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13. 헌터 협회에서 왔습니다(1)
“언제쯤 적응할까…….”
무려 4t. 갑자기 무게를 기존의 몇 배나 올려 버리니, 적응하기 쉽지 않다.
아마 발 한 번 제대로 움직인다면 뼈는 기본으로 박살 날 터.
“그래도 일어나야지!! 으아아!!”
이제야 고향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와 내일 오후까지는 이곳에서 편히 쉬고 싶었다.
하여 괴성을 지르며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헉!”
한 번 일어나는 것만으로 숨이 벅차오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집에 들어가기조차 힘들다.
“부서지지는 않겠지. 이제 내 몸에만 적용된다니까.”
집에 들어가서 바닥이 부서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t 단위가 넘어가면서 무게는 온전히 자신만 느끼게 되었으니까.
드르륵.
“엄마, 나 왔어.”
낡은 철문을 열며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철문을 열자 보이는 엄마의 얼굴.
“우리 아들 왔는가?!”
“아악! 엄마!”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강하게 끌어안는다.
엄마는 한참을 안은 후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오늘 왜 왔어? 원래 지금도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니야?”
“좋은 공기 좀 마실 겸 해서 왔지. 엄마는 뭐 하고 있었어?”
별일 아닌 듯 말했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오랜만에 엄마의 얼굴을 보러 왔으니까.
“돈 좀 벌려고 부업이나 하고 있었지.”
뒤를 보니 마늘을 까던 흔적이 보인다.
아빠가 없는 그를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며 생활하던 엄마.
“정말 무슨 일 있어서 온 거 아니지?”
“무슨 일이 있긴 하지.”
이제 생활에 쪼들릴 필요가 없다. 30억이 통장에 딱!! 꽂혔으니까.
“그것보다 내가 보내 준 사과 드셨어요?”
“호호. 그럼. 아무도 몰래 먹으라고 해서 먹어봤는데, 엄청 달고 맛있더라! 몸도 좋아진 것 같다니까?”
안부 인사 다음으로 중요한 게 엄마의 건강 상태였다.
황금 사과를 먹어 본 다음 날 한 개 가져와 보낸 것이 다행히 많은 도움이 된 듯하다.
저번 달만 해도 푸석푸석한 피부가 생기를 되찾았으니까.
“엄마, 우리 이사 갈까?”
“이사? 왜? 애들이 시골에 산다고 놀려?”
“아니, 이제 여기도 많이 낡았잖아요. 내가 헌터 생활하면 돈도 많이 들어오니까 그때 이사 한 번 하자. 저기, 강남이 좋겠네.”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의식주. 그중에서 돈을 벌면 주를 먼저 해결할 참이었다.
“알겠어. 우리 수호 돈 많이 벌면 그때 이사 가자. 알겠지?”
“응. 돈 많이 벌어서 강남에 있는 비싼 펜트하우스 하나 사야지.”
“우리 아들 빈말도 예쁘게 잘하네~”
“……빈말 아닌데.”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재능 없는 헌터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꼬박 하루 생활하기도 빠듯한 돈.
아들의 말이 빈말이라 생각했는지 별생각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와 고소한 돼지기름 냄새가 코끝을 톡톡 건드렸다.
“엄마가 너 온다고 된장찌개랑 삼겹살 해 놨어!”
“야호!!”
집에 오면 무조건 된장찌개와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
어제 있었던 일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집밥.
“그런데 그건 뭐니?”
방 안으로 들어가던 엄마가 아들이 차고 있는 팔찌와 발찌에 대해 물어본다.
당연히 별거 아닌 듯 대답했다.
“누가 선물해 준 체력 단련 기구예요!”
“아하…….”
헌터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였기에 아들이 밥 먹는 모습을 해맑게 웃으며 지켜볼 뿐이었다.
* * *
“진짜 배부르다.”
“더는 못 먹겠어?”
“네. 이제 더는 못 먹겠어요.”
이제 막 자라나는 19살답게 먹는 것 하나는 끝내주었다.
돼지고기를 순삭해 버리고, 거대한 통에 담긴 된장찌개 또한 1시간도 안 돼서 해치워 버렸다.
“이제 좀 쉬어 볼까…….”
오늘 이곳까지 온 이유는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맛있는 밥과 편한 보금자리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누운 자신의 방은 매일 청소한 것처럼 깨끗했다.
“매일 청소하시나 보네.”
약간은 적응된 발찌와 팔찌를 끼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추억 속 사진이 버젓이 책상 위에 있었다.
“이때가 좋았는데…….”
아빠와 엄마랑 함께 놀이동산에 갔던 날. 아직도 이날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재밌었지.”
재미, 그다음에는 행복, 그리고 지금은 추억이 된 하나의 기억. 아버지가 직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작은 마을로 내려와 살게 된 아픈 추억까지.
“참, 더럽게 힘들었지.”
중학교 졸업 선물로 받은 침대에 누웠다.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침대도 점점 낡아가고 있었다.
“돈도 이제 충분하고, 너무 급할 필요는 없어.”
강수호는 굳이 급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돈을 벌 수 있는 게 물약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무조건 강해진다.”
액자 속 사진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목표는 말이 안 될수록 좋다.
직장에서 돌아가신 아빠가 아직도 기억난다. 제대로 된 보상금도 주지 않고 딸랑 장례식 한 번 치러주고 끝낸 그 엿 같은 회사.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 하는 법.
강수호는 그 괴물이 되길 다짐했다.
“일단 오늘은 좀 쉬어 볼까!”
복수심은 깊숙이 넣고 따뜻한 이불을 덮었다. 봄이지만, 벌써 밤이 되어서 그런지 방은 춥고 어두웠다.
배도 부르기에 편히 다리 뻗고 자려던 그때.
“어휴, 이걸 어쩐다냐…….”
“음?”
방금 나갔다 온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걱정이 가득한 말투.
평소에 아픈 티도 내지 않던 엄마가 저런 말을 하니 걱정이 됐다.
드르륵.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이고, 이를 어쩐다냐…….”
문을 열고 나가자 그녀가 잔뜩 긴장한 투로 밖을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뒷산에 던전이 하나 생겼다더라.”
“던전이요?”
“그래, E급 던전이라는데? 무슨 고블린인가, 교블린인가 하는 몬스터가 나타났다는구나.”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뒷산에 나타난 E급 던전.
그래도 아직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같다.
“뒷산 입구에 나타났다고요? 헌터는 불렀어요?”
던전이 나타나면 제일 중요한 게 바로 헌터의 유무다.
이런 촌마을에 헌터가 없는 건 당연한 소리. 그러니 길드나 협회 쪽에서 불러야 한다.
“불렀지. 그런데 하루 넘게 걸린다는데?”
“하루요? E급 던전이라고 말했는데도 그렇게나 오래 걸린다고요?”
“무슨 문제라도 있니? 하루 정도면 빠른 거라고 그러던데…….”
촌사람을 완전 바보 취급한다.
낮은 던전일수록 던전 브레이크는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하루 정도 걸린다고?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아, 혹시 뒷산 어디인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이 시간에 밖에 나가게?”
“E급 던전은 보통 하루 안에 터져서 지금 안 가면 내일 쑥대밭이 되어 있을걸요?”
“뭐? 정말이니?”
터진다는 말에 엄마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아마 길드에서 그런 말은 일절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잔뜩 긴장한 그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강수호가 있다. 그것도 괴물들의 과외를 직접 받고 살아남은 강수호가.
“제가 있잖아요. 예비 헌터인 제가요!”
“그래도…….”
그녀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강수호를 쳐다봤다.
E급 던전을 혼자 클리어하려면 최소 C급 헌터는 되어야 한다. 그러니 아무리 예비 헌터라 해도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아들의 실력은 엄마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
“이장님한테 가 볼게요!”
“그래, 알겠어. 너무 위험하면 그냥 나와 버려. 알겠지? 잠시 근처 마을로 도망가면 되니까.”
“네!!”
오히려 강수호는 기대되었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지 확인할 기회니까.
* * *
“뒷산 입구면 대충 여기쯤인데…….”
정확한 위치를 설명받자마자 손전등 하나 들고 뒷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밤이라 위험할 수 있다지만, 오늘 나타난 E급 던전. 오늘 안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으니 위험한 건 없을 것이다.
“어, 찾았다.”
그렇게 한참 주변을 둘러본 끝에 푸른 던전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던전을 확인해 보았다.
“상태창.”
[던전]
이름 : 초록색의 터전
등급 : E
내용 : 초록색 몬스터가 모여 사는 정글. 야비한 놈들밖에 없어서 쉽게 토벌할 수 있으나, 웬만한 실력을 갖춘 게 아니라면 피하는 게 상책인 던전이다. 대부분이 무리를 갖춰 활동하기에 최소 5인 파티를 추천한다.
던전 브레이크 : 12시간
“흠…….”
던전을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오크가 나오는 E급 상위 던전은 아니었다. E급 중에서 꽤나 낮은 고블린이 나오는 하위 던전.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그거 하나만큼은 다행이었다.
마을에 던전 측정기 하나는 있어서 낮은 던전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고작 12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2시간이 전부.
해가 뜨고 내일이 되면 마을 전체가 난리가 나 있을 시간이다.
이 마을에는 각성자가 없기에 남은 시간까지는 보이지 않았겠지.
“어떤 길드인지는 나중에 알아봐야겠네.”
길드가 생각이 없는지, 아니면 정말 멍청한 건지 알아봐야겠다.
어차피 강수호에게는 두 가지 신분이 있다.
한 가지는 평범하고 띨빡한 강수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연금술사 강수호.
연금술사 강수호를 통해 어떤 길드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건 바로 던전 브레이크.
“일어나기 전에 클리어해야겠지.”
간단히 몸을 풀었다.
“상태창.”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강수호]
레벨 : Lv. 4
체력 – 59 민첩 – 60 힘 – 60 마나 – 53 감각 – 56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절대정신 방벽(S급) : Lv. 1],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2]
-체력 스탯이 1 상승했습니다.
-민첩 스탯이 1 상승했습니다.
-힘 스탯이 1 상승했습니다.
여기오면서도 계속 상승한 스탯.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다.
“후우, 첫 던전이라 긴장되긴 하네.”
각성자가 된 후로 입장하는 첫 던전. 실습은 해 봤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E급 던전 정도는 가능할 터.
“일단 이것부터 풀고…….”
무거운 4t의 팔찌와 발찌는 열쇠를 이용해 풀고 인벤토리에 넣는다.
“우와…….”
무거운 무게에서 벗어나자 어색함이 느껴졌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가벼움에 중력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로 가볍다니…….’
벗어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이런 가벼움은 느껴보지 못했다.
한참을 움직이고 가벼운 움직임에 적응이 되자 천천히 던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