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11. 제가 연금술사입니다(2)
‘제발 아무 일도 없어라……. 제발 아무 일도 없어라…….’
이른 토요일 새벽.
강수호는 아무 일도 없기를 속삭인 채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대형 길드뿐만 아니라, 괴물들이 이곳에 올 예정.
생각하던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야 했다.
‘에라이, 씨…….’
하지만 그 일이 터지고 말았다.
경매 석에 앉아 있던 한 헌터. 그가 탐색 스킬까지 사용하면서 강수호를 알아보려 한 것.
-스킬, ‘절대정신 방벽(S급)’이 스킬, ‘절대 탐색(A급)’을 막아내었습니다.
파지직!
“…….”
스파크가 튀면서 침묵으로 공간이 가득 찼다.
탐색 스킬을 사용한 그도 놀랐는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강수호를 쳐다봤다.
“하하하. 잠시 착오가…….”
사회자가 당황한 듯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런 일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을 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들키지 않았기에 처음인 것.
“하하하! 정말 대단한 친구구만!!”
그때 마침 들려오는 목소리. 자신에게 절대 탐색 스킬을 사용한 놈이었다.
‘sky 길드?’
그것도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sky 길드.
헌터의 정상들만 있다는 그 길드의 팀장이 웃고 있었다.
“이거, 이거. 내가 완전 당했구만! 일부러 그런 건 아녔는데, 내가 사례는 충분히…….”
경매장이 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강수호는 당황한 눈빛이 아닌,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아닙니다.”
“음? 사례는 충분히 한다니까.”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
보통 같았으면 여기서 ‘아, 네. 괜찮습니다. 사례금으로는 10억 정도가 충분한 것 같네요. 하하.’ 같은 말을 했겠지만…….
“지금 뭐 하는 거지?”
“뭐 하는 거긴. 개념 없는 너한테는 안 팔 거라고. 대가리에 똥만 찬 놈아.”
“…….”
“허헉!!”
자신의 상태창을 들여다보는 건 애초에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여기서 쉽게 넘어간다면 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볼 게 뻔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진열된 열 개의 물약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는 것도 잠시.
“야.”
“…….”
조금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사회자가 잡고 있던 마이크를 들었다.
경매자들은 아무 말 없이 강수호를 응시했다.
여기서 좋게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훨씬 위다. 경매하는 이들이 위가 아니라는 거다.
“너희한테는 안 판다고.”
그 한 마디. 고작 그 한마디에 사람들의 인상이 처참히 구겨졌다.
저번과는 질을 달리하는 SSS급 최상급 물약.
몇억을 주더라도 사야 할 희귀한 아이템이었는데, 누구 하나 때문에 놓치게 생겼다.
“하하하.”
sky 길드 팀장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강수호뿐만 아니라, 모두가.
“저 멍청한 놈.”
그리고 모든 이가 한마음 한뜻으로 말했다.
지나가던 똥개도 SSS급 최상급 물약을 만든 이가 귀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물약에 관한 설명을 하기도 전에 그 일을 망쳐?
“기분만 다 잡쳤군요.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엥? 아무리 그래도…….”
사회자가 놀란 듯 강수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sky 길드 팀장은 강수호를 놓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연금술사가 희귀하긴 해도 없는 건 아니거든.”
“…….”
언제 왔는지 벌써 경매장 앞에 선 그 때문에 다시 한번 인상이 찌푸려졌다.
말이 통하는 사람 같았는데.
“마법 계열 헌터, 세일. 당신과는 평생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 말과 함께 경매장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허허. 어디를 가려고.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만들고 그냥 가려 했나?”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손목을 잡았다. 마법 계열 헌터면서 힘은 어찌나 강한지,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손목을 잡은 건 그의 바보 같은 실수였다.
“이런 품질 좋은 물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콰르릉!!
“……!!”
경매장 전체에 번개가 내리쳤다.
아무 짓도 안 했으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
파지직!
“커헉!!”
“……?”
번개가 한참 내리치고 난 후,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까맣게 그을린 세일이었다.
번개에 수차례 맞은 듯 노란 머리는 남아 있지 않았다. 검게 염색된 머리가 하늘로 삐쭉 서 있었을 뿐.
“말도 안 되는…….”
“방금 마법 아닌가? 그것도 대마법사들이 사용한다는 고위급 마법!”
내리친 번개에 사람들이 놀라 중얼거렸다. 방금 사용한 번개에는 짙은 마나가 깃들어 있었으니까.
“연금술사이면서, 대마법사의 재능을 갖춘 이기도 하다니?”
그렇기에 착각하기 시작했다.
대마법사 이상의 재능을 갖춘 괴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sky 길드의 팀장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했다.
‘이건 또 뭐야?’
물론 강수호가 벌인 짓은 아니었다.
강수호는 마법에 대한 재능도 없을뿐더러, 마법에 ‘마’ 자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설마……?’
하지만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보호, 훈련 목적으로 찬 팔찌. 이것이 강수호의 위험을 막아준 것이다.
‘쓸모가 많구나…….’
그저 거치적거리는 무거운 팔찌, 발찌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무거운 팔찌, 발찌 안에는 유용한 방어 기능이 존재했다.
그 덕분에 위험 없이. 아니, 오히려 자신이 그들보다 강하다는 걸 인지시켜 주었다.
“다시 한번 말하죠. 여러분들에게 팔지 않을 겁니다.”
“…….”
꿀꺽.
그 말에 누구 하나 이의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강한 힘을 봤을뿐더러, sky 길드의 팀장이 명백히 잘못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수호는 이런 기회를 걷어찰 멍청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사건을 발판으로 더 큰 기회를 만들 작정이다.
“하지만 한 놈의 잘못 때문에 여러분까지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그저 제 가치를 알아봐 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니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이 위에 있다는 것.
“어떻게 하실 겁니까?”
사회자가 조금은 기대하는 듯 물었다.
강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다 합쳐서 물약 열 개. 저를 기분 나쁘게 하신 sky 길드는 물약 경매에서 제외하겠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대형 길드에게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 그 길드와 척을 지겠다는 소리와 같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경쟁률도 줄어들고 아주 좋은 방법이야.”
없어서 몇억을 주고 사는 물약.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숨을 들이켰다.
“일단 그전에, 이 물약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붉은 물약을 하나 들고 입을 열며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물약은 평범한 체력 물약과 다르게 모든 상태 이상을 회복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오호…….”
모든 상태 이상을 회복시켜 준다는 말. 그 말 자체가 경매에 참여한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최상급 물약의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저번에 나왔던 물약은 똥 맛에 모든 스탯 1을 올려 주지 않았습니까?”
모든 스탯 + 1.
그 자체로도 랭커 쪽에 속한 사람들은 없어서 못 받을 스탯이었다. 그런데 그 물약의 스탯 업은 무려 모든 스탯 +2
“이 물약은 정확히 모든 스탯, 2 스탯을 상승시킵니다.”
“……!!”
스탯에 관해 입을 열자, 경매장에는 순간적으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모든 스탯이 2 스탯씩 상승한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 같은 연금술사가 나왔군.’
1 스탯조차 귀한 이들.
그런 이들에게 모든 스탯 2 스탯. 다 합쳐서 10 스탯은 어마어마한 값이 분명했다.
“헐, 미친…….”
속마음으로만 얘기하던 한 헌터가 육성을 내뱉었다. 그 말에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도 지금 저 말을 할 뻔했으니까.
“설명이 모두 끝났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약 열 개의 시작 가격은 1억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입을 다문 채 연금술사를 바라봤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시작되는 경매.
누가 물약을 거머쥐는가에 따라 길드의 전력이 달라질 것이다.
“이제부터 강남 공식 이벤트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던 사회자가 재빠르게 멘트를 치자 경매가 시작되었다.
* * *
“정확히 30억이 나왔군요. 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고객님이십니다! sky 길드에 말하는 카리스마가 어찌나 멋있던지!”
경매장을 나와 대기실에 앉았다.
상점 주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나 같아도 저런 표정을 짓겠지.’
대형 길드의 눈에 들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좀 위험했지만…….’
잘못하면 강수호가 죽을 뻔했다. 정체도 들킬 뻔했고.
‘강해지기 전까지는 스승님들한테 쓸 수 있는 아티펙트 좀 많이 달라고 해야겠어.’
이 신분은 지금의 자신과 달라야 한다.
거만하고 자신감 높은 연금술사. 그것도 괴물 같은 실력을 지닌 연금술사여야만 한다.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죠. 말씀하신 1%의 수수료는 제가 알려 드린 통장에서 직접 빼가시면…….”
“아닙니다!”
이제 경매도 끝났기에 가려 했다. 통장과 비밀번호도 알려줬기에 그냥 가려던 그때.
“네?”
“수수료는 받지 않아도 됩니다.”
“1%라도 적은 돈이 아닐 텐데요?”
상점 주인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선언했다.
30억의 1%.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었다. 며칠간 상점 문을 열지 않은 상점 주인에게는 꽤나 큰돈일 것이다.
“왜죠?”
궁금함에 물었다.
상점이 꽤나 거대해서 큰 비용이 들어가는 거로 아는데.
잠시 망설이던 그가 웃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수수료보다 연금술사님과 연을 맺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돈보다는 연금술사의 실력을 먼저 봤습니다.”
“…….”
“그리고 연금술사님의 그 패기! 만약 제가 여자였다면 연금술사님에게 당장 반해 버렸을지도요!”
“아, 넵. 그렇군요…….”
수수료만 주고 끝낼 관계가 아니라는 거다. 쭉 이어갈 형과 동생 같은 관계.
강수호도 그리 싫은 건 아니었는지 미소를 띠었다.
이런 거대 헌터 상점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었다. 강수호는 그것을 믿기로 했다.
“좋습니다. 좋은 물건 있으면 조만간 연락해 드리도록 하죠. 연금술 말고 다른 일도 해서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자가용이라도…….”
“괜찮습니다. 며칠간 상점을 못 여신 것 같은데,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는 급해서 먼저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좋은 물건 나오시면 꼭 저한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매장을 나온 강수호는 곧장 택시를 잡았다.
시간을 보니 오늘은 엄마 집에 갈 시간은 충분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물론 스승님들의 마을에서 받은 모든 은신 아티펙트와 변신 아티펙트를 사용한 후에 말이다.