만 가득했던 곳이 점점 아름다운 자연 풍경으로 물들어 갔다.

떠내려가는 강물.

낮은 등급의 던전이라 그런지 강물에는 독성분도 들어 있지 않았다. 물고기가 사는 것으로 이 사실을 빠르게 추리할 수 있었다.

“여기 근처겠네.”

강과 발자국이 여기까지 이어져 있었다.

아쉽게도 발자국은 강 때문에 끊긴 것 같지만, 고블린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 터.

“이제 준비해 볼까나.”

고블린을 만나기 전에 만만의 준비를 했다.

그 흔한 갑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 고블린이 사용하는 마비 독침을 맞았다가는 골로 가는 수가 있다.

“나무 단검, 밧줄이랑, 함정 등등.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쉽게도 스승님들에게 무기는 얻지 못했기에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이용해 짧은 단검 하나를 만들어 냈다.

지금 레벨에서 그에게 맞는 무기는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시간은 12시간. 그 안에 잡아야 한다.”

두려움이란 없었다.

그에게는 그리 큰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헬창 스승님들이 더욱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개고생할 바에야 몬스터 잡는 게 100배는 낫지.’

온몸에 닭살이 돌고 소름이 끼쳤을 때.

“취이익!”

“……!!”

너무나도 익숙한 울음소리가 정글 전체에 울려 퍼졌다.

던전에 들어온 헌터라면 누구나 아는 익숙한 울음소리.

‘고블린이다.’

빠르게 나무 뒤로 숨었다.

고블린 무리. 방금까지 근처 강가에서 먹을 걸 사냥했는지 죽창에 물고기가 꽂혀 있었다.

‘지능이 뛰어나네.’

책의 말대로 고블린의 지능이 뛰어난 듯했다.

옛날 신석기 시대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 모습에 식은땀이 흘렸다.

머릿속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오히려 내가 죽으면?’

단검이 더욱 꽉 쥐어졌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손이 떨리고 있을 때.

“취이익?”

“취이익.”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고블린들이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강수호를 보지 못한 것 같지만, 알아차리는 건 시간 문제. 같은 냄새가 나는 고블린과 정글을 비교하면 강수호는 엄연히 다른 냄새를 풍기고 있으니까.

여기서 먼저 치지 않으면 큰일이다. 하지만 강수호는 섣부르게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취이익?”

냄새를 맡은 고블린이 자신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다른 고블린이 활을 들고 자신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들키면 뼈도 못 추릴 상황에서…….

푸욱!

“취이익? 커헉!”

고블린을 향해 뭔가 하나 날아오더니 심장에 정확히 박혔다.

작은 나무로 이루어진 단검. 몇 분 전에 강수호가 직접 만든 나무 단검이었다.

“와우.”

단검을 던진 그도 당황했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나무 단검.

실습 시간 때 미친 듯이 연습을 반복한 단검 투척.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적은 없었다.

“얼마나 강해진 거지?”

더군다나 몸이 뚫리다 못해 거대한 구멍 하나를 만들어 냈다. 주먹 하나는 들어갈 정도의 크기.

후두둑.

초록색 살점과 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을 듬뿍 적시면서 끔찍한 냄새를 자아냈다.

“신기하네.”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힘에 더욱 관심이 갔다.

심장을 향해 던진 단검.

‘대박.’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취이익!!”

휘이잉!

그때 마침 당황한 한 고블린이 화살을 발사했다.

갑작스레 날아온 화살. 화살 끝에 보라색 빛이 띠는 걸 보니 독이 묻어 있는 게 확실했다.

‘이런 젠…….’

싸움 경험이 없기에 피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날아온 화살에 눈을 감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다며 웃음 지으려 했지만…….

팅~

“…….”

“취이익?”

그럴 일은 없었다.

명치에 닿은 화살은 작은 소리 하나 내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화살을 쏜 고블린도 당황했는지 입만 뻐끔거린다.

“아야.”

스크래치 하나 난 걸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강수호의 그런 모습에 고블린의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헛웃음 짓는 것만으로도 고블린에게는 악마의 웃음으로 보였고.

“일단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자. 내일 또 열심히 훈련하려면 잠 좀 자야 하니까.”

고블린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괴물로 변해 있었다.

고블린들은 모두 얼어붙은 채 몸을 떨었고.

“으으. 피는 싫은데, 미안하다.”

푸욱!

“취이익…….”

강수호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하기 시작했다.

* * *

“하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마스터 새끼가 생각이란 게 없냐.”

인사과 대리, 김하역.

한숨을 내쉰 그가 신호를 기다렸다. 마스터를 대신해서 인사과 대리가 부산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 늦은 밤에.

“내가 진짜 무슨 죄를 지었길래 수호 길드에 들어왔을까.”

시골 같은 경우에는 던전의 안전에서 벗어나 있어 특히 이런 쪽에 신경이 많이 쓰는데, 수호 길드 마스터는 달랐다.

“어휴, 다른 길드로 돌릴 생각은 안 하고.”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인사과가 던전을 클리어하러 직접 나서다니.

한참 투덜거리다가 마을에 도착했다. 모두 자고 있는지 마을은 온통 새까만 어둠뿐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공기 좋은 곳에 오니 좋긴 좋네.”

하지만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오랜만에 보는 반짝이는 별들.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던전으로 향한다.

“오늘 목표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거니까.”

하위급 던전.

D급 헌터인 그가 클리어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몰래 들고 온 게 좀 많거든.”

마스터 빼고는 아무도 없었기에 아이템과 아티펙트를 왕창 들고 온 것.

어차피 금방 클리어할 거라 들킬 걱정도 없었다.

차에서 아티펙트를 꺼내 몸에 착용하고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충 여기였지?”

뒷산 입구.

주민들이 말한 장소는 바로 이곳이었다.

뒷산 입구를 두리번거리자 파란빛으로 빛나는 던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태창.”

곧바로 던전의 상태창을 열어 확인했다.

[던전]

이름 : 초록색의 터전

등급 : E

내용 : 초록색 몬스터가 모여 사는 정글. 야비한 놈들밖에 없어서 쉽게 토벌할 수 있으나, 웬만한 실력을 갖춘 게 아니라면 피하는 게 상책인 던전이다. 대부분이 무리를 갖춰 활동하기에 최소 5인 파티를 추천한다.

던전 브레이크 : 11시간

“정말 E급 던전이네.”

사람들의 말대로 던전 등급은 E. 각성자도 아닌데, E급이라 유추한 것을 보면 측정 아티펙트 같은 게 있던 것이 분명하다.

“일단 바로 들어가자고.”

간단하게 몸을 푼 뒤에 곧바로 던전에 들어갔다.

파란빛이 몸을 감싸며 던전으로 들어갔고…….

“음?”

던전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비릿한 혈향이 코끝을 찔렀다.

한 번씩 이런 던전도 있기에 별일 없이 지나가려 했지만.

“…….”

바닥에 흩뿌려진 초록색 피.

고블린밖에 없는 곳에 초록색 피가 있다는 것. 누군가 이곳을 들쑤시고 있다는 것밖에 설명되지 않았으니까.

“위험하겠어.”

위험함에 나가려던 그때.

“취이익!”

“……!!”

자신을 향해 갑작스레 달려오는 고블린.

왼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쥐고 휘둘렀지만.

“아!”

“취이익!”

고블린은 가볍게 피해 낸다.

다리를 움직여 피하려 했으나.

“이런…….”

날카롭게 파고드는 죽창.

저걸 제대로 맞는다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명치로 향하던 죽창은…….

푸욱.

“음?”

이상하게도 그의 명치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고블린은 누군가에 의해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초록색 피와 살점을 털어내고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누구?”

“…….”

검은 후드티에 하얀 복면을 쓴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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