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12. 제가 연금술사입니다(3)
“멍청한 놈.”
“…….”
쾅!
“멍청한 놈!!”
“…….”
쾅!
반복되는 말과 행동.
세일은 죄인이 된 것처럼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곧이어 거대한 책상에 앉아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지원금을 얼마나 줬냐?”
“100억입니다.”
“그래, 무려 100억. 무려 100억이라고!! 내가 직접 짜내서 만든 그 지원금 100억!!”
쾅!!
콰르르릉.
“…….”
한 번 더 내려치자 그의 주먹에 버티지 못한 책상이 결국 나앉았다.
그는 그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무려 100억이었다. 그런데 그런 돈을 가지고도 물약 하나 못 얻어 왔을뿐더러, 오히려 연금술사에게 맞고 와?”
“…….”
“멍청하고, 무지한 놈 같으니. 그러고도 네가 우리 sky 길드의 팀장이냐?!”
팀장직은 그냥 준 게 아니었다.
강하고, 뛰어난 능력. 더군다나 누구를 지도할 능력을 갖춘 이였기에 팀장직을 주었다.
그리고 평범한 길드가 아닌, 세계에서 제일 잘난 sky 길드에서 준 팀장직이다.
“1년 동안 활동 중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활동 중지는…….”
“세일.”
“…….”
그가 대꾸하자 남자의 눈빛이 더욱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무려 모든 스탯 2. 저번 물약보다 2배는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그런데 너는 그걸 놓쳤지. 할 말 있느냐?!”
“없습니다.”
“내쫓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히 생각해라.”
“……넵.”
결국, 그도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한. 아니,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헌터.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앞에 있었으니까.
“1년 동안 훈련이나 하죠, 뭐…….”
1년의 활동 정지.
아쉽긴 하나 통장에 있는 돈은 수백억이 넘는다. 그러니 훈련 좀 하다가 1년 뒤에 돌아오면 되는 일이다.
“그래, 그것보다 정말 탐색 스킬이 통하지 않았다고?”
이다음 문제가 중요했다.
마법 계열의 각성자, 세일. 그는 미국에서 꽤나 유명한 촉에 속하는 뛰어난 각성자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최상급 물약을 못 얻었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A급 탐색 스킬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소 대마도사 재능.’
그 정도의 재능이라면 A급 탐색 스킬을 막을 수 있을 터.
“네, 이상하리만치 대부분에게 통하는 A급 탐색 스킬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공격이 들어오더라고요. 마치 그렇게 프로그램을 짜 놓은 것처럼.”
“흠. 그렇단 말이지. A급 스킬이 통하지 않았다라…….”
S급 다음으로 얻기 힘들다는 A급 스킬이 뚫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신기한데, 더욱 신기한 건 그다음 말이었다.
“그래서 사과는 했느냐? 나중에 우리 길드와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 관계다. 그런 사람 간의 관계는 싫더라도 바꾸어 놓아야 한다.”
“사과는 했습니다만…….”
그가 말을 늘어놓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뒷말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입을 열었다.
“연금술사의 손목을 잡자마자 번개에 맞았습니다. 저도 쉽게 방어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요.”
“뭐라고? 그 공격이 마법사 공격이었단 말이야? 방어 기능이 달린 아티펙트 같은 게 아니라?”
“아, 넵. 확실했습니다. 저보다 실력 좋은 마법사는 거의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아티펙트면 제가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연금술사, 거기에 마법사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그냥 거물급이 아니다.
‘듀얼 재능에 SSS급 최상급 물약을 무려 열 개나 만들었어? 아니, 지금 모아둔 물약이 몇 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최소한…….’
괴물이다. 자신과 비슷한 동급의 괴물.
정체를 모르는 것 보니, 어느 곳에 속해 있지도 않은 사람.
거기다 비밀이 철저한 사람.
“크하하하! 역시 세상은 넓구나! 짧은 시간에 고위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그것도 하늘 위에 띄운 것이 아니라, 마나만을 이용해 번개를 만들다니.”
그조차 감탄할 정도의 능력.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늘에서 만든 번개가 아닌, 실내에서 만든 인공적인 번개. 그것도 평범하지도 않고 방어할 수도 없는 마법.
“그래, 알겠다. 이만 들어가 봐.”
“알겠습니다.”
곧이어 그가 방을 나갔고.
“정말이지 궁금하단 말이야…….”
그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올린 채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 * *
“혹시 사람…….”
“우리는 죽었다. 그러니 사람이 아니지.”
“이런 젠장.”
광활한 대지. 며칠간 헬창 스승님들이 만들어 놓은 훈련장이었다.
강수호는 이를 악물고 그곳을 달리고 있었다.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갈색 토지를 달린다.
하나에 250kg가량 되는 무거운 팔찌, 발찌를 매달고 말이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 1km 정도를 달리자 곧이어 스승님들이 다가왔다.
“자, 다 달렸으면 이거 마시고.”
“땀 좀 닦고.”
이제는 익숙한 그들의 행동. 누가 보면 사육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입에 가져다 댄 물약을 들이켜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5시간 끝!! 내일만 하면 스승님과도 끝입니다!!”
“하긴, 이 정도 신체면 지구라는 세계에서 웬만한 놈들에게는 밀리지 않을 거다.”
곧이어 훈련 시간이 모두 끝나갔다.
간단히 몸을 풀고 나가려던 그때.
“어디 가려고?”
“…….”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제야 적응한 1t의 무게. 그것의 몇 배나 무거울 것 같은 팔찌와 발찌가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그것만큼은 안 된다고요! 아직 적응도 안 됐는데! 차, 차원 이……. 읍!”
“돼!! 걱정하지 마! 세상에 안 되는 건 없어!”
열쇠를 이용해 발찌와 팔찌를 풀던 스승님들이.
“음? 뭐야? 이거 왜 방어 마법이 한 번 사용됐지?”
팔찌에 스크래치가 있는 걸 보고 의문을 표했다.
발버둥 치는 강수호에게 몇 가지를 질문하자 큰일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 크게 스크래치 나지도 않았다. 살짝 긁힌 정도.
“뭐, 그러면 다행이고. 혹시 몰라서 방어 마법 같은 걸 걸어 두길 잘했네. 일단은…….”
“잠시만요!!”
말릴 틈도 없이 빠르게 벗겨지고 채워지는 팔찌와 발찌.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끝! 이제 이게 마지막이야.”
“되도록 천천히 진행하려 했는데, 너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원…….”
“하하하하.”
발찌와 팔찌가 채워진다.
깔끔하게 채워진 걸 보고 고개를 들어 그들에게 물었다.
“이건 또 몇 kg입니까?”
고작 2~3배 정도 올라갔을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면 마지막 인사로 충분할 테니까.
하지만 헬창분들은 강수호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몇 kg이라니? 몇 t이지. 하나당.”
“…….”
그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이제야 적응하게 된 몇 1t이라는 무게. 그 무게가 벌써 각각 몇 t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하하하.”
강수호가 바보처럼 멍하니 웃자 그들이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주었다.
“아마 다 합치면 4t일걸? 한 개에 1t이니까.”
“…….”
어쩐지 아무리 몸을 뒤척여도 움직여지지 않더라니.
그래도 여기서 얻을 건 다 얻었다.
-스킬, ‘미스릴의 신체(B급)’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괴물 같은 체력(C급)’을 획득했습니다.
무려 두 개의 스킬.
더군다나.
[강수호]
레벨 : Lv. 4
체력 – 58 민첩 – 59 힘 – 59 마나 – 53 감각 – 56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절대정신 방벽(S급) : Lv. 1], [미스릴의 신체(B급) : Lv. 2],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2]
-체력 스탯이 2 상승했습니다.
-민첩 스탯이 2 상승했습니다.
-힘 스탯이 3 상승했습니다.
-감각 스탯이 1 상승했습니다.
올리기 힘들다던 스탯이 오늘 만에 평균 2 정도는 올려져 있었다.
일주일 만에 달성한 스탯은 평균 6 정도. 프로 강사가 이것을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할 터.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결과다.
말도 안 되는 무게 +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뛰어난 재생력 + SSS급 최상급 물약.
이것만 있다면 뛰는 기계도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 보도록…….”
슈아아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약속의 시간인 5시간. 그 이상 한다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거다. 육체적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정신이었다.
더군다나 방금 받은 무게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으어억…….”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눈을 뜬다.
처음에는 차원 이동에 익숙하지 않아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티는 나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토까지 했던 거로 기억한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다행이지만.
다른 문제가 있다면 고속버스 의자에 엎드려 있다는 것.
“저기 학생?”
“네?”
엎드려 잠시 쉬고 있자 누군가 강수호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음? 버스 기사님?”
목소리의 주인은 고속버스 기사님.
왜 여기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지금쯤이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어야 할 시간…….
“학생,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분명히 아무도 없는 거 모두 확인한 것 같은데…….”
“아하…….”
이 아니었다.
스승님들의 마을에 있던 시간은 대략 5시간.
창문 밖을 보니 벌써 밤이 되었다.
“시간이…….”
엎드린 자세에서 자세를 바로 하고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은 저녁 7시.
너무 생각 없이 훈련한 듯하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혹시 경찰이나 구급차라도 부를까?”
“아닙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여기서 2시간이나 있었단 뜻이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아마 강수호가 있었던 것도 모르는 듯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곧장 고속버스에서 내리려 했지만.
쾅!!
“…….”
“학생? 괜찮은가?”
“넵.”
자동차 4~5대의 무게를 몸에 지닌 상태. 스승님들에게 훈련을 받았더라도 이 무게로는 쉽게 걸어 나갈 수 없다.
“어디 다치지 않았니?”
“넵. 괜찮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4t의 무게가 강수호한테만 느껴진다는 것. 그것만큼은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강수호가 넘어진다면 버스가 완전히 망가질 테니까.
“기어서 가야 할 것 같네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자신을 미친놈처럼 쳐다보는 고속버스 기사 아저씨.
빠르지는 않지만, 바퀴벌레처럼 버스 바닥을 기어갔다.
“…….”
고속버스 기사는 멍하니 강수호를 쳐다보다가 휴대폰을 꺼냈다.
‘어서 헌터 협회에 전화를…….’
경찰에 전화해도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았으니까.
10분이 지나자 강수호가 고속버스에서 기어 나갔고.
“거기 헌터 협회죠? 여기 이상한 학생이…….”
그가 협회에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